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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이 칵테일을 다른 술로 만들면 불법이다, 카이피리냐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노래로 시작해보자.

 

이번에 소개할 칵테일은 30대 개붕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이 노래의 시작에 언급되는 칵테일, 카이피리냐야.

 

브라질에서 발명된 칵테일이자,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칵테일이지.

 

이전에 소개했던 다이키리와의 유사성이 보이지만, 만드는 방식이 전혀 다른 방식의 칵테일이야.

 

그럼 이야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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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칵테일의 탄생은 브라질에서 시작됐어.

 

1918년 브라질 상파울루 내륙지방에서 만들어졌다는 게 정설이지.

 

하지만 그 기원은 좀 더 오래됐는데, 바로 포르투갈 마데이라 지방에서 마시던 폰차(Poncha)라는 음료야.

 

아과르디엔테 데 카나라는 마데이라 지방에서 마시던 사탕수수를 이용해서 만든 술에 레몬, 마늘, 꿀, 오렌지 주스등을 넣어서 마시던 음료로, 감기 치료제로 마시던 칵테일이지.

 

이 폰차는 영어로 하면 펀치(Punch)가 되는데, 인도에서 유래한 스타일의 음료야.

 

펀치나 폰차에서 폰은 산크리스트어로 5를 의미하는데, 다섯가지의 재료(술, 과일, 꿀이나 설탕, 향신료, 물 혹은 얼음)가 들어간 음료라는 게 그 설이지.

 

인도에서 마시던 스타일의 음료에서 배를 타고 세게를 통해 전파되었고, 섬 지역이자 지중해와 신대륙의 교두보였던 마데이라 섬에도 퍼진걸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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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를 좀 해본 개붕이라면 익숙할 마데이라 섬은 지중해와 아프리카 대륙 사이에 있는 섬으로, 포르투갈의 영토였어.

 

유럽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기후 덕분에 사탕수수 재배가 활발했던 곳이자 유럽을 떠난 배들이 거쳐가는 지역으로 유명했지.

 

덕분에 이 동네에서 만드는 와인도 덩달아 유명해졌는데, 그게 바로 마데이라 와인이야. 긴 항해시 장기보존을 목적으로 도수를 늘린 술이지.

 

하지만 본격적으로 대항해시대가 시작되고, 포르투갈은 신대륙 발견에 스페인에게 뒤쳐지고 영국에게 따잇하면서 급하게 좀 더 아래 지역을 찾게 되는데, 거기가 바로 현재의 브라질이야.

 

마데이라보다 더 따뜻하고 면적이 큰 브라질 덕분에 마데이라에서 기르던 사탕수수 농장주들은 대부분 더 큰 땅을 찾아서 브라질로 이동했고, 그 과정에서 폰차라는 음료가 브라질로 전파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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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럼이나 카샷사의 조상격이라고 할 수 있는 아과르디엔테 데 카나(aguardente de cana) 역시 브라질로 전파되.

 

이 술은 과일이나 곡물등에 설탕을 넣어서 발효시킨 뒤 증류하고 과일이나 야채를 침출하거나 혼합해서 만드는 술이었어.

 

그중에서도 아과르텐데 데 카나는 사탕수수로 만든 아과르텐데를 의미했지.

 

참고로 아과르디엔테는 불타는 물이라는 뜻을 가진 카스티야 어족의 합성어야. 초기에 만들어진 증류주들은 전체적으로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지,

 

이 술이 브라질로 전파되면서 만들어진게 브라질의 국민술, 카샤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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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샤샤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설명해야겠지만, 이 술은 럼인가 럼과는 다른 술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논쟁거리지.

 

사실 만드는 프로세스나 재료, 모든게 럼이랑 같아서 럼으로 분류하는 사람들도 있고, 지역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고 카샤샤는 카샤샤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 나름 브라질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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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카이피리냐는 1918년, 브라질 상파울루 내륙 지방 피라시카바 지역의 지주들이 연 파티 Barão de Serra Negra(궁전의 파티라는 뜻인데, 솔직히 포르투갈 어라서 뭐라는 지 모르겠음)를 위해서 만들어진 칵테일이라고 해.

