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실화] 차 강도 혹은 귀신

다소 오래된 얘긴데.. 편의상 반말로 씁니다.

 

공대나와서 글재주가 없다. 무섭지는 않을 듯.

 


 

 


딱 2000년도로 기억한다.

 

난  6학년이였고, 정확한지는 모르겠는데 그때 연휴가 되게 길었던 것 같다. 주말 바로 뒤였던가.

 

내 나이 또래쯤 시골 먼 친구들은 알듯? 그 당시에는 시골이 거리가 좀 있으면 설날,추석 연휴에는 지금보다 2배 3배는 시간이 더 걸렸었지.

 

우리는 의정부에 살았고, 시골은 전남 구례였다. 그 전 설날에 (중간에 쉬기도 많이 쉬었지만) 시골까지 20~22시간 걸려서 운전이 힘드셨던 아버지가 올해 추석은 연휴도 길고 하니 연차쓰고 미리좀 가자 해서 금요일날 연차쓰시고 목요일 저녁 일 좀 일찍 끝나시고 갔던걸로 기억해.

 

형은 중3이였고, 당시 고등학교가 비평준화던 시절이고 의정부 고등학교 가려해서 2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곤 공부때문에 시골 내려갈 수 가 없었다. 엄마도 형때문에 남고, 그래서 나랑 아버지랑 둘이서 내려감. 난 뭐 금요일날 학교도 빠지고 좋지.

 

 

아직 연휴전인데도 고속도로에 차가 많드라. 그래도 연휴때보다는 훨씬 덜막히는 수준이였고 중간에 휴게소 안들리고 쭉쭉 밟고 가니깐 금방 감. 남원쪽 도착하니까 그게 한 새벽 2시~3시쯤.

 

아버지가 배고파서 추어탕이라도 한그릇 하자고 하셨는데, 옛날이라 그랬는지 시골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문을 연 음식점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시골집가서 라면이나 끓여먹고 자자 하고 졸린눈 비비고 계속 갔어. 남원에서 구례까지는 금방이니까 한 30분 정도 걸렸을려나.

 

 

 

국도타고 내려가는데 확실히 시골이라 빛 한점 없고, 연휴 전이라 지나가는 차도 없었음. 당시에는 아버지가 차에서 담배도 태우시고 해서 문 열고 왼팔 창문에 걸치시고 담배피시면서 가시는데, 갑자기 의아해하시는거야. 저거 뭐지 이러시면서.

 

근데 갑자기 저쪽 앞에 동물인지가 있는것 같다시다더라. 나도 졸린눈 비비고 앞에 봤는데 물체가 있긴하더라고.

 

상행선에 분명 뭔가가 있더라고. 상하행선 1차선씩밖에 없어서 중앙 분리대고 뭐고 없었음 거긴.

 

속도 줄이고 천천히 가는데, 확실히 사람이더라. 처음에 보고 무슨 기생인 줄 알았어. 빨간색인지 주황색인지 한복치마에 머리도 뒤로 묶은 여자. 근데 근처로 가서 얼굴 어렴풋이 보는 순간 귀신인거 같아서 놀랐다기보다 아무도 없는 깜깜한 곳 차도에 서있다는게 너무 무서운거야. 우리 둘다 보는거니까 귀신이라고 생각도 안했어 난. 근데도 장소도 장소고 소름이 쫙 끼쳤음 진짜 머릿털 곤두서고.

 

아버지가 등치도 크시고 해병대도 나오셔서 그런지 뭐야 저 새끼 이러시더라고. 난 속도도 계속 줄이시길래 혹시 얘기하시려나, 도움 청하는거면 들어주려고 하나 걱정하면서 아버지 빨리가자고 아쒸 무섭다고 오지랖부리지 마시라고 (어린놈이 실제로도 이렇게 말함) 말씀드렸는데, 자꾸 그여자한테 따지실려고 하는거야.

그래서 비상등키고 하행선 갓길 (갓길이라고 해봤자 옆에 녹지 약간)에 차 걸쳐두고 삿대질하시면서 뭐라고 하실려하셨음.

 

여자는 창백한거만 기억에 남고 얼굴도 기억이 안나. 보통 사람 같았어 얼굴도 귀신처럼 희지도 않고. 근데 엄청 창백하고 무표정이였음. 우릴 쳐다보지도 않고

 

근데 그 순간게 갑자기 그여자 뒤편 풀? 논? 쪽에서 갑자기 뭐가 쑥 나오는거야.

