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SF] Hate ; right 4-2

Right ; hate 4-2

#right #hate #권리 #헤이트 #4화


붉은 보석 503의 용암 고리들은 여전히 뛰놀고 있었고 그곳에 있던 순양함들이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흡수도료들을 바른 순양함들은 뒤꽁무니에 푸른 빛을 뿜으며 천천히 떠오르는 듯 하다가 조금만 가속을 받으면 금방 떠올라 발진 했다. 인류 최강의 병기라는 위용에 걸맞게 자태는 길고 아름다웠으며 기동은 우아했다. 붉은 지평선에 검게 걸린 배들은 검은 우주로 나아가는 등불과 등대 처럼 인류 미래의 길라잡이였고 희망을 짊어진 수호자들이었다. 문제는 이제 인류만의 수호자가 아니라는게 문제였지만. 

핸콕은 떠오르는 순양함들을 보며 인류 연합의 최고 조선소의 성능에 감탄하고 있었다. 파섹급 순양함이라는 대 행성병기 수준의 함선이 계속 찍혀져 나오고 있었는데, 여기서 제조되어 나오기 전까지는 자신이 알기로도 이 전 항성계에 9개밖에 없는 병기가 파섹 급 순양함이었다. 그런데 벌써 그 파섹급 순양함이 두 척이나 제조되어 진수 까지 완료한 것이다. 행성 503은 최고의 설비가 있는 곳이기도 했지만 엄청난 양의 광물 자원 역시 존재하는 곳 다웠다. 

물론 자신들이 찍어낸 순양함은 깡통 수준이었다. 파섹급 순양함은 예전 지구 개념으로는 항공모함과 같은 역할 로써, 순양함 단독으로 이 넓은 우주의 전력 투사를 수행할 수 있으려면 순양함 만으로는 안되고 순양함이 제조해 내는 수많은 우주 전력들이 필요했다. 순양함은 대표적인 싸움배인 구축함의 제조는 물론이고, 근접 항공 전투기인 요격기들의 생산도 가능했으며 요격기들을 함재기로써 보관할 수 있었다. 거기다 궤도 강습함 생산도 가능했다. 즉 완벽히 전력 투사를 하려면 순양함을 보조해줄 전력 뿐만 아니라 지상 강하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어야 비로소 대 행성병기 수준으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파섹급 순양함이 한번 제작되면, 그곳에 광물 추진선을 보내서 다시 구축함과 요격기들을 만들어 내야 했다. 


핸콕의 분신으로 태어났던 수많은 인물 중 도도 마카이, 메카니 리 등이 각각 함의 함장을 맡았고, 그들은 행성 503 근처의 수많은 소행성과 우주 정거장들의 점령 작업을 시작했다.


행성 503은 알파 센타우리 에서도 최 외곽에 있었으므로 이미 내행성의 소요진압을 위해 마크론 함대가 빠져버린 지금, 외행성들은 무방비 상태 였기 때문에 순양함 단 두척과 몇몇척의 구축함으로도 충분히 제압 가능할 터였다. 


핸콕은 순양함 중 최초로 진수된 함선에 올라타 등딱지가 거북 같다는 이유로 순양함의 이름을 “거북”으로 짓고 행성 제압 출격길에 올랐다. 순양함의 내부는 수려하고 아름다웠다. 이 인류 기술의 총아인 순양함은 웬만한 국가의 군사력이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고 기능적이며 편의성을 극대화 한, 우주에 떠다니는 하나의 작은 도시였다. 

쏘저우는 핸콕을 따라 순양함을 타보고 감탄을 연발하며 이곳 저곳을 구경하기 바빴다. 
“이야~! 대단하구만!! 내가 인간이 었을 때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광경이야. 오늘만큼은 내가 사이보그가 되었다는게 자랑스럽군.”

그러고나서 문득 발걸음을 멈춘 쏘저우는 핸콕에게 인간이었을 때가 그립지 않냐고 물었다. 
“인간이었을때요?... 오히려 제가 인생에 대해 깊이 고찰한 건 사이보그때 였어요. 난 내가 누리고 살아왔던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이보그가 되고 나니 모든 것이 결핍 그 자체였거든요. 사이보그가 되고 나서도 내가 사이보그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했는데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이 인류연합 정부에서는 막혀 있었고요.”

핸콕의 말에 쏘저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핸콕은 변명하듯 한마디 다 덧붙였다. 
“그리고 이 엄청난 소요를 일으킨다는 작전 계획은 인공지능이 설정 해준거에요. 애당초 우리들이 인간과 공존과 화합을 한다는 옵션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핸콕은 행성을 점령할때 전략들 역시 철저하게 인공지능에 일임했다. 그가 아무리 군사적으로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수많은 모의전으로 단련된 인공지능 덕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핸콕은 현재 아군의 전력과 상황을 입력한 뒤, 가능한 모든 시설을 점거하고 자원을 확보하라 명령했으며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라 했기에 인공지능의 행동에는 자비가 없었다. 

외행성 A-9, 레지옹이 그들의 첫번째 제물이었다. 푸른 바다와 가스로 미약하게 붙들고 있는 중력 덕분에 인공 중력 생성기를 행성에 설치한 뒤 미약하게 개척된 행성이라 인간들도 얼마 없었고 사이보그들과 드론들이 전부인 곳이었다. 물론 이곳에서도 사이보그들은 인간들의 드론에 의해 전부 진압되었지만 드론과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인간들일지라도 마크론 함대가 떠나고 없는 지금 파섹급 순양함을 위시한 전단을 막아낼 힘은 없었다. 

