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모던 클래식의 현재를 제시한 칵테일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71WZy2vyb8L._AC_UF1000,1000_QL80_ (1).jpg

 

오늘 할 술 이야기는 살짝 딥한 이야기야.

 

아마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게 뭔데 씹덕아 라고 할만한 이야기지만, 칵테일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쯤 봐두면 나름 재미있을지도 몰라.

 

바로 모던 클래식이라는 칵테일의 "현재"를 제시했던 칵테일들이지.

 

어떤 의미에서는 지금부터 소개할 칵테일들은 과거에 만들었지만, 칵테일의 미래를 제시했을지도 모르는 칵테일들이야.

 

너무 많이 소개하기는 조금 그렇고, 유명한 것들 위주로 설명을 해보도록 할게.

 

 

 

 

 

 

 

 

 

 

 

 

60ed4fb4496281baa2f6f7cdaa104be5.jpg

 

 

먼저, 이야기에 앞서서 모던 클래식 칵테일이 무엇인가? 를 먼저 알아야할 필요가 있겠지.

 

칵테일은 세세하게 분류되지만, 연대별로 크게 나누자면 클래식 칵테일 - 디스코 드링크 - 모던 클래식으로 변화했다고 할 수 있어.

 

클래식 칵테일은 금주법 시대를 전후로 해서 만들어진 칵테일들로, 1950년대 이전에 만들어진 칵테일들을 이야기해.

 

칵테일에 대한 관심이 없더라도 들어봤을 가능성이 높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칵테일들이지.

 

이렇게 옛날 칵테일이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는 건 그만큼 완성도가 높고, 맛있다는 이야기야.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처럼, 클래식은 대부분의 바텐더들이 공부하고, 연습하며 익혀나가야할 가치가 있는 칵테일들이지.

 

애초에 100년 넘게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는 건, 이미 증명된 칵테일이라는 이야기니까.

 

 

 

f3c3ecb5-ede0-4226-b004-59cd8388d1b0.png

 

디스코 칵테일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미국의 디스코 시대를 풍미했던 칵테일들이야.

 

크게 보자면 80년대도 포함하는 칵테일들이지.

 

이 시기의 디스코 문화는 현재의 클럽 문화의 조상이나 마찬가지였고 이 시기에 만들어진 칵테일들은 대부분 파티 드링크의 역할을 한 것들이 많았어.

 

술을 마시고 춤을 춰야했기에 전문적인 바텐더가 아니더라도 만들기 쉽고, 달고 마시기 편한 칵테일들이 주를 이뤘지.

 

갓 파더, 롱티, 블루 하와이, 솔티독, 데킬라 선라이즈, 블랙, 그리고 화이트 러시안 같은 것들 말이야.

 

디스코의 시대는 80년대가 되자마자 빠르게 저물어 갔지만, 그 시기의 칵테일들은 여전히 인기가 많았지.

 

음악보다도 음료가 더 오래 살아남는 법이니까.

 

 

.

 

1673980859087.webp

 

모던 클래식 칵테일은 0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개념으로, 새로운 칵테일들을 이야기 한다고 할 수 있어.

 

디스코 드링크 시대의 반발로 일어났던 크래프트 칵테일 무브먼트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지.

 

모던 클래식, 컨템포러리, 르네상스 클래식등 이걸 부르는 명칭은 다양하지.

 

다만 모든 칵테일이 모던 클래식이라고 불리는 건 아니야. 이런 저런 명칭 문제 때문에, 첫번째 사진의 책을 썼던 로버트 사이먼슨은 모던 클래식 칵테일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를 내렸어.

 

 

 

1. "이 음료는 만들어진 바를 넘어, 만들어진 도시, 만들어진 국가, 그리고 아마도 전 세계의 칵테일 메뉴에 나타나야 한다."

 

2. "이 음료는 어느 곳에서든 메뉴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 만큼 대중들에게 충분히 인기가 있어야 한다..

 

3. "바텐더 커뮤니티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를 널리 알릴 가치가 있는 중요한 성과로 간주해야 한다."

 

 

 

즉, 아무나 새롭게 만든다고 모던 클래식이 되는게 아니라, 만들어진 바를 넘어서 그 도시, 그 나라, 그리고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사랑 받는 새로운 칵테일을 모던 클래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야.

 

맛, 구하기 쉬운 재료, 칵테일의 인기를 모두 종합해서 현 시대의 유행하는 칵테일들을 모던 클래식이라고 칭하는 거지.

 

 

 

 

그리고, 이런 모던 클래식이라는 개념이 있기도 전에 생겨나서 전 세계에 유행을 했던 칵테일들이자, 사실상 이 개념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계기를 줬던 칵테일들을 몇 가지 소개해볼게.

 

 

 

 

 

 

espresso-martini-feature.jpg

 

우선, 에스프레소 마티니야.

 

실제로 맨 위에 있던 책에 가장 먼저 소개되는 모던 클래식 칵테일이지.

 

이 칵테일이 있기 전에도 커피를 이용한 칵테일들은 있었고, 커피 맛이 나는 칵테일들 역시 존재했지.

