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게임업계 2016년 한해 모음

일년이나 지난 마당에 2017년도 아니고 왜 2016년이냐고 물어볼 게이가 있겠지만, 내가 일한 일년이 근 수년간 이슈를 죄다 몰아넣은 듯한 한해가 2016년이라서 뒤늦게 글 써본다는 말을 우선 남겨본다.

모바일로 쓰는거라 오타 있을 수 있음.
...

게이들아. 모두들 즐겜해.

내 소개를 하자면 2016년 말까지 게임 업계에서 개발을 하던 흔한 개발자 였었어. 지금은 업계를 떠나서 백수야.

내가 개발에 참여했던 게임이 갓겜 소리 들으면서 잘나가는걸 보면서 기뻐해야겠지만, 솔직하게 개같은 회사에서 개같은 사장 밑에 있었더니 이제 그냥 헛웃음만 나온다.

이제 떠난 몸, 백수 생활도 길어지면서 마음도 정리한 김에
뒤늦게나마 저주받은 2016년 게임업계를 끄적여볼까 해.

재미 없는 글일 수 있으니 욕은 하지 말아줘.

우선, 2016년은 게임업계에서 가장 기억하기 싫은 한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야.
연초부터 말까지 심심하면 터져나오는 온갖 이슈들로 심심할 일이 없었지.
그 중 대표적인 이슈만 모아서 정리해보자.

[1] 2015. 12. 17, 트리오브세이비어 오픈베타
년도가 다르지만 이 게임이 시작부터 아주 화려하게 불타오른건 게이들도 다 아는 사실일 거야.
개발사 Imc가 내가 다니던 회사 부근이라 길가다가 마주치는 정도라 그땐 그냥 조용히 묵념했는데... 아무튼 대단했지.
이때만 해도 신년에 큰 웃음 주는구나 싶었다...

[2] 2016. 1. 15, 이터널클래시 일베 논란
게임업계 최초의 일베 사건이자,
모든 게임업계에 예상치 못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야.
이 사건 하나로 승승장구 하면서 구글 순위 10위권을 노리던 이터널클래시와 개발사 벌키트리가 한순간에 무너진건 충격이었지.
참고로 벌키트리 출신은 어디가서도 벌키트리 다녔다는 소리 못한다고 카더라...

[3] 2016. 2. 13, 엔도어즈 구조조정
영웅의군단 으로 유명한 엔도어즈 구조조정 소식이 들렸을때 내 귀를 의심했다.
굉장히 조용하게, 한큐에 책상 빼버리고 수십명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내몰렸다고 루리웹에서 처음 누가 글올렸던걸로 알아.
가고 싶던 회사라서 놀랐고, 나름 성공한 게임도 있는 회사가 순식간에 사람 내보내는데서, 현실의 무서움을 느꼈지.

[4] 2016. 3. 22, 애스커 서비스 종료
네오위즈 삼대장이라고 불렸던 게임 중 첫 삽을 뜬 애스커가 211만에 서비스 종료 했다. 이 기록은 갓든어택 나오시기 전까진 대형 개발사에서 개발한 게임 중 가장 짧은 서비스 기간으로 알려져 있어.

[5] 2016. 4, 위메이드 구조조정 결과
작년부터 계속해온 구조조정의 끝은... 자그마치 400명을 내보냈다더라. 판교의 등대라고 불리워도, 국내 중견규모의 대형 게임 개발사가 이런 모양새가 될 줄은 몰랐지...

[6] 2016. 5. 24, 오버워치 출시
외국 게임업계는 감히 넘사벽이었다. 절대 무리라고 여겼단 하이퍼FPS가 국내에서 성공할 줄이야...

[7] 2016. 7. 6, 서든어택2 오픈베타
전설의 시작이었다.

[8] 2016. 7. 17, 진경준 구속
게임업계 인물은 아니지만, 넥슨과 연관 있는 인물인 만큼 향후 서든어택2의 행보가 궁금해지더라.

[9] 2016. 7. 19, 클로저스 성우 사건
하루전에 성우 메갈 지지 사건 터지더니 하루만에 계약 해지.
아까 위에 서술한 일베 사건 이후로 게임 업계에서는 사전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빠른 조치를 요구받고 있었지.
나딕게임즈와 넥슨의 조치는 매우 적절했다고 봐.
덕분에 고인물화 되던 클로저스가 갑자기 순위가 오르고 매출이 상승한건 매우 긍정적인 결과였지.

[10] 2016. 9, 웹젠 구조조정
뮤 오리진으로 잘 나가던 회사가 갑자기 프로젝트 다 접고 구조조정 한다는 소식에 또 한번 놀라면서... 이때 슬슬 내 운명을 직감했던것 같다. 150명 구조조정하고 새로 100명 뽑은 다음에 공채 시즌에 얼굴 내밀었다고 자축하더라.

[11] 2016. 9. 29, 서든어택2 서비스 종료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12] 2016. 11. 1, 데스티니 차일드 메갈 일러스트레이터 사건
발단은 O'ne 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인데... 전개 과정에서 가장 큰 이슈였던 루키아나 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시점으로 날짜를 적었다.
이게 근데 단순 사상 문제를 떠나서, 회사에서 재직 중 제작한 일러스트에 대해서는 퇴사 후 일체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퇴사문서를 작성하거든. 근데 일러스트레이터가 대놓고 자기 메갈하니까 내것도 지워보지? 라고 메밍아웃 하는 바람에 유저들이 난리를 치게 된거란 말야.
결국 시프트업만 손해보고 끝난 진흙탕 싸움이었던듯 싶다. 덧붙여서, 이후로 많은 회사에서 일베, 메갈 포함해서 커뮤니티 금지령 내리기도 했었다.

