분석

게임 리뷰 - 디지몬 사이버 슬루스 : 해커즈 메모리

출시 기종: PS4, PS VITA 

장르:  전략 시뮬 RPG

가격: 64,800원 [국내 PSN ]

출시일: 2017년 12월 14일 










  디지몬 하는 사람들이 죄다 머리가 컸다보니 디지몬은 이제 어른들을 노리는 상품이 됐다. 근데 시발 어른을 노리는 거면 

게임을 이리 만들면 안되는 거 아니냐. 



  이번 디지몬 시리즈의 배경은 가상 세계가 활성화 되어있는 일본이다. 이 일본에서 사람들은 카미시로 엔터테이먼트가 만들어낸 초 거대 가상공간

EDEN에서 하루 일과가 끝내고 휴식을 취하거나, 자기 취미 생활, 혹은 일을 하기도 한다. 이 가상 공간은 플레이어의 대뇌 데이터를 복사해서 가상 공간에

복제 아바타를 만들어내어 활동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작품은 이 '복사'란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에게 과연 

내가 내가 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인지 진지하게 질문을 던진다. 




에리카.jpg




  전뇌 공간에 고스란히 복사된 '나'라는 존재가 실제의 나와 동일시 된다면, 과연 나의 계정 데이터를 다른 사람이 이용할 때, 그 사람도 '나'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가? 주인공 중 하나인 에리카란 캐릭터는 EDEN 가상 현실에 자기 뇌와 같은 서버를 구축하여 기억 데이터를 가상공간 내에서 처리한다. 이 때 가상 공간에서 에리카의 기억을 담당하는 서버 역시 '에리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작 중 등장하는 디지몬 중 하나는 이 에리카라는 캐릭터의 기억을 공유하기 때문에 같은 말투로 말하며, 같은 사고 방식을 가지게 된다. 이 때 이 디지몬과 에리카는 다른 개체라고 할 수 있는가?



  작품 전개에서 이 질문을 던지는 과정들은 매우 흥미롭다. 작품의 중반부는 질문을 끝없이 던지며 플레이어를 계속해서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려고 하지만 게임 전개 이 시발것은 작품 전개가 잘 잡아놓는 분위기를 싸그리 박살내놓는다. 이 작품의 스토리를 진행하려면 '의뢰'를 깨야하는 데 이 의뢰를 깨야하는 과정이 좆같다 못해 더럽기 그지 없다. 일단 무조건 거점에서 BBS란 항목에 들어가서 의뢰를 받은 다음. 의뢰 장소로 가서 의뢰를 깨고 나면. 후일담을 끝까지 들은 뒤에 다시 거점으로 돌아가 BBS를 켜고 의뢰 보상을 받아야만 의뢰가 종료된다. 


  보통의 RPG가 의뢰 받음 > 후일담과 함께 보상 > 끝! 의 과정을 거친다면 이 시스템 내에선 의뢰 받음 > 완료 > 후일담 > 의뢰 보상 확인 > 끝! 의 과정을 거친다. 저 단 한가지 과정이 사람을 정말 귀찮게 한다. 의뢰는 매 장마다 3개 내지 4개 정도를 깨야하는 데 이 의뢰들을 한꺼번에 받을 수가 없다. 매 의뢰마다 의뢰 받음 > 완료 > 후일담 > 의뢰 보상 확인 이라는 답답한 과정을 반복해야하기 때문에 하다보면 게임이 늘어진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여기에 더해 의뢰 보상은 무조건 거점에 있는 컴퓨터에서만 할 수 있으므로 아무리 먼 지역에서 의뢰를 깨던 간에 무조건 돌아와서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 의뢰들을 스토리를 진행하려면 강제로 깨야된다. 시발.





