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구라고 그냥 겜하다 재밌어서 올림

크킹3은 크루세이더 킹즈 라는 이름답게 십자군 전쟁이 가능하다

물론 노말 바닐라 십자군은 서로 수만 병력 가지고 제대로 한타도 못하는 병신 싸움이지만 그래도 플레이어가 끼면 전쟁같아진다

사실 십자군 전쟁 자체가 병신이니 이렇게 쌈질 안하고 점령해서 약탈만하러 돌아다니는 게 고증인 건 맞음

그렇게 십자군 전쟁에서 공적 1위 찍으면 내가 플레이하는 가문에서 상속권이 없는 애 한 명 지정해서 예루살렘 왕국이나 시리아 왕국을 세워줄 수 있다.

그래서 첫 십자군 때 내가 1등 먹고 시리아 왕국 세워줬는데 2대만에 쫄딱 망해서 다시 내 궁정으로 도망왔길래 쉬어갈 겸 캐릭터 전기나 읽어봤음

얘가 내가 십자군 세워줬던 가문원임

내가 막 왕 됐을 때 젊고 놀고먹는 애 중에 괜찮아보이는 애로 한 명 세워줌

실제로 얘 초기에는 거의 날아다녀서 시리아 죽은 뒤에 확인되는 작위가 12개나 있다 왕작 1개에 공작위 2개, 백작위 9개

이 정도면 AI 중에서는 나름 괜찮은 세력이다

모두 알다시피 중세 시절 어디어디 백작 나으리는 현대 서울의 아파트 단지보다도 못한 인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수천 병력을 뽑아낼 수 있는 저 정도의 영지의 소유자면 도봉구의 왕 아서스 정도는 가뿐하게 뛰어넘는 중동 지역의 패자 중 하나임

게다가 십자군 왕국의 군주에게 붙는 저 신성군주 트레잇이 아주 강함

그래서 잘나갈땐 비잔티움(동롬)이랑 맞짱떠서 이기기까지 했음

전성기엔 이제 나 정도면 짱짱하다고 분가까지 해서 나감

가문원 중 자기가 성공했다고 생각하면 가끔 분가 파서 나간다

근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트레잇 말미에 '미치광이' '살인자' '친족 살해자'가 붙어있다

저 세개가 같이 달린 건 주변 인물의 관계도가 무조건 - 찍는 건 상수가 되는 최악의 싸이코패스란 뜻이다

누굴 죽인 걸까?

? 자기 아들을 죽인 거였다

게임상으로 다른 사람(아내, 손자)는 다 죽여도 자기 자식만큼은 계략 걸어서 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미치광이 트레잇이 달리면 가능한가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신성군주가 미치광이에 아들까지 죽여버렸으니 나라가 멀쩡할 리가 없지

죽은 사람은 전기를 볼 수 없는게 아쉽다

그렇다면 지금 살아서 도망쳐온 2대 왕을 보자

아빠가 할아버지 손에 죽어버려서인지 아빠를 대신해 9살에 시리아 왕국 왕 됨

정조는 아버지를 할아버지에게 잃고도 성공했지만 얘는 다르다

성인도 되기 전에 연달아 전쟁에서 져서 땅 다 빼앗기고 재위 15년째인 24살엔 나라가 망해버렸다

한때 기독교 세계에서 제일 유명했을 왕국의 왕이 세운 가문답지 않게 완전히 좆망해서 다음 가주가 고작 시장따리다

이게임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가장 낮은단위는 백작이고, 백작 밑의 남작이나 시장들은 존재감이 제로에 가깝다

왕국이 망하고 30년간 한량으로 먹고 살아서 인지 술고래 트레잇에 인싸력만 존나 늘었다

빚이 -560골드나 있는 것도 포인트

사실 게임 시스템상 전혀 상관없는 우연이겠지만 할아버지가 아버지 죽이고 어린 나이에 즉위해서 사방에서 털린걸 고증하듯 냉소적 트레잇이 달린 게 인상적 + 기독교 세계의 숙원인 시리아 왕국 왕해먹은 놈이 무신론자다

AI 치고는 괜찮은 능력치인데 이미 할애비 말년 시점에서 개판된 왕국을 쥐어주는 바람에 다 조졌다

1대가 대략 20대 중반에 왕됐고 58세에 죽었으니 30년 정도 해먹었고 손자가 15년 했으니 진짜 50년만에 망했네

세워지고 20년간 중동 지역에서 깡패로 활약하다 왕이 미쳐서 자기 자식까지 죽이고 왕국 내부를 작살내면서 어린 나이에 즉위한 손자는 미친 할아버지의 여파(이 게임에서 전임자 평가가 나쁘면 그다음 후임도 밑의 봉신들한테 바로 공격당한다)를 이기지 못하고 나라가 망한 셈이다

이 정도면 어디서 드라마나 소설로 써도 될법한 파란만장한 일대기지만 사실 이렇게 2대만에 나라가 망하는건 AI가 잡은 십자군 왕국들의 대부분의 숙명이다

예루살렘이랑 시리아랑 같이 생겨나지 않으면 보통 이렇게 금방 망함

이렇게 NPC 하나마저도 드라마틱한 삶이 기다리는 크킹3를 다들 츄라이츄라이하자

내일 그렇게 기다리던 크킹3 DLC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