[13] 2016. 11, 미르의 전설 저작권 분쟁
미르의 전설 기억하는 게이가 있는지 모르겠네.
이 게임 한국에선 쫑냈지만 중국에선 아직도 캐쉬 카우하는 게임이거든. 덕분에 위메이드랑 액토즈소프트가 암것도 안하고 돈이 쌓이는 신기한 현상이었지.
근데 액토즈소프트 모회사 샨디(중국회사)가 대륙의 클라스를 들먹이면서 미르 저작권을 위메이드 동의 없이 돈받고 여기저기 뿌린 사건이 터졌어. 덕분에 위메이드만 물먹는 상황이 터진거지.
결국 위메이드는 액토즈소프트를 상대로 저작권 분쟁 소송을 걸었고... 일년이 지난 바로 얼마전에 이겼다고 하드라.
물론 이거 말고도 저작권 분쟁은 많지만, 위메이드가 언플은 확실하게 했도, 액토즈소프트가 분명 권한을 넘은 부당이득을 취한건 사실이라는게 중요 쟁점일거야.

[14] 기타 이슈들
국내 유명 FPS 개발사에서 월급 밀린 사건을 계기로 그 회사 차기작도 산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던가, 넷마블에서 세명, NC에서 한명 자살 또는 과로사 한 사건은 국내 게임업계의 슬픈 현실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다.
그 외에도 아타리 쇼크 운운하면서 가속화되던 탈카카오가 역전되더니 다시 카카오 승승장구가 되버린 아이러니한 상황도 있고, 넷마블하고 NC 주식 교환하면서 넥슨 물먹인 사건도 있고... 쓸말은 많지만 이쯤 써야겠다.


모바일로 쓰려니 손가락이 너무 아파오기 시작한다.
이쯤 쓰도록 할게.

올 한해는 그래도 떠나있어서 그런건지, 조용히 잘 넘어간건지 모르겠지만 게임업계는 정말 잊을 수 없는 파란만장한 곳임에는 분명한것 같다.

혹시 게임업계로 진로를 고려하고 있는 게이를 위해 조언하나 하자면

... 게임업계에 오타쿠 개많음. 면역을 기르고 가도록 해.

끝.

57개의 댓글

2017.12.02
@요망한아르고니안
a*a가 걔네 든든한 캐시카우 아니였나??
임금체불 충격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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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잉아파요
내가 할때만 해도 2개 서버는 돌았는데
요샌 서버 하나도 주말에나 겨우 풀방차는 수준이라드라
아무튼 그거 말고는 돈버는 게임이 없고
신작 게임 + 모바일 개발팀까지 돌리느라 모아둔 돈 다 까먹은듯
신작 게임도 벌써 세번은 출시 미루다가 어쩔수 없이 대만에 먼저 출시했다다 얼마 못가서 서비스 접고...
0
2017.12.04
크 업계분이시네 댓글보니 기획분이신거 같고
제일 공감되는건 역시 겜 안좋아하는 사람이 업계에 있다는 점 ㅎㅎ..
저어는 그래픽팀인데 지나온 사람들 보면 거진 60퍼센트 이상이 거의 겜 안하시는 분들이었음
저도 요샌 겜 거의 안하는 편이기도 하고 돈 주니까 만들고 레퍼 딸려고 게임하는 느낌 ㅋ

업계는 뭐랄까 고인물?들 때문에 개발환경이 좀 슬퍼지긴 했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선 어쩔수 없는거 같기도 해서 슬프네여,,
글고 운이 좋은건지 전 아직 업계에 그렇게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구요 오래 해먹어야지..

글고 아직 그래픽 그렇게 공급 많은 편인거 같진 않아요
파트별로 좀 케바케이긴 한데 확실히 모델링쪽은 좀 과공급인거 같고
다른쪽은 순환은 계속 도는듯
0
@4829381
전직임... 업계 떠남.

아트가 공급과잉이라는건 하도 예전부터 들어온건데, 막상 그렇게 과잉소리 듣기에는 의견이 다름.
내가 속했던 기획이 진짜 공급과잉 상태가 되고있음. 정확하게는 취업난에 게임업계로 몰려오는 사람들의 절반은 기획자가 된 기분. 플머는 여전하고, 아트는 예나 지금이나 많이 뽑고 많이 나가는 순환구조.
누가 더 취업, 이직하기 힘드냐고 말하기에는 나도 경력이 너무 짧고, 내가 인사팀도 아니니 함부로 정의 내릴 수 없지만...

앞으로 좋은 회사 구하기는 더 힘들어질것 같더라.

헬조건의 게임업계는 내 바람과는 다르게, 아무리 작은 회사도 정치질 못하면 짤려도 할말 없고, 노사 문제에 관해서는 업계 소문 때문에 함부로 얘기도 못꺼내고.
게임 개발 이전에 다들 먹고 살자고 하는건데, 오래 할수 있다면 육체적, 정신적 건강 모두 챙기면서 잘 살아남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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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H
2017.12.05
안녕하세요 회원님

취미로 인디 게임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통 모르겠네요

3D max로 인테리어 정도는 해봤는데..

입문서 추천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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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H
인디게임은 완전 다른 분야라 뭘 알려줄 수 있는게 없는데...
내가 해줄수 있는 조언이라봤자 유니티나 UDK 책 사서 독학하라는게 최선인듯
서점 같은데 가보면 혼자 게임 만드는 사람을 위한 책들이 많은데 대부분 RPG 메이커나 유니티 추천하는걸로 앎
아니면 인디게임 개발자 카페로 가시길 추천...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제작할거면 코딩은 필수라서 문서만 쓰는 흔한 기획자 출신인 내가 알려줄게 없음..
0
KnH
2017.12.06
@요망한아르고니안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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