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Reddit - 만일 자각몽을 꾼다면, 마주치는 것들에게 어떤 폭력도 휘두르지 마

If you have a lucid dream, do not commit any acts of violence against the things you meet


첫 자각몽은 9살에 꿨다. 


난 후진 동네에 있었다. 문드러진 현관에, 페인트는 죄 벗겨지고, 지붕창엔 스페인 이끼가 덕지덕지 들러붙어있었다. 거리를 어슬렁거릴 때면 낮게 깔린 안개가 내 발목을 휘감았다. 마치 옛날 비디오 게임처럼, 지평선은 바뀌지도 않았고, 닿을 수도 없었다.


거미줄이 쳐진 집들을 들락날락하며 돌아다녔다. 거리는 고요했지만 집들엔 몇몇 유령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애들이 몇 몇인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여러모로 썩어들어가는 노인들이었다. 그들은 날 해치지도, 말을 걸지도 않았다. 그냥 떠다닐 뿐. 가끔은 날 따라오기도 했지만 딱히 무섭지는 않았다.


꿈에 대해 썩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이꿈을 몇 주 뒤에 다시 꾸게 되기 전까지는. 그리고  몇 주 뒤에 또 다시. 딱히 무슨 짓을 저지른 것도 아니었다. 그냥 걷거나 집안을 돌아다니면서 보물을 찾거나, 돌을 던지고 병을 부수는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이 꿈을 네 번째 꾸게 됐을때, 거리엔 나 말고도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꿈 속의 나는 집집의 울타리들을 막대기로 드드드득 그으며 거리를 달리는 중이었다. 가까운 막다른 골목에서 내 이름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봤더니 거기엔 6살 먹은 내 동생 라이언이 보였다. 동생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날 향해 뛰어왔다.


"롭!"


동생이 내 앞에 멈춰서며 말했다.


"형도 이제 여기 왔구나! 안녕!"


"이제?"


난 동생이 왜 여기 있는지 알아내려 애쓰며 말했다.


"너도 여기 온 적 있는 거야?"

동생은 아이처럼 흥분해 있어서 이 일이 별로 놀랍지 않은 듯했다. 


"얼굴이 조각 난 여자 봤어? 저 밑에 있는 벽돌집에 자주 있던데."


우리는 곧장 그리 향했다.


다음날 아침, 라이언과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며 말하기 전에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서로가 자각몽을 꿀 뿐만 아니라 어떤 이유로 꿈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까지 알아냈다. 어렸던 탓에 아무에게도 말하진 않았지만. 앞으로 겪게 될 두려움은 잊은 채 우린 그저 마법과도 같은 일과 비밀에 들떠있었다.


  해가 지나며 라이언과 나는 안개 낀 동네와 거기 사는 유령 같은 주민들의 꿈을 산발적으로 꾸게 됐다. 가끔은 혼자 있었지만 이따금은 라이언이 함께였다. 함께 있을 때 우린 더 대담해져서 다락방이나 지하실을 뒤지며 더 무서운 유령들을 찾아다녔다. 유령들은 매번 같은 곳에 있는 듯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은 낯이 익어갔고, 우린 별명을 지어줬다. 반쪽이, 분해녀, 꼬마, 익사한 소년인 불퉁이, 거의 뼈대만 남은 뼈다귀 영감은 쿠르타와 도티(인도의 복식)를 걸치고 있어 남자인 것 외엔 아무것도 몰랐다. 그리고 짜부라진 다리를 바닥에 질질 끌며 돌아다니는 쩔뚝이가 있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비디오 게임을 더 많이 하게 될수록 우린 이 안개낀 동네에 질려갔다. 우린 유령들을 쫓기 시작했고, 어떡하면 그것들을 제압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그건 아주 즐거운 놀이였다. 마치 자면서 하는 엑스박스처럼. 가끔은 무기를 찾는데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거나, 작전회의를 위한 기지를 세우려고 유령들을 집에서 몰아내기도 했다. 어쩔 땐 그저 돌아다니며 길을 막는 모든 걸 베기도 했다. 유령들은 우리를 쫓아다니며 통곡하고 비명지르기 시작했다. 절대 오래 가진 못했지만. 쇠지렛대나 나무판자로 몇 대 갈기기만 하면 이 동네에 깔린 안개 속으로 흩어져버렸으니까.