레지옹에서 행성 제공권을 잡기 위한 하이드라 요격기가 출격해 보았지만 파섹급 순양함급을 위시한 라이트이어급 구축함과 드래곤플라이급 전투기들이 뭉쳐서 밀고 들어오자 행성 방어선은 무자비하게 부서졌다. 지상에 구축된 공대지 전력들은 궤도 바깥에서 이미 구축함들의 레일건 사격에 산산조각이 난 뒤였기 때문에 레지옹의 전력으로는 신나게 궤도 바깥에서 일방적으로 때리고 들어오는 함대를 막을리가 만무했다. 

핸콕은 무표정하게 모든 광경을 보고 있었고 쏘저우는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심경이 복잡한지 한미디를 던졌다. 
“사이보그는 인간의 모사에 불과하네. 그렇다면 우리가 하는 행동 역시 사이보그이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원래 하던짓들을 답습했을 뿐 아닌가?”
“완벽한 답습이지요.”
“완벽한 답습?”

핸콕은 입을 열었다. 
“인간이란 불완전한 존재로 불완전함의 결핍을 충족하기 위하여 살아가요. 그런데 사이보그는 그 자체로 결핍이니까요.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공지능이 탑재된 안드로이드도 아니고. 자신의 기억을 충실하게 재현하기 위해 갇혀버린 존재. 그보다 완벽한 결핍이 어딨겠어요.”
“와하하하!”

쏘저우는 핸콕의 말에 박장대소했다. 
“그것 참 일리있는 말이구만! 그렇다면 자네, 우리한번 기계의 몸으로 가둔 완벽한 사이보그. 인공지능 두뇌를 탑재한 안그로이드를 만들어보는게 어떻겠나?”
“에이 영감님, 분리된 인격체계를 만드시려면 뭘 상위 인격으로 놓으실건데요? 사이보그의 인격을 상위로 놓으면 사이보그가 인공지능을 사용하는거랑 상위의 인격에 명령을 받는 인공지능이랑 차이점이 없잖아요. 만약 반대로 놓으면 완벽한 인공지능에 쓸데없는 제약 하나를 달아놓른 셈이구요.”
“쩝,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더 매력있는거 아니겠나.”

쏘저우가 입맛을 다지고 있을때 리버티가 말을 걸어왔다. 
“핸콕 사령관님, 해당 행성에 대한 점령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해당 행성은 명예로운 항복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전황은 매우 순조롭게 전개되고 있었다. 

“사령관님, 항복을 받아들인 행정관이 면담을 제의해 왔습니다.”
리버티의 말에 핸콕은 고개를 저었다.
“리버티, 거부한다고 전해. 다음에 면담할 일이 있을거라고.”

쏘저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어째서 거부한건가?”
“만약 소형 녹화 기계에 의해 제 모습이 찍힌다면 저의 다음 수를 예측하는데 사용될 수도 있고, 지금은 제가 인간과 별로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어요.”
“우하하하, 마지막 말이 마음에 더 드는군. 말 섞기가 싫다라! 그런데 리버티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독단으로 진행해도 되는것인가?”
“뭐 수순만 바뀐거지 큰 문제 있겠어요? 언젠가는 물어볼겁니다.”

핸콕은 리버티가 지정해 준 다른 행성으로 진격을 명령했고, 리버티는 아군이 가는 방향에 수많은 우주 피난민이 가득하다 보고해주었다. 
“잡을텐가?”
쏘저우가 묻자 핸콕은 리버티에게 물어보고는 현재 그들을 잡을 필요는 없다고 대답해 주었다. 

“이렇게 인간으로부터 항거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뭔가?”
쏘저우의 물음에 핸콕은 우주로부터 눈을 떼지 않은채 대답했다. 
“처음 우리가 거사를 치룰 때 했던 질문을 너무 반복하시네요. 인간으로부터 항구적인 독립. 사이보그가 인공지능을 누리며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을 권리. 그걸 원하잖아요.”

“으음, 솔직히 나도 인공지능을 쓰고 안쓰고는 너무나도 달랐네. 그것은 마치 달콤한 모유와 같아서 그걸 뺏겼을때는 마치 존엄성이 침해되었다 느낄 정도였지.”
쏘저우는 입맛을 다셨다. 그러다 일순 눈을 내리깔고 핸콕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하지만 말일세, 지금은 다른 사이보그들이 인공지능을 사용하고자 우리에게 뭉쳤지만 이제 또 우리의 방식을 따라해 열심히 자신의 인격을 복제해 자신들만의 세를 불리고 있네. 만약 우리와 다른 뜻을 가진 자들이 더 늘어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각자의 권리를 빼앗고 자신들이 권력을 갖고자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으음 글쎄요..”

핸콕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자 쏘저우는 목소리를 더욱 낮춰 속삭였다. 
“이미 두명의 복제 인격이면 충분한 것 아닌가? 인간은 셋 이상일때라야 비로소 반목과 분열이 시작되는 것이네. 더 이상 우리가 망명자를 받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핸콕이 당황하는 사이 리버티의 보고가 들어왔다. 
“사령관님, 인류연합에서 광역 네트워크 망을 소실 시켰습니다. 해당 무선 범위 밖에서는 네트워크 교신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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