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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슬로우 뉴스 펌] 알바들의 반란: 일본 스키야 점원들이 집단 퇴직한 이유

글 시작에 앞서 

개드립에 블랙기업에 대한 글이 올라왔는데, 일본 현지의 블랙기업이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는 게이들이 많아서 대표적인 블랙기업의 사례글을 들고 와봤어~

좀 글이 기니 천천히 보기를 추천해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선 요약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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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신문기자 출신이자 “염황잡지”의 집행주임인 우쓰가 쓴 “잠재규칙”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중국의 5000년 역사를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그것을 아우르는 성문화되지 않은 법칙과 관계성으로 해석하는 책이다.

고발의 리스크가 유지하는 부정부패

이 책에서는 부정부패와 사회적 불합리성이 유지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를 고발에 대한 리스크로 꼽고 있다. 당시 백성의 처지에서는 세금 좀 더 가져간다고 해서 몇천 리나 되는 거리를 걸어서 그 관리를 고발할 가치는 없다. 고발을 받는 관리도 똑같이 부패한 관리라면 오히려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런 불확실한 리스크를 감당하느니 그냥 세금 조금씩 더 내고 평생 사는 게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불합리한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적당히 착취당하는 편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통곡의 능선’ 착취가 선을 넘으면…

그러나 그냥 적당히 착취당하는 쪽도 안전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될까? 우쓰는 이것을 인내할 수 있는 ‘통곡의 능선’ 정도로 표현하고 있는데, 능선을 넘어버리면 이미 되돌아갈 수 없으니 산을 넘어야 한다. 그렇게 민중은 봉기하고, 왕조는 교체된다는 것이 그의 논리 중 하나다.

일본 1위의 규동체인 스키야

일본 1위의 규동 체인 스키야

지난 2월, 일본의 대형 규동(일본식 덮밥) 체인인 “스키야(すき家)”의 아르바이트 점원들이 일제히 같은 날 그만두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 여파로 스키야의 많은 점포들이 임시휴업을 하게 되었고, 회사는 큰 손해를 봤다.

일본 ‘스키야’의 악명 높은 아르바이트 관리

일본의 규동 체인들은 지나칠 정도의 가격 경쟁 때문에 강한 원가절감 압박을 받아왔다. 그래서 각 점포의 점원들은 대부분이 최저임금으로 일하는 아르바이트 점원이었다. 그리고 더 많은 원가절감을 위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조금씩 줄이기 시작했다.

스키야는 그 정도가 극단적일 정도로 심했는데, 아르바이트 점원의 근로 조건을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 시급은 각 지역별 최저임금과 동일
  • 노동계약이 ‘노동자’가 아닌 ‘업무위탁’으로 되어 있어 잔업비가 발생하지 않으며, 4대 보험에도 가입시켜주지 않음
  • 1시간 5,000엔의 매출 할당량이 있고, 달성하지 못한 매출액을 시간으로 재계산해 시급에서 차감
  • 시급이 차감되지 않으려면 할당량이 달성될 때까지 무급으로 일해야 함
  • 연속 12시간, 연속 14시간 등 비상식적인 장시간 근무 시프트(연장 근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강요
  • 일명 ‘원 오퍼레이션 제도’ 시행. 손님이 집중되지 않는 심야 시간대에 1명의 점원만 근무하게 하는 제도. 중간에 화장실을 갈 경우 근무지 이탈로 취급
  • 급병으로 출근하지 못해서 영업을 못 했을 때는 손해배상 청구
  • 주문이 많아서 설거지할 시간이 없을 경우, 자신의 근무 시간이 끝나도 전부 하고 돌아가야 함. 그렇지 않을 경우 다음 근무자가 해야 해서 다음 근무자의 할당량에 영향을 줄 수 있음
  • 원가 절감을 위해서 규모가 작은 점포는 세콤 등의 보안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아서 강도 피해에 항상 노출되어 있음
  • (아르바이트 점원인데도) 영업보고서를 쓰고 금전관리를 해야  함
  • 원 오퍼레이션 제도를 시행하면서 식권판매기가 도입되어 있지 않아 주문을 전부 직접 받고, 계산도 점원이 해야함

여기서 가장 문제점으로 떠오른 것이 원 오퍼레이션 제도와 세콤의 미설치였다. 스키야의 심야근무는 대부분 점원이 1명밖에 없으며, 보안 장치가 없고, 심지어는 원가를 줄이기 위해 CCTV도 설치하지 않은 점포가 많기아 강도들의 좋은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24시간 음식점 강도 80%가 스키야에서 일어나

실제로 전국의 24시간 영업을 하는 음식점 강도의 80%가 스키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임금도 적고, 노동환경도 가혹한데 생명의 위협까지 무릅쓰고 일해야 한다. 더군다나 매상관리를 점원이 하기 때문에 강도를 당해 손해가 난 금액을 점원이 물어내야 한다.

