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Reddit - 빠지다 / 손가락들 / 브람홀 허수아비

Drown


문지기의 눈을 바라볼 때, 그는 네 가장 깊숙한 두려움을 알게 된다.  네 악마들이 네 스스로를 죽일 때까지, 문지기는 멈추지 않고 너를 쫓으리라. 어렸을 적 친구가 해줬던 이야기다. 부모님께 이게 진짜냐고 물었지만 그들은 언제나 대답을 피했다. 난 괴물이 진짜라고 믿기 싫었다.


어느날 아침, 난 계정이 해킹당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이메일을 열고 인터넷 보안에 관한 보고서를 읽은 다음 링크를 클릭하면 개인정보가 털리는, 그런 사기문자와 그들의 방식을 알고 있었기에 괜찮다고 생각하고 이메일을 열었다.


링크도, 경고도 없었다. 해킹시도 자체가 없었다. 화면에 보이는 거라곤 날 마주보는 크고 빛나는 백색의 눈동자밖에 없었다.


이메일을 지웠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그냥 친구가 장난 치는 것일 테지만, 그 이메일은 훨씬 악의에 차있는 것 같았다. 그 하얀 눈동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난 피해망상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내면을 들여다보며 날 가장 두렵게 만드는 것들을 생각해봤다. 높은 곳, 거미, 어둠. 하지만 그 어떤 의심의 여지도 없이 내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공포는 바로 빠지는 것이었다.


난 안전하게 살기로 했다. 모든 예방책을 취하며 문지기가 날 데려가지 못하게 했다. 샤워도 안 했다. 물도 조금씩 홀짝이기만 했다. 집근처에 있는 호수에서도 떨어져 지냈다. 지난 달엔 우리 가족들이 워터파크에 갈 때도 혼자 있기로 했다. 물만 없으면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다.


가족이 떠난 직후 비명이 들렸다. 도움을 청하는 것 같은 외침이었다. 생각할 틈도없이 아랫층으로 내려가 호수에서 들리는 소리를 따라갔다. 멀리서 작은 소년이 물속에서 뜨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근처엔 아무도 없었다. 물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물 속에 뛰어들려는 순간,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문지기는 희생자를 죽이기 위해 그를 속인다고. 


난 거기 멈춰섰다. 도와달라고 허우적거리는 소년의 눈을 응시하며. 그리고 결국, 난 선택을 내렸다.


소년은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거품은 멎었다.


소년의 비명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됐다. 그 시체가 내게 씌인 듯했다. 잘 수도 없었다. 부모님은 내가 왜 병들고, 춥고, 소원해졌는지 알지 못했다. 아무도 내가 왜 제정신으로 살 수 없게 됐는지 알지 못했다. 오직 나만이 진실을 알고 있었다. 문지기가 이긴 거다. 이 영악한 십새끼가 내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긴 거다. 오늘 밤 그놈을 축하해줄 거다. 그놈이 날 데려가기만 한다면, 날 짓누르는 죄책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겠지. 난 물에서 떨어져 지냈지만 그걸로는 족하지 않았던 거다.


진즉에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사람은 물에만 빠져 죽는 게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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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gers


난 아빠가 없었다. 엄마가 내가 가진 전부였다. 우린 그걸로 괜찮았다. 자궁에 있을 때, 엄마는 출산을 재고할 것을 권고받았다. 의학적 지식보다는 의료 폐기물들로 가득한 의사놈들이 엄마에게 내가 선천적 불구를 지닌 기형아로 태어날 것이라고 한 것이다. 그놈들은 그리 말하며 내가 손가락이나 발가락 몇 개 없이, 심지어는 아예 사지가 없이 태어날 거라고 했다. 내 엄마, 홀몸에다 인공수정으로 날 밴 엄마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엄마는 아이를 가지길 간절히 바랐고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 있었다.


엄마가 말하길 산도를 통해 나왔을 때, 나는 울기보다는 아주 환하게 웃고 있었다고 했다. 마치 세상을 만날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것 마냥. 내게 선천적 결함이 있는지 검사한 이후 의사들은 내가 유전적 문제를 완벽히 뛰어넘고 태어났다며 집으로 데려가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6학년 때 친구와 낡은 철로에서 놀다 불행이 일어났다. 기차가 달려올 때 누가 가장 늦게 손을 떼나 내기를 하다 손을 너무 늦게 빼고 말아 손가락들이 아예 짓뭉개진 것이다. 수술 뒤 내게 남은 거라곤 그저 손바닥밖에 없었다. 엄마는 사사건건 내 뒤치다꺼리를 해야 했다. 신이시여, 그녀를 축복하길.


그리고 한 달 전, 내 손가락들이 기적적으로 다시 자라나기 시작했다. 마디마디 자라나는 손가락은 신비 그 자체였고, 실로 경탄할만한 일이었다. 


