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우주선, 스압, 데이터, 브금] Apollo Program 번외편.1 - 소련의 달 탐사를 알아보자 1


우선 브금은 소련 우주군의 군가인 '나는 믿는다 친구들아' 라는 곡이야.




아폴로 이야기만 몇 달째 끌기보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적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이번에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할까 해.

예고도 하기는 했지만 말이야.





들어가며


소련의 유인 달 탐사를 이야기 할 때, 많은 이들은 이렇게 이야기 해.


"소련의 공업기술이 미국에 비해 후달려서, 새턴 V급의 로켓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 말은 반만 맞아.


소련의 공업 기술이 미국에 비해 후달리는건 맞아.


하지만 그것 때문에 새턴 V급의 로켓을 만들지 못한건 아니야.


왜 그런지 이제 이야기할까 해






지난번 스푸트니크에 대해 썰을 풀 때, 이야기한 한 인물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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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 오른쪽 인물이 코룔로프, 왼쪽은 유리 가가린


세르게이 코룔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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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계 최초의 ICBM인 R-7 세묘르카 로켓을 만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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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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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유인우주선인 보스토크 우주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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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다인승 우주선인 보스호드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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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우주유영에 성공시킨 보스호드 2호 등등


우주개발의 거대한 족적을 남긴 위인이야.




그는 미국의 베르너 폰 브라운처럼 우주여행의 꿈을 지니고 있었던 사람이었어.

그리고 그의 꿈은 그의 손에서 점점 실현될 것처럼 보이고 있었지.




미국이 아폴로 계획을 발표했을 때,

소련 정치국에서도 이에 자극을 받아서 달탐사를 계획하게 돼.



소련 정치국의 계획을 접수한 코룔로프는 

전에 내가 아폴로 우주선에 대해서 이야기 했던 모든 요구사항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지.


우주선, 우주복, 우주인, 달로 가는 방법 등등… 

그렇지만 가장 큰 문제는 로켓이었어.


소련의 로켓들이 강력하다해도, 사람을 싣고 달로 가는건 아주 어려운 일이었어.

그래서 새로운 로켓이 필요하게 되었지.




하지만 코룔로프에게는 문제가 있었어.


우선 첫 번째는 로켓 부스터 문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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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한 인물을 소개하자면,

발렌틴 글루슈코라는 인물이야.

그는 OKB-456(현재는 세계 최대의 로켓엔진제작사인 에네르고마쉬)을 이끄는 인물이었고,

소련 안에서 로켓 엔진 설계에 독보적인 존재였어.

그가 설계한 RD-107, RD-108엔진은 아직도 쓰이는 로켓 엔진의 완전체야.




RD-270.jpg


처음 코룔로프가 달탐사를 위한 로켓을 구상할 때,

글루슈코는 자신이 개발 중인 최신 엔진인 RD-270이라는 엔진을 그 로켓의 부스터로 쓰기를 제안했어.

RD-270은 카탈로그 스펙으로는 미국의 새턴 V의 1단 로켓에 들어가는 F-1과 맞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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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턴V에 사용된 F-1엔진과 RD-270 그리고 프로톤 로켓에 사용된 RD-253로켓의 크기 비교 스케치





하지만 코룔로프는 글루슈코의 제안을 거절했어.

아니… 격렬하게 반대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몰라.



왜 코룔로프가 글루슈코의 제안을 거절했을까? 



문제는 연료였어. 



UDMH.jpg


당시 RD-270이 사용하는 연료는 비대칭디메틸하이드라진(이하 UDMH)이었고, 산화제로 사산화이질소(N2O4)를 사용했어.


UDMH 연료는 추력도 괜찮았고,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연료였어. 게다가 별도의 작용 없이 산화제와 섞이면 자동으로 점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지.


하지만 부식성이 심했고, 암을 유발시킬 수 있는 극도로 유독한 물질이었어.

그래서 코룔로프는 이 연료를 Venom's Poison, 즉 악마의 독이라고 불렀어.



하지만 글루슈코는 이 악마의 독을 연료로 사용하는 로켓 엔진을 개발하고 있었지.

