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이것은 커뮤니티에 대한 혐오인가?




  '커뮤니티'. 어떠한 공통점을 가진 공동체를 아울러 부르는 말이다. 인터넷 세상에선 사람들이 모여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트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예를 들자면 디시인사이드, 오늘의 유머, 일간 베스트 저장소, 루리웹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여기 이런 커뮤니티 사이트와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불리는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바로 서브 컬쳐 유저들이 자신들의 대리만족을 충족시키기 위해 모여 만든 곳. '커뮤'라고 불리는 곳이다.



  최근 이 '커뮤'가 수면 위로 올라와 논란이 되었다. 지난 6월 17일 자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인천 여아 살해사건의 가해자인 김양과 박양이 '캐릭터 커뮤니티 '에 있었다는 내용을 방송 했기 때문이다. 트위터를 비롯한 '커뮤니티'의 주된 유저들은 이에 대해 성급한 일반화를 적용한 방송이라며 끓어올랐고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보고 범죄를 저지른 수많은 이들의 예시를 들며 이들도 똑같은 것 아니냐며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커뮤니티 유저들은 초점을 잘못 맞추고 있는 게 아닐까? 사회 문제로 대두된 커뮤니티는 과연 정상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이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는 가? 단순히 일부의 문제로 취급할만큼 아름다운 곳이라 할 수 있는 가? 



  우선 분명히 해두자. 나는 커뮤 유저들을 전부 예비 살인자로 몰고자 하는 게 아니다. 자기 취미를 나눌 사람이 필요해서, 혹은 그림 연습을 하고 싶어서 커뮤에 참여한 사람들도 많다. 나는 이 개인들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게 아닌, 이런 개인이 쉽사리 이상한 길로 빠져들 수 있는 커뮤니티 자체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커뮤니티. 소위 말하는 '자캐 커뮤'는 참여자가 주도자가 만든 가상의 세계관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어 시나리오에 맞춰 역할극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역할극은 메인 시나리오를 따라가면서도 서브 이벤트를 주도자가 게시하기도 하고 사용자들끼리 만들기도 하기에 자유도가 높다.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이 역할극은 철저히 가상을 지향한다. 마음에 드는 남의 캐릭터가 있다면 고백하는 장면을 쓰거나 그려 올려서 상대의 반응을 보고, 상대가 답을 그려주거나 써준다면 커플이 되는 식이다. 즉, 커뮤니티는 기존의 사회에서 인간 관계를 맺을 때 신경써야 하는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이런 관계를 통한 쾌락은 극대화하는 대리만족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런 성향은 대인 관계에 한창 고민할 사춘기 시기의 아이들이나 많게는 대학생에게도 어필하는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쉽게 인간 관계를 맺을 수 있으니 진짜 사회보다 덜 고민해도 되고, 자신이 꿈꾸었던 예쁜 자캐로 생활하는 셈이니 몰입도 잘된다. 평소에 꿈꾸었던 캐릭터의 대사를 직접 써보기도 하고, 그 장면을 직접 그려보기도 하니 감정 이입의 정도가 다른 서브 컬쳐와는 차원이 다르다.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도 자신이 원하는 세계관에서 원하는 말을 하며 원하는 대로 생활할 수 있다. 자캐 커뮤에 한 번 빠진 사람들이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이 가상 사회의 매력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중독성을 위험요소로 집을 생각은 없다. 사회에서 자길 구속하는 주름살 지긋한 어른들도 없고, 자기들끼리 어른 역할과 아이 역할을 나눠서 네버랜드 마냥 노는 모습은 청소년 기의 해방과 일탈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가상 사회는 어른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어른이 없다는 것은 단순히 이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멘토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자캐 커뮤는 어른으로 대표되는 공권력과 사회 도덕의 제재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다. 가상의 사회는 만들어져 있지만, 그 사회를 지지할 법규와 도덕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런 사회에 미성년자들은 무분별하게 노출되어 있다.