2010~2011년의 2년 동안 전국 스키야에서 발생한 심야 강도사건을 도식화한 그림

2010~2011년의 2년 동안 전국 스키야에서 발생한 심야 강도사건을 도식화한 그림

또한 식권판매기를 도입하지 않아서 점원이 주문을 받고 계산까지 전부 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점원의 노동 강도는 경쟁사인 요시노야, 마츠야에 비해서 엄청나게 강하다.

심야 1인 근무, 혼자 주문받고 요리하고 계산하고

요시노야, 마츠야, 스키야 등 3개 대형 규동 체인 중에 식권판매기가 도입된 곳은 마츠야가 유일하다. 마츠야는 식권의 개수와 재료의 양을 정확히 조절해서 점포에서 준비하는 재료의 효율화를 추구하고, 점원이 주문받기와 계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요리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 요시노야의 경우 업무 효율성을 중시하고 항상 2인 1조로 근무를 하므로 식권판매기를 도입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주문과 계산에 대응할 수 있다.

스키야가 1인 근무제를 시행하면서도 식권판매기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오로지 원가절감과 매출증대를 위해서다. 식권판매기가 있으면 그만큼 공간을 차지하게 되며, 식권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설 공간도 필요하다. 이 공간을 전부 손님이 밥을 먹는 공간으로 만들면 한정된 공간에 1명이라도 더 많은 손님을 받아 회전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식권판매기는 한정된 개수의 메뉴만 넣을 수 있어서, 스키야의 80가지가 넘는 메뉴를 전부 넣기가 힘들다. 또 식권판매기 자체의 가격도 비싸서 식권판매기 도입을 위해서는 상당한 초기 투자와 관리비용이 필요해진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이 극도의 원가절감과 이윤추구를 위한 것이고, 이 때문에 스키야는 상상하기 힘든 블랙 회사로 악명이 높았다. (‘블랙 회사’는 금전이나 신체, 정신적 고통을 동반하는 노동조건을 가진 문제 회사를 일컬어 일본에서 쓰는 표현입니다. – 편집자)

일본 대형 규동 체인 메뉴 수 비교

조리법 복잡한 ‘죽음의 메뉴’ 나베 정식

이렇게 불만이 쌓이던 와중에 스키야가 2014년 2월14일부터 1개월 한정으로 도입한 신메뉴 ‘나베 정식’이 집단 퇴직의 방아쇠가 되었다. 나베 정식은 조리법이 복잡해서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가 먹고 난 그릇을 설거지하기가 힘들다. 스키야의 경우 극한까지 점원을 줄여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보니 신메뉴의 조리시간은 점원들에게 강한 부담을 주었다. 이 때문에 나베 정식은 점원들 사이에서는 죽음의 메뉴로 불렸다.

스키야는 경쟁 규동 체인인 요시노야에 비해서 메뉴의 종류가 2배, 사이드메뉴를 제외하면 3배 정도 많다. 이 때문에 점원은 다양한 메뉴의 레시피를 숙지해야 했다. 게다가 스키야는 마케팅 차원에서 한정 메뉴를 자주 투입해서 실제 판매하는 메뉴보다 점원이 숙지해야 하는 메뉴의 수는 더 늘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급은 다른 규동 체인과 큰 차이가 없다.

이것이 사건의 방아쇠가 된 나베정식

이것이 사건의 방아쇠가 된 나베정식

익명 커뮤니티에서 논의해 집단 퇴직까지

스키야는 이전부터 가혹한 노동환경 때문에 익명 커뮤니티 2채널 내에 점원들의 전용 쓰레드(글타래)가 존재해왔고, 여길 통해서 회사의 불합리한 점들을 성토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베 정식 때문에 이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한 사람이 장난처럼 던진 “이걸 만들어 파느니 그만두겠다”는 말이 “네가 그만둔다면 나도 그만두겠다”로, 이것이 다시 “모두가 그만두겠다면 나도 그만두겠다”로 확산하였고, 실제로 행동에 옮기게 된 것이다.