주인공.jpg




  스토리가 재미있을만하면, 갑자기 주인공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 지 의뢰를 찾아봐야 겠어! 라고 외치며 편집증 환자 새끼마냥 의뢰를 다 깨기 전엔 스토리 진행을 죽어도 안하려고 든다. 그거 비위 맞춰가며 꾸역꾸역 의뢰를 받아 깨주면 30분 쯤 뒤에 다시 편집증이 도져서 의뢰를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사실 주인공이 매력적이기만 했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즐겁게 게임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주인공은 편집증 뿐만 아니라 언어 장애도 가지고 있어서 내게 매력을 어필할 구석이 없다. JRPG에서 주인공이 말이 없는 건 주인공에 플레이어를 대입하기 쉬우라고 만든 방식이지만, 난 이 의뢰에 미친 놈이랑 날 동일시할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게임은 주인공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로 대화 중 선택지를 통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게하는 기능이 있는 데, 날 동일시하라면서 내게 중요한 선택권은 조금도 주지 않는다. 누군가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치면 주인공은 우리에게 "1번 구하러 간다." "2번 이대로 둘 순 없다." "3번 우린 동료니까!" 를 제시한다. 이 새끼들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선택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게 분명하다. 심지어 어쩔 때는 정말 중요한 선택인 척 "1번 솔직하게 말한다." "2번 숨긴다." 같은 선택지를 주기도 하지만, 둘 다 결국 말하지 않으므로 의미 없다. 이 게임은 게임에 몰입하라고 만들어놓은 포인트들이 죄다 나사가 빠졌다.



  특히나 나사가 빠진 포인트는 디지몬이나 NPC들과 대화할 수 있는 디지라인이라는 시스템이다. 이건 말이 대화지. 이 디지 라인의 대화는 현실로 반영되는 게 거의 없어서 오히려 이게 현실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걸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현실 탈출구 역할을 한다. 여기서도 게임은 선택지 시스템을 고수하지만. 이 선택지는 호감도에도, 게임 진행에도 아무 영향이 없으며 심지어 디지라인과 현실이 연계되는 이벤트도 거의 없다. 가장 현실에 영향을 주는 이벤트가 키워놓은 디지몬들이 은혜를 갚겠다며 아이템을 보내는 것인데, 대화 창구라고 만들어놓은 디지라인의 가장 큰 용도가 택배 착신알림이라는 점이 마치 내 휴대폰과 같아서 눈물이 났다. 거기다 디지몬들이 보내는 디지라인은 디지몬들 성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느껴진다. 발바몬이라고 디지몬 세계관에서 7대 마왕급에 위치한 몬스터가 디지라인을 보냈길래 읽어봤더니 청소당번 하기 싫다고 찡찡대고 있었다. 어투라도 근엄하면 모를까. "청소 당번하는 건 너무 힘들어....." 




발바몬.jpg


발바몬



  그리고 디지몬이랑 커뮤니케이션 이야기 나오는 김에 말하는 건데, 이 게임엔 특정 NPC 디지몬이나 주인공 캐릭터들과 호감도를 쌓는 이벤트가 있다. 근데 이 호감도를 쌓으려면 도미네이션 배틀이라고 해서 재미가 하나도 없는 3대3 배틀 콘텐츠를 플레이해야 한다.  호감도 수치에 따라 1번 3번 5번 배틀을 해야 이벤트를 전부 볼 수 있는 데 이 배틀이 끔찍하게 재미없어서 딱 2명만 보고 포기했다. 그리고 이 호감도를 볼 수 있는 NPC 중엔 디지몬도 있는 데 엔젤우몬 안넣고 레오몬 NPC 호감도 이벤트 넣은 새끼 양심 ㅇㄷ? 시발놈아. 엔딩볼 때까지 내가 시발 엔젤우몬 그래도 마지막 쯤엔 나오겠지 하면서 의뢰 비비고 다녔는 데 레오몬이 나오더라? 




  게임에 몰입할 요소도 부족하고 주인공도 삼류 소년만화 전개를 강요하는 또라이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건 전투 시스템이다. 전투는 단순 턴제지만 랜덤 인카운터 방식이기 때문에, 게임의 난이도를 몬스터의 패턴이나 강력함 보다는 맵 동선을 길게 늘리는 방식으로 정해놓았다. 이 때문에 게임 동선이 정말 지루하게 늘어지는 데, 여기에 더해 카메라 구도와 작동도 악의적일만큼 답답해서 게임 플레이를 환장하게 만든다. 초반부엔 직관적이던 길들이 뒤로 갈수록 플레이어가 더 적을 많이 만나게 하기 위해 비효율적이고 괴상한 동선을 추구한다. 적을 많이 만나게 하는 목적 자체는 충분히 달성한 설계지만 플레이의 쾌적함을 따졌을 때 좋았냐고 묻는다면 글쎄. 특히 바로 옆에 캅테리몬 같은 걸 데리고도 한뼘짜리 턱을 못넘는 주인공을 보고 있자면 그냥 답답하기만 했다.




