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누구나 아는' 노래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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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자신이 찾기 힘든 노래를 올려 집단지성의 힘으로 찾는 사이트인 WatZatSong에 한 파일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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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92라는 아이디를 쓰는 유저는, "80년대 중반, 음질 낮음."이라는 내용으로 짧은 곡을 포스팅한다

(Everyone Knows that이라는 부분은 해당 사이트가 해킹되고 추후 추가된 것이라고한다. 이것 때문에 해당 곡을 EKT라고 부른다.)

곡은 아래와 같다.

 

 

 

 

 

 

 

 

음질은 낮고 코드가 약간 변질되었지만 7,80년대 느낌의 밝고 경쾌한 곡.

만약 실존했다면 꽤나 유행했을 법한 느낌의 익숙한 곡이였지만, 그 누구도 어떤 곡인지 찾아내지 못하였다.

한 유저가 샘플이 더 없냐고 물어봤지만, 업로더인 carl92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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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긴 샘플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고마워. 근데 이게 내가 가진게 다야. 어디서 구했는지 기억이 안나. 엄청 옛날 DVD 백업 파일들 사이에서 이 샘플을 발견했어.

아마도 오디오 캡처법을 배우려고했었고, 그 때 남은거겠지. 노래는 참 익숙하게 들리는데(어쩌면 비슷한 노래랑 헷갈린 걸지도)

그렇게 어려울꺼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aha-music에서도 찾아봤고, 영어 가사를 찾아보려고했는데 내가 영어를 그렇게 잘하진 않거든.

'모두가 그걸 알아, 너는 ...할 수 없어. 사실을 말해줘' 정도만 들려'

 

파일은 1999년에 녹음 된 것으로 정보에 기록되어있으며, carl92는 추후 질답에서 자신이 스페인 출신임을 밝혔다.

애초에 carl92는 애초에 곡을 찾는데 큰 관심이 없었고, 이후 많은 유저들이 본인에 대한 자세한 정보(출신 도시등)을 묻는데 질려 곧 해당 곡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린다.

해당 곡을 올린 본인이 관심을 끊어버린 시점에서, 원곡을 찾는 것은 집단지성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해당 곡을 해석한 인터넷 유저들은, 곧 업로드 된 곡이 일반적인 샘플 레이트가 아닌 것을 알아차렸고,

해당 곡이 D 마이너에 있으며, 드럼의 샘플이 Linn Drum이라는 샘플에서 나온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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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n Drum은 80년대를 대표하는 드럼 사운드를 내었고, 이후에도 80년대 곡들을 재현하기 위해 자주 쓰였다고한다.

 

 

해당 기기는 1982년에서부터 1985년까지 제작되었으니, 적어도 그 1982년 이후 곡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즉, 파일정보를 믿는다면 해당 곡의 제작년도는 82년부터 99년 사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가사부분만 떼어 음질을 향상 시킨 버전

 

 

You are counting all the sheeps*​ in the sky

Caught up in a world* of lies*

Everyone know that you've got

Ulterior Motives

Tell me the truth​*

Everymove shows-

너는 하늘에 있는 양*을 세어

거짓*세상*에 붙들려서

모두들 다 네게 숨은 목적이 있다는걸 알고있어

사실*을 말해줘

모든 행동이 말해주고있-

*Sheep은 Shift, Shit, Stuff, Shade로 들린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혹은 아예 you carry all your shame in disguise같이 전혀 다른 가사처럼 들린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 외 이견이 있는 단어들.

 

 

 

가사에 대한 토론도 있었는데, 일부 가사가 뭉개져서 잘 들리지 않는 것을 제외하면 영어로 되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발음이나 강세를 보아 영어 원어민이 아닌 외국인이 부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었고,

시티팝에서 등장하는 영어의 발음에 대한 유사성 때문에 일본,혹은 시티팝 유행을 탔던 동남아 계열의 곡이 아닌가 하는 의견 또한 있었다.

일본 아티스트로는 조 리노이에(Joe Rinoie ジョー・リノイエ)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있었지만,

본인에게 직접 문의한 결과 잘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을 뿐이였다-조 리노이에는 CF송도 제작한 경력이 있고, 500여곡이 넘는 곡을 작곡했다.

