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1편보다 나은 2편, 콥스 리바이버#2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SFS_CorpseReviverNo2-56_ka4sr3.jpg

 

안녕 개붕이들

 

월요일 아침부터 쓰는 술 글이지만 나는 오늘이 휴무일이니까 이 칵테일에 대해서 써보려고 해.

 

세상에는 수많은 것들이 속편이 나오지만 속편이 1편을 뛰어 넘는 경우는 별로 없어, 아무리 명작이 나와도 1, 2편이 동시에 언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하지만 칵테일에서는 1편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2편은 모두가 아는 칵테일이 있어.

 

바로 콥스 리바이버 No.2야

 

 

corpse-revivers.jpg

 

콥스 리바이버, 직역하자면 시체부활자라는 이름을 가진 이 칵테일은 아침에 먹기 위해서 만들어진 칵테일이야.

 

레드 아이, 블러디 메리등이 술에 토마토 주스와 자극적인 재료들을 넣어서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면, 이 칵테일은 술에 술에 술을 더해서 숙취가 오기전에 다시 취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술이라고 할 수 있어.

 

실제로 숙취가 심할 때 마시는 해장술은 숙취에는 꽤나 도움이 되는 편이야. 숙취라는 건 결국 간이 술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따라오는 부산물인데, 그 과정에서 다시 알코올이 들어오면 아직 해독할 때가 아닌가? 하고 멈추게 되니까 말이야.

 

혹시나 싶어서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숙취는 대부분 메탄올의 대사 작용해서 기인한다고 해. 술을 마신 다음 날, 알코올 탈수소효소(ADH)와 메탄올이 대사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강한 숙취가 오는 거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술을 마시면 기존에 있던 메탄올에 에탄올이 더욱 추가가 되고, 에탄올은 메탄올보다 알코올 탈수소효소와 결합친화력이 높아서 메탄올의 분해를 지연시켜, 그 결과 숙취가 줄어드는 거지. 대신 다음날 더 큰 지옥이 찾아오겠지만.

 

즉, 술을 마시고 숙취를 없애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술에 취해 있으면 된다는 결론이 나오지.

 

물론 이걸 계속해서 실행하다보면 아마 간이 파업을 할거야. 그리고 우리는 그걸 간암이라고 부르지.

 

 

 

 

image0-13.webp

 

콥스 리바이버라는 단어의 술이 처음 등장한 건 1861년이야, 이후에도 몇 가지 버전이 종종 등장해서 그 이름을 알렸지만, 현대에 남은 레시피는 1930년, 사보이 호텔 아메리칸 바의 전설적인 바텐더 해리 크레독이 쓴 사보이 칵테일 북이라는 책이 등장하는 버전이지.

 

여기서는 콥스 리바이버는

 

꼬냑 2파트

칼바도스 혹은 애플 브렌디 1파트

스위트 버무스 1파트

 

라는 레시피로 구성되어 있어. 브랜디+브랜디+버무스라는 단순하면서 별다른 킥이 없는, 어찌보면 성의없는 레시피지.

 

여기서 해리 크레독이 남긴 메모에는

 

"오전 11시 이전, 또는 스팀(아마도 활력)이나 에너지가 필요할 떄 복용하시요."

 

라는 글이 씌여있지.

 

아마도 이 술은 독한 브랜디(이 시기의 브랜디는 현재의 브랜디보다 도수가 높은 편이었어.)에 버무스를 넣어서 조금 마시기 편하게 한 뒤, 아침부터 술을 마셔서 정신을 차리게 하는 방식의 칵테일이었을거야.

 

말이 뭔가 이상하다고? 사보이 호텔 아메리칸 바는 미국이 아니라 영국에 있어.

 

20세기 초반 영국인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해하려고 하지마, 그게 편하니까.

 

맛도 딱히...뭐랄까...좀 그냥 그런 맛이니까.

 

하지만 중요한 건 이 다음 레시피지.

 

 

corpse-reviver-2-pin-8645088.webp

 

바로 콥스 리바이버 No.2야

 

레몬 1파트(당시 책에는 1/4 와인글라스, 현재는 보통 22.5ml)

키나 릴렛 1파트

코엔트로 1파트

드라이 진 1파트

압생트 1 대시(살짝 뿌리기)

 

해리 크레독의 메모 

"저 4가지 술을 빠르게 마시면 시체도 살아날 것."

