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심심풀이 형이상학 - 3차원론자들의 파라독스에 대한 대응

찰흙과 조각상 파라독스 - http://www.dogdrip.net/47535536

파라독스 뒷이야기, 4차원론  - http://www.dogdrip.net/47571254


형이상학(形而上學) - 이 세계가 도대체 뭔지에 대한 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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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독스가 3차원을 부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었지. 이번에는 3차원론자들의 파라독스에 대한 대응을 설명할 계획임.


3차원론자는 3가지의 방법 (대강 기억하기로)으로 파라독스에 대응할 수 있어:


1. 석상이 찰흙의 속성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서브 - 본질이 물체를 형성하고, 그 외의 모든 것은 속성이다.

2. 찰흙이 어느 순간부터는 석상이 된다.

3. "물체"의 정의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뭐?


1. 에 대해 설명하자면,


3차원론자: 석상이나 찰흙이나 결국에는 같은 물체라고 주장하는 것이 요점이다. 그냥 석상이라는 물체가 찰흙이라는 속성을 가진 것이라고 하면 되지 않는가?


반박: 간단한 대응이지만, 문제가 하나 생김. 그런 식으로 풀어나가면 찰흙이라는 물체가 석상이라는 속성을 가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어느 것이 물체이고 어느 것이 속성인지 정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자기 함정에 빠진 꼴이 됨. 


3차원론자: 왜 꼭 그딴 식으로 반박해야 하냐? 그냥 말장난 아님?


반박: 말장난이라고 간단하게 넘어갈 수 없는 부분임. 물체와 속성의 관계를 서로가 동등한 위치를 갖는 그런 관계가 아님. 물체가 속성을 "갖는" 관계이지, 속성이 관계를 가질 수는 없으니까. 한 물체가 형태를 변화한다고 해서 어느게 물체이고 어느게 속성인지, 이게 헷갈려질 정도로 미숙하게 물체-속성이 정의되어 있다면 그 정의를 파기하고 새로운 정의를 찾는 것이 나음.


((((((((


뭐, 위의 반박이 일리가 있다고 받아들이더라도 그렇게 간단하게 무시당하는 주장은 아님.


고대부터 근대시대 형이상학까지 끝없이 등장하는 "본질" (substance - 영어로는 알겠는데 한글로 뭔지 모르겠다, 틀리면 지적하셈)이라는 개념이 있음. 본질이란, 물체가 물체가 되게 하는, 결정적 요소 정도로 보면 됨. 본질이 물체를 형성하는 것이고, 그 다른 모든 것은 속성이다.


예) 데카르트의 본질 - 내 앞에 왁스가 있다 (양초 만드는거). 이 왁스는 특정한 색깔, 하얀색, 을 갖고 있고, 특정한 냄새, 그 머시기한 냄새, 를 갖고 있다. 이 왁스를 녹이면 흐물흐물해지고, 투명해지며, 냄새가 바뀐다. 하지만 두 물체는 틀림없이 같다고 내가 알고 있다. 왜냐 하면 본질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얻는 결론은 물체를 형성하는 본질은 육체의 감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후략)

     스피노자의 본질 - 본질은 영구히 변하지 않는 것이고, 본질은 모든 속성의 근원이다. 본질은 모든 것에 깃들어 있다. (영구히 변하지 않는 물체를 본 적이 있는가? 아   마 없을 것이다. 본질은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질은 그러므로 신이다. -- 스피노자의 주장을 정확히 다 알고 있지는 않음, "본질"의 개념을 돕기 위해 대충 부가설명한거니까 잘 가려서 받아들이셈.


"본질"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찰흙과 석상은 문제의 물체의 속성임. 이러면 간단하게 해결됨. 하지만 본질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여부는... 독자의 판단에 맡김.


)))))))))))


2. 


2번 주장은 1번 주장과 비슷한 맥락으로, 결국에는 같은 물체라고 주장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3차원론자: 찰흙이 조각상의 형태로 점차적으로 깎여나가고 있었다. 이 "깎여나가는" 동작은 지속적인 것이였다. 이 지속적인 동작 도중에 언젠가는 "저건 찰흙덩어리네"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저건 조각상이네" 라고 바뀌는 순간이 있다. 찰흙이 조각상으로 변하는 것이다.


제일 무난한 주장, 단 한가지의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찰흙이 조각상으로 변한다고 할 수 있는가의 자잘한 문제임. 큰 문제라면 큰 문제지만, 난 개인적으로 신경쓰기 귀찮음.


3. 


3은 다음과 같은 물체의 정의에 대한 주장에 의해 뒷받침된다.


물체는 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가장 작은 "입자"이다. 다른 모든 것은 이 "입자"의 집합체이다.


이건 니힐리즘의 주장임. 니힐리즘 = 허무주의 아니냐고 물어볼 수도 있지만 형이상학에서의 니힐리즘은 위를 가리킨다더라.

이 주장을 받아들이면 찰흙과 석상은 애초에 물체가 아니게 되버리기 때문에 겹쳐있어도 된다는 결론이 나옴. 


하지만 이 주장의 문제점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존재"라는 게 죄다 뒤엎어진다는거임. 책상이나 컴퓨터나 책이나 물병이나 지갑이나 핸드폰이나 다 존재하는 게 아냐, 그냥 여러 작은 입자들이 대강대강 모여서 만들어진 "집합체"들일 뿐이지. 집합체는 존재하는거 아니냐고? 집합체는 존재하는 물체가 특정한 형태를 갖게 될 수 있어서 우리가 그렇게나마 이름붙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단독적으로 존재한다고 단정지을 수 없어--이 이론에 따르면.


하지만 우리의 과학적 발견이랑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기도 해. 입자의 단위는 끝도 없이 작아질 수 있는 것 같이 보이니까 (끝이 있기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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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다른거 써봐야지, 내가 싫어하는거 쓰니까 귀찮아진다




9개의 댓글

2014.04.15
첫 글부터 이 글까지 열심히 봤는데 이게 제일 이해하기 쉬웠음!
재미있는 정보 감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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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나리
재밌게 읽어주다니 고마워 ㅎ
0
2014.04.15
똥의 파라독스를 적용해보자

나는 과일을 먹었다
그리고 나는 똥을 쌌다. 똥은 시원하게 나왔으며 변기 넘어 어디론가로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내가 싼 똥의 본질은 원래 과일이라고 볼 수 있는거지?
어느샌가 그 과일(본질)이 내 뱃속 어디서부턴가 똥이 되었는데 그 과정은 2번과 마찬가지로 신경쓰기 귀찮지.
3차원론자의 입장에선 결국 똥이나 과일이나 그 본질은 (과일의 본질을 따지자면 너무 길어지므로 패스) 신이다 이거지

오늘의 결론 및 깨닳음

신은 똥이고 스피노자도 똥이고 너도나도 다 똥이다
히히! 오줌발사!

사실 뭔소린지 모르겠어 그냥 오늘도 똥싸면서 읽어서 미안
0
2014.04.15
@나한테맡겨
얘 똥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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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6
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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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7
이런글 보면서 느낀는거 " 개드립에 똑똑한 애들 존나 많네 ㅎㄷㄷ"
0
2014.04.17
흠 내가 니힐리즘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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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7
흠 내가 니힐리즘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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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2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거 아님? 닭의 본질이 달걀인지 달걀의 본질이 닭인지 알수없으니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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