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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개척시대에 만들어진 칵테일, 카우보이 그리고 프레리 오이스터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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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개드립에 올라간 서부개척시대 글이 있길레, 거기에 관련된 칵테일을 소개하려고 한다.

 

국내에서는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에도 등장해서 유명해진 아재 칵테일이지.

 

이거 말고도 보드카 투데이라는 칵테일도 있지만, 이건 서부개척시대와 상관이 없으니 슈퍼 패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볼까?

 

 

 

참고로 당연한 이야기지만 카우보이 비밥 이야기 하는데 이 노래는 틀고 시작해야겠지?

 

이렇게 말하는 나도 아조씨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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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야기할 칵테일은 카우보이 라는 칵테일에 대해서야.

 

애니메이션에서는 12화에서 제트가 주문하는 칵테일로, 카우보이를 달라고 하자 여긴 그런거 없다고 하지.

 

여기서 카우보이는 작중에 등장하는 캐릭터 이름이야.

 

그러자 제트는 "버번에 우유를 탄 거." 라고 하자 "아 그거 말이야?" 라면서 주는 칵테일이야.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이 칵테일을 버번에 우유를 타서 마시는 칵테일로 알고 있는데, 사보이 칵테일 북에 실린 레시피는 의외로 스카치에 우유를 탄 레시피지.

 

그럼 이 칵테일의 기원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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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짧게 알아보자.araboja

 

거기에 대해서는 개드립에 올라가 있는 서부 개척시대의 글을 참고하면 좋아.

 

이 시기의 카우보이들을 소때를 몰고 다니는 게 일이었지.

 

그 과정이 워낙에 고된 만큼, 위스키를 항상 들고 다녔지만 그 당시 미국 내에 유통되던 위스키의 품질은 조악하기 그지 없었어.

 

특히나 가게가 아니라 돈벌이가 안되는 카우보이들이 사는 위스키들은 특히나 더 말이야.

 

그래서 카우보이들은 주변에서 구하기 가장 쉬운 음료였던 우유에 술을 섞어서 마셨고, 이내 이 방식이 사람들에게 전해지면서 카우보이라는 칵테일이 탄생했지.

 

맛 없던 술을 억지로나마 마시게 만든 술인 만큼, 이 조합은 생각보다 맛있지는 않아.

 

폴 딕슨이라는 작가는 이 술을 마시고 끔찍한 음료라고 평가할 정도였어. 뭐 이 사람은 1939년생이라서 나중에 만들어진 걸 먹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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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이후에 이 칵테일이 전파되면서 그나마 마실만 하게 만들기 위해서 버번이 아니라 스카치 위스키를 사용하고, 우유 대신 크림을 쓰고 그냥 섞는게 아니라 쉐이킹을 통해서 만드는 방식으로 변한게 사보이 칵테일 북에 실린 카우보이야.

 

이 방식으로 만든 카우보이는 다행히도 마실만한 고소함을 지닌 칵테일이 되지.

 

사실상 꿀이 빠진 헤어 오브 독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말이야.

 

참고로 폴 딕슨이 마신 카우보이는 이 형태의 카우보이일 가능성이 높아. 이것마저도 술맛과 크림 맛 밖에 없다보니까 심심하기 짝이 없어서 그런 말을 했겠지.

 

크림을 쓰는 칵테일은 당이 없으면 별로 좋지 않은 맛이 나거든.

 

한국에서도 메뉴판에 카우보이를 올려놓은 가게가 있는데, 여의도의 다희야.

 

다희에 대해서는 워낙 유명하니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다 알겠지?

 

이 가게에서는 사보이 북에 실려있던 카우보이를 팔고, 배가 고플 때 마시는 칵테일이라고 이야기 하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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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번에 우유가 들어간 칵테일로는 이 칵테일의 압도적 상위호환인 버번 밀크 펀치가 있지만, 나는 카우보이라는 칵테일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야.

 

사실 맛으로 먹기 보다는 감성으로 마시는 칵테일이니까.

 

바텐더를 하기 전에도 이 칵테일을 좋아해서 이걸 모르는 바텐더에게 주문한 적이 있는데, 그 바텐더는 이 칵테일을 3번이나 만들었어.

 

처음 보는 레시피인 만큼, 만들고 맛을 체크하는데 이게 맞나...? 하는 표정으로 납득이 안되다면서 말이야.

