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Reddit - 셋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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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양식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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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om For Rent


작년에 새직업 때문에 이사를 하게 됐다. 하지만 아파트로 이사하기 직전, 건물에 침수가 일어나 졸지에 묵을 곳이 없어져버렸고, 결국엔 인터넷으로 다른 집을 찾을 때까지 임시로 살만한 곳을 검색해야 했다. 그러다 한 노부인이 자기 집의 침실을 세놓는다는 광고를 발견했다. 호텔에서 머무는 것보다 쌌기에 난 그 노부인(M이라고 부르자)에게 전화를 걸어 몇 주 동안 그곳에서 살기로 계약을 맺었다. M은 60대 후반의 아주 상냥한 노부인이었다. 자식들이 멀리 살고 있는 탓에 조금 외로워 보였고 집을 좀 채워놓고 싶어하는 듯했다. 그 집엔 다른 사람도 살고 있었다. 지역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20대 중반의L이라는 여성이었다.


나는 며칠 뒤 그 집에 도착했고 M을 직접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녀와 함께 앉아 동의서에 사인했다. 보통의 사글세 계약서였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나서 그녀는 내게


"오, 한마디 덧붙이자면 새벽 1시 뒤에 귀가하게 된다면 날이 밝을 때까지 다른 곳에 묵어주세요. 몽유병 때문에 침입자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라고 말했다. 난 그저 "그러믄요."하고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젠장!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한 달만 사는 거니까 괜찮을 것이었다. 이 주(州)엔 친구도 없었고. 그러니까 그렇게 늦도록 밖에 있을 일은 없을 것이라 단정지은 것이다.


그 집은 빅토리아 양식의 2층 주택이었다. 외관은 좀 낡았지만 내부는 새로운 나무바닥과 페인트칠로 훨씬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대도시의 외곽에 있는 데도 불구하고 집 전체가 마치 농장 같은 느낌이었다. 남부 출신인 M이 여기 이사오면서 그 분위기까지 데리고 온 것만 같았다.


짐을 모두 정리하고 집에서 쉬다 1층의 거실로 내려가 M, L과 간단하게 수다를 떨었다. 그리곤 소파에 앉아 같이 TV를 봤다. 늦게까지 TV를 보다 M은 자러 갔다. 난 L에게 M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특히 몽유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L은 좀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으며 다른 것보단 자신의 학업에 더 흥미를 두고 있었다. 그녀는 자주 밖에 나가지 않았던 탓에 M의 몽유병이 자신에겐 딱히 문제될 게 없다고 했으며 자신은 1시 전엔 자니 괜찮다고 했다. L은 이곳에 1년 가까이 살았으므로 나 역시 이 몽유병이 그리 큰 영향은 못미칠 것이라 여겼다.


3주가 지나고 나자 새직장에서도 몇 명인가 친구가 생겨 금요일 밤에 어울리게 됐다. 바에 가 술을 몇 잔 마시고 경기를 봤다. 바가 문을 닫은 뒤엔 고주망태가 된 동료를 차에 태워다 집에 데려다줬다. 시계를 보니 1시는 예전에 지나있었다. M이 했던 말이 생각났지만 아직 이 친구들에게 하룻밤 재워달라고 할 정도로 친하진 않았기에 그냥 조용히 집에 들어가면 되리라 생각했다. 