 

하지만 이만큼이나 센세이션한 칵테일은 없었어.

 

보드카, 커피 리큐르, 그리고 에스프레소. 이 심플한 구성을 쉐이킹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완전히 다른 칵테일로 변했지.

 

에스프레소가 포함하고 있는 단백질과 지방산이 쉐이킹을 했을 때 서로 엉겨붙으면서 공기층을 형성하고 그로 인해서 생기는 거품이 부드러운 식감을 생성하는 이 칵테일은 커피를 좋아한다면 알만한 샤케라또의 거품과도 유사해.

 

그리고 거기에 알코올이 포함되어있지.

 

 

 

 

methode_times_prod_web_bin_bceff154-e3a6-11e5-a8ef-006df57aba3e.jpg

 

이 칵테일은 1980년대에 이후 칵테일의 왕이라고 불리던 딕 브레드셀에 의해서 만들어져.

 

당시 런던의 소호에 위치한 프레드 클럽(Fred's Club)에서 근무하던 그는 가게에 방문한 젊은 여성 모델이 자신에게 한 주문을 들어주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해.

 

"날 깨워주고, 날 미치게 해줄 수 있는 걸 줘요(Wake me up and then fuck me up at the same time)"

 

속설에 의하면 이 모델이 나오미 켐벨, 혹은 케이트 모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확인되지는 않은 이야기야.

 

굉장히 추상적인 주문이었지만, 그는 보드카에 커피 리큐르와 에스프레소를 섞음으로서 한 번에 해결해버렸지.

 

커피의 카페인과 보드카의 알코올이 결합된 이 칵테일은 몸에는 무척이나 좋지 않겠지만, 정신을 차리고 미치게 하는데 완벽하게 부합했거든.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칵테일은 이내 유행을 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전 세계 어딜가던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는 가게라면 모두 만드는, 정확히는 이 칵테일 때문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야할 정도로 유행하는 칵테일이 됐지.

 

 

 

 

 

 

 

 

 

Bramble.jpg

 

다음으로 소개할 칵테일 역시 딕 브레드셀이 만든 브램블이야.

 

그가 칵테일의 왕이라고 불렸던 이유 중의 또 다른 하나지.

 

가시덤불이라는 뜻을 가진 이 칵테일은 기본적으로는 흔하디 흔한 진 사워(Gin Sour)야.

 

진과 레몬, 시럽을 잘게 부순 얼음에 담은 이 칵테일은 거기에 크렘 드 뮤레(crème de mûre)라는 블랙 베리 리큐르를 위에 뿌려줌으로서 완성되지.

 

이미 완성된 칵테일에 시럽 수준으로 달콤한 리큐르를 붓는 방식으로 완성되는 이 칵테일은 산미가 돋보이는 진 사워에 특유의 달콤함을 더해서 완성된 칵테일이야.

 

알코올과 당, 산의 밸런스가 균형잡힌 이 칵테일은 1980년대에 만들어져서 지금도 사랑 받는 칵테일 가운데 하나지.

 

참고로 크렘 드 뮤레는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고, 이걸 구하기 어려운 나라들이 많아서 대부분이 카시스나 삼보드 리큐르로 대체해서 만들고 있어.

 

 

 

 

 

 

 

Article-Ultimate-Cosmo-Cosmopolitan-Cocktail-Recipe.jpg

 

마지막으로 소개할 칵테일은 바로 코스모폴리탄이야.

 

한국에서 섹스 엔 더 시티로 유명해져서 대부분 이름을 들어본 이 칵테일은 그 기원의 논쟁이 많아.

 

클래식 칵테일에 들어가야할 정도로 오래됐다는 설도 있고, 1970년대에 자신이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두명, 80년대에도 3명 정도가 있지.

 

하지만 이 칵테일을 모던 클래식으로 만든 사람은 따로 있어.

 

바로 데일 디그로프라는 전설적인 바텐더지.

 

 

 

 

BartendersBusiness-03112020113100000000-5e68cbf46b2a1.jpg

 

이 아저씨도 역시 칵테일의 왕이라는 별명이 있어.

 

80년대의 왕이 딕 브레드셀이었다면, 90년대의 왕은 이 아저시 였달까?

 

사실 이 아저씨는 한 번도 자신이 코스모폴리탄을 직접 만들었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어.

 

하지만 모든 바텐더들은 코스모폴리탄의 진정한 아버지는 데일 디그로프라고 인식하고 있지.

 

이 아저씨가 남긴 업적이 너무나 크거든.

 

가격과 사용의 편의성을 위해서 모두가 스윗&사워 믹스를 쓰던 시기에 이 사람은 이 칵테일을 만들 때는 프레시하게 짠 라임즙을 써야한다고 이야기해왔어.

 

지금은 스윗사워 믹스를 쓰면 쌈마이한 가게의 느낌을 받지만, 이 시기에는 그게 디폴트였으니까.

 

그가 남긴 신선한 재료에 대한 제시는 이제는 모든 바가 그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위대함이 부각되.