왜 그랬냐면… 아까 UDMH의 장점으로 언급한 장기보관과 자동점화를 절실히 필요로하는 로켓이 있었기 때문이야.


바로 소련의 전략로켓군이 사용하는 각종 탄도탄들이 그가 만든 로켓엔진으로 추진했기 때문이야.


만약에 핵미사일을 발사한다고 할 때, 어느 세월에 연료를 로켓에 집어넣고, 점화시키기 위한 각종 시퀀스를 작동시켜야 할까?

그냥 준비하고 있다가 발사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발사할 수 있어야 생존성도 높아지고, 선빵도 갈길 수 있는거지.




갤럭시3.jpg


여담으로 북쪽의 유사국가가 은하 3호니 하는 로켓을 쏴 올렸을 때, 

전 세계가 저 로켓 기술이 탄도미사일 기술로 전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 이유가 여기에 있어.

현재 은하3호의 연료가 이 UDMH로 추정되고 있고, 

실제로 구소련 및 중국의 탄도탄들이 UDMH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거든. 



어쨌든 핵탄두를 싣고 날아갈 때는 유독성이니 그런거 신경 안쓰고 만들 수 있겠지만,

사람이 타고 날아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 코룔로프는,

글루슈코의 RD-270 엔진을 자신의 N-1로켓에 탑재하는 것을 반대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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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스푸트니크 발사 50주년을 기념하여 발매한 우표, 왼쪽이 코룔로프, 오른쪽이 글루슈코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고, 코룔로프는 글루슈코를 그렇게 신뢰하지 않은게 가장 컸어.


코룔로프는 스탈린의 대숙청 시기에 밀고로 인해서 굴라그에 수감되었어.

굴라그로 끌려간 코룔로프는 신장병을 얻고, 턱뼈가 으스러지는 등의 중상을 입고, 설상가상으로 이혼까지 당해야 했지.


그런데 그를 밀고한 사람이 글루슈코였던거야.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굴라그에서 나오게 된 이유도 글루슈코 때문이었는데,

당시 소련의 로켓기술 책임자였던 글루슈코는 나치의 V2로켓을 분석할 수 있는 인물이 

코룔로프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를 복권시켜야한다고 주장했었어.

물론 그 주장을 받아들여서 코룔로프는 굴라그에서 나오게 되었지.



어쨌든 처음에 R-7을 만들때, 코룔로프는 글루슈코와 협력해서 세계 최초 타이틀 제조기인 R-7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지만,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이가 된거야.

(만일 코룔로프가 글루슈코와 협력했다면, 세계 최초로 달을 밟은 인물이 닐 암스트롱 대신 유리 가가린이었을지도 모르지)


이게 첫 번쨰 이유야.





두 번째 이유로는 코룔로프 말고도 소련에 로켓 개발 경쟁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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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첼로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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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얀겔 



이 둘도 코룔로프와 맞먹는 로켓 개발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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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로켓 패밀리들, 일부는 실제로 배치된 것도 있지만 페이퍼플랜도 많아.



당시 코룔로프가 N-1을 개발할 때, 블라디미르 첼로메이는 Universal Rocket 즉 통합로켓을 계획하고 있었어.

비슷한 기술을 적용시켜서,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다수의 로켓 군들을 부르는 말로,

밀덕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나치 독일의 E전차 계획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돼.



어쨌든 UR-100, UR-200, UR-500 등의 다양한 로켓군을 준비한 첼로메이는 소련군부를 설득했고,

우주 개발을 독점하고 있던 코룔로프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데 성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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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물건이 바로 프로톤 로켓이야.

원래는 차르봄바를 탑재한 ICBM으로 계획한 UR-500을 개량한 로켓인데,

약 23톤의 페이로드를 싣고 지구 제궤도로 보낼 수 있는 강력한 로켓이었어.


근데 이 로켓의 엔진은 앞서 언급한 글루슈코가 개발한 UDMH를 연료로 한 로켓이었지.

코룔로프가 거부한 엔진을 첼로메이는 받아들였던 거야.



