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Reddit - 오랑우탄은 우리가 바뀌면 의심한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가사 중에 오랑우탄이 있다. 

-----------------------------------------------------------------------------------

The Orangutans Are Skeptical of Changes in Their Cages



"이거 새 소팝니까?" 내가 물었다.


정신의는 그걸 보며 말했다. "아뇨. 있던 겁니다."


"새 의자에요?"

"아뇨."


"당신 같은 의사 맞습니까?"

정신의는 잠시 숨을 멈췄다. 


"그래요..."


그는 머리를 긁으며 한숨지었다. 아버지도 그러시곤 했지. 정신의는 책상 서랍을 열더니 작은 직사각형 병에 담긴 짐 빔(술 이름)을 꺼내들고는, 내 눈을 피하며 병을 입술에 갖다대고, 홀짝였다. 그러더니 내게도 술을 권하였다.


"한잔 하시죠."

"예?"


"저 이번주에 은퇴합니다. 그러니 한잔 하시죠."


난 위스키를 받아들어 뚜껑을 열고 홀짝였다. 


"이거 위스키 아닙니까." 난 마신 뒤에 말했다.


"맞습니다. 브랜디죠. 눈치 채셨군요. 당신은 괜찮습니다. 호들갑 떠시는군요. 조개 같으니라구."


"뭐라고요?"


"'조개에겐 다 마찬가지야.' 쉘 실버스타인이 지은 시 이름이죠. 조개가 저를 밟고 가는 사람이나 치고 가는 물고기를 눈치 못챈다 해서 그걸 멍청이라 할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아마도요."

"조개는 멀쩡해보이는군요."


"전 조개가 아닌데요."

"이것도 위스키는 아니지요."


난 고개를 저었다. 저건 위스키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게 브랜디였다니,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정신의는 이걸 눈치채고 있었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제 문제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그럼요. 그건 그저 기벽이죠. 그뿐입니다. 당신의 어머니가 6년 동안 행방불명 됐을 때도 모르셨지 않습니까. 부주의한 거지 이상한 게 아니지요. 당신의 아버지가 당신을 어머니 살해혐의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이것보다 심한 콩가루 집안들도 많이 봐왔습니다. 당신은 버스를 타고 여기 왔지요, 스스로 말입니다. 당신은 완벽히 정상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해도 무시하세요. 당신이 자연스럽게 변화에 눈치채지 못하는 건 그냥 기벽입니다. 그뿐이죠."


---------------------------------------------------------------------------------------------


난 주위를 둘러보며 검지로 엄지에 붙은 살갗을 긁어댔다.


"제 방이 바뀌었습니까?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난 살갗을 긁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 아마 내 모든 습관들이 이따위겠지. 살갗은 붉고 생생한 게 피도 약간 묻어있었다. 난 이따금 손가락 두 개를 입술에 갖다대곤 했다. 담배를 피웠을 적 버릇이 남은 까닭이었다. 손가락이 노랗게 보였다. 새벽 4시까지 밤을 새우며 담배를 태웠던 때처럼. 비록 친구와 담배를 피웠던 적은 없었지만. 그래, 밤을 지샐 때면 특정한 곳들을 보며 담배를 피웠지. 다리 옆 카페, 나무에 불빛을 달아놓은 공원, 심지어는 내 집마저. 대체 뭐가 달라보일지 궁금해하며 말이다. 그게 문제였다. 아무것도 달라보이지 않았으니까.


"방을 바꾼 적은 없습니다만 이곳 방들은 전부 똑같이 생겼죠." 직원이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방을 바꾼다 한들 달라보이는 건 없을 겁니다."


그 사람은 구릿빛 피부에 흰옷을 입고 있었고 말을 할 때마다 팔뚝 근육을 움찔거렸다. 팔뚝에 난 털은 굶고 금색이어서 밀밭을 떠오르게 했다. 진한 속눈썹에 묵직한 코는 마치 얼굴에 눌러붙은 것 같았다. 헐렁한 흰 바지는 편해보였지만 밖에서 입고 다니기엔 부적합해보였다. 오랑우탄은 우리가 변하는 걸 의심한다. 저 직원이 다른 바지를 입었던 적이 있었던가? 


