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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에 빠질 수 있는 칵테일, 브랜디 알렉산더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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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에 쓴 글이 자고 일어나니까 개드립 가있더라, 고마워.

 

그래서 하나를 더 쓰려고 하는데, 바로 브랜디 알렉산더에 대한 이야기야.

 

이 칵테일은 클래식 칵테일들 가운데 대표적인 디저트 칵테일이고, 또 술을 별로 안 좋아하더라도 즐길 수 있는 칵테일 중 하나야.

 

나는 개인적으로 어른의 디저트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칵테일이지.

 

은은한 술맛과 함께 부드러운 크림, 그리고 초콜렛 같은 맛이 이어지기 때문에 대중적이면서도 기품있는 맛이랄까.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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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알렉산더라는 칵테일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진을 이용한 칵테일이었어.

 

크램 드 카카오

크림

 

이 3가지가 들어가는 칵테일이었지.

 

1915년에 Recipes for Mixed Drinks 라는 책에 처음 등장하는 데,

 

이제는 보통 알렉산더하면 브랜디로 만들정도로 오리지널을 완전히 대체해버린 칵테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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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칵테일들이 그렇지만, 이 칵테일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아.

 

알곤퀸 라운드 테이블이라는 뉴욕시 배우, 비평가, 작가들의 모임의 일원이었던 알렉산더 울코트라는 사람은 이 칵테일이 자기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고 이야기했었어.

 

어떤 사람은 이 칵테일이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짜르, 알렉산더 2세의 이름에서 왔다고 주장하기도 하지.

 

혹은 웨스턴 레일로드의 홍보 캐릭터로 만든 피비 스노우라는 하얀 옷을 입은 가성의 여성을 기념하기 위해서 하얀색 음료를 만들었는데, 그걸 만들었던 렉터라는 레스토랑의 Troy Alexander라는 바텐더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이야기도 있어.

 

뭐가 정말인지는 확실하지 않아, 이 시대에는 누가 칵테일에 이름을 지었는가는 중요하지 않은 시대여서 기록으로 남은 게 별로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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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건, 브랜디로 대체 된 이후 이 칵테일의 인기는 급격하게 올라갔고,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칵테일이 되었지.

 

브랜디는 도수가 40도 정도 되는 술이지만, 크림과 크렘 드 카카오 덕분에 강한 알코올의 느낌을 느끼기 힘들었어.

 

덕분에 맛있다고 이 술을 마신 많은 사람들이 취하는 결과에 이르렀지.

 

1962년에 나온 <술과 장미의 나날>이라는 영화에서도 등장해.

 

작중에 남주인공이자 알코올 중독자였던 조 클레이는 커스틴 아르네센과 데이트하면서 술집에 가지.

 

거기서 커스틴이 "술은 싫어하지만 초콜릿은 좋아한다." 라고 이야기하자 이 칵테일을 주문해주고, 커스틴은 이 술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해.

 

그리고 그녀는 알코올 중독에 빠져서 인생이 망가지지.

 

이는 당시에 미국인들의 알코올 중독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영화였어.

 

뭐 그런거랑 상관 없이 영화는 대박이 났고, 그 영향으로 영화에 등장한 브랜디 알렉산더 역시 잘 팔렸지.

 

"이걸 마시면 알코올 중독이 될 수 있다고?" 가 아니라 "얼마나 맛있길레 알코올 중독까지 되냐?" 라는 마케팅 효과를 누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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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 알렉산더를 좋아했던 유명인으로는 존 레논이 있어.

 

1974년 3월 12일, 존 레논은 오노 요코와 잠시 헤어졌고, 당시에 친구였던 해리 닐슨과 함께 트루바두르 클럽에 갔어.

 

거기서 해리 닐슨이 존 레논에게 브랜디 알렉산더를 알려줬고, 그걸 마신 존 레논은 "밀크 셰이크 맛이잖아?!" 라면서 연거푸 이 술을 마셨어.

 

만취한 존 레논과 해리 닐슨은 당시 무대에서 공연을 하던 스무서 브라더스라는 팀에게 야유를 해댔고, 그 정도가 심해지자 보안요원이 두 명을 퇴장시키려고 했지.

 

술 취한 존 레논과 해리 닐슨은 보안요원과 몸 싸움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존 레논의 시그니쳐였던 안경이 깨지기도 하는 등 사건사고가 일어났지.

 

그 과정에서 클럽의 웨이트리스를 존 레논이 폭행하거나, 어느 순간 머리에 탐폰을 올려놓고는 욕을 했다는 등의 소문이 있어.

 

 

 

 

결국 술이 깨고 난 다음, 둘은 클럽과 스무서 브라더스에게 정중히 사과했고 용서 받은 뒤 서로 친해졌다는 결말이었지.

 

그로부터 1년 뒤, 영국의 티비 쇼 올드 그레이 휘슬 테스트에서 존 레논은 그 날의 이야기를 했어.

 

"술에 취해서 소리를 지리는 등 실수를 했다."

"브랜디 알렉산더를 처음 만날 날이었다, 그건 브랜디랑 우유로 만드는 술인데..."

 

굳이 브랜디 알렉산더를 언급한 걸 보면, 그 날 이후로 어찌됐건 존 레논은 브랜디 알렉산더의 팬이 된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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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 알렉산더의 레시피는 심플하기 그지 없어.

 

브랜디와 크램 드 카카오 화이트, 크림을 1:1:1로 잘 흔들어서 섞어준 다음, 생크림의 비릿할 수 있는 향을 잡아주기 위해서 넛맥을 살짝 갈아주면 되.

 

집에서 만들어도 어느정도 맛있게 만들 수 있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어떻게 흔드느냐에 따라서 부드러운 거품이 달라지는 만큼 바에서 먹는 것도 좋아.

 

사용하는 브랜디는 주로 꼬냑인데, 어떤 꼬냑을 쓰냐도 꽤나 중요한 문제지.

 

맛에도 영향을 주지만 마시고 난 뒤에 남는 꼬냑의 향이 기분 좋은 칵테일이거든.

 

개인적으로는 하디라는 브랜드의 XO 꼬냑을 쓴 브랜디 알렉산더가 가장 맛있었는데, 이제 수입이 안되더라...아쉬워.

 

 

 

 

심심해서 출근 전에 글을 쓰려고 했는데, 벌써 6시가 다 되가네, 슬슬 씻고 출근할 준비를 해야겠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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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2024.03.28

항상 잘보고 있읍니다~ 감사감사

0
27 일 전

초콜릿과 브랜디라니 신기하네요.

지금 흔히 볼수있는 브랜디중(까뮤라던가 레미라던가) 이 칵테일에 추천할만한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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