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괴담

Reddit - 동전 튕기기

Let's Flip for it


아파트를 나서며 그것이 내 차 옆에 떨어져 있는 걸 봤다. 왜 주웠는지는 모르겠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페니(1센트 짜리 동전)들을 지나쳐왔던가? 수십? 수백? 그런데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이것만은 줍고 말았다.


낡아빠진, 녹슨 페니다.


직장의 내 자리로 갔을 때, 난 주머니를 뒤졌다. 휴대전화, 지갑, 열쇠, 그리고 페니.


동료인 필이 내 사무실로 걸어들어왔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가게의 아침 샌드위치 두 개를 들고서.


"이봐 스티브. 가게에서 베이컨이 모자라대서 샌드위치 하나에밖에 못 넣었어. 다른 하나는 소시지가 들어있지.


근데 우린 베이컨을 더 좋아하잖아? 그래서 말인데, 팔씨름으로 정하는 게 어때?"


그가 웃었다.


난 동전을 힐끗 쳐다봤다. 링컨의 얼굴, 녹색으로 바랜 음영, 그것은 날 올려다 보고 있었다.


"동전 튕기기로 정하는 건 어때?"


내가 말했다.


"이긴 사람이 베이컨 먹는 거야."


필이 고개를 끄덕였고 난 동전을 튕겼다. 동전이 최고점에 다다랐을 때, 난 앞면에 걸었다.


손바닥에 동전이 떨어지자 난 그걸 손등에 엎어놨다.


앞면이다!


샌드위치를 먹어치우며 일과를 시작할 준비를 했다.


한 시간 쯤 지나자 오늘은 느긋한 날이 될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주문도 없었고, 새로운 이메일도 안 왔다.


내가 보낸 모든 이메일들 역시 부재중이라는 답장만 돌아왔다. 뻔하지, 공휴일 하루 전날인데.  모두 그냥 밖에서 즐겁게 놀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럴 때 난 사무실에 처박혀 아웃룩(전자우편 프로그램)이나 보고 있지.


점심쯤 되자 상사가 필과 함께 찾아왔다. 


"이봐, 일도 늘어지고 인간들도 다 조퇴하고 있어. 그래도 너희 둘 중 하나는 팀에 무슨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서 남아있어줘야겠다." 


상사가 말했다.


"누가 먼저 갈지 정해."


상사가 떠나자 필이 나를 쳐다봤다.


"어... 네가 베이컨 샌드위치를 먹었으니까 말이야아아아-" 


"좆까"


내가 말했다.


"너 저번주 금요일에 조퇴했잖아. 그 전 금요일에도."


"아, 제발 좀! 오늘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뭔가 수상쩍은 말투였다. 


동전을 쳐다봤다. 그리고 맹세컨대, 링컨 할아버지가 윙크했다.


"동전 튕기기 어때?"


짐을 싸서 나가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뒤에서 필이 뚫어져라 쏘아보는 게 느껴졌다. 미안하다고 이 친구야. 그래도 오늘은 내 날이야! 뒷면은 언제나 맞는다고!


동전을 힐끗 보며 다 안다는 듯 미소지어줬다.


아내에게 줄 꽃을 사려고 월마트에 들렀다. 그녀를 놀래켜주고 싶었다. 아마... 밖으로 데리고 나와 이른 저녁을 먹을 수도 있겠지.


월마트에 들린 다음엔 주유소에 가서 가스를 채웠다. 돈을 낼 때 복권이 눈에 들어왔다. 한 번 질러봐? 오늘은 운수좋은 날이라고!


어느 걸로 할까? 고민됐다. 동전을 꺼내다 튕겼다. 앞면, 앞면이면 세븐 세븐스 뒷면이면 행운의 토끼 발 (복권 종류)... 동전을 튕겼다.


뒷면. 행운의 토끼발. 


점원 앞에서 복권을 긁었다.


하나



토끼발 셋이다!


상금을 긁어냈다.  250달러다!


다행히도 점원은 충분한 돈을 갖고 있었다. 차를 향해 상쾌하게 걸었다. 손에는 돈을 들고, 이제 집으로 가면 된다.