  폭력적인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도 그렇지 않느냐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과 애니메이션엔 유해성을 설명하는 규칙이 존재하고, 이 규칙에 벗어난 것들은 제재를 받는다. 창작물 내에서도 그 작품 내에 벗어나선 안될 선을 분명히 언급하며 도덕의 기준을 확실히 정해둔다. 하지만 자캐 커뮤니티의 경우 이런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 미비하다. 커뮤 홍보 카페 내에 자체적인 규칙이 있으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내쫓는다는 식으로 말하긴 하지만, 커뮤니티 홍보는 카페가 아닌 트위터로도 자주 이뤄지며 이런 트위터 홍보 커뮤니티엔 나이를 가리지 않는 성인물 지향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를 제재할 수단은 없다. 커뮤가 진행되는 카페는 폐쇄적이고, 외부인은 내용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와 사회 구성원은 존재하지만 이를 제재할 확실한 규칙이 없다. 이는 자캐 커뮤니티의 인간 관계와 이에 대한 처벌 방식이 친목 위주로 돌아가게 만드는 이유다. A와 B라는 인물이 고백 로그(고백하는 장면)을 받아주니 마니로 갈등이 있었다고 하자, 만일 A가 인맥이 많고 그림을 잘그린다면 B는 그 자리에서 매장된다. 누군가 B의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들 그런 말을 하면 똑같은 꼴이 될 것을 알기에 말하지 못하고, B만이 더 이상 해당 커뮤에서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방식이 몇차례 반복되면서 커뮤니티의 폐쇄성은 더욱 짙어져 가고, 인맥과 친분이 권력이 되는 비상식적인 사회 구성이 이뤄진다. 



  이런 방식으로 돌아가는 사회는 멀쩡한 의견을 가지지 못한다. 누군가가 낸 의견에 동조하는 식의 주관없는 흐름이 이루어진다. 아무런 제재 수단이 없는 사회에 남아있는 건 이런 흐름 뿐이다. 단순한 감정 싸움 때문에 이런 네버랜드를 잃기 싫어서 유저들은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게 되고, 이 때문에 커뮤니티 내에 문제점은 해결되지 못한다. 마음에 안드는 사람들이 떠나가면 되니 남는 사람들은 문제점에도 만족하고 많다. 자정작용도 제재도 없는 사회인 셈이다. 그리고 이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제재할 수단이 없다.




  그 안에서 어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묘사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미자 떡커' 그러니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섹스 지향 커뮤니티의 운영 방식이 결코 건전할 것이라 생각되진 않는다. 살인자 김양과 박양은 단간론파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만났다고 했다.  단간론파는 17세 이상 이용가를 받은 게임이며, 해당 캐릭터 커뮤니티는 고어 지향 커뮤니티였다. 미성년자인 김양과 박양이 어떻게 이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했는 지, 이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 지 커뮤 이용자들 스스로도 한번 쯤 생각해볼 문제가 아닐까. 가끔씩은 누런 눈을 끔뻑거리며, 막대기 같은 생각만을 가진 채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게임에 몰입한 학생의 범죄.'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다 저지른 범죄.' 같은 뉴스기사를 찾으며 '거봐 너도 북어지. 북어지.'를 외치기 보단 이런 생각을 해보는 건 어떨까. 우리 커뮤니티의 운영 방식에 문제는 없는 지. 조금 더 확실한 자정 작용은 없는 지. 그리고 애꿎게 죽은 어린 아이의 사연에 안타까워하는 건 어떨까. 이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면 나는 그저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후반부는 최승호의 [북어]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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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댓글

2017.06.19
동의한다. 지난 강남역 사건처럼 이 사건의 쟁점이 엉뚱한 곳으로 새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0
2017.06.19
개드립일보 사설ㄷㄷ
0
2017.06.19
게이야 친목질 할려는건 아닌데 전부터 니가 쓰는글은 항상 재밌었음 어떻게 글을 이렇게 맛깔나게 써갈김?
특별한 훈련이라든가 독서목록이런거 있나
0
2017.06.19
예전에도 이런거 어렴풋이 있긴 했는데 요새 가면갈수록 심해지나보네
0
동의한다
아침에 현자타임와서 이번 사건 생각하는데 이렇게 다다르게 되더라
그런데 이번 사건이 너무나 참혹해서 과연 저 글처럼 움직일지 모르겠다
특히나 피의자의 한남충트윗때문에 자칫 여혐남혐 프레임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마치 강남역사건의 반동작용처럼 말이다
0
2017.06.19
법없이 네임드라고 권력을 가져버리면 커뮤니티가 고여가고 썩어가서 여러 안좋은 일들이 생길 수 있다는 거구만, 아마 이번 살인자는 그런 권력을 가져서 나는 캐릭터의 개성을 지킬 권리를 정당하게 가지고 있다라는 망상에 빠진거라고 추측을 해볼 수 있는듯
0
2017.06.19
병신에 대한 혐오일뿐.
0
2017.06.19
애초에 이번 그알은 자캐 커뮤라는 걸 까기 위해서 내놓은게 아니라

살인자가 쓴 무기는 식칼입니다 친구관계는 이랬구요 수준으로 언급한건데

괜히 풀발기해서 자캐 커뮤는 악마의 근원지다 사탄의 출생지다 이런식으로 몰아가는게

지들 피해 망상 수준을 보여줌.
0
2017.06.21
나는 이렇게 결론없고 사회탓으로 얼버무리며 대안없는 글들이 너무 싫어, 모든 종류의 토론에서 항상 나오는 논지만 흐리는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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