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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레시피는 아무도 모르는 칵테일 싱가포르 슬링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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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개붕이들아.

 

오늘 할 술 이야기는 싱가포르 슬링에 대한 이야기고, 다음에 할 건 이번에 잘 만들었지만 안타깝게 망한 칵테일의 대한 이야기를 할거야.

 

싱가포르 슬링에 대해서 써달라고 한 개붕이는 잘 찾아서 봐보렴.

 

그럼 이 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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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슬링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슬링이라는 게 무엇인지 부터 알아야겠지?

 

슬링(Sling)은 빠르게 삼키다 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 슬링겐(schlingen)에서 유래한 단어야.

 

1759년부터 만들어진 스타일로, 증류주에 설탕과 물을 넣어서 마시는 칵테일이었어.

 

당시의 술의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도수가 높은 술에 부담을 가진 사람들이 물을 타면서 맛을 내기 위해서 설탕을 넣으면서 생긴 칵테일이지.

 

높은 도수의 술을 빠르게 쉽게 마실 수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유추돼.

 

기록등을 보면 여기에 육두구 같은 향신료를 넣어서 향을 잡거나, 레몬주스등을 넣기도 했지.

 

이 스타일은 이후 현대에 와서는 소다, 주스등을 이용하는 스타일로 변화하는데, 그 와중에 탄생한 칵테일이 바로 싱가포르 슬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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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슬링은 처음에는 진 슬링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됐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1899년과 1915년 사이에 탄생했다고 해.

 

당시에 이 칵테일은 싱가포르 레플스 호텔의 롱 바에서 만들어진 하우스 칵테일이야, 진 슬링이었지만 자신들의 방식으로 만든거지.

 

만든 사람은 응이암 통 분(Ngiam Tong Boon)이라는 바텐더라고 해.

 

당시 싱가포르는 인도와 동남아, 동아시아를 이어주는 무역 허브로, 대영제국의 산하에 있었던 곳이야.

 

그래 또 영국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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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라는 도시를 최초로 만든 사람은 토마스 스템퍼드 레플스(Thomas Stamford Bingley Raffles)라는 영국인이야.

 

네덜란드령 동인도 제도의 총독이었으며, 벤쿨렌 부지사였던 사람이지.

 

역사적으로 보면 참 파란만장한 사람인데, 영국령이었던 자메이카로 가는 배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라는데, 어린 시절에는 꽤나 가난했다고 해.

 

14살의 나이로 동인도 회사에 취직했는데, 사실 그 시절 동인도 회사는 길가던 부랑자면 일단 잡아서 취직시킬 정도로 막장인 회사였기 때문에 쉽게 취직이 가능했지.

 

하지만 유능했던 그는 금세 출세했고, 나폴레옹이 집권한 프랑스가 네덜란드를 먹으면서 말레이시아 지역 전쟁에 참여했고, 그 공을 인정받아서 네덜란드령 동인도제도 부총독으로 승진했지.

 

그후 말레이시아 자바섬에서 주로 있었던 그는 나중에 귀국한 후 자바섬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그 학술적 가치로 기사 작위를 서훈받아.

 

이 사람의 이름은 몰라도, 이 사람의 이름을 딴 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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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라플레시아(Rafflesia)야.

 

이 사람이 발견한 건 아니지만, 조사단을 파견했고 발견자가 요절하면서 레플스가 발표를 했고 그로 인해서 그의 이름을 딴 꽃이 되었지.

 

그 이전에도 루이스 데상이라는 사람이 발견했지만, 제대로 표본을 찾아낸 건 레플스가 파견했던 조셉 아놀드라는 군의관이었어.

 

그래서 이 꽃의 학명은 Rafflesia arnoldii야. 레플스와 아놀드의 이름을 합친 꽃이지.

 

 

 

 

 

 

 

뭐 이야기가 많이 엇나갔는데, 이후 여차저차 싱아푸라(Singapura) 라는 섬에 도착해서 도시를 일궈내는 데, 거기가 바로 지금의 싱가포르지.

 

당시에는 인구 150명 따리의 딱히 신경도 안쓰던 섬이었지만, 위치적으로 완벽한 허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입지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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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성장한 도시에 아르메니아 호텔리어들이 그의 이름을 기리면서 럭셔리 호텔을 지었는데, 거기가 바로 지금의 레플스 호텔이지.

 

럭셔리한 호텔인 만큼, 그 당시의 최신 트렌드였던 바 역시 신경을 써서 만들었고 그게 바로 롱 바(Long Bar)라는 이름이 붙여진, 싱가포르 슬링을 만든 바가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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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이암 통 분은 그 당시 레플스 호텔의 바텐더였고, 당시 싱가포르에서는 여성은 외출 시에 술을 마실 수 없다는 관습이 있었어.

 

그래서 몰래 마셔도 괜찮도록 붉은색의 과일주스 같은 비쥬얼을 한 칵테일을 만드는데, 그게 바로 싱가포르 슬링이었다는 거지.