집에 도착해서 문앞으로 갔다. 조금 열려있었다. 서서히 문을 열었더니,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큰방 화장실 샤워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의 소리도.


"필! 나 지금 샤워중이야! 문자 보냈으면 미안. 오늘 아침에 폰이 망가져서!"


그녀가 소리쳤다.


다리가 풀려버리는 줄 알았다.


돌아서서 천천히 문을 닫았다. 계단을 내려가 다시 차에 탔다.


운전했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게에 들어갔던 기억도. 기억나는 거라곤 월마트의 수렵 섹션 앞에 서있었던 것뿐이다.


"무얼 도와드릴까요?"


총과 칼이 진열된 유리 진열장 앞에 서있자 점원이 와서 물었다.


"총이나 칼 중 뭘 찾으세요?" 그가 물었다.


오른손이 주머니 안에서 복권 상금을 그러쥐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동전을 쥐는 왼손도. 


"동전 튕기기로 정하죠."


난 집 문 앞에 섰다. 이젠 닫혀있었다. 열쇠를 집기도 전에 문이 열리더니 눈물을 글썽이는 아내가 나왔다.


"스티브... 난... 맙소사... 이런 식으로 들키고 싶진 않았는데."


그녀가 흐느꼈다.


안으로 들어갔다. 필이 거실의 내 의자에 앉아있는 게 보였다.


내 의자에.


"스티브 이건 당신이랑은... 당신이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얘기에요."


그녀가 울며 말했다. 필에게로 다가가자 그놈이 거만하게 일어섰다.


"이봐 친구."


그놈이 떠벌이기 시작했다.


"난―"


뭐라 지껄이기도 전에 배때지에 칼침을 놓아줬다.  그놈은 쓰러지며 날 쳐다봤다. 아내의 비명이 멀게만 들렸다.


"스티브! 맙소사! 무슨 짓이에요?!"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피가 뚝뚝 흐르는 칼은 여전히 꽉 쥔 채였다. 그녀는 주저앉더니 부엌의 의자를 꼭 붙잡았다.


"스티브, 제발, 이러지 마요."


"제발! 제발 날 죽이지 마!"

 

몇 피트 앞에서 멈춰선 나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냈다. 


"동전 튕기기로 정하지."


고속도로를 달리며 동전을 높이 들어 비춰봤다. 거의 새것 같았다. 눈부시고, 살아있는 듯한. 빌어먹게 아름다운 동전!


방지턱을 넘자 트렁크에 넣어둔 몸뚱이가 꿈틀댔다.


망할.


저 씨발 연놈들을 대체 어떻게 할까? 


파묻어버릴까?


어디 던져버릴까?


난 동전을 쳐다봤다.


"튕겨서 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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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출처-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6l257d/lets_flip_for_it/


원래 한 문장 쓰고 엔터 치는 방식은 안 좋아하지만 이 글은 문장이 죄다 짧아서 이편이 보기 편한 듯해 이렇게 씀.


제목인 Let's flip for it.은 '튕기기로 정하자'라는 뜻이지만 그냥 동전 튕기기로 번역.





11개의 댓글

2017.07.06
이거 완전 투페이스......
0
2017.07.06
사랑해 많이 컷구나 장하다 기뜩하다
0
2017.07.06
참치씨. 엄청 부지런하네. 나도 취미로 번역하고 있는데 정말 경탄스러운 속도다. 항상 잘 보고 있음.
0
2017.07.07
참치님은 직업이 뭐에양. 매일 잘보고 있음!
0
2017.07.07
뭔가 주인공이 중2병스럽다
0
2017.07.07
동전이 행운과 동시에 불행을 가져다 주는건가

잘봄
0
서프라이즈 생일파티같은건 음...
상관없는 일이라니까 아니겠네
0
2017.07.07
이거 완전 투페이스 아니냐.
0
필이 소시지를 먹은 게 소시지를 휘두르다 칼집이 나리란 복선이었군!
0
2017.07.07
크 이번건 꿀잼이었다
0
크 동전튕기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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