바라건대 이제 이상한 곳에서는 자라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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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mhall Scarecrows


잉글랜드 북부의 브람홀은 매력적이고 고풍스러운 마을이다. 사람들은 상냥하고 마을은 고즈넉하지만 아이들이 자라기엔 끔찍하게 따분한 곳이기도 했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도, 같이 놀 친구도 거의 없었다. 사실 여기만큼 애들이 없는 마을은 잉글랜드 내에서도 드물 것이었다. 게다가 아이들이 기대할만한 것도 별로 없었다. 매년 열리는 허수아비 대회를 빼면.


아주 먼 옛날부터 브람홀의 상회와 상인들은 허수아비를 만들고, 옷을 입히는 데 수개월을 쏟아부었다. 허수아비들은 가게 창문 안에 전시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조용히 바라보다 7월의 마지막 일요일에 도로변에 내놓아 평가받는 것이었다. 해적, 팝스타, 정치인, 그리고 가능한 모든 직업들이 꿰맨 허수아비들로 만들어졌다. 허수아비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나무 십자가가 모든 참가자들에게 주어지면, 그들은 지푸라기를 채워넣은 인형을 만들고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만큼 제 마음대로 꾸미는 것이다. 상품은 그저 형식적인 것이었지만 사람들은 명예를 위해 맹렬하게 다투었다.


대회의 저녁, 네 명의 아이들이 상가 구역을 맴돌고 있었다. 늦은 시작이었지만 열댓쌍의 검은 단추 눈알들이 어두운 가게 안에서 그들을 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밖에 혼자 나와있는 허수아비를 발견하더니 그걸 끌고 다니며 찢고는, 바느질해 만든 망토를 벗기고 뜨개질해 만든 손가락이 쥐고 있던 예쁜 나무 플루트를 뺏어다가 엉망진창으로 불어댔다. 한 소년은 누군가가 정성들여 만든 결과물을 망치는 게 잔인하다고 생각해 나머지 셋이 허수아비를 근처의 숲으로 끌고 가 태우려는 걸 말렸지만 그들은 즐거움에 취해 그 소년에게 자신들을 내버려두고 집으로 꺼지라며 허수아비를 끌고 신명나게 나무 사이로 모습을 감추었다.


다음날 아침, 소년은 아침 심사를 위해 바글바글 모인 마을사람들 중에서 세 친구들을 찾지 못했다. 연중 최고의 순간을 놓칠 사람은 없는데, 소년은 궁금해졌다. 도널드 트럼프처럼 생긴 허수아비가 이겼지만 특별상은 익명의 참가자가 수상했다. 놀랍게도 그것은 어제 본 외톨이 허수아비였다. 알록달록한 옷은 말끔히 수선되어있었고 플루트는 얇은 입술 위에 올려져있었으며 꿰매어진 입은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이 허수아비의 이름은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였으며 심사위원들은 행복한 모습으로 그를 따라가는, 어린아이 크기의 세 허수아비들에게 특히 감명받았다고 했다. 점점 커지는 혼란 속에, 소년은 그 작은 허수아비들이 입고 있는 옷이 끔찍하게도 낯익은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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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다 - https://www.reddit.com/r/shortscarystories/comments/6qcz5o/drown/


손가락들 - https://www.reddit.com/r/shortscarystories/comments/6qdf24/fingers/


브람홀 허수아비 - https://www.reddit.com/r/shortscarystories/comments/6qkh3a/the_bramhall_scarecrows/


Drown은 익사지만 그렇게 하면 서술상 어려움이 있어서 원문처럼 중의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빠지다'라고 조금 풀어 씀.


브람홀의 허수아비 역시 복수로 허수아비들이라고 해야 하지만 어감상 단수로 함. 


하지만 손가락들은 이야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복수를 씀. 



10개의 댓글

2017.08.01
느낌 잘살리네
0
2017.08.01
셋다 짧지만 재밌네
0
2017.08.01
첫번째의 마지막 말을 이해못했어 ㅠㅠ
0
2017.08.01
@야옹이커여워
레딧에선 죄책감에 빠져 죽은 거라고 하더라.
0
2017.08.01
@참다랑어
슬픔의 강 그런뜻인가
0
2017.08.01
손가락들에서 손가락이 자라났다는건 진짜로 신체 이곳저곳에서 손가락들이 자라났다는 의미인거야??
0
2017.08.01
@감자깡
문맥상 그런 거지. 원문은 Strange place라고 되어있어.
0
2017.08.01
@참다랑어
아 그럼 원문 직역으로는 이상한 장소인데 의역하면 몸 이곳저곳이란게 되는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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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1
@감자깡
이땐 몸 곳곳이 더 적절한 해석이니까. 방바닥 같은 데 돋아나면 황당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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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3
빠지다 오랜만에 좀 감명받았다. 문지기는 물을 무서워하는 공포를 이용해서 소년이 위험한 상황에서 구하는걸 주저하게 했고, 결과적으로 자기가 원하는걸 얻게 된거니까... 개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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