 

보니까 검은옷 입은 사람들임. 두명 이상 갑자기 우루루. 난 진짜 너무놀라서 눈깜고 소리질렀다. 아빠도 욕에 욕을하시더니 기어 바꾸시고 풀악셀 밟고 도망가심. 난 아버지는 겁같은거 없는 줄 알았는데 와 소리를 있는데로 지르시면서 욕은 욕대로 하시면서 계속 도망감. 개같은 놈들이 차 강도라고 아 큰일날뻔했다고. 이러시면서.

 

어떤 용기가 났는지 몰라도, 고개 돌려서 어깨너머로 그쪽을 봤는데. 빛이 한점 없어서 그런지 아무것도 안보이드라 이젠.

 

아버지는 계속 벌벌벌떠시면서 백미러 룸미러 계속 보시면서 아무말 없이 운전하셨어

 

 

그날은 그냥 저냥 도착해서 라면이고 뭐고 바로 잠들었고.

 

 

 

이제 다음날이야.

 

아버지 큰 어머니도 시골에 계셨는데, 치매가 걸리셔서 아버지 사촌 형님이 시골집에서 뫼시고 살았단말야. 아버지 큰아버지는 일찍이 돌아가시고. 그래서 차례도 우리 시골집에서 지냈지.

근데 그 할머님이 되게 무섭게 생기셨어. 골목 어귀쪽에 한평생 사셔서, 우리 시골 내려가면 인사도 안받아주시고 어귀부터 차 쭉 쳐다보고 계시고 말도 되게 살갑게 안하시는 스타일이셨고. 생김새도 호랑이 같으시고 말투도 되게 근엄하고 무서웠음. 시골 여느 할머님들과는 다르게. 근데 중증 치매 오시고 나서부터  사람들한테 눈길도 안주고 그냥 혼자 노시고 그러시더라.

 

나는 사촌형들이랑 작은방가서 차에서 충전가능한 팩게임기 하고있었음 (이름도 기억이 안난다). 암튼 그랬는데, 밖에서 시끌벅적하드라.

 

아버지 큰어머님이 아빠 왼손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계셨던거야. 아버지는 그때 국도에서 일 때문인지 계속 쭈뼛쭈뼛하시고.

근데 치매걸리시고 말씀도 안하시는 할머님이 갑자기 우리 할머니한테 소금 가지고 오라고. 굵은걸로 빨리! 이러시더라.

 

난 그때 갑자기 치매가 풀린줄 알았음.

 

그리고나선 그 굵은소금을 아빠 왼손에 계속 문지르시는거야. 손톱부터 손가락 사이 구석구석

너 뭐하냐고. 어디서 망할 것들이랑.. 혀를 끌끌 차시면서 격노 하시더라. 난 어안이 벙벙했지.

 

할머니가 굵은 소금을 한 대야 가지고 오셨는데 수백번은 문지르시고 마당에서 다 뿌리셨음.

당시의 나로써는 이해 못할 말들을 막 혼잣말처럼 중얼중얼 하시면서 계속 소금 뿌리셨는데, 오래되서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 추석 잘 보내고 올라왔던걸로 기억한다.

 

 

 

 

초딩일때고, 지금은 서른이니까 상당히 많이 지났지.

 

지금 생각해보면 별 소름도 안끼치고 잘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도 물론 마찬가지시고.

 

 

 

5월달에 사촌 누님이 결혼하시면서 광주 내려갔다 왔거든. 어머니는 안가시고, 아버지만 뫼시고 내가 운전해서 내려갔다 왔는데,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그때 그 얘기가 나왔어.

 

지금은 아버지 큰어머님은 돌아가셨어. 한 10년 좀 더 됐으려나. 나도 잘 모르겠다.

 

 

아버지가 그러시더라고. 아버지 큰어머님이 결혼하시고 큰아버지 돌아가실때 쯤 해서 신내림을 받으셨었대.

 

근데 신기가 없으신지 점은 안보셨다는거야. 근데 그쯤부터 되게 근엄하고 약간 소름끼치는 행동들을 많이하셨대.

 

그 날도, 아버지 사촌형님이 치매걸리신 분 혼자 두고 나올수 없으니 뫼시고 나온건데 아버지 보기 전까진 계속 풀 뜯고 노시고 그러셨대.

 

근데 아버지랑 눈이 마주치자마자 갑자기 다른사람이 되더니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내셨다는거야.

