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실화] 아직까지 뭔지 모르겠는 경험 하나

대부분의 실화가 그렇듯 이 이야기는 그다지 자극적인 맛은 없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이유를 알수 없기에 생각난 김에 이 경험을 글로 적어 본다.

 

때는 1998년 때의 일이다.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고 나는 방과 후 태권도장에 갔다 와서

쇼파에 누워 TV로 만화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당시엔 좋아하는 만화를 골라 보는 OTT 같은 것은 당연히 없었고

나는 투니버스에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은 만화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띵동]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

그 소리에 나는 잠이 깨어 시계를 보았다.

저녁 8시 쯤.

 

인터폰을 보니 처음 보는 누나가 보였다.

 

그때도 이미 '이웃 사촌'이라는 개념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지만

우리 아파트 라인은 대부분 그럭저럭 친한 편이었다.

우리 집은 11층

간혹 집 열쇠를 깜빡해서 집에 못들어가면 옆집이나

위아랫집인 10층 또는 12층에서

엄마 올 때까지 있는게 가능할 정도였고

그만큼 우리 라인 몇 층에 누가 사는지 쯤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는데

 

그 누나는 정말 처음 보는 누나였다.

 

나는 이름이 뭔지 모르는 문이 살짝 열리는 걸쇠를 걸고 현관을 열었다.

누나는 밤색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어린 시절의 내가 봐도 꽤 예쁘다는 인상이었다.

특이한 점은 문을 열자 마자 코끝으로 바로 느껴지는 향수 냄새였는데

은은한 느낌보다는 코를 찌르는 듯이 강한 느낌이었다.

 

누나는 '집에 누구 없니?' 라고 물었다.

내가 집에 아무도 없다고 말하자

누나는 다시 '혹시 화장실 좀 쓸 수 있을까?' 하고 물었다.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경감식이 없어서 였을까?

아니면 예쁜 누나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였을까?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는 화장실 쯤은 괜찮겠지 라는 마음으로 현관을 열어 주었다.

 

누나는 거실을 통해 화장실로 들어 갔다.

 

그리고 나는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했다. 

혹시 도둑이면 어떡하지?

모르는 사람을 마음대로 집에 들어오게 했다고 부모님한테 혼나는 거 아닌가?

이러저러한 걱정 때문에 눈은 TV를 보고 있어도

신경은 닫혀있는 화장실의 문에 집중됐다.

 

화장실에서는 세면대에 물을 트는 소리, 변기 물을 내리는 소리, 샤워기를 트는 소리가

순서대로 났던 것 같다. 뭔가 이러저런한 소리가 많이 나서 도대체 뭘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 5분 정도 지났을 때 쯤, 누나는 들어갔을 때와 마찬가지의 모습으로 나왔다.

나는 예의 바르게 누나를 배웅하면서 누나가 나가자 마자 문을 2중을 잠그곤

화장실로 바로 향했다.

 

혹시라도 엄마한테 혼날 만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화장실 내부를 둘러 보았지만 특별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지나치게 아무 것도 특별할 게 없었다.

 

제일 먼저 느껴진 것은 후각적인 정보,

5분 정도라면 당연히 대변일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화장실에는 지나칠 정도로 짙은 향수 냄새만 가득했다.

 

다음은 시각적인 정보,

분명 세면대, 샤워기에서 나는 물소리를 들었는데

화장실 바닥이며 욕조며 물을 쓴 흔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화장실에 굳이 가져갈 만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꼼꼼하게 둘러보고 나서야 아무 문제 없다고 판단하곤 다시 TV를 보러 갔다.

 

그날 있었던 일은 부모님께 말하지 않았다.

왜 모르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줬냐는 질책을 당할까봐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몰라 그 누나가 우리 라인의 친척이나 그런건가 하는 생각에

나름의 레이더를 돌려 봤지만 전혀 관련 내용은 들을 수 없었다.

 

이 기억은 별 거 아니었지만 30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궁금증이 남아있다.

 

ㆍ우리 집은 11층, 화장실을 사용하러 일부러 올라오는 일은 없을 테니 

   상식적으로 그 누나는 인근 층의 지인이어야 한다.

ㆍ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나는 그 때 이후론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봤다는 사람도 없다.

ㆍ화장실을 사용하겠다고 했는데 도대체 화장실에서 무슨 일을 한 걸까.

 

서두에서 밝혔 듯 별거 아닌 이야기이지만 아직도 내막이 궁금하긴 하다.

 

※ 아니, 이 글을 쓰면서 기억을 되짚다 보니 어느 정도 진실을 알 것만 같다.

   다만 단순히 추측에 불과하므로 그냥 이쯤에서 이 이야기는 종결 짓는다.

10개의 댓글

26 일 전

경각심

0

아파트 높은 층 방문해서 사이비 전도하는 사람들 있었는데 레파토리가 물한잔만 달라고 하는거였음. 비슷한거 하다가 급똥 마려웠던게 아닐까?

0
26 일 전
@타케우치노아복귀좀

뒤돌아서 집 나온뒤에 깜빡한게 떠오르는거지. "아 맞다 전도"

1
26 일 전
@타케우치노아복귀좀

나도 어릴 때 그런 아줌마 들어와서 물 한 잔 마시고 자기가 기운 정화하고 간다 그랬던 적 있었음

0
ery
26 일 전

진실을 말해줘

0
26 일 전

샤워기 틀고 물마시고 간듯

0

인터레스띵

0

욕실안에 부적이나 영적인 무언가를 숨겼을지도

0
25 일 전

여증 인것 같음

0
23 일 전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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