어쨌거나 곡을 기술적으로 더 분석해본 결과, 아래와 같은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해당 샘플은 스페인에서 녹음되었으며

-파일럿 톤의 헤르츠로 보아 CRT 모니터를 녹음한 것이고

-1999년에 녹음 되었으나 노래 자체는 1982년까지 거슬러 올라 갈 수 있다

곡의 고유한 리듬이나 느낌으로 보아 당시 미국에서 흔히 유행한 CF송 같다는 의견도 있었고,

미처 사용되지 못한 CF송이거나 어떤 가수의 미공개 곡일 가능성도 제시되었다.

CF송에 이런 제대로 된 곡을?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80년대에는 짧은 광고에도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고,

오직 광고를 위해 제대로 된 곡을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AI로 제작하여 사람들을 낚는것 아니냐!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해당 곡은 21년에 업로드 되었음을 감안하고,

2024년 현재에도 AI의 자체 제작 곡 능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음을 감안하면 AI 제작의 확률은 낮을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혹은 carl92의 자작극이라는 설도 있는데, 특히나 곡의 가사가 '거짓 된 세상, 모두들 네 숨겨진 의도를 알고있어, 사실을 말해줘'같이 노골적으로 거짓과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설도 설득력을 얻었다.

 

 

 

 

 

 

이윽고 한 유저가 해당 샘플을 바탕으로 나머지를 그럴듯하게 채워 80년대 풍으로 노래를 제작했다.

해당 영상의 댓글은 원곡이 나오기 전까지는 해당 곡을 원곡으로 인정하겠다는 분위기.

 

물론 '아직까지 못 찾은거 보면 그냥 자작극 아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FilthyFrank가 본인의 영상에서 쓴 곡을 기억하지 못하여 그 노래를 유저들이 찾는데 10년이 걸린 경우도 있고

발견 당시 해당 유투브 영상은 10년전 업로드에 조회수가 856회였다고한다

"How Long Will It Take"(얼마나 걸릴까)나 "Something That's Long Gone"(오래전에 사라진 무언가)같이 노골적으로 '니네가 찾을 수 있을까?'하는 듯한 가사가 있는 '잊혀진 곡'들도 결국 실존하는 곡임이 증명 된 시점에서 해당 곡을 찾으려는 커뮤니티의 노력은 계속되고있다.

"7,80년대 얼마나 많은 곡들이 이렇게 사라졌을까?"

-해당곡 분석 유투브의 댓글에서.

 

 

+---------------------------------------------------------------------+

 

글을 쓰면서 느낀건데, 나도 개인적으로 '꽤나 유명했을꺼같지만 조회수가 1천회정도 밖에 안되는, 가사도 검색이 안되는 곡'을 알고 있어서

언젠가 이 곡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우연히 EKT를 듣고, EKT커뮤니티에 글을 남기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고있음.

 

 

 

참고로 이런 노래들 때문에 '다른 평행세계에서는 사실 엄청 유명한 곡인데 우리 세계로 잘못 흘러들어와 듣보잡이 되었다!'라는 밈이 퍼져서

비욘세나 마이클잭슨같이 유명한 사람들의 곡들을 낮은 음질로 올려놓고 '노래 찾아주세요!'하면 댓글로 '그 노래랑 비슷하네!'하는 유행이 있었음.

 

9개의 댓글

2024.03.30

재밌게 읽음

0
2024.03.30

나도 한 6년전에 듣던 노래 잃어버려서 한참 찾았었는데 재작년에 찾았던게 있었음

지금은 안쓰는 오래된 구글계정으로 유튭 들어갔다가 혹시나 해서 재생기록 봤더니 나오더라고

6년전에 나온 노래가 재작년에 조회수 3천정도였는데 방금 다시 보니까 8만이 넘어갔네

0
2024.03.30

재밌네

0
2024.03.30

잊혀진 야동도 찾기 어렵다

 

하지만 그 영상이 그리운지 그 시절 700메가 짜리 영상 하나에 벌겋게 달아오르는 때가 그리운지 알 수 없다

0

난 괜히 미스테리도시괴담으로 흐르길 기대했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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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루스노부스

백룸이랑 비슷한 이유로, 저퀄리티의 활발한 음악에 대해 약간 불편한 기분이 드는 사람도 있는듯.

0
29 일 전

음청 재밌네 ㅋㅋㅋ

뭐야 읽판이었네 유게인줄

0
28 일 전

로스트 미디어 갤러리 둘러보면 재밌음

0

ㅋㅋㅈㄴ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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