스키야의 집단 퇴직 사건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처음에는 인터넷 익명 게시판에서 벌어지니 장난처럼 보였지만, 동조자가 늘어나면서 실제로 단체 퇴직이 실현되어 버렸기 때문에 많은 점포가 점원 부족으로 임시 휴업을 해야만 했다. 금전적인 손실도 매우 컸다. 더군다나 이때문에 사고가 난 것은 아니어서, 그만둔 아르바이트 점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스키야 여러 지점의 휴업 안내 문구

스키야 여러 지점의 휴업 안내 문구

이 사건의 영향인지 5월에는 전국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점원들이 일제히 퇴직할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실제로 익명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으며, 이게 실현된다면 일본 전국의 패스트푸드점들은 임시휴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집단 퇴직 사건, 동북대지진과 연관 깊어

스키야 집단 퇴직 사건은 얼핏 보기에는 가혹한 노동환경을 못 이겨서 벌어진 새로운 형태의 노동쟁의처럼 보이지만, 이는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한국에서는 흔히 ‘일본 동북대지진’이라고 한다. 이하 ‘3.11’)과 아주 깊은 관련이 있다.

현재 일본의 노동환경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특히 비정규직의 노동환경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열악하다. 일본에서는 가혹한 환경을 견뎌내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압박이 있었고, 사람들은 이런 근성을 강조하는 사회 풍토를 잘 따라왔다. 내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건 일본이라는 나라, 이 사회가 자신을 보호해주고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11과 이어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통해서 일본 전체에는 국가가 개인의 안전과 삶을 보호해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버린다. 그리고 그러한 공감대와 거기서 형성된 분노는 여러 형태로 표출되었다. 가혹한 노동환경에 놓인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집단 퇴직도 그중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사라진 국가에 대한 신뢰, 더는 복종할 필요 없다

내가 아무리 부당함을 참고 사회에 복종하더라도 가장 위험한 순간에 국가와 사회는 날 버릴 수 있다. 그러니 더이상 사회가 정해놓은 룰에 복종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좋은 변화를 이끌어낸다면 좋겠지만, 사회의 계층 혹은 연령에 따라서, 혹은 사고와 얼마나 직접 연관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인간들은 외국인을 배제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거기에 동조하는 레이시즘(인종차별주의)이 만연해지게 된 것이고, 어떤 인간들은 국가의 정체성 자체에 의문을 던지면서 더 강력한 통제국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더욱 작은 집단 중심의 공리주의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며,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불합리에 저항하기 위해서 집단으로 부당한 직장을 버리는 것이다.

2014년 4월1일부터 일본 소비세가 8%로 올랐지만 오히려 가격은 인하한 스키야.이렇게 가격이 싸질려면 어딜 줄어야 할까? 30초만 생각해보자.

2014년 4월 1일부터 일본 소비세가 8%로 올랐지만, 오히려 가격은 인하한 스키야.
이렇게 가격이 싸질려면 무엇을 줄여야 할까? 30초만 생각해보자.

스키야 집단 퇴직 사건, 그 이후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블랙 회사라고 비난받던 유니클로가 3월 결산을 앞두고 비정규직(사실상 아르바이트) 3만 명 중 1만 6천 명을 정직원으로 전환할 것을 발표했다.

유니클로는 이미 자신들의 업무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 측면에서 훨씬 긍정적이며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더욱 비용절감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사건의 당사자인 스키야는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최근 들어서 스키야는 대량으로 아르바이트 점원을 모집하고 있다. 여기에 응모한 사람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연락이 온다고 한다.

"면접은 단체로 이루어집니다."

일본에서 파견 근무자에 대한 단체면접(면담) 시행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많은 인력을 한꺼번에 뽑아야 할 경우에는 한 명씩 면접을 보는 것보다는 여러명 모아서 보는 편이 비용 절감이 될 것이다. 씁쓸하지만, 아직은 스키야가 바뀌려면 좀 더 강력한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왜 아르바이트들이 그만두는 것만으로 이런 상황에 직면했는가? 집단 퇴직에 의한 여파는 어떠했는가? 그 후 스키야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기에 간단히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깟 알바들 그만둔다고 휴업 하느냐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아르바이트 점원들이 가혹한 노동환경을 견디지 못해서 집단으로 그만둔다고 체인 전체의 운영이 흔들린다니, 조금 이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신메뉴인 나베 정식으로 야간에 일하는 사람의 부담이 커지고, 많은 시간대에 1인 점원 체제를 유지하고, 취약한 보안 설비로 인한 강도 사건의 다발 등으로 점원들의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 스키야 사건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기업이라고 한다면 이렇게까지 어려운 상황이 될 때까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의아해집니다. 스키야의 공식 사이트에 발표된 데이터만으로도 이 사건에 따라 전국 스키야 중 13%가 사실상 폐업을 했다고 합니다. 임시 휴업을 했던 점포를 합치면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도대체 이런 상황까지 왜 아무것도 못 했을까요? 그 배경에는 스키야 특유의 사원 등용 제도가 있습니다.