  그리고 스토리. 아무래도 사이버 슬루스와 같은 시기를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고 만든 작품이다 보니 중간 중간 해결되지 않는 갈등이 나타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자기 작품 내에서 완결내야 할 갈등도 기승 결결결로 진행시키며 플레이어가 감정 이입할 여지를 자꾸만 없애버린다. 뒤로 갈수록 전개가 극단적이며 작위적으로 바뀌는 데, 최후반부 신파극은 정말 눈뜨곤 못봐줄 수준이라 게임 하다 말고 내가 몸을 뒤틀어야 했다.






    게임으로서의 재미는 크게 떨어진다. 스토리도 게임성도 시스템도 어느 하나 쾌적하지 못하다. 딱 하나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면 이게 디지몬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 게임에 의의는 모바일 가챠겜에서나 할 수 있는 수집을 6만원 이상의 재화를 들이지 않고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디지몬을 좋아했다면 살만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게임을 살 이유는 없다.










12개의 댓글

2017.12.22
ㅇㅇ 이게임 사기전에 방송으로 봤는데 대충 딴짓하면서 보는데도 지루해 죽겠더라 덕분에 걸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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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은 게임이 망해도 평타는 치는데 디지몬은 답이없네 디지몬 더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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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2
엥??사이버슬루스는 스토리로 고티도 받은적 있는데...의뢰를 1개만 받는 시스템은 의뢰받고 창 닫으면 바로 의뢰주로 가는것 때문에 그런거아니야?
의뢰내용중에선 붕신같은것도 있지만, 흥미로운 내용도 많다고 생각한다. 이런 게임에 어느 누가 인신매매를 소재로 서브퀘가 있다고 생각하겠어?
던전 동선도 마찬가지인데, 인카운터가 안 생기게끔 하는 해킹기술도 있잖아. 더 초반엔 확률을 낮춰주는걸 쓸수도 있고.
이게 갓겜이니 고티감이니 뭐니 할 생각은 없고, 떨어지는
점도 있는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믿을만한 아마존리뷰나 내가 플레이해본 바로는 이렇게까지 까일만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해.
0
2017.12.22
@갱생사범
사이버 슬루스 안깨고 해커즈만 깸. 둘 다 게임 구성 똑같아 보여서 사슬은 안건드림.
맵 동선 ㄹㅇ 해킹 기술로 인카운트 피할 수 있으면 더 그런 동선을 짜면 안되는 거지.
어차피 다 피해가고 노가다하는 거 상정하고 만든 작품인데,
저런 동선은 노가다 다소 힘들고 인카운트를 피할 겨를이 없는 게임에서 먹히는 설계임.
몇시간 내로 궁극체 5마리 만들어서 인카운트 피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라.
되게 이상한게 던전 루트는 그렇게 쭉쭉 돌아가면서 시간 낭비하게 만들어져 있는 데
막상 보스들은 노가다를 충분히한 플레이어를 상정하고 있음.
해커즈 스토리 좆같던데 사슬은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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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2
@므르므즈
나는 해커스메모리도 나쁘지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사슬 스토리가 더 낫다고 생각해. 보니까 애초에 jrpg랑 잘 안맞는거 아닐까?? 그럼 추천은 못해줄거같은데...
페르소나4 한적 있어? 난 그거에서 조금 더 무거워졌다 는 느낌?
동선은...나는 잘 모르겠어. 니 말도 맞다고 생각고 난 그렇게 나쁘진 않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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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4
@므르므즈
이거 뭔지 이해가 가는게 페르소나5 할때도 그랬던거 같다 결국 노가다를 하냐 안하냐에 따라 난이도 확달라지고 일반 던전은 시간만 잡아먹고 졸라 귀찮았는데 그래도 난 할만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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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5
@화이트
해커스 자체가 사슬 곁다리라 그럼 사슬 깨고 하면 느낌 다를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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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8
@Ho7948
사슬 깨고 해커스 하다가 질려서 끄고 안한지 오래됐다.. 페르소나도 1회차만 깨고 넘어갔는데 해커스 다른게 뭔지도 모르겠어.. 경험치도 줄어들고 도미네이션 배틀은 이기면 경험치도 안주고 물약부담 늘어나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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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3
디지몬 피규어 딸딸이겜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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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3
디지몬치고는 너무 심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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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5
가만 보면 이 아저씨는 맨날 게임만화 리뷰하는거 봐선 하루종일 놀기만 할것같은데 글은 잘쓴단 말이야 본업 작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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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5
덕분에 게임 하나 걸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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