주차로에 차를 대고 문앞으로 다가갔다. 열쇠를 빼내 조용히 문을 열고 조심스레 문을 닫은 뒤 잠갔다. 그런 다음엔 거실을 가로질러 계단으로 향했다. 반쯤 올라와 난간이 굽어지는 부분까지 갔을 때, 계단 오른쪽의 거실과 이어지는 주방에서 삐걱이는 소리가 들렸다. 난 얼어붙은 채로 "젠장, 걸리겠네."하고 생각했다. M은 집의 모든 방이며 계단에 야간 전등을 설치해놨고, 그 탓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부엌에서 거실로 움직이는 게 보였다. 일단은 그림자가 뭘 하는가 지켜보기로 했다.  그림자가 몸을 움직임에 따라 그 주인 역시 부엌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속으로 "지금이 기회야"하고 속삭였다. 천천히 계단을 올랐지만 다 오르기 전 층계가 요란스럽게 삐걱거렸다. 부엌에서 그르렁거리는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거실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난 천천히 고개 돌려 계단 밑을 바라봤다. 야간등의 희미한 불빛 속으로 계단 끄트머리에 서있는 사람이 보였다. M인 줄 알았지만 180cm 정도로 보이는 그 여자는 M보다 훨씬 컸고 몸은 거식증 환자처럼 빼빼마른 데다 가늘고 긴 머리칼을 하고 있었다. M은 157cm에다 약간 뚱뚱헀다. 그 여자는 계단에서 고개 돌린 상태였고 매우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숨을 들이마셨다 내쉼에 따라 어깨가 크게 들썩거렸다.


그것이 층계참에 머무르는 동안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뒷걸음질 쳐 계단을 올라갔다. 그러다 발이 미끄러져서 넘어졌고, 계단 모서리를 붙잡고 일어났다. 그 괴물은 오른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렸고 난 퀭하니 주저앉은 눈두덩 안에서 번뜩이는 녹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온몸이 들썩이기 시작하더니 괴물의 호흡이 더 빨라졌다. 시선을 유지한 채로 천천히 몸을 빼 복도를 뒷걸음질쳐 내 방으로 조금씩 다가갔다. 계단을 타고 오르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뼈가 흔들리는 소리가, 층계참을 밟으며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 손잡이를 확인하느라 잠시 고개를 돌렸다. 괴물이 내는 가파르고 새된 숨소리가 계속되고 있었다. 손잡이를 두어번 돌리니 문이 열렸고, 난 방 안으로 몸을 던졌다. 쿵 하는 소리에 괴물이 달려와 문을 할퀴었다. 손톱이 나무로 된 문을 파고 들었다. 난 괴물이 1층으로 내려갈 때까지 바닥에 귀를 대고 바닥이 삐걱대는 소리로 그 위치를 확인했다. 


의자를 가져다 손잡이 밑에 괴었다. 그날밤은 전혀 잘 수 없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거라곤 녹색눈과 내 귀에 울리는 발걸음소리뿐이었다. 이제 M이 몽유병 환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단지 거기 사는 그 괴물과 마주치지 않게 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난 그 주 주말에 새 아파트로 이사갔다. M과 L에겐 괴물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들이 괴물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도 알고 싶지 않았고. 그저 모든 걸 잊고 싶었다. 만일 당신이 아주 기이한 규칙이 있는 곳으로 이사하게 된다면, 싫겠지만 그냥 다른 곳을 찾을 때까지 호텔에 머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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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 -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6mykv9/room_for_rent/






6개의 댓글

2017.07.15
개무섭네 ㄷㄷ
난 L M 보니까 바로 로라랑 매기 떠올림
0
2017.07.15
N은 언제 나오나 했네
0
빅토리아 양식이 더 자연스럽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양식

--풍 은 유행, 단기간의 트랜드
--양식 은 시대배경, 장기적 문화

둘 중 뭘 쓰더라도 -ian -ic 어미는 잘라내고 원명사로

빅토리아victorian , 하와이hawaiian , 로마roman , 켈트celtic

예외는 일제시대에 번역된 고딕gothicゴシック , 클래식classicクラシック , 가톨릭catholicカトリック 등
개화기 일본의 번역방침은 한자어에 가타카나발음병기였기 때문에 저렇게 古典(クラシック) , 経済(エコノミ)처럼 쓰고 읽으므로

이런 번역차이가 생기지
0
2017.07.15
@그래서요깔깔깔깔
그렇네. 알려줘서 ㄳㄳ
0
Cfy
2017.07.15
그래서 저 여자는 도대체 정체가 뭐여 주인이 몰래 키우는 괴물이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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