"내가 여덟살이었나 그쯤에, 학교에 간 사이 부모님이 내 침대를 2층 침대로 바꾸더니 형의 물건을 모두 내 방으로 옮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말했다. "혹은 내가 형의 방으로 옮긴 건지도 모르죠. 형은 여러가질 갖고 있었으니까. 옷이며 가구, 포스터까지. 캡틴 마블 같은 거 말입니다. 구름 위에서 땅으로 뛰어내릴 것처럼 자세 잡고 있는 거였죠. 형은 동물 인형들이며 액션 피규어들도 갖고 있었죠. 대개가 캡틴 마블이었습니다. 원더우먼도 몇 갠가 갖고 있었는데 어디에 감춰놨었죠. 난 그걸 갖고 바비 인형이라 부르면서 형을 놀려먹었습니다. 그럴 때면 형은 날 때렸죠. 난 형이 대학을 가는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돌아온 것도. 형이 떠나있는 동안 아버지가 빈 방을 사무실로 만든 것도 눈치채지 못했죠. 엄마가 실종된 것마저도요. 저중 아무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왜 도축업자가 사무실이 필요하답니까? 아무튼, 난 알아채지 못했지요. 형이 엄마는 어디 있냐고 물었습니다. 형이 묻기 전까진 까맣게 잊고 있었죠. 알아보니 엄마는 벌써 6년째 행방불명이었습니다. 아버지와 형은 싸웠죠. 그는 갑자기 돌아왔어요, 내 형 말입니다. 내가 마치 등신처럼 느껴졌습니다. 너무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난 그걸 누군가에게 들은 것처럼 말했습니다. 내가 겪은 게 아니라요."


"당신은 등신이 아니에요."


"그렇게 말해주다니 친절하시군요 직원 양반. 어쨌든, 형은 나더러 정신과 의사를 만나보라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얼굴을 찌푸렸죠. '오랑우탄도 제 우리가 바뀌면 의심하는데'하고 말할 것만 같았습니다. 아버진 매일 같이 내게 스테이크를 해주셨습니다. 내가 변화를 싫어했으니까요. 오랑우탄 운운하는 말은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에서 따온 겁니다. 나도 의심을 가지려 했지요. 난 언제나 저녁으로 스테이크를 먹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난 언제나 의심했어요. 여기서 의심 많은 오랑우탄은 저뿐입니까?"


"그래요. 당신 우리에 변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적어도 알아채기 쉬운 변화는 없어요."


난 발가락을 꼬았다. 맨발로 복도를 걸으며 차가운 타일의 감촉을 느끼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맨발로 좁은 방을 뱅뱅 돌고 있으니 뭔가 안정됐다. 난 몸을 구부리곤 눈을 치켜뜨며 방을 둘러봤다. 벽은 베이지색에 파란 선이 가로로 그여있었다. 바닥엔 타일이 깔려있었다. 


"의사는 내게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신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난 우리 속에서 미동도 않는 오랑우탄이 된 것 같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우울한 오랑우탄 말입니다. 아버지도 날 그렇게 봤지요. 나를 우울증에 걸린, 우리에 갇힌 오랑우탄으로요."


직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난 한숨쉬었다.


"그래서, 난 언제 나갈 수 있습니까."


"시험 후에요. 아마도."


"아니, 내 말은, 내가 대체 언제 나을까요? 난 댁네들이 내 방을 바꾸고 그걸 눈치 채느냐 마느냐로 시험하는 것 같단 말입니다."


"우린 그런 짓 안 해요. 당신을 도우러 여기 있는 거지 속이려는 게 아니니까. 알잖습니까, 아닌가요?"


"의사는 날 시험했습니다." 난 머리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나더러 정신 차리라고 말하는 직원을 상상하며. 떨칠 수 없는 버릇이 부정적인 기능을 불러일으킨다. 의사는 그 비슷한 말을 했다. 난 살갗을 긁으며 직원의 바지를 바라봤다. 


"그거 디키즈(의류 브랜드) 거요?" 


"내 바지요?"

"그래, 편해보이네요. 허리는 고무줄입니까?"


"당신도 파랗다 뿐이지 똑같은 바지를 입고 있는데요."


난 허리춤을 잡아당겼다. 바지는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만일 누가 내게 안대를 씌웠다면 무슨 바지를 입고 있었는지 몰랐을 수도 있겠지.


"이게 평범한 입니까?"


" 그럼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똑같은 바지 입고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입고 있는 바지가 정상인지 아닌지 생각도 못한고 있었다는 게 이상해서 말입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내가 정할 일은 아닌 것 같네요."