전환점은 라이언이 불퉁이를 둘로 갈라버리려 할 때 일어났다.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난 그 떠다니는 작은 것을 보호하려 했다. 아마 형으로서의 뭔가였겠지. 혹은 그냥 작고 너무 슬퍼보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라이언이 그걸 두쪽내려 빵칼을 휘둘렀을 때 난 막아섰고, 불퉁이는 도망쳐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라이언은 화를 내며 내가 자신의 득점을(당시 내가 2점 앞서있었다.) 방해하려 한다고 생각해 내게 달려들어 몸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거리를 구르며 발길질을 해대고 서로에게 소리질렀다.


결국엔 화해를 했지만 이미 흥이 식어버렸다. 게다가 라이언에겐 절대 말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말하지 않을 거지만 그 다음날 일어났을 때 어깨죽지엔 멍이 들어있었고 무릎과 정강이엔 생채기가 나있었다.


난 대학으로 떠나고 라이언은 집에 머물게 됐을 때도 우린 가끔 서로를 꿈 속에서 만나곤 했다. 우리가 전화나 페이스북으로 얘기하고 있었다면 아마 "요즘 유령 못봤냐?"하고 비꼬듯 물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꿈을 꾸는 일이 적어졌다. 유령들은 서서히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장례식이 있은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 5년만에 처음으로 자각몽을 꾸게 됐다. 


여기서부턴 아직 라이언에게 말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말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썩어가는 동네에 다시 오게 된 게 너무나도 놀라운 나머지 난 그저 막다른 골목 중 하나를 빙빙 돌며 "저기요?"나 "나 다시 돌아왔다!" 하고 소리만 질러댔다.


하지만 곧 놀라움은 갑절이 됐다. 안개 속에서 뭔가 솟아오르더니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누군지 알고나자, 목구멍에서 터져나오는 말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할부지!"


난 울며 그에게 달려갔다. 이건 단지 꿈일 뿐일 텐데도 할아버지를 껴안으려 두 팔을 벌렸다.


"할부지, 대체 어떻게 여기 있는 거예요?"

잠시간의 침묵 끝에 난 흥분한 아이처럼 방방 뛰었다. 그리움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건 그저 할아버지를 껴안는 것뿐이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할아버진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날 살펴보더니 불신섞인 소리로 물었다.


"롭, 맙소사, 그들이 요 몇년 간 누가 찾아와서 여길 난장판을 만들어놨다고 했는데 그게 너였니?"

 

아버지의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한 거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마치 다섯살 때 저녁을 다 먹지 않았다고 혼났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맞아요, 할부지, 저에요. 저랑 라이언 둘요. 하지만 그저 놀이였어요. 이건 그냥 꿈이잖아요. 할아버지도 그냥 꿈이라구요." 


할아버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맙소사"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슬픔으로 가득했다.


"대체 누가 널 여기 오게 했는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이건 꿈이 아니란다. 이 친구들도 그냥 상상 속 유령들이 아니야."


"모두 네 친척들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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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6o3l5q/if_you_have_a_lucid_dream_do_not_commit_any_acts/


반쪽이, 불퉁이, 분해녀, 뼈다귀 영감, 쩔뚝이의 원문은 각각 Part-face, Soaking wet, Decomposing women, Old bones, Limping man


할부지의 원문은 Dada. 막다른 길의 원문이 cul-de-sac이었던 걸로 봐서 프랑스계인 듯.





 

10개의 댓글

2017.07.19
항상 잘보고있다야~
0
2017.07.19
죽은 친척들이 모여있는데 꿈속에서 어쩌다 들어갔는데 지금까지 그 친척들을 조져왔다는건가 ㄷㄷ
0
2017.07.20
오 좋아
0
2017.07.20
별명 번역이 맘에 들어서 ㅊㅊ
0
2017.07.20
이제 나중에 죽고 자기도 절로가면 할배들 보기 민망하겄네
0
2017.07.20
패륜드리머 ㅊㅊ
0
2017.07.21
대단하다 ㄹㅇ 잘크고있네
내용에 어울릴법한 느낌있는 사진도있으면 좋겠다 흐엉
0
2017.07.22
ㅋㅋㅋㅋㅋ 다행이네, 시시하고 재미없는 내용이라서. 내가 상상한 무서운 내용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0
2017.07.23
막힌길은 북미에서도 cul de sac이리고 함
0
2017.07.23
@스타시커
그렇구나. 신기방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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