 

 

746fee25ea993f92d7aec2c2691a5711.jpg

 

그리고 이 칵테일의 본격적인 유행을 만든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마돈나야.

 

데일 디그로프는 마음에 들었던 이 칵테일을 한창 팔고 있었는데, 소니 그레미 파티에서 바텐더로 있던 그가 만든 칵테일을 마시는 마돈나의 사진이 공개되고 매체에 소개되면서 그야말로 대박을 쳤지.

 

그는 마돈나가 자신이 만든 칵테일을 마시는 사진이 매체들에 공개되자 다음날 호주부터 독일까지 수많은 바텐더들에게 레시피를 물어보는 전화를 받았다고 하더군.

 

이후 한때의 유행으로 끝났을 지도 모를 이 칵테일은 섹스 엔 더 시티의 캐릭터 캐리가 항상 시키는 칵테일로 다시 한 번 인지도를 쌓았고, 이제는 너무 많이 만들고 마셔서 올드한 느낌을 느낄 정도로 베이직한 칵테일이야.

 

 

 

 

 

 

자, 이렇게 3가지 칵테일에 대한 소개가 끝났어.

 

이 칵테일들의 공통점은 아직 모던 클래식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기에 만들어져서 전 세게에서 유행하고, 대부분 바의 메뉴에 올라가는 칵테일이라는 점이야.

 

아직 아무 것도 없던 시절, 모던 클래식이라는 칵테일의 미래를 제시한 칵테일들이라고 할 수 있지.

 

바텐더에게 있어서 자신이 만든 칵테일이 다른 바의 메뉴에 오른다는 것 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어.

 

심지어 그게 그 주변 가게나, 그 도시나, 그 나라를 넘어서 전 세계에 퍼졌다면 말이야.

 

아마 현 시대의 대부분 바텐더의 꿈이 아닐까? 내가 만든 칵테일이 세계 어디에서든 주문하면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유행한다는 것 말이야.

 

그리고 그걸 이뤄낸 사람들은 그대로 전설이 되지.

 

그 전설의 시작이 되는 3가지 칵테일들이었어.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17d6a9830745383f0.png.jpg

 

 

4개의 댓글

19 일 전

의외네 코스모폴리탄=섹앤시 일줄

0

첫짤에 욱일기인줄

0
19 일 전

재미난 정보 고맙다. 요즘 바텐더 만화 다시보고 있음

0

알렉산더는 생각한거랑 맛이 달라서 실망했었는데 요기서 보이네

조주기능사 준비하다보니 눈이 더 많이감

재밌게 보고있따!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5246 [기타 지식] 일본에 의해서 만들어진 칵테일들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 2 지나가는김개붕 4 1 일 전
5245 [기타 지식] 중국에서 안드로이드 폰을 사면 안되는 이유? 10 대한민국이탈리아 19 2 일 전
5244 [기타 지식] 최근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국내 항공업계 (수정판) 15 K1A1 23 5 일 전
5243 [기타 지식] 도카이촌 방사능 누출사고 실제 영상 21 ASI 2 9 일 전
5242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2부 21 Mtrap 8 9 일 전
5241 [기타 지식] 100년을 시간을 넘어서 유행한 칵테일, 사제락편 - 바텐더 개... 5 지나가는김개붕 1 11 일 전
5240 [기타 지식] 오이...좋아하세요? 오이 칵테일 아이리쉬 메이드편 - 바텐더... 3 지나가는김개붕 2 13 일 전
5239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1부 31 Mtrap 13 13 일 전
5238 [기타 지식] 칵테일의 근본, 올드 패션드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15 지나가는김개붕 14 13 일 전
5237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2부 22 Mtrap 14 13 일 전
5236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1부 13 Mtrap 20 13 일 전
5235 [기타 지식] 서부 개척시대에 만들어진 칵테일, 카우보이 그리고 프레리 ... 3 지나가는김개붕 5 18 일 전
5234 [기타 지식] 모던 클래식의 현재를 제시한 칵테일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4 지나가는김개붕 2 19 일 전
5233 [기타 지식] 브라질에서 이 칵테일을 다른 술로 만들면 불법이다, 카이피... 5 지나가는김개붕 1 21 일 전
5232 [기타 지식] 럼, 라임, 설탕 그리고 다이키리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 2 지나가는김개붕 6 21 일 전
5231 [기타 지식] 1999년 도카이촌 방사능누출사고 대량 방사능 피폭 피해자들 ... 9 ASI 5 22 일 전
5230 [기타 지식] 진짜 레시피는 아무도 모르는 칵테일 싱가포르 슬링편 - 바텐... 3 지나가는김개붕 2 22 일 전
5229 [기타 지식] 통계로 보는 연애 상황에서 외모의 중요성 8 개드립에서가장긴... 11 25 일 전
5228 [기타 지식] 추울 수록 단맛이 유행한다, 위스콘신 스타일 올드 패션드편 ... 1 지나가는김개붕 8 26 일 전
5227 [기타 지식] '얼마나 걸릴까?'를 찾는데 걸린 시간은.. 1 동부전선이상무 5 26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