"난 변화를 눈치채고 싶습니다." 


직원은 머리를 긁적였다. 


"의사 선생님은 당신을 이물공포증(새 것을 두려워하는 증세)이라 진단하셨습니다. 이물공포증이 뭔 줄 아시나요?"


"변화를 두려워하는 거죠."


"정확해요."

"하지만 난 변화를 두려워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눈치챌 수 있기를 바라는 거죠."


직원은 고개를 저으며 방을 떠났다.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전 당신을 믿습니다. 당신이 친어머니를 살해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


변호사는 날 보고는 눈썹을 들어올리며 코를 약간 찡그렸다. "그러니까 친어머니가 사라진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난 고개를 저었다. "네, 아버지는 전혀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법정에 선 지 이틀째인 줄은 압니다만, 이 사람이 제가 어제 얘기했던 변호사와 같은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법정은 법정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방처럼 보였다. 그래, 판사는 단상 위에 앉아있어야 했지만 모두 접이식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래, 배심원들은 목재 탁자 뒤에 앉아있어야 했지만 방은 카펫이 깔려있었고 방청객은 오로지 셋밖에 없었다. 그들 모두가 아무 맥락도 없이, 애매하게 낯익었다.


변호사는 배심원들에게 돌아섰다. "왜 그걸 말해줘야 하죠?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난 몰랐습니다. 당신 지난번에 온 변호사랑 같은 사람 맞나요?" 내가 물었다.


변호사는 눈썹을 들어올리더니 내게 돌아섰다. "전 당신 변호사가 아닙니다. 지방검사측 변호사죠. 어떻게 모르실 수 있습니까?"


"이미 다른 변호사한테 이걸 말한 것 같은데요. 이것 때문에 판사가 날 시설로 보낸 거 아닙니까? 아직도 모르시는 겁니까? 난 오랑우탄이 아뇨."


거긴 두 번째 변호사가 있었다. 그는 날 보고 재차 확인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방검사는 혼란스러운 듯했다. 내 얼굴도 저렇겠지.


-------------------------------------------------------------------------------------------


직원은 문에 기대선 채로 말했다.


"법정은 힘들었나요?" 


"여기 돌아와서 좋네요." 내가 말했다. "여긴 편안해요. 푹신한 바닥이랑 벽도 좋고요. 바깥은 싫어요. 모두가 날 속이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으니까요. 뭔가를 옮기고는 날 비웃는 겁니다. 내가 눈치채지 못했다면서요. 난 사람들이 비웃는 게 싫어요."


직원의 피부는 구릿빛이었고, 팔뚝엔 금색의 굵은 털이 나있었다. 코는 묵직하고 속눈썹은 진했다. 팔뚝은 원숭이처럼 두꺼웠다. 그는 낯익은 듯했지만 언제나 확신할 수는 없었다. 내 눈엔 모두가 애매하게 낯익어보였으니까. 


"혹시 당신-"


"-맞아요. 언제나 같은 사람이죠."


"여기도 같은 방입니까?"


직원은 날 흥미롭다는 듯 바라봤다. 


"정말 못 기억하는 겁니까? 어제도 나한테 말했잖아요. 파란 가로 줄무늬에 타일이 깔린 벽이라고. 오늘은 푹신한 벽이군요."


"그러니까 이건 다른 방이군요?!" 눈을 부릅 뜨며 말했다. 난 살갗을 긁기 시작했다. 변화 때문에 놀라는 게 싫었다. 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놀라는 게 싫을 뿐이지. 모두 그렇잖은가.


"맞아요. 이건 다른 방입니다. 그러니까 자해하지 마세요. 실은 당신 변호사가 요청한 겁니다. 나쁜 소식이 있을 거라면서요."


"댁들 중 아무도 날 이애하지 못하고 있어. 아버진 날 이해했지. 당신께선 매일 아침 저녁으로 내게 스테이크를 구워주셨어. 내가 변화를 눈치채지 못해서 싫어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이해하고 계셨다고. 그는 매일 우리는 스테이크를 먹을 거라고 했지. 그럼 우린 스테이크를 먹는 거야. 아무 변화도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 오랑우탄에겐 의심할 변화조차 없는 거지. 난 스테이크를 먹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어느날 먹지 않았다고 해도 눈치채진 못했겠지만, 그냥 뭔가 바뀐 걸 눈치채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는 것보단 훨씬 편안했다고."


