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불면증

내 친구인 정신과 의사로부터 들은 사례이다.
그는 종합병원에서 일하고 있었기에 심각한 환자들 보다는 우울증,조울증, 혹은 불면증같은 비교적 '가벼운' 질환을 가진 환자를 많이 받았다. (그는 종합병원같은 곳에는 자신이 남들에게 공개할수 있을만한 정신적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온다고 주장했다.)
그랬기에 큰 사고는 없었지만,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해당 사례의 환자는 30대 초반의 젊은 남성이었는데, 처음엔 가벼운 수면장애로 찾아왔다.
사실 수면장애라는것이 흔한 질환이고, 여러분들도 알게모르게 가지고 있을것이다.
남성은 최근들어 수면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으며, 잠이 들어도 마치 잠을 잔것같지 않은 석연찮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사례는 흔했기에 내 친구는 약간의 수면유도제를 처방하고, 수면장애가 심한 경우에만 복용하도록 권고한 뒤 비타민등의 섭취를 권장하고 햇빛을 쐬고, 밤엔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일반적인 수면장애는 이러한 요법을 병행하며 스트레스등의 요인을 제거해주면 쉽게 치료할 수 있다.)
남자는 알았노라 말하며 병실을 나섰고, 내 친구는 그가 돌아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남자는 2주가 조금 안되어 다시 방문했다.
그의 수면장애는 악화되어 명백한 불면증이 되었다고 말했는데, 특이한 점은 그가 별다른 피로증세를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래 불면증에 시달리면 피로감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데 이러한 징후가 없다는 것이었다.
남자는 지난 며칠간 의사의 권고를 따르고, 규칙적으로 수면시간을 가졌으나, 침대에 누운채로 몇시간이고 맑은 정신으로 누워있다가, 알람이 울리면 별 감흥없이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내 친구는 약간 특이하다고 생각 했을 뿐, 그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잠깐잠깐 잠이 들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남자에게 그렇게 이야기 해줬다. 그리고 약간 더 효과가 있는 수면제와 함께.
그리고 불면증이 계속되면 입원치료를 받아보는것을 권유했다.

남자는 5일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그는 잠을 자지 못하는 것에 대해 피로감은 없지만, 자신이 비정상이라 느꼈으며, 자신의 삶에 잠이라는것을 되찾고 싶어했다.
그는 그날 오후 입원수속을 밟고, 다음날부터 치료를 받기로 하고,
그날 밤에는 그의 뇌파등을 검진해 보기로 하였다.
밤동안 그는 별다른 특이점을 보이지 않았다.
전혀 잠이 들지 않기는 했지만, 그점을 제외하면 침대 위에서 뒹그는 평범한 사람이나 다름 없었고, 그의 바이탈사인이나 뇌파등, 유별날것은 하나 없었다.
내 친구는 그가 한달 넘게 수면을 취하지 않고도 그런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는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입원한 다음날 저녁, 프로포폴 이라는 약물을 통해 강제로 수면에 들도록 하는데에 동의했고, 이런저런 검사 후에 소량의 약물부터 주입하기로 하였다.
약을 주입하고 아주 잠시가 지나자 남자는 나른함을 호소하며 금방이라도 잠이 들것 같다고 말했지만, 약을 맞은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맑은 정신이었다.
간호사는 의사와 환자의 동의를 확인하고는 더 많은 약물을 주입했다.
인간이라면 확실히 잠들 양 이었다.
남자는 눈을 감고 누워 잠이 든 것 같았다.
그가 잠이 들었다고 판단한 의사는 간호사에게 그를 잘 지켜보라고 말하고 떠났다.