7개의 계단, 아르바이트부터 정사원까지

스키야는 원칙적으로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젠쇼 그룹의 정직원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정사원이 되기까지 여러 종류의 랭크를 거치게 됩니다.

  • NF(뉴 페이스, 입점한지 얼마 안 된 연수생)
  • Crew(크루, 아르바이트)
  • CAP(캡틴, 아르바이트)
  • CF(치프, 아르바이트)
  • ACE1(계약사원, 1개의 점포를 담당하는 점장 신분)
  • ACE2(계약사원, 복수의 점포를 담당하는 점장 신분)
  • 정사원(지역 매니저)

그럼 스키야를 운영하는 젠쇼의 연봉은 어느 정도일까요? 기업 정보 사이트를 통해서 확인해본 젠쇼 그룹의 평균적인 정사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 평균연수: 667만엔
  • 평균연령: 38.2세
  • 평균근속연수: 6.3년
  • 종업원수: 392명
현장 스태프 중 정직원 전혀 없는 스키야

젠쇼 그룹의 정직원에 대한 대우는 절대 나쁘지 않습니다. 상당히 좋은 수준이죠. 그런데 스키야를 비롯해 10종류가 넘는 프렌차이즈를 운영하는 대기업 젠쇼 그룹에 직원이 392명밖에 없다니…

그렇습니다. 이 회사는 현장 스태프 중에는 정직원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점장조차도 계약직 사원이고, 복수의 점포를 운영하는 상급 점장도 계약직 사원입니다. 스키야를 실제로 경영하는 스태프까지 전부 비정규직의 계약직 사원입니다. 그럼 아르바이트로 시작해서 정직원이 된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아마 과거에 한두 명 정도 있지 않았을까요?

즉, 스키야는 현장 스태프를 전원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 점장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과 같은 상항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나베 정식, 왜 문제가 되었는가

스키야가 나베 정식을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경쟁 체인인 요시노야와의 과도한 출혈 경쟁이 있었습니다.

요시노야의 모회사인 요시노야홀딩스 역시 젠쇼 그룹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프렌차이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중 ‘톤테이’라는 프렌차이즈에서 오래전부터 런치 메뉴로 나베 정식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요시노야는 처음부터 런치 메뉴로 나베 정식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효율화된 레시피와 메뉴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있었습니다. 이걸 바탕으로 요시노야는 나베 정식을 시작하게 됩니다.

스키야의 경쟁 업체 메뉴 베끼기

그런데 스키야가 지금까지 보여준 전략은 일단 경쟁 체인인 요시노야에서 무언가 신메뉴를 내놓으면 그것과 비슷한 메뉴를 더 싼 값에 내놓고 대대적으로 TV광고를 해서 요시노야를 죽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게 잘 먹혔는데, 나베 정식은 규동이나 카레와는 조금 다른 특성이 있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토핑하는 시간과 끓이는 타이밍, 메뉴를 나르고 치우는데 들어가는 시간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어서 점원의 숙련도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는 점입니다.

요시노야는 스키야처럼 노동조건이 열악하지는 않았고, 기본적으로 조리 스태프와 서빙 스탭이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돈테이에서 다년간 나베 정식을 만들던 스태프에게 충분한 교육을 받고 조리 업무에 투입될 수 있었습니다.

난이도 높은 메뉴, 숙련도 낮은 점원

그에 비해서 스키야는 메뉴에 대한 노하우가 없었고, 모든 스태프가 조리와 서빙, 금전관리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요리에 대한 숙련도는 매우 낮은 상태였습니다.