"매일 스테이크? 부럽구만요 형씨. 나 스테이크 엄청 좋아하는데."


"뭐 시간이 좀 지나자 햄버거로 바뀌었지만요. 아마 매일 먹이기엔 비쌌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그러고 나선 다시 스테이크를 먹었습니다. 번갈아 가며. 햄버거는 별로 안 좋아했지만."


"이해해요."


"햄버거는 가끔 구역질이 날 정도였습니다. 아버지가 햄버거로 바꾼 걸 눈치채지 못하긴 했지만요. 가끔은 햄버거 때문에 구역질이 났지요, 그 아삭아삭한 식감 때문에요. 그게 내가 정신과의사한테 간 이윱니다."


"왜 아삭아삭한 버거 때문에 정신과 의사한테 간 거죠?"


"오- 그것 때문이 아니지요. 미안합니다. 내 말은 엄마가 6년 동안 실종됐는데 내가 그걸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이죠. 미친 거죠. 난 엄마를 사랑했는데 말입니다. 그게 내가 정신과의사를 보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6년 동안 엄마가 실종됐단 사실도 모르고 지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 있죠. 이 정신병동에. 아마도 여기가 내게 어울리는 곳인 것 같습니다."


난 검지로 살갗을 긁었다. 내가 어디 있건, 난 거기 와봤었다. 누구를 만나건, 난 그를 알고 있었다. 무얼 먹었건 그걸 먹었던 적이 있었다. 무엇을 생각하건 이미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다는 건 절대 흥분할 거리도 없단 것이었다. 즐거운 놀람도 맛볼 수 없다, 가질 수 없다. 그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볼 뿐이다. 난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한은 모든 걸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칠 뿐이다.


"끔찍하군요." 직원이 말했다. "하지만 난 당신이 곧 여기서 나갈 거라 확신합니다. 당신은 계속 의사선생님께 진찰받을 거고, 서서히 괜찮아지겠지요. 당신은 여기 갇혀있을 만큼 끔찍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그것만큼은 확실하죠."


-----------------------------------------------------------------------------------------------


"초콜릿 상자 두 개를 떠올려보세요. 가능하다면 하나는 열려있고 하나는 닫혀있게요. 둘 다 당신 겁니다. 열린 상자에서 초콜릿이 없어지면 당신은 즉시 눈치챌 겁니다. 하지만 닫힌 상자라면 뚜껑이 열려야만 알 수 있죠. 그 도축업자의 아들은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세상의 모든 열린 상자들이 그의 눈엔 닫혀있었죠. 저나 여러분이 그저 힐끗 보기만 해도 사라진 초콜릿을 눈치챌 수 있는 것과는 다르게, 그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초콜릿을 원할 때 초콜릿이 거기 없어야만 눈치챌 수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소파, 심지어는 그것이 텅 빈 집에 있는 유일한 가구라고 해도 앉으려 하기 전까진 없어진 걸 눈치챌 수 없겠죠. 우리는 그저 집에 발만 들여도 알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계속 스테이크를 먹였습니다." 변호사는 왜인지는 모르지만 증인석에 서있는 나 대신 법정 정문을 가리켰다. 아버지도 여기 어딘가에 있는 거겠지. 사건이 일어난 뒤로는 아버지를 보지 못했다.


지방검사가 일어났다. "이의있습니다! 위증입니다."


다른 변호사가 판사 쪽으로 돌아섰다. "이건 모두 증거를 위한 겁니다, 판사님."


판사는 양측을 보고 말했다. "이의를 기각하겠습니다. 어떻게 흘러가나 보고 싶군요."


--------------------------------------------------------------------------------------------------------------------------


"똑같은 소파입니까?"


정신과 의사는 내가 똥범벅이라도 됐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그는 내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날 정말 싫어하나보군. 아버지가 언제나 날 볼 때면 짓던 시선과 똑같았다. 난 정신병동에서 풀려나왔다. 난 무죄였다. 엄마를 죽이지도 않았다. 이제 아버지와 엄마 둘 다 사라졌다. 난 그저 정신과 의사를 봐야만 했다. 내가 떠날 때 직원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난 버스를 타고 곧장 이곳으로 왔다. 의사는 내가 언제나 자신을 볼 수 있게 해줬다. 내 생각엔 그도 미안함을 느끼는 듯했다. 


