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S Aginco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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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는

어느 불독 아재가 젊은 시절 벌인

슈퍼 흑역사 이야기






19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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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HMS 드레드노트를 만들어

전함계의 역사를 한번에 뒤엎어버린다

기존의 전함 대비 모든 면에서 우월했던 이 전함은

곧 전함의 표준형태로 굳어지게 되었고

이 흐름에 맞춰 너도나도 드레드노트급 전함의 건조에 들어가거나

해군 강국들에게 의뢰를 넣어서 뽑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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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호황을 맞이하고 있던 남미에도 불어닥쳤는데

브라질이 드레드노트를 보자마자 바로 눈이 돌아가버려 현찰을 땡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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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영국으로부터 미나스 제라이스를 받으면서 시작된

남미의 전함 경쟁은

아르헨티나까지 지지않고 미국에 의뢰를 넣어 드레드노트급 전함을 따내고

이에 칠레도 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상태에서 무리해서

14인치 주포를 올린 슈퍼 드레드노트 전함을 영국에 의뢰할 정도로 과열된다

이렇게 과열되던 중

아르헨티나가 미국에 현질하는 것을 보며 전함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브라질은

미나스 제라이스, 상파울루로 2대 가지고 있던 상태에서

리우데자네이루라는 이름으로 이 둘과 같은 전함을 한 대 더 만들어달라하니

이것이 역사의 나비효과를 제대로 부른 한 척의 전함

HMS 애진코트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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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리우데자네이루였던 이 함은


길이 : 204m

전폭 : 27.1m

엔진 : 4축 증기 터빈 보일러

최대속도 : 22노트

무장
12인치 연장포 7기
6인치 부포 20기
76mm 포 10기
533mm 3연장 어뢰 발사관 21기

장갑
선체 최대 229mm
포탑 및 사령실 장갑 최대 305mm


의 성능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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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녀석은 15인치 탑재 전함

퀸 엘리자베스급 전함의 설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녀석이었다

그런데 왜 이리 무장에서 차이가 많이 났냐면

영국이 브라질을 설득하면서

어차피 그 동네는 14인치는 과무장일테니 12인치로도 충분합니다 고갱님

하고 입을 털어 무장 사양을 다운그레이드 시켜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 전함은

좀 특이하게 생겨먹은 것만 빼면 그냥저냥 평범한 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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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이 이거 건조중에 파산하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리우데자네이루 건조 중 브라질의 주요 수출품이었던

고무와 커피의 국제가격이 떡폭락을 쳐버리면서

자원 수출 의존국이었던 브라질이 삽시간에 파산 상태로 몰려버린 것이었다

결국 이 때문에 브라질은 더 이상의 자금을 내지 못하고

영국에 그대로 이 녀석의 생사여탈권을 떠넘겨버렸고

당시에는 전함 인수 비용을 댈 수 없었던 영국,

특히 이 녀석을 건조 중이었던 암스트롱사로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이들에게 구세주가 나타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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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오스만 제국이 그들이었다

1913년 제 1차 발칸 전쟁 당시

그리스한테 해전으로 완전히 개털렸던 그들은

그제서야 해군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발품을 팔며 신형 전함을 알아보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때 천운에 가까운 타이밍에 등장한 이 매물에

이들 또한 그대로 눈이 돌아가버렸고

이 녀석을 위해 없는 돈을 박박 긁어모으고 프랑스에게 차관을 빌리고

그러고도 모자란 금액을 국민 성금이라는 최후의 수단까지 써가며

기어이 275만 파운드를 모으는데 성공하여 현찰 박치기를 시전,

이 녀석과 함께 킹 조지 5세급 전함 1척까지 추가로 지르게 된다

아무튼 이렇게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게 되었으니

이 전함은 오스만 1세로 이름이 바뀐 채 건조를 이어나갈 수 있었고

1914년 영국은 이 녀석의 완공을 통보,

오스만 제국은 꿈과 희망에 부푼 채

자신들의 최고의 정예 해군요원들로 구성된 인수단을 파견하기에 이른다

(참고로 그리스는 이 모습을 보고 빡쳐서 미국에 12인치 중고 전함 미시시피와 아이다호를 주문했고
미국은 이들을 판 돈으로 뉴멕시코급 2번, 3번함 미시시피, 아이다호를 건조한다)