이 때문에 똑같은 메뉴라고 해도 만드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체감되는 난이도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스키야는 요시노야와 달리 1인 근무가 많아서 그 부담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단 퇴직 사건의 실체를 인정한 스키야

2채널과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아르바이트 점원들의 집단 퇴직 사건이 알려지고, 이것이 타블로이드 매체에 보도까지 되었지만 스키야 측은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해왔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 3월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이런 기사가 게재됩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젠쇼 그룹은 공모증자로 267억 엔을 조달해 일부 매장을 개장해 종업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개장 공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스키야는 2월의 집단 퇴직 사건 이후 임시 폐점하는 가게가 늘어나자 「개장 공사를 위해서 일시적으로 폐점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는데, 이 보도는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애매한 입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스키야는 2014년 4월 17일 공식 홈페이지의 공지를 통해 실제로 집단 퇴직 사건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근무 환경의 개선을 약속합니다.

이하는 이 공식 발표의 전문을 번역한 것입니다.

주식회사 젠쇼 홀딩스(대표이사회장겸 사장 오가와 켄타로)의 100% 자회사인 주식회사 젠쇼(대표이사 사장 오키츠 류타로)가 전개하는 규동 체인 「스키야」에서는, 현재 전국 167점포의 영업을 일시 폐점하고 「파워업 공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3월에 실시했던 267억 엔의 공모증자 서류에도 명기했던 점포개장의 일환으로서 종업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주방능력의 강화, 또한 객석의 쾌적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끝나는 대로 4월 말부터 순차 개점할 예정입니다.

이 일시 폐점과 함께 주방기구 등의 시설의 고장, 또 인원 부족에 의한 종업원의 채용 난에 따라 2월부터 4월에 걸쳐서 최대 123점포(4월 12일)에 일시 휴업과 시간대 휴업(하루 중 1시간이라도 휴업한 점포를 모두 포함)의 조치를 취했었습니다.

또한, 이 이외에 124점포에서 경제 합리성에 따라 밤 22시부터 아침 9시까지의 심야・새벽 영업을 중지하고 있습니다(이상, 영업상황에 관한 점포 수는 4월 17일 현재의 것입니다).

이러한 일시적인 폐점과 영업시간 변경의 조치에 관해서, 일부 과장된 유언비어와 보도로 손님들을 비롯한 관계자 전원에게 매우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마음 깊이 사죄드립니다.

한편 저희 회사로서는 2월부터 3월에 걸쳐서 유통산업 전체에 미친 인원 부족과 지금까지에 비해 많은 작업이 필요한 신상품의 도입과 함께, ‘스키야’ 종업원의 부담이 늘어 심각해진 것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점포의 노동환경 개선을 경영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였습니다.

오늘날 일본의 국민식이 된 규동을 시작으로 다양한 메뉴를 부담 없는 가격에 제공하는 사회 인프라로서의 역할도 새롭게 자각하여, 종업원이 일하기 편한 점포환경을 정비하여 손님들에 대한 서비스를 보다 향상시키기 위해 이하의 시책을 실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1. 보다 소통이 잘 되는 점포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서 ‘스키야’의 지역분사화
  2. 노동환경 개선에 관하여 회사에 제언을 할 수 있는 제삼자위원회의 설치

시책의 상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보다 소통이 잘 되는 점포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서 「스키야」의 지역분사화
    올 6월 1일을 기해서 전국 7개 지역운영회사를 설립해 각각 약 300점포의 스키야를 운영하는 체제를 구축하겠습니다. 지역 출신의 간부가 보다 지역에 밀착한 경영을 실시하여, 종업원의 목소리를 빠르게 반영해 소통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실현하겠습니다.
  2. 노동환경 개선에 관하여 회사에 제언을 할 수 있는 제삼자위원회의 설치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전문가인 쿠보리 히데아키(久保利英明)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사외 인원들로 제삼자위원회를 설치하여, 점포와 본부 등의 조사를 기반으로 노동환경 개선에 관한 회사에 대해 제언할 것입니다.

위원은 쿠보리 위원장에게 선정을 일임하여 4월 중에 결정될 예정입니다.

본건의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공개하겠습니다.

– 「스키야」의 직장환경개선을 위한 시책에 대하여 (번역: 맘초무)

이 공식 발표는 간접적으로 집단 퇴직 사건을 인정하는 형태이고,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이 무리한 신메뉴 도입에 있었다는 것도 간접적으로 시인한 형태입니다.