"그래요, 같은 소팝니다." 의사가 한숨 지으며 말했다. 그는 진빔을 병째로 마셨다. "오늘 법정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아십니까."


연민은 흔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내 지독한 멍청함을 동정했다. 오랑우탄은 우리가 변하면 의심한다. 특히 조개를 의심한다. 


"예, 지금은 아버지가 엄마를 죽였단 의심을 사고 있죠. 법정에 섰을 땐 재판이 뭔지 맛만 봤지만 내가 천치는 아닙니다. 그 정도는 알 수 있어요.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의사는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그는 주차장을 내려다봤다. 난 그를 쳐다보며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생각했다. 이게 내가 변화를 싫어하는 이유다. 난 명백히 뭔가를 놓치고 있는데도, 그게 뭔지 감도 잡을 수 없었으니까.


"내가 뭔가를 놓쳤군요."


의사의 안색이 살짝 창백해졌지만 식중독에 걸린 것 마냥 약간 녹색이 도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돌아서며 책상에서 열쇠꾸러미를 꺼내고 옷걸이에 걸린 코트를 챙겨입었다. "같이 갑시다." 그가 말했다. "곧 끝날 거요. 점심이나 먹으러 갑시다."


"점심요?"


의사는 날 위해 열린 문을 붙든 채로 말했다. "그래요. 갑시다."


--------------------------------------------------------------------------------------------------------


손톱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왜 점심을 먹으러 나온 걸까, 아웃벡 스테이크에?


웨이터가 다가왔다. "무얼 드시겠습니까?"


"스테이크 하나요." 의사가 말했다. "내 맞은편의 젊은이를 위해."


"안 드시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지금은 괜찮습니다. 지금은... 그게 답니다. 고마워요."


웨이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떠났다. 난 레스토랑 주변을 둘러봤다. 커다란 부메랑이 벽에 걸려 있었다. 호주인들은 진짜 저걸 쓰는 걸까?


의사는 목을 가다듬었다. "법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고 있습니까?"

난 끄덕였다. "아버지는 엄마를 살해한 용의자로 수배중입니다. 그들은 아버지가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죠. 내가 아니라. 시신을 발견한 적이 없는데 대체 왜 살인사건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냥 떠난 걸 수도 있잖습니까. 그게 내가 여태 주장하던 거였는데."


"아니, 그녀는 그냥 사라진 게 아닙니다. 살해당한 거죠. 당신 아버지한테."


난 얼굴을 찌푸렸다. "난 그렇게 안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아버지는 배심원 평결 뒤에 사라졌죠. 엄마를 찾으러 간 게 분명합니다."


의사는 천천히 말했다. "당신 아버지, 그 도살자, 당신한테 매일 스테이크를 구워줬지."


"그래요. 아버지는 내가 얼마나 변화를 싫어하는지 알았으니까요.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때면 초조하고 불안했으니까요. 아버진 내게 우린 스테이크를 먹을 거라고 했어요. 매일이요. 그리고 난 매일 먹었죠. 만일 말을 안 지키고 어느날 생선이나 닭고기, 뭐 아무거나 줬어도 난 눈치채지 못했을 겁니다. 그게뭐가 대수냐 싶겠지만 뭔가 다르다는 걸 깨닫는 게 정말 싫었거든요. 이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는 압니다. 그걸 알 정도로는 똑똑해요. 난 변화를 깨닫게 되길 갈망했습니다. 그래야만 내가 완전히 정상적으로 살 수 있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그럴 수 없어요. 그게 끔찍하게 싫기도 하고요. 나처럼 병신 같은 새끼는 대체 뭘 놓치고 있는지 상상도 못하겠지요. 난 알아요. 난 알 수 있다고요. 평범한 게 뭔지 깨달아도, 내가 절대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걸 말입니다. 난 그냥 이렇게 살 것 같네요-"


웨이터가 돌아와 내 앞에 스테이크를 놓았다.


"이거 진짜 스테이크 맞습니까?" 내가 물었다. 웨이터는 옅은 미소를 띤 채 의사와 날 번갈아봤다. 아마 농담이라 생각했겠지. 아닌데도.


"물론입니다."


"그렇군요."


의사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먹어봐요."


뱃속에서 이상한 거품이 일었다. 현기증이 났다. 스테이크를 정말 먹고 싶지 않았다. 전혀 맛있어보이지도 않았다. 이상해보였다. 난 살갗을 긁어댔다.