이 프로톤 로켓을 이용해서 존드 5호와 6호를 달 궤도를 주회하는데 성공시키면서

가뜩이나 제한적인 소련의 달 탐사 예산을 깎아먹는 결과를 낳게 되었지.




미하일 얀겔도 슬슬 소련의 우주 개발에 발을 들이려고 하고 있었어.

그는 원래 코룔로프의 조수였지만, 그도 유능한 로켓 개발자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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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R-16이라는 로켓(NATO코드 SS-7 Saddler)을 개발하고 있었어.


1960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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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전략로켓군 사령관이었던 미트로판 네델린 장군이 참관한 가운데

R-16로켓의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었어.


소련의 혁명기념일에 맞춰서 로켓을 발사하길 원했던 네델린 장군은 직접 시험발사를 지휘했지.

(높으신 분 치고 로켓기술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고 해)

일정은 촉박했기에 그들은 며칠 째 밤을 새가면서 발사를 준비하고 있었지.


시간에 쫓기던 그들은 안전절차를 무시해가면서 무리하게 발사를 서두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로켓에 주입해놓은 연료가 폭발하게 돼.(연료는 UDMH에 산화제로 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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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현장 근처에서 시험발사 준비를 지휘하던 네델린 장군 이하 소련의 로켓 엔지니어와 군인 200여명이 폭발에 휘말리게 돼.


이 사건은 철저하게 은폐되었다가 소련이 붕괴한 이후에야 세상에 드러나게 된 네델린 참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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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미하일 얀겔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잠깐 기술자들과 회의 겸 흡연을 위해서 좀 멀리 나갔기 때문에 폭발에서 살아남게 돼.

하지만 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 현장에 달려온 당시 서기장이었던 흐루쇼프는 얀겔에게 왜 살아있냐고 일갈했다고 해.

훗날 브레즈네프 서기장은 사고 책임자들은 이미 폭발로 숨졌기 때문에 더 이상의 처벌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사고 생존자들의 처벌을 막기도 했어.



그래도 이 사건으로 소련의 고참급 엔지니어들이 목숨을 잃고 미하일 얀겔은 우주 개발 사업에는 진출할 기회를 날리게 돼.

더욱이 미트로판 네델린 장군은 코룔로프의 큰 후원자였는데, 코룔로프는 그를 잃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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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은 R-36, 나토코드 SS-18 사탄


여담으로 미하일 얀겔은 그 다음 해인 1961년에 R-16의 발사에 성공하게 되고,

훗날 세계 최대의 ICBM인 R-36(NATO 코드 SS-18 Satan)을 개발하게 돼.



이게 두 번째 이유야.




세 번째 이유는 소련 정치국 그 자체에 있었어.

소련 정치국은 그저 미국에게 이기기만 원했지, 코룔로프가 생각한 우주 개발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어.


소련이 달에 가고자 한 것은

미국이 하니까 + 코룔로프의 주장 이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어.


그래서 코룔로프가 달 탐사를 위해서는 자신이 개발하는 N-1로켓이 단지 우주 개발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군용으로도 쓰일 수 있다고 선전해야만 했지.


하지만 소련 정치국은 그렇게 열광적으로 코룔로프를 지원하지 않았어.


이는 소련이 달 탐사에 필요한 예산 책정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있어.

당시 소련은 4억 5천만 달러를 달 탐사에 사용했는데, 

이에 비해 미국은 24억 달러를 달 탐사에 사용했다고 해. 이는 미국 GNP의 4%에 달했다고 하니…


정치국이 이랬으니 코룔로프는 죽을 맛이었겠지.

게다가 앞서 언급한 블라디미르 첼로메이가 슬슬 자신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으니 코룔로프는 더 자신을 혹사시켜야만 했지.


또한 첼로메이는 상당히 유능한 인물이었고, 그가 달탐사 예산을 갉아먹고 있었어.

비리나 그런걸로 아니라 워낙 잘 해서 코룔로프에게 돌아갈 몫을 첼로메이가 빼앗아 간 것이 맞는 표현이겠지.