 

브라질에서 가장 구하기 쉬웠던 카샤샤, 라임, 설탕을 넣어서 으깨고 얼음을 넣어서 만드는 이 음료는 원래는 라임이 아니라 브라질 시골 동네 텃밭에서 많이 키우던 galeguinho라는 작은 녹색 레몬을 이용해서 만들었다고 하는 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라임을 쓰는 경우가 많고, 브라질에서도 주로 라임을 써. 저 종류의 레몬은 구하기 힘들거든.

 

이렇게 만들어진 카이피리냐는 상파울루를 거쳐서 브라질 전국으로 확대 생산되기 시작하지.

 

브라질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설탕 생산국가였고, 그로 인해서 카샤샤는 저렴하게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술이었고 설탕도 원산지니까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아까 말한 레몬이나 라임은 이 나라에서는 집안 텃밭에서도 기를 정도로 구하기 쉬웠으니까 언제 어디서나 쉽게 만들 수 있었던 거야.

 

그리고 이 칵테일이 가진 맛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을 거쳐서 전세계로 퍼져나갔지.

 

언듯 느껴지기에 거칠 수도 있는 카샤샤의 맛이 라임과 으깨진 설탕과 만나서 야성적이지만 매력있는 맛으로 변모하는 변화가 특히나 재미있달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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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피리냐(caipirinha)라는 이름은, 카이피라(Caipira)라는 말에서 유래됐어.

 

브라질 중남부 지역에 살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주로 시골지역에서 살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촌놈이라는 단어와 동일했지.

 

다만 포르투갈 어로는 여성명사라서 시골 아가씨라는 뜻도 가지고 있어.

 

미국의 힐빌리(Hillbilly)와도 유사한 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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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피리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로 퍼졌지만, 문제는 카샤샤를 전세계 모두가 구하기가 힘들었다는 게 문제였지.

 

그래서 카샤샤가 없는 곳에서는 럼이나 보드카로 대신해서 칵테일을 만들기도 했는데, 이걸 그냥 카이피리냐라고 파는 경우도 많았어.

 

또 심플한 칵테일 답게 수많은 바리에이션이 나왔는데, 주로 과일들을 추가해서 만드는 칵테일들이 많았지.

 

딸기, 바나나, 키위, 망고 등등의 과일을 넣고 만들었고 훨씬 마시기 쉬워진 덕분에 카이피리냐의 인기는 날로 치솟았고, 제대로 만들지 않은 카이피리냐도 속출했어.

 

여러모로 빡쳤던 브라질 정부는 2008년 10월 31일, 농림부를 통해서 공식적으로 법령을 발호하는 데, 카이피리냐는 카샤사와 라임, 설탕을 이용해서 만들어야만 카이피리냐다. 라는 법이었어.

 

여기에 다른 과일을 넣으면 그 앞에 과일의 이름을 붙여야 하고, 다른 재료를 사용하면 다른 이름으로 부르도록 말이야.

 

덕분에 이제는 보드카로 만들면 카이피로스카(Caipiroska), 럼으로 만들면 카이피리시마(Caipirissima)라고 부르고 있지.

 

진으로 만들면 뭐냐고? 그건 그냥 진 라임이야. 카이피리냐보다 먼저 있던 칵테일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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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지막으로 집에서도 만들기 쉬운 카이피리냐를 만드는 팁을 소개할게.

 

간단한 칵테일이지만,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그 맛도 달라지는 만큼 집에서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야.

 

럼이나 보드카로 대체해서 만들어도 좋으니까 말이야.

 

재료는 위의 그림에 있는 것 처럼, 술과 라임, 설탕만 준비하면 되.