"배가 안 고파요."


"먹어요."


"진짜 먹기 싫어요." 살갗을 더 세게 긁었다. 딱지가 벗겨지며 피가 흘렀다. 


"다시 말 안 해. 스테이크 먹어. 당장."


의사를 쳐다봤다. 그가 마주봤다. 정말로 스테이크를 먹고 싶지 않았다. "어서" 그가 다시 말했다.


마지못해 스테이크를 한 조각 썰어 입에 넣었다. 


"뭐 느끼는 거 없습니까?" 내가 씹는 걸 보자 그가 물었다.


현기증이 났지만 꾹 참았다. 포크를 내려놓고 물을 들이켰다. 여기 있고 싶지 않았다. 스테이크도 먹고 싶지 않았다.


"아뇨. 당연히 없죠."


"아무것도?"

"아무것도." 난 고개를 저었다. 


"다시 한입 먹어봐요. 거기서 먹었던 건 티본스테이크지요. 비싼 부윕니다. 제대로 작업했다면 등심에서부터 잘라서 안심도 약간 들어가죠. 그게 티본스테이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윕니다." 의사가 다시 한번 날 바라봤다. "한입 더 드세요."


억지로 포크를 들고, 다시 한 조각 자른 다음 씹었다.


"뭔가 맛이 다르지 않습니까?"

현기증이 잦아들었다. 난 씹는 속도를 늦췄다. "아빠가 만든 것보다 훨씬 낫네요."


"차이를 느낀다 이거군."

"예, 그런 것 같네요."


"너 같은 증상이 없는 사람이 눈치챌 걸 말해주지. 다른 사람은 자신이 지금 먹고 있는 스테이크가 아버지가 만든 것과는 아주 다른 맛이라는 걸 즉시 눈치챌 거야. 생긴 것도 다르고, 냄새도 다르고, 느낌마저 아주 다르지."


"그럴까요?"

"즉시 눈치챌 거야. 넌 한번도 아버지의 스테이크를 좋아했던 적이 없어."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이 스테이크는 좋나?"

난 계속 먹었다. "그런 것 같네요."


의사는 탁자 위에 깍지 낀 채 말을 이었다. 기묘한 미소를 입가에 띠고. "당신 어머니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지."


"엄마가 살해된 건지 확신하지도 못하잖아요."


"난 이미 말했다. 네 엄마는 살해당했다고. 게다가 넌 저녁에 스테이크를 먹은 적이 없어." 


의사는 말했다. 즐거워보였다. 그는 웃고 있었다. 


"아니에요. 난 아침 저녁으로 스테이크를 먹었습니다."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 웃음지었다. "아니, 아냐. 넌 어머니가 죽기 전에도 스테이크를 먹었던 적이 있지. 하지만 그녀가 죽고 나서는..."


"엄마가 죽고 나서는 아버지가 매일 스테이크를 해줬죠."


"아니, 아니, 아니, 아냐!" 의사는 입이 찢어져라 미소지었다. 마치 미친놈처럼. "넌 저녁에 스테이크를 먹은 적이 없어. 차이를 모를 테니까. 오랑우탄은 우리의 변화를 의심하지. 하지만 조개는... 흠... 조개에겐 다 마찬가지야. 아버지는 네 엄마를 죽였어! 그 작자는 많은 사람을 죽였지. 넌 아침 저녁으로 고기를 먹었지만 그게 쇠고기는 아니었어. 아냐, 아니고 말고. 네 아버지에겐 방이 있었지, 형의 오래된 방. 그 방이 엄마 방이 된 거야. 그리고 아버지는 매일, 매일, 식사를 준비했지만 그건 절대 스테이크가 아니었어!"


포크를 떨어뜨렸다. 식탁 위에 떨어져 쨍그랑 거렸다. 나이프도 떨어뜨렸다. 숨쉬기가 어려웠다. 난 뭔가를 잊고 있었다.


의사는 신경질적으로 웃기 시작했다. 그는 수염을 잡아당겼다. 그건 바로 떨어졌다. 그리곤 안경도 벗었다. 뭔가 큰 걸 놓치고 있었다. 숨쉬기가 어려웠다. 그는 목이 터져라 웃고 있었다. "여전히 날 못 알아보는구나. 병신 같은 놈! 이건 2달러짜리 변장도구라고!" 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는 손수건으로. 