이게 세번째 이유야.




네 번째 이유는 첫 번째 이유로 돌아가서

N-1로켓의 개발 난항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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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글루슈코와의 불화로 인해서 로켓 부스터를 얻는데 실패한 코룔로프는 새로운 엔진을 찾아야만 했어.



그래서 찾은 인물은 니콜라이 쿠즈네쵸프야.

그는 OKB-276(현재 JSC 쿠즈네쵸프)을 이끌고 있는 인물로서, 항공기 엔진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이었어.


그의 엔진은 Tu-22M 백파이어, Tu-95 베어, Tu-160 블랙잭 등등 다수의 항공기에 사용되었지.


하지만 로켓 엔진에 대해서는 큰 경험이 없었던 그에게 코룔로프가 찾아온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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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룔로프의 제안을 받아들인 쿠즈네쵸프는 NK-33이라는 엔진을 만들게 돼.


이 엔진을 24개 엮어서 N-1은 이론상으로 50톤의 페이로드를 싣고 지구 저궤도를 돌 수 있게 되었지.


근데 말이야… 24개 엔진을 엮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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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즈 로켓이긴 한데… R-7과 동일해. 뒤의 붉은 부분이 엔진이야.


물론 옛날에 코룔로프는 R-7을 같은 방식으로 엮었기 때문에 가능 할 것이라고 보았어.


하지만 그 N-1은 실패했어. 생각보다 추력이 나오질 않았기 때문이야.


그래서 엔진을 30개로 늘렸지. 그러나 이는 엔진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어.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엔진을 하나처럼 동기화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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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1 로켓의 단면도.


그렇지만 이거말고 다른 대안이 없었던 코룔로프에게 있어서는 30개의 엔진을 동기화 시키는 기술에 매달려야 했지.

(글루슈코는 코룔로프가 원한 케로신 계열의 엔진의 개발을 거부했고, 코룔로프는 글루슈코가 제안한 UDMH 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을 거부했으니까 말이야)


이렇게 코룔로프는 자신을 심하게 혹사시켜가면서 로켓과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었지.




하지만 코룔로프는 점점 몸이 망가져가고 있었지.

그의 주치의가 휴식을 권했지만, 이를 빌미로 자신의 라이벌들이 자신을 밀어낼까봐 두려워했기에 더 혹사시켜야만 했지.


1966년 1월 6일.


코룔로프는 자신의 직장에 난 종양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받아야 했어.


하지만 마취를 하고 수술을 했지만, 마취에서 깨어나질 못했어. 장시간 계속 된 과로로 약해진 그의 심장이 버티지를 못한거야.

설상가상으로 개복을 했더니 커다란 암덩어리가 발견되었어. 이를 제거하느라고 대 수술이 벌여졌지.


또한 의료진은 삽관법을 통한 인공호흡을 시도했으나, 예전에 굴라그에서 으스러진 턱뼈 때문에 이도 불가능했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가게 된 코룔로프는 이제 더 이상 우주에 대한 꿈을 꿀 수 없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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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1월 16일 소련 공산당의 기관지 프라우다에 코룔로프의 부고 기사가 쓰여지면서 그는 세상에 나오게 되었어.


사실 옛날에 R-7이 발사에 성공한 이후에 그의 신분은 철저한 국가 기밀로 감춰졌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그가 이룩한 모든 위업들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지 못했었어. 단지 수석설계자라는 직함만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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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죽음으로 인해서 그는 세상에 알려지게 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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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룔로프의 사후에 그의 보좌관이였던 바실리 미신이 OKB-1을 이끌게 되었는데,

미신에게는 코룔로프가 가진 카리스마나 영향력, 정치력이 부족했었어.


거기에다가 OKB-1은 미국보다 먼저 달착륙을 시켜야하는 임무가 아직도 지워져 있었지.

적은 예산과 아직 고쳐야 할 점이 많은 N-1로켓을 가지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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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엔진 자체에는 큰 문제점이 없었어. NK-33엔진은 당시의 그 어떤 엔진보다도 추중비가 우수한 엔진이었거든.

