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글을 새로 쓰는거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댓글을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아예 글을 새로 쓰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

음....일단 예스컷 지지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는 의견 자체는

확실히 납득할만한 부분이 있어

규제에 대해 하나하나씩 내주다 보면, 결국 권력에 스스로의 자유를 넘기는 모양새가 된다는 것

그것 자체는 확실히 맞는 말이지. 이건 궂이 파시즘이라 표현하지 않아도 될거야

근데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어

물론 예스컷 지지하는 사람들이

예전 노컷 캠페인을 진행했을때, 얼마나 참여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웹툰에 대한 규제가 나왔을때 사람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어

노컷 캠페인은 지금 되돌아봐도

사실 꽤 성공적인 캠페인이었지. 규제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제시했고,

단순히 생계가 걸린 웹툰 작가들만 참여한 것이 아니라

그 웹툰을 보던 독자층도 함께 참여함으로서

규제에 대해 논의하던 정치권에 '이건 아니다'라는 의견을 전달하는 목표에 충실했고

그 결과 자율규제라는 혜택을 받았지. 아니, 쟁취했지

근데 지금 상황을 봐봐

자율규제가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메갈을 지지하고 말고가 중요한게 아냐. 그것도 중요도는 높겠지만

사실 문제의 본질은 따로 있어

메갈을 지지하는 작가들의 언행을 보면서

뭔가 이건 아니다라고 느낀점 없어? 적어도 트위터 글에서 하나는 발견했어야 하는데

독자는 개 돼지. 이게 뭘 의미할까?

그냥 메갈 지지하니까 독자가 우스워보인거야?

그건 아니잖아

자율규제를 통한 발전 과정에서

웹툰 작가들의 전반적인 프로의식이 낮아지고 있단걸 보여주고 있잖아

한두명이 프로의식을 갖지 않고 날뛰는건

솔직히 중요한건 아냐. 그냥 이상한 사람 하나 있구나 취급해버리면 그만이니까

근데 그 이상한 사람의 언행에

다수의 작가들이 동조하고 있는걸 지금 우린 보고 있어

창작자가 독자를 낮게 보는 희한한 정신 상태가

전반적인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다고

개드립을 포함한 대다수 커뮤니티가

지금 사태에 분노하는게 이거야. 의견 표출은 좋다 이거야

근데 그 의견 때문에 소비층인 우리가 무시당할 이유가 어디 있냐는거지

당장 소비층이 결제를 안하면, 무너지는게 누군데

이 상황이 발전되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에서 서브컬쳐 문화에 대해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문화를 향유한지 솔직히 얼마 되지 않았어

만화시장의 암흑기는 규제 때문이기도 했지만

만화를 돈 주고 보는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불법으로 유포된

외국 만화들에 밀려 한국 만화시장의 경쟁력이 힘을 잃은 탓도 있다고

그리고 웹툰이 어느정도 안정화되면서

겨우 우리나라에도 만화를 볼 때 정당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단계야

솔직히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고, 부끄러운 과거이긴 하다만

잘못된 점을 반성하고, 정상적인 생산/소비가 정착되려 하고 있다고

근데 거기에 프로의식 없는 작가들이

찬물을 끼얹고 있어

정상적으로 댓가를 지불하고 만화를 보려는, 정상적인 독자층이

지금 등을 돌리고 있지

이러다가 또다시 '돈 주고 만화보는 사람이 바보다'라는 인식이 고착화되버리면

그땐 웹툰이라는 목발을 짚고 섰던 만화시장이 다시 침몰해버릴 수 있어

침몰한 다음 '아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면 늦어

그래서 우린 사태가 더 번지기 전에,

자정작용을 잊어버린 웹툰계에 매를 들 필요성이 있는거지

규제는 국가기관이 하는 게 아니라

독자로부터 비롯되야 한다고 했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애당초 국가기관이라는 곳이

잘못된 상황에 대해 교통정리 및 제재를 가하는게 맞아. 이게 지나치면 말한대로 파시즘이 되겠지만

적어도 스스로 규제하지 못함을 증명한 상태에선 국가가 규제를 해야지

이 규제에 대해 어떤 방식이 좋을지 의견을 제시하고

규제를 실시하는 국가 기관에 대해 힘을 보태주는 것, 그리고 지나친 규제가 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

이게 진짜 독자가 해야 할 일이지

음....너무 길어졌는데

3줄 요약하자면

1.우린 개인의 의견 표출에 분노한게 아냐. 그 과정에서 드러난 프로의식의 소멸에 대해 분노하는거지

2.웹툰계가 자체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 실패했어. 이제 국가의 힘이 필요한 때야

3.독자가 규제를 해야 한다 : 맞아. 단 독자가 규제를 행하는 수단이 국가기관일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