 

마시는 나도, 만드는 사람도 서로 문제가 생기는 칵테일이었지.

 

결국 내가 바텐더가 되면서, 이 칵테일을 마실만 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 했어.

 

왜냐면 카우보이를 시키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카우보이 비밥을 보고 주문하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에게 스카치로 만든 카우보이를 줄 수는 없으니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맛있는 우유를 쓰면 되는 문제였어.

 

처음에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던 서울 우유를 썼지.

 

내가 아는 맛은 이 맛이었지만, 내가 돈을 내고 먹으면 모르되 돈을 받고 팔기에는 애매한 맛.

 

그래서 우유를 파스퇴르로 바꾸고 나서야 그나마 마실만한 맛이 나왔지.

 

덕분에 잠시 나한테 카우보이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꽤나 늘었어. 나중에 듣기로는 무슨 단톡방에서 저 바텐더한테 카우보이를 주문하면 해준다, 라는 말이 돌았다나?

 

아마 예전 손님들 중에 그걸 기억하는 사람이 있던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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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카우보이 비밥을 봤거나, 봤던 사람들 중에 집에서 이걸 만들어 먹어보고 싶다면 이 우유를 쓰는 걸 추천할게.

 

파스퇴르를 한동안 쓰다가 이 우유를 알고 나서는 이걸로 갈아탔는데, 한국에서 유통되는 우유 중에서는 이게 제일 맛있는거 같더라.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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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칵테일은 프레리 오이스터야.

 

블러디 메리보다 먼저 만들어진 숙취 해소용 칵테일이지.

 

달걀 노른자, 우스터 소스, 핫 소스, 소금, 후추를 넣어서 마시는 칵테일로, 취향에 따라서 술을 부어 마시기도 하지.

 

이게 무슨 칵테일이냐! 라고 할만한 조합이지만, 그런 걸 신경쓰면 안되는 종류의 음료야.

 

1914년부터 기록에 남아있을 정도로, 숙취해소를 위한 걸로 유명한 칵테일이었으니까.

 

애니메이션에서는 스파이크가 술을 마신 다음날 이걸 만들어서 술을 넣어서 마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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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칵테일에 숙취해소의 효과는 없다고 이야기해.

 

날달걀에는 숙취의 원인 중 하나인 아세트 알데히드를 분해하는 데 도움이되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시스테인이 포함되어서 숙취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아미노산이 함유된 음식을 먹는다고 숙취가 사라진다는 증거는 없어.

 

하지만 전 세계의 숙취해소법을 보면 그냥 예전부터 내려오던 관습에 가까우니까 신경쓰지 말고 먹어도 되.

 

혹자는 노른자 위에 올려진 우스터 소스와 핫소스, 소금의 맛이 강하게 혀와 위를 자극해서 숙취를 완화시키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라고도 이야기하지.

 

 

 

 

이 칵테일의 기원은 불분명해.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 유행했다는 걸로 알려져 있지.

 

개인적으로는 만화 <바텐더>에 나왔던 에피소드에 나온 설명을 좋아하는 편이야.

 

 

서부개척시대에 서부를 유랑하더 카우보이들 중 한 명이 무법자를 만나서 죽어가는 도중에, 죽기 전에 뭔가 먹고 싶은게 있냐고 물어보자 굴이 먹고 싶다고 해서 궁여지책으로 굴 같은 식감을 가진 노른자에 서양에서 굴을 먹는 방법인 우스터소스에 핫소스를 뿌려서 줬다는 이야기지.

 

물론 서부 한복판에서 굴을 못 구하는 건 이해하지만, 유랑하는 놈들이 우스터 소스에 핫 소스를 들고 다녔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제껴두고, 낭만 있잖아.

 

 

 

 

 

 

참고로 만들어 먹어보면 호불호가 좀 씨게 갈릴거야.

 

차라리 한국식으로 달갈 노른자에 소금이랑 후추, 참기름 좀 쳐서 먹으라고.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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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댓글

18 일 전

깁미어 드링크 발텐더

0
18 일 전

위스키도 좋아하고 우유도 좋아하는데 둘을 섞은 칵테일이 있다고??

0
@니글니글

잘못 섞으면 에드워드오빠... 같은게 되어버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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