‘시책1.’은 현재 요시노야홀딩스가 요시노야 체인점을 관리하는 체제를 모방한 것입니다. 지역별로 운영주체가 되는 회사를 설립해서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시책2.’는 아르바이트 점원들도 회사에 노동 환경에 대한 건의사항을 제안할 수 있는 기구를 설립하겠다는 것인데요. 시책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스키야 자체도 어느 정도 상황 개선에 대한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표면적으로만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것인지, 진짜로 개선을 하려는 것인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요.

설상가상, 트위터 ‘폭면’ 사진까지

이번 사건을 통해서 스키야는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이에 따라 실제로 점포의 상당수(공식 발표로 13%)를 1개월 이상 임시 폐점해야 했습니다. 주가는 폭락했고, 빠져나간 점원들을 다시 뽑는데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타격은 스키야라는 브랜드가 지닌 신뢰를 잃었다는 데 있습니다.

2014년 4월 25일 트위터에는, 심야에 스키야에 들어갔는데 15분 동안 아무도 나오지 않아서 주방 쪽을 봤더니 점원이 혼자서 이상한 자세로 ‘폭면'(폭풍 수면)을 취하고 있더라는 내용의 트윗이 사진과 함께 올라와 1시간여 만에 11,000번 이상 리트윗이 되었습니다. 이 트윗 원문은 이후 삭제되었지만, 캡쳐된 이미지들이 이미 인터넷에 퍼질 대로 퍼진 상태라서 수습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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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트윗 사진

효율성과 브랜드, 두 마리 토끼를 잃다

단순히 접객이 나쁘다, 음식이 맛이 없다는 등 서비스의 질적인 부분을 넘어서 밤에 가면 강도의 위험이 있어서 위험하다, 스키야가 동네에 들어오면 치안이 나빠진다는 수준으로까지 브랜드 이미지가 악화하였습니다. 물론 기업의 체질이 그렇게 순식간에 바뀔 수는 없으니까, 이번 트윗 사건은 과도기적인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브랜드 이미지가 바닥까지 떨어진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신장개업을 준비 중인 스키야 점포 중 100여 곳이 일손 부족으로 아직 개점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규 아르바이트 점원을 구하는 일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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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lownews.kr/23939

http://slownews.kr/24352

20개의 댓글

2017.02.22
일본도 심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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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2
저긴 정직원은 잘챙겨주고 블랙기업도 수당은 준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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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2
@Grandorder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한국은 비정규직->정규직으로 희망고문하며 비정규직을 짜내고

일본은 정규직을 바스라질때까지 짜냄

둘다 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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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2
@뿎짞뿎짞
돈 주고 혹사시키나 그냥 혹사시키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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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2
@Grandorder
음... 그런거치고는 전에 일어난 일본 여성분 자살사건을 봐서는 비슷한거같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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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헬조선만 하겠냐?ㅋㅋㅋㅋㅋ
하는 사람들은 헬문화의 뿌리가 일본이란걸 알면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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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2
@블루투스 너마저
동쪽의 조선.....서쪽의 일본....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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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2
와... 이건 진짜 심각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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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2
스키야는 진짜 헬조선 이상이라고 일본에서도 유명함.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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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뭐냐 어제 글올리고 자러갔다 와보니 댓글알림이 가득하고 이런것까지 올라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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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한국인들은 저런거 당하면 노동부에라도 찾아가지 일본인들은 그런거 잘 못해서 저런 악덕기업은 더 노골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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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유남
나 일본 살면서 노조라는 단어를 들어본적이 없는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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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
쟤들은 개개별 보복이 가능한 야쿠자무리들이 많아서 그런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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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수키야 맛없는 이유가 있었구만 값은 싸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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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쉔양
저 사태 터지기전엔 맛있었어

정확힌
요시노야-아저씨 취향
마츠야-여러 세대에 걸친 다양한 멘ㅍ
스키야-늘 새로운 메뉴도입으로 신세대들 취향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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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뿎짞뿎짞
그렇구나...
구 도쿄역사 있는곳 그 마루노우치역인가..
기억 안남 이른 아침시간에 갔는데 점주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분이 주문부터 요리까지 다 하시더라 그래서 뭔가 음식이 대강만든것처럼 니맛내맛도 아니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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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쉔양
참고로 와타미도 블랙기업이 가지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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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뿎짞뿎짞
다시 일본 갈 일이 있다면 그럴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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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일본이 한다면 우리나라도 하겠지? 우리나라도 조만간 저럽 기업 생기겠군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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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로또좀되라
일본 교동집 체인과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에 김밥천국 같은 체인점이 그나마 흡사한 업종일텐데 저런 문제 있었던가? 잘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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