"넌 스테이크를 먹은 적이 없어! 저녁에 먹은 건 정신과 의사였다고!'그가 손수건을 흔들며 말했다. "그리고 아침으론, 네 엄마를 먹었고!"


-------------------------------------------------------------------------------------

원문 출처 -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6r5vb2/the_orangutans_are_skeptical_of_changes_in_their/


뭔가 배경지식을 많이 요구하는 괴담. 


'조개에겐 마찬가지야'는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유명한 쉘 실버스타인의 작품이다. 


그냥 조개는 뭘 당해도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는 시다.

14개의 댓글

어...미안 추천주려다가 비추줌 니 글마다 추천주고있으니 오늘은 이해해
0
2017.08.04
ㅊㅊ
0
2017.08.04
잘보고가유
0
2017.08.04
설명좀 해줘 ㅎ 화자가 정신병잔데 아빠가 의사행세한거임?
0
2017.08.04
@사막꿩
그런 거지.
0
2017.08.04
@참다랑어
재판부터 정신병원까지 전부 가짜였던거야?
0
2017.08.04
@사막꿩
재판이며 기타 과정은 전부 일어났던 일이야. 단지 주인공이 변화를 인지하지 못해서 말이 바뀌는 거지. 방의 변화를 못 깨닫거나 브랜디를 위스키로 착각하거나 뭐 그런 거.
0
2017.08.04
@참다랑어
ㅇㅎ 재밌다야 이런거 올려줘서 고마웡
0
2017.08.04
정말 쓸데없이 길다
0
2017.08.04
처음엔 뭔가했는데 끝에서 재밌어졌네
0
2017.08.05
동물원같은 유툽올렸길래 새로운 소를 파는가 하고 읽었네
내가 빠가사리인것같지만 저런 경우에 그냥 새 소파입니까라고 해주면 고맙겠어
0
개어렵네;;;
0
2017.08.05
결말까지 다 퍼줘서 이해하기 쉽네
0
2017.08.07
살인범은 아빠네. 지금 정신병자 아들이 뒤집어 쓴거고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2760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체포되기까지 28년이... 1 그그그그 6 4 일 전
2759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두 아내 모두 욕조에서 술을 마시고 익사했... 그그그그 2 8 일 전
2758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공소시효만료 11개월을 앞두고 체포된 범인 그그그그 3 10 일 전
2757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범인으로 지목받자 딸에게 누명을 씌우려다... 그그그그 4 11 일 전
2756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국민MC의 죽음. 경찰은 아내를 의심하는데... 그그그그 5 15 일 전
2755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전 아내에게 집착한 전남편. 8 그그그그 3 17 일 전
2754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3,096일 동안 나는 그의 XXX였다. 8년만에 ... 4 그그그그 5 17 일 전
2753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사라진 남성이 이미 카레로 만들어졌다고?? 3 그그그그 2 18 일 전
2752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1년마다 1명씩 잠을 자다 사망한 가족. 홀로... 4 그그그그 5 22 일 전
2751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괴물을 쓰러뜨렸다." 어머니에... 3 그그그그 5 23 일 전
2750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아무도 듣지 못한 죽음의 비명이 들린 357호실 2 그그그그 9 26 일 전
2749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20년만에 해결된 미제사건 4 그그그그 10 2024.03.19
2748 [호러 괴담] [미스테리] 고립된 남극 기지에서 사망한 남성. 근데 무언가 ... 14 그그그그 14 2024.03.17
2747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문자를 차단했다고 살인까지? 3 그그그그 5 2024.03.15
2746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재혼한 남편이 7년 전 살인을 고백한다면? 5 그그그그 5 2024.03.12
2745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헤어진 여자친구가 결혼하자 그의 분노가 향... 6 그그그그 8 2024.03.09
2744 [호러 괴담] (공포,기괴) 한국 아날로그 호러 살인 용의자 몽타주,사건개요 2 찬구 4 2024.03.08
2743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여자친구가 살해되자 경찰은 남자친구를 의... 1 그그그그 3 2024.03.07
2742 [호러 괴담] 유트브에서 가장 유명한 실종자 라스 미탱크 실종사건. 17 그그그그 27 2024.03.05
2741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무죄를 선고받고 나서야 그는 살인을 인정했다 1 그그그그 10 2024.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