하지만 NK-33엔진을 싣고 오는데 발생하는 진동이 엔진에 영향을 주고, 이는 엔진의 밸런스에 큰 영향을 미치게 돼.

처음 공장에서는 거의 동일한 엔진이라 할 지라도, 밸런스가 깨지게 되면 잘못될 수 있어.


또한 앞서 언급한대로 30개의 엔진을 한번에 동기화 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

게다가 엔진 하나도 진동이 상당한데, 30개나 되는 엔진이 동시에 진동을 일으키게 되면 그 파급효과는 굉장했지.


그래서 코룔로프는 30개의 엔진을 1쌍씩 묶어서,

하나의 엔진이 문제가 생기면 다른 하나도 꺼버리고,

나머지 엔진에 추력을 증가시키는 시스템을 개발했어.


그래도 N-1로켓의 신뢰도는 영 좋지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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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스템을 바탕으로 미신이 이끄는 OKB-1은 N-1로켓을 개량해나가.

하지만 N-1은 연거푸 실패하게 돼.



소련 정치국과 코룔로프의 라이벌들은 계속 실패하고 있던 바실리 미신을 끌어내게 돼.

그리고 그 와중에 미국은 이미 달 탐사에 성공하게 되고.


1974년 OKB-1의 수석설계자 자리에 글루슈코가 임명되고 나서, 글루슈코는 N-1 프로그램과 모든 하드웨어를 파괴할 것을 지시해.


그래서 남은 것은 NK-33 엔진 다수와 1기의 N-1로켓 뿐이었어.



소련은 유인 달 착륙을 이렇게 포기했지만, 무인 달탐사는 이야기가 좀 달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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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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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10호



소련은 이미 달에 탐사선을 연착륙시키는데 성공시켰고, 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도 성공시켰어.


1969년. 아폴로 11호 우주선이 발사되기 며칠 전에 소련은 루나 15호를 준비시키지.




Luna-15.jpg


이 루나 15호는 달에 연착륙 한 뒤에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다시 돌아오는 탐사선이었어.

만일 아폴로 11호보다 먼저 달에 도착해서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돌아온다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어느정도 엿먹일 수 있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지.



루나 15호 이야기는 아폴로 11호 이야기 할 때 같이 다루기로 하고…


소련 유인 달탐사의 부산물인 소유즈 우주선은 다음 번외편에 다루기로 할게…

(귀찮아서 그런거 아냐… 내용이 너무 많아서 그래)


그럼 다음 화에 계속…






뱀발 1


소련이 붕괴된 이후에도

NK-33엔진은 창고 한 켠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어.


하지만 이 엔진은 다시 발굴되었고, 상당히 우수한 기계적 성능에 주목하게 되었어.

그래서 미국의 키슬러 에어로스페이스 사에서 대량으로 사가서 새로운 로켓을 개발하려 했지.

하지만 키슬러 에어로스페이스 사는 재정문제로 파산하게 되었고,

그 엔진들은 다시 미국의 오비털사이언스 사로 넘어가서 안타레스 로켓에 쓰이게 되었지.



뱀발 2


글루슈코는 절대 만들지 않을 것 같았던 케로신-액체산소 계열의 부스터를 하나 만들게 되었으니…

그 엔진은 역대 엔진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알려진 RD-170엔진이었어.


이 엔진을 이용한 로켓은 소련 역사상 가장 강력한 로켓이었던 에네르기아에 사용되었고,

파생 모델이 나로호에도 사용되었고, 

미국의 아틀라스V 로켓에 사용되고 있어.

미국의 록히드 마틴에서는 이 엔진을 가장 완벽한 물건이라고 부르고 있으니…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지 뭐…

4개의 댓글

2016.05.08
글쓰느라 고생이 많다 다음에도 좋은글 부탁한다~
0
2016.05.09
오 재밌다.이런거 좋아한다
0
2016.05.09
소련의 로스트테크놀로지 ㄷㄷ해..
0
글루슈코 이 새끼 이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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