이렇게 무사히 인수까지 끝났다면 참으로 해피엔딩이었을테지만

역사는 실로 잔혹한 뒤통수를 그들에게 날려버리고 만다






1914라는 숫자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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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사라예보 사건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하고

이어서 독일이 벨기에를 침공하면서 1차 대전이 발발한 해

이런 와중에 벨기에의 중립이 침해될 경우 즉시 참전이라는 방침을 가지고 있던 영국은

주변 상황을 보며 어떻게든 가용할 수 있는 최신의 전력을 늘리기 위해 고심하게 되었다

이 와중에 등장한 한 인물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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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당시 해군 장관이었던 윈스턴 처칠이었다

독일이 참전하게 될 경우

폭풍 성장하며 다수의 전함을 보유한 해군을 상대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고로

최대한 많은 전함을 확보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

인수만을 기다리고 있던 오스만 1세가 눈에 들어왔고

여기에 이 인간마저 눈이 돌아가버려

즉시 군을 동원해 오스만 1세에 타고 있던 인수단을 추방하고

이 전함을 강탈해 애진코트로 이름을 바꿔버린 것이었다

이와 동시에 그는 오스만 제국이 추가 주문해서 만들고 있던 전함까지

에린이란 이름으로 강탈해 영국 해군 소유로 만들어버렸고

이런 희대의 개짓거리에 어이가 날아가버린 오스만 제국이 항의했으나

그의 반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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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임대료 1000파운드 줄테니까 먹고 꺼져라

였다

왜 이런 짓거리를 벌였는가하는 이유조차 실로 가관이었는데

이 당시 처칠은 오스만 제국에 대해

처음부터 잠재적 적국, 영국의 통수를 후릴 놈들이라고 멋대로 추측을 때려놓고는

거기에 맞춰서 적국에 최신 무기를 넘길 수 없다는 기적의 논리를 시전한 것이었다






문제는 이로 인한 오스만 제국의 반응과 독일의 대응이었는데

당시 오스만 제국은 처칠의 망상과는 완전히 다르게

친영파와 친독파가 갈라져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고

잘하면 영국의 아군으로도 붙을 수 있던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영국이 희대의 통수를 날려버리는 바람에

여론은 단번에 대폭발하여

친독파가 친영파를 발라버리고 절대 다수로 돌아섰으며

독일 또한 이 사태를 보고는 옳다꾸나 하며

영국 해군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오스만 제국에 정박하고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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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양전함 괴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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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순양함 브레슬라우를 무상으로 넘겨주고

동시에 이들의 승무원까지 모두 렌트해주어

인수인계까지 완벽하게 해주겠다는 거래를 해버린다

이에 독일로 완전히 돌아서버린 오스만 제국은

그대로 영국의 적국으로 선전포고를 해버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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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오이디푸스의 이야기처럼

예방을 위해 벌인 짓이 원인으로 뒤집히며 자신을 옥죄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그러면

그렇게 강탈해 HMS 애진코트로 바꾼 이 전함이 그에 맞는 활약을 했을까?

답은 아니오였다

새 전함이라고 해도 이미 구식이었던 12인치 탑재 전함이라는 한계로 인해

이 녀석이 참전한 실전은

유틀란트 해전이 이었고

1차 대전이 끝나고나서는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에서

퀸 엘리자베스급을 지키기 위한 제물로 스크랩되면서

1회용 군함에 가까운 짧은 삶을 살다 가버렸다

(오스만 제국이 추가 주문했던 킹 조지 5세급 전함 레샤디에도 마찬가지 운명을 맞이했다)

그와 동시에 처칠은 1회용으로 써먹기 위해 그 비싼 전함을 훔친 대가

오스만 제국을 향해 벌인 또 하나의 삽질

갈리폴리 전투로 25만명이나 되는 군인들의 피를 헛되이 쏟아버리며

해군 장관 자리에서 내려가는 것으로 치뤄야했다

반대로 오스만 제국은 갈리폴리 전투를 통해

식민지들은 잃었어도 본토까지 피해가 가는 것은 최소화하고

이 전투를 통해 탄생한 전쟁 영웅들을 구심점으로 하여

혁명을 통해 터키 공화국으로 바뀌는 계기가 된다






차회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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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모신나강만 주구장창 쓴 건 아니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