 

먼저 여기서 포인트는 라임을 어떻게 자를 것이냐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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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을 새로로 자르느냐, 가로로 자르느냐는 별 상관이 없어보일 것 같지만, 칵테일의 맛을 결정한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방식이지.

 

세로냐 가로냐에 따라서 쓴맛이 달라지거든.

 

라임이나 레몬, 그외의 시트러스류가 가진 쓴맛은 주로 안쪽의 하얀 부분과 심, 그리고 꼭지에서 나와.

 

쓴맛이 좀 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면 가로로 썰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쓴 맛을 적게하고 싶다면 세로로 썬 다음 안쪽의 하얀부분을 빼버리면 되.

 

별 차이가 없어보이는 작업이지만, 이로 인해서 칵테일의 뉘앙스가 달라지지.

 

그리고 어떻게 썰던 간에, 위 아래는 따버리는 게 좋아.

 

 

 

 

 

 

 

자 이제 라임을 썰었으면 다음은 넣는 순서가 중요해.

 

나는 기본적으로 라임, 설탕, 술 순서로 넣어.

 

넣는 순서가 무슨 상관이냐고?

 

넣는 순서보다는 라임과 설탕을 먼저 넣고 으깨주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

 

설탕은 수용성이라 알코올이 포함되면 잘 녹지 않기 때문에 먼저 라임즙을 이용해서 전체적으로 설탕을 액화시키는 작업을 하는 거야.

 

정성을 들여서 라임과 설탕을 함께 으깨면서 설탕을 잘 녹인 다음에 술을 넣으면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술이 되지.

 

하지만 설탕 알갱이가 으적으적 씹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전부다 넣고 으깨도 무방해.

 

술의 단맛이 좀 줄어들고, 설탕을 씹어먹으면서 단 맛을 느끼는 와일드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지.

 

칵테일은 기호품이라 사람의 취향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걸 명심하라구.

 

 

 

 

 

참고로 라임을 으깰때도 너무 강하게 힘을 주면 라임 껍질의 오일이 너무 많이 나와서 써질 수 있으니까 주의해.

 

혹은 잔이 그대로 깨지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지.

 

자 이제 다 끝났으면 얼음을 채워줘.

 

이왕이면 잘게 부숴진 얼음이면 좋겠지만, 집에서 만들기 힘들다면 그냥 얼음을 넣어도 무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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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해서 완성...된거 같지? 아직 아니야.

 

마지막으로 얼음을 휘저어 주면서 천천히 얼음을 녹이는 작업이 필요해.

 

너무 많이 저으면 얼음이 과하게 녹아서 밍밍해지니까, 술과 라임즙, 그리고 녹은 설탕을 물과 결합시킨다는 저어주면 되.

 

이 과정이 없어 마시면 상당히 독한 술 맛이 날텐데,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적당히 센 술의 맛에 부드러운 목넘김과 일체감을 가질 수 있게 되지.

 

마지막으로 라임을 하나 장식해주면 끝이야.

 

곧 다가올 여름에 어울리는 칵테일, 카이피리냐 완성.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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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댓글

21 일 전

나 이거 좋아하는데!!

브라질에서는 사탕수수로 만든 술에 살탕과 라임만 넣고 해 주는데, 더 맛있더라!!!

0
20 일 전

맛을 낸다는거... 예술이구만

0
ab
19 일 전

브라질 출장 갔을 때, 이 술 처음 먹어보고 단번에 인생 칵테일이 되었어

 

본문대로 한국에는 카샤샤가 잘 없어서 카이피리냐를 파는 곳이 없어서 항상 아쉬웠는데 럼으로 만들어도 괜찮은거였구나

 

그러면 바에 가면, 뭐라고 주문해야 하나요?

 

카이피리냐 럼으로 해주세요 하면 되려나요

0
@ab

요즘은 왠만하면 팔텐데, 아니면 카이피리시마 달라고 하세여

0
ab
19 일 전
@지나가는김개붕

왕감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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