 

원본보다 훨씬 다채로운 재료가 들어가는 이 칵테일은 다양한 재료만큼이나 다채로운 맛과 압생트가 주는 킥이 매력적인 칵테일이었고, 이내 전세게적으로 알려진 칵테일이 되었지.

 

아무도 콥스 리바이버를 만들려고 하지 않지만, 어디서든 콥스 리바이버 No.2를 만들정도로 말이야.

 

시대가 지나면서 콥스 리바이버 No.2가 유행하자 원본인 콥스 리바이버를 시키는 사람들도 생겼지만, 한 번 마셔보고는 대부분 다시 주문을 안하더라고.

 

칵테일들 가운데서 원본을 잊혀지게 하는 몇 안되는 칵테일 중의 하나야.

 

영화로 치자면 평작이라고 하기도 힘든 1편 이후에 명작이라고 할 수 있는 2편이 나온거랄까?

 

 

 

 

 

 

11mag-11drink-t_CA0-articleLarge.jpg

 

콥스 리바이버 No.2의 중요한 점은, 그 비율에 있어.

 

압생트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1:1:1:1이라는 비율로 사용하는 이 칵테일은 이후로 수많은 변형을 낳았고, 지금도 칵테일 트위스트를 할 때 이걸 기반으로 하는게 꽤나 있을 정도야.

 

개인적으로는 이 레시피에서 진을 데킬라로 바꾼 카데바 리바이버(Cadaver Reviver)나 코엔트로나 큐라소 대신 크렘 드 카카오를 사용하는 20세기(The 20th Century)라는 칵테일을 좋아하지.

 

릴렛 블랑(위에서는 키나 릴렛이라고 썼는데, 이 제품은 더 이상 생산이 되지 않아서 구할 수 없게 된지 40년정도가 넘었어. 지금은 릴렛 블랑, 혹은 코키 아메리카노라는 술로 대신하고 있어.)을 엘더플라워 리큐르로 바꾼 썬플라워(SunFlower)도 좋아하는 칵테일의 하나야.

 

 

 

 

 

 

 

 

 

 

 

61b3Hgbb6lL._AC_UF1000,1000_QL80_.jpg

 

참고로 이런 종류의 칵테일을 흔히들 모닝-애프터 칵테일이라고 부르지.

 

아침에 일어난 뒤에 마시는 칵테일, 즉 숙취 다음날에 마시는 칵테일이야. 또 다른 단어로는 헤어 오브 더 독(Hair of the dog)이라고 부르기도 해.

 

과거에 광견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자기를 물었던 개의 털을 상처에 바르는 민간요법에서 유래한 단어야.

 

가끔 문제의 해결법은 가까이 있다 라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하지.

 

개에게 물린 걸 치료하기 위해서 개의 털을 상처에 바르듯이, 숙취를 해결하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걸 뜻 해. 참고로 저 이름을 가진 칵테일도 있어.

 

언제 기회가 되면 이런 종류의 칵테일들을 다양하게 소개해볼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17d6a9830745383f0.png.jpg

 

1개의 댓글

2024.03.19

먹어보고싶다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5245 [기타 지식] 중국에서 안드로이드 폰을 사면 안되는 이유? 대한민국이탈리아 1 36 분 전
5244 [기타 지식] 최근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국내 항공업계 (수정판) 14 K1A1 22 2 일 전
5243 [기타 지식] 도카이촌 방사능 누출사고 실제 영상 21 ASI 2 7 일 전
5242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2부 21 Mtrap 8 7 일 전
5241 [기타 지식] 100년을 시간을 넘어서 유행한 칵테일, 사제락편 - 바텐더 개... 5 지나가는김개붕 1 9 일 전
5240 [기타 지식] 오이...좋아하세요? 오이 칵테일 아이리쉬 메이드편 - 바텐더... 3 지나가는김개붕 2 10 일 전
5239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1부 31 Mtrap 13 10 일 전
5238 [기타