 

 

 

난 의아했지. 근데 아버지말 듣고나선 소름돋고 수긍이 가더라.

 

 

 

남원에서 구례 내려가던 그 날, 검은 물체가 풀숲에서 튀어나온지도 몰랐대 아버진. 귀신이라고는 생각도 안하고 미친여자가 위험하게 이딴데 서있어 약간 이런 의협심에 말씀을 하셨던거래. 근데 말을 고래고래 하는데 시선이 자기를 쳐다보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라고 하더라고. 눈도 안꿈뻑이고 소름끼치도록 창백하게.

 

그 순간 담배피고 있던 아버지 왼손을 누가 잡더래. 순간 너무 놀랐고 아버지 나름대로는 차강도일거라는 당연한 생각에 기어바꾸고 악셀밟고 도망친거지.

 

 

 

근데 가만 생각해봐도, 차가 카니발이고 뒷문을 열수가 있는데 차문을 안열고, 문고리를 안잡고,

 

손을 잡았을까. 손을 잡은것도 꽉 움켜잡은거라 몇분간 아팠대.

 

담배에 닿았을 수도 있잖아. 근데 아무런 소리도 안들렸어. 이건 나도 그렇게 알고 있고.

 

 

 

뭘까 싶어. 한동안 잊고있다가 오랜만에 아버지랑 얘기하면서 다시 생각난다.

 

도대체 뭔가 싶긴해. 미스테리야 진짜로.

 

지금은 무서운게 없는데, 귀신이던 차강도던 뭐였을까. 근데 아버지 큰어머님은 왜 갑자기 그렇게 격노를 하신건지 모르겠다.

 

 

 

 

-끝-

 

  

 

 

 

 

 

12개의 댓글

2017.06.27
재밌네
0
2017.06.27
재밌으니 추천
0
2017.06.27
지박령?
0
2017.06.28
@나는우츠다
솔직히 난 귀신은 안믿거든. 설마 귀신일까.. 아버지 손을 잡아당겼대. 나도 아마도 사람인 검은 물체들이 쑥 튀어나오는거 봤고
그러고 아버지가 기겁하시면서 소리지르시고 나도 막 소리질르면서 공포심에 심장 쿵쾅쿵쾅하고 위잉위잉 이명들리고 이랬던거밖엔. 그리고 그 당시엔 뭐 귀신이고 뭐고 생각도 안한거 같아. 아직도 반신반의하지만 지금와서 돌이켜보니까 귀신같기도 하기도 하다.
그 여자는 뭐고 할머님은 왜그러셨을까?
그거 생각하면 우리 둘다 단체로 홀렸었나 싶기도 하고.
0
2017.06.27
추천 재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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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7
이런거보면 진짜 뭔가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신내림이라는 건 있는 것 같아
0
2017.06.28
@김똑깡
서양에도 신내림이 있대.. 내가 미국에 꽤 오래 있었는데 서양인 중 에서도 신병 걸린 사람이 있다더라. 그리고 신내림 받은 독일인인가도 있고.. 양의학적으로는 정신분열? 이런 정신병으로 본다더라.
0
2017.06.28
와 ㅎㄷㄷ하네;
0
2017.06.28
지박령보다는 좀 더 높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0
2017.06.29
왜 이런 류의 괴담은 전부 아는 사람이 신내림 내지는 무당일까 ㅋㅋㅋㅋ 적어도 일본 괴담에서는 영험한 영능력자를 찾아가기라도 하지, 한국놈들 괴담은 죄다 친인척이 무당임.
0
2017.06.30
@무갤재인
저런 신기있는사람들이랑 접해보면 가끔씩 정말 단지 우연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말도 안돼는 일이 일어나긴함..
부랄친구중 하나가 집안이 좀 그런기운이 있는데 이런저런 썰 말해주는게 너무 말이안되서 하나도 안믿었음. 그러다 그친구 군대갔을때 갑자기 말도없이 휴가나와서 만났는데 어떻게 된거냐 하니까 정말 심각한표정으로 어제 자기꿈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나와서 막 머라고하셧다나? 그게 너무 느낌이 이상하고 심상치가 않아서 중대장한테 친척 팔아먹고 바로 휴가나왔다네. 난 당연히 별거 아니겠지 하고 기분좀 풀어주고 같이 놀다가 그날 새벽에 그친구 아부지돌아가셧음..
0
2017.06.30
오오... 흥미로우면서도 무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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