네 시간 후, 의사는 간호사로부터의 부름을 받고 병실을 찾았다.
남자는 깨어있었다. 사실 그는 한번도 잠든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약을 맞자 나른하게 잠이 드는듯 했지만, 정신은 너무나도 맑아서 눈을 감은채로 마치 가위가 눌린듯이 움직이지는 못하였지만 정신은 깨어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뇌파기록은 잠들었다기 보다는 책을 읽거나 그림을 감상하는 상황에 가까웠다.
남자는 자신이 잠에 들뻔했으나, 마치 무언가가 자신을 튕겨내듯, 잠이 자신을 밀어내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약물요법이 효과가 있는것 같다고 했다.
그날은 시간이 너무 늦어, 다음 단계의 요법은 다시 다음날로 미루게 되었다.

이윽고 찾아온 다음날엔 마취의가 동행했다.
더 강한 약물을 적절히 사용하기 위해서 였으며, 옆에서 뇌파를 읽고 단계를 조절하기로 하였다.
마취의가 조심스레 주사기로 약을 밀어넣고, 남자에게 가스마스크를 씌웠다.
남자의 뇌파는 놀랍게도 한동안 멀쩡하다가, 이내는 REM수면 단계로 접어들었다.
마취가스의 양을 줄이자 잠에서 께어나려는것 같은 움직임이 있었기에, 결국 그가 비REM수면에 접어들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보통 2시간여만에 접어드는 비REM수면 단계에 네 시간이 지나도 접어들지 않자, 마취의는 위험성을 경고하며 마취가스등의 약물 투여를 중단할것을 권고하였고,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마취가 중단되는 순간 남자의 뇌파는 아주 잠시, 몇 초도 되지 않는 순간 동안 비REM수면의 파형을 보였다.

남자는 끔찍하게 괴롭고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온몸에 근육이 터질듯이 발작하며 잠 에서 깨어났다.
그는 외쳤다.
"병신! 병신! 병신같은 새끼!! 그들이!!!(한순간 가래끓는 소리를 낼 뿐 말을 잇지 못하였다) 지키고 있었어!! 날 지켜주고 있었어!!!"
무언가 한마디 물어볼 새도 없었다.
"아직 그들이 보여!! 아직도!!! 난 그것들을!!!! 그것들을!!!!"
남자는 기름이 끓는듯한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눈을 파내기 시작했다.
간호사와 마취의가 그를 제지하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눈을 파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눈을 완전히 뭉개어 잡아 뽑아놓고서는 그의 빈 안와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자신의 시신경과 뇌를 휘젓고 있었다.
그의 몸이 제멋대로 튀어올랐다. 그러나 그는 점점 편안한 표정을 보이기 시작했다. 더이상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마취의가 그 틈을 타 마취약을 투여했다. 그는 긴급수술이 시급했다.
운만 좋다면, 그는 시각을 잃은채로 살아갈수 있을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혈관을 타고오르는 차가운 약물, 입안에 감도는 에테르의 역겨운 비릿함을 느끼자 다시 절규했다.
"안돼!!! 다시....잠....."
그는 자신의 광대뼈를 두조각으로 부수어놓고는, 더이상 저항하지 못한 채 마취에 빠졌다.
그는 긴 수술을 거쳤다.

그는 다시는 의식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의 가족은 그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내 친구는 두렵다고 했다.
그 환자는 뇌사상태라기 보다는, 깊은 잠에 빠진 것만 같다고....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생각나서 아는대로 써봤습니다
헷갈려서 물어보니까 꿈속의 '그것'들을 '그들'이 불면증으로 지켜줬다라는 말이래요 쓰고보니 헷갈릴것 같아서 별첨합니다

6개의 댓글

2017.08.08
짜증나는건 내가 불면증때문에 이틀간 잠을 한숨도 못잤는데
갑자기 옛날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너무 짜증나서 이걸 또 쓰느라 7시에 출근해야하는데 잠도못자고 이러고있다는거지 ㅅㅂㅅㅂ
더짜증나는건 피곤하지가 않아...
0
2017.08.08
@쟈가
글재밋네 ㅊㅊ
0
2017.08.08
곡성같은 찝찝함 좋다
0
2017.08.09
오... 소름
0
찝찝......
0
2017.08.10
리얼 걍 픽션 호러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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