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처갓집 이야기

최근 처갓집에서 겪었던 얘기입니다.
얼마전 장모님과 술한잔 하다가 그간 겪었던 얘기를 하다보니 나름 소름도 돋고 재밌어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처갓집은 읍단위 시골의 산기슭에 위치한 오래된 주택입니다.
마당이 있고 마루도 있고 그런 전형적인 시골집이지요.
장인어른께선 목수셨고 전자기기를 좋아하셔서 항상 집안은 뭔가 수리중이고 새로운 기기가 보이곤 했습니다.

대략 4년전쯤 딸아이가 5살때였습니다.

그때 장인어른께선 방 하나를 노래방으로 개조하셨습니다.
실제 노래방기기와 모니터, 미러볼같은 조명까지 완벽한 노래방이었죠. 그래서 딸아이는 처갓집에 가는걸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때처럼 1박 계획으로 처갓집에 놀러갔습니다.
딸아이도 신나서 출발했고 처갓집 대문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딸아이가 빽빽거리며 울고 떼를 쓰기 시작하더군요.
평소 외출해서 떼쓰는걸 굉장히 엄하게 혼내서 절대 밖에서 떼쓰는 아이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외할아버지 집에 가기 싫다고 대문앞에서 울고불고 주저앉고 난리였습니다.
참 난감하더라구요. 2시간 거리를 왔더니 안들어간다고 버티니...

겨우 달래고 혼내어 안고 있는 상태로 처갓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날따라 제 품에서 절대 안나가더군요.
그 좋아하던 노래방도 안들어가고 말도 별로 안하고요.
간만에 보는 외손녀가 그리 풀이 죽어있으니 그날 저녁 분위기는 아무래도 흐지부지 넘어갔습니다.
술만 가볍게 몇잔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어갔죠.

저랑 와이프, 딸이 자는 방은 본채와 따로 분리되어있는 방이었습니다.
저도 운전하고 딸 달래느라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바로 잠든걸로 기억하는데... 결국 저는 그날 밤새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어릴적 가위 몇번 눌려보고 성인이 되고나선 전혀 가위 눌린적이 없는데 그날 밤 잠만들면 가위에 눌렸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가위 눌려서 버둥거리다보면 천장에서 벽타고 엉금엉금 내려오는 긴머리 귀신도 보이고...

식은땀 흘리며 잠에서 깼는데 도저히 일어나기도 힘들고..
몸살이라도 걸린것마냥 다시 잠들면 바로 또 가위에 눌리구요.
그래서 잠 안들려고 버티다가 날이 밝아오는걸 보며 겨우 다시 잠들었습니다.

얼마간 잠을 자다가 와이프가 갑자기 깨우길래 겨우 다시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와이프 표정이 별로 안좋더라구요.
깨워놓고 혼자 머뭇거리더니 저한테 묻습니다.

혹시 밤에 무슨 소리 못들었냐구요.

순간 오싹했으나... 전 가위에 눌리고 귀신꿈을 꿨지 소릴 들은건 아니므로 일단 아니라고 하고 무슨소릴 들었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무서워하는 표정으로 그러더군요.

방문 바로 앞 마당에서 여자가 우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구요.
낮게 흐느끼는 소리가 머리맡에서 밤새 들려 잠을 못자고 뒤척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결국 얘기해줬습니다. 왠 여자가 벽타고 내려 오는 꿈을 꾸며 밤새 가위에 눌렸다구요.

그러자 전날 집에 들어가기 싫다며 갑자기 울던 딸아이가 생각나고... 처갓집 주변에 유독 점집, 무당이 많은데 그것조차도 찝찝해졌습니다.

저도 겁이 많은 편이지만 와이프는 정말 겁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아침만 먹는둥 마는둥 하고 바로 인사드리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장인어른께는 따로 말씀을 못드렸어요. 애키우는 부몬데... 무서웠다고 하는게 부끄럽기도 했고, 장인어른이 전형적인 기센 상남자시거든요.

차마 말씀은 못드리고 그 뒤론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만 했습니다.
장모님이 특히 서운해하셨는데 무섭다고 말씀은 못드리고 그저 죄송하다고만 했죠.

그 뒤로 5년정도 시간이 흐르니 와이프도 이제 괜찮아졌습니다.
너무 죄송스러우니 다시한번 1박 도전해보자고 제가 설득하여 이번 어린이날 연휴 때 다시 내려갔습니다.

딸아이도 신나게 놀고 술도 한잔하며 재밌는 저녁식사를 했죠.
장인어른은 초저녁에 주무시는 편이라 저녁식사 후 곧 잠자리에 드셨고
저희 부부와 장모님은 따로 저희가 자는방으로 자리를 옮겨 2차 술자리를 시작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이렇게 자고가니 좋은데 그동안 왜 이렇게 안자고 갔냐며 서운했던 감정을 말씀하시더라구요.

저는 웃으며 사실 몇년전 이러이러한 일이 있어 와이프가 너무 무서워해서 못자고 갔다며 농담식으로 슬쩍 말을 꺼냈습니다.

그저 웃자고 꺼낸 과거 얘기 였습니다만 장모님이 깜짝 놀라셨습니다.

이윽고 장모님께서 하신 말씀이...
장모님도 몇년전부터 여자 귀신을 계속 봤다고 하시더군요. 특히 노래방 창문앞에서 봤다고 하시더라구요.
장인어른은 워낙 기가 쎄서 그런지 전혀 그런말씀은 없으셔서 장모님만 혼자 끙끙 앓으셨다고 합니다.
뭔가 해를 끼치는건 아니었지만 밤마다 꿈에 나타나는 여자보고 놀래서 일어나는 일이 잦다보니 힘드셨다고 하더라구요.

장인어른 성격이 워낙 불같으시고 점, 무당 이런걸 굉장히 싫어하시거든요. 그래서 장모님은 장인어른 몰래 무당 불러다 굿도 하고 교회도 다니시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그동안 너무 시달리셔서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고....

그리고 이제는 더이상 그 여자귀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말라고 하시더군요. 물론 아직도 주무실땐 성경을 주위에 두고 주무신다고...ㅎㅎ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날밤은 아무일 없이 잘 잤습니다.
돌이켜보면 정말 별일도 아니었는데 당시엔 좀... 무섭더군요.

어릴적 모친께서 생전에 신기가 좀 있으셔서 이런저런일을 봐서 그런지 저도 겁이 좀 많은 편입니다

별거아닌 얘기지만 더워져가는 여름 길목이라
저처럼 겁 많은분이 한분이라도 계셔서 조금이나마 소름 돋았으면 좋겠네요.

6개의 댓글

2018.05.28
치킨집썰인줄 알았는데
0
2018.05.28
@딱좋다
슈프림 치킨의 순살은 사실....
1
@딱좋다
나도 처갓집 치킨 개발썰 같은건줄 ㅋㅋ
0
2018.05.29

오싹하네요ㄷㄷㄷ
0
사실 장인어른이 몰래 치킨먹는 줄 알았는데.
0
배고파서 배달음식 찾고있었는데
이 글을 보고 처갓집 슈프림양념치킨을 주문했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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