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영국 일간지의 증언이다.

「드디어 검사의 사진설명이 끝나고 안중근에게 말할 기회가 주어지자 그의 입에서는 즉시 애국적 열변이 터져 나왔다. 법정의 분위기나 사정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그와 같은 그의 발언이 청중들에게 과연 어떤 효과를 가져 올 것인가에 대하여는 아랑곳없이, 그는 어떻게 한국이 그동안 일본에 의하여 억압을 받았으며, 그 억압의 주인공이 바로 이토 공작이라고 열변을 토하였다. 

“이토 공작이 있는 한 나의 조국은 영구히 멸망할 것이오. 이것은 나의 의견일 뿐만 아니라 내가 만나본 한국인 모두의 의견이며, 심지어 한국의 농부와 시골에 사는 사람들의 의견이오.”

신기한 사실은 이들 가운데 아무도 정작 일본인들 전체를 비난하거나 일본인들이 자기 나라의 국토를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분노를 터뜨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불행이 이토 때문이고, 이토 공작의 음모요, 이토 공작의 책략 이요, 이토 공작의 야심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누가 이 불화를 가져왔는가? 이토. 일본인들에 대한 봉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토. 한국이 일본 천황에게 보낸 국서를 중간에서 가로챈 사람이 누구인가? 이토. 안중근 씨의 주장을 경청하다 보면 이토 히로부미야말로 한국의 자유를 말살한 무자비한 독재자일뿐이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판사가 지금까지 이런 종류의 재판에서 선례가 없는 아주 이상한 행동을 하였다. 그것은 일반 일본인들이 이 범죄자에 대하여 느끼고 있는 대단한 존경심을 역으로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였다.」

찰스 모리어, “일본식의 한 ‘유명한 재판사건’: 이토 공작 살해범 재판

참관기 (영국의 The Graphic지 4월 16일자 기사), 오일환, 「제2장 안중근의 평화사상의 내용과 의미」, 『민족사상』 6(2), 2012, 56~57

안중근 의사는 이토를 일제가 한국을 침략하게 된 원츙이며 불행의 근원이라며 증오심을 드러냈다. 반면 일반 일본인들에 대해서는 전혀 그러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법정 방청객인 일반 일본인들도 안중근 의사에게 존경심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오일환, 「제2장 안중근의 평화사상의 내용과 의미」, 『민족사상』 6(2), 2012, 56~57)

실제로 안중근 의사는 일본의 지도층과 일반 일본인을 분리했다. 일반 일본인(인민) 사이의 차이는 지도층의 자세에 따라 달린 것으로 판단했고, 한국에 건너온 일본의 상인 농민 군인 야소교 전도사들은 이토의 선전에 속은 것이라 인식했으며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이토 등 일본 지도층의 정책으로 일어난 것이며 일본의 젊은 청년들은 일본 지도층 탓에 생명을 잃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안중근 의사는 일본인이라도 양민은 살해하여 서로 감정을 해치는 행동은 절대 하지 말라고 부하 의병들에게 지시하기도 하였다.(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안중근과 동얄평화론』, 채륜, 2010, 96~97쪽)

안중근 의사의 이런 모습은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다르게 보이게하고 한인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인식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