 

이후 이 칵테일은 레플스 호텔에서 마셔봐야할 음료로 유명해지고, 동아시아로 가는 허브였던 싱가포르의 가장 럭셔리한 호텔이었던 레플스 호텔에 방문한 수많은 유명인들이 찾아 마시는 칵테일이 됐어.

 

1900년대 초,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소설가이자 가장 수입이 많은 작가였던 서머싯 몸은 이 칵테일을 마시면서

 

이곳은 엑조틱한 동양의 모든 우화들을 상징한다.(Stands for all the fables of the Exotic East) 라는 말을 남겼지.

 

 

 

 

 

 

 

문제는 여기서 1915년, 응이암 통 분이 사망하면서 레시피를 유실했다는 거야.

 

호텔을 상징하는 칵테일이었던 만큼, 그 칵테일의 레시피를 본인만 알고 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아무도 그 레시피를 아는 사람이 없어진거지.

 

당시 레플스 호텔은 이 칵테일을 레시피를 찾기 위해서 동료들에게 물어봤지만,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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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누군가 싱가포르 슬링의 레시피를 받았던 레플스 호텔의 냅킨을 공개했는데, 이것도 그가 죽은 지 20년이 지나서 씌여진 거라서 신빙성이 없지.

 

저 레시피는 스트레이츠 슬링(Straits Sling)이라는 레시피와도 유사했고, 그로 인해서 지금도 이 칵테일의 진짜 레시피를 아무도 모르고 있어.

 

결국 사람들은 진짜 싱가포르 슬링의 레시피를 모른채 칵테일을 만들었지.

 

그 중에 유명한 건 영국 사보이 호텔 스타일의 싱가포르 슬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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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체리 브랜디, 레몬 그리고 탄산수가 들어가는 레시피로 아마도 당시 사보이 호텔에서 이 칵테일을 요구 받자 레시피를 모르니까 만들어낸 궁여지책이 아니었을까 생각되지만, 이 칵테일도 나름대로 인기가 있었고 사보이 칵테일 북에 정식으로 등재가 되었지.

 

한국에서 연세가 있는 분들이 기억하는 싱가포르 슬링은 저 스타일에 가까울 거야.

 

이후에 싱가포르 슬링이 롱 바에 다시 돌아왔는데, 위에 있는 쪽지의 레시피를 기반으로 휴양지에 어울리는 트로피컬한 칵테일로 모습이 변한 뒤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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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이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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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알려져 있는 싱가포르 슬링 레플스 스타일의 레시피야.

 

정말로 많은 재료들이 들어가는 전형적인 티키 스타일의 트로피칼 칵테일이지.

 

칵테일 역사학자 데이비드 원더리치는 저 레시피를 임포스터라면서 싫어했어.

 

원래의 레시피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더 이상 "슬링"이라고 부를 수 없는 칵테일이라고 말이야.

 

오히려 스트레이츠 슬링이 원형이 가까울 것이라고 주장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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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주장들과는 상관 없이, 여전히 싱가포르 슬링은 레플스 호텔 롱 바의 주력 메뉴야.

 

위에 보이는 기본 안주인 껍질채로 있는 땅콩과 함께, 이 칵테일은 이제 바텐더들이 직접만들지도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탭에서 뽑아서 나오는 칵테일이 되었지.

 

싱가포르에서 가장 역사적으로 오래되고 유명한 이 곳에서는 매일 800~1200개의 싱가폴 슬링이 나가는 만큼, 하나하나 만들고 있을 수 가 없는거지.

 

참고로 롱 바의 매출의 70%는 싱가폴 슬링에서 나온다고 하며, 연간 매출 규모는 1500만 싱가포르 달러(대충 15억 정도 라는 군.)

 

뭐 정확한 건 아니겠지만, 당시에 취재했던 기자에 따르면 2시간 사이에 싱가포르 슬링만 15000 싱가포르 달러 정도가 팔렸고, 이를 연간 규모로 환산하면 저정도로 팔린다고 본다는 군.

 

말 그대로 매출을 책임지고 있는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어.

 

 

 

 

 

 

 

 

마지막으로, 데이비드 원더리치가 주장하는 원래 스타일의 싱가포르 슬링을 소개할게.

 

The Original Singapore Sling (1890s)

Combine in tall collins glass:

• 1 oz Tanqueray gin

• 1 oz Bols cherry brandy or Heering cherry liqueur

• 1 oz Bénédictine (optional)

• 1 oz fresh-squeezed lime juice

Add ice, fill with chilled club soda, and hit with three dashes Angostura bitters.

 

물론 이게 오리지널인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사보이 스타일의 싱가폴 슬링에 가까운 레시피지.

 

이제 "진짜" 싱가포르 슬링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어. 다만 많은 사람들이 레플스 스타일이 진짜라고 생각하고 있지.

 

뭐 어찌됐건, 현재 싱가포르 슬링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레시피니까 말이야.

 

진짜 레시피를 알려면 죽은 응이암 통 분이 되돌아와야 하지 않을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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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댓글

22 일 전

한 번 마셔보고싶네~

0
22 일 전

참 손 많이가는데 만들면 불평 없는 맛

0

싱가폴슬링 덕분에 조주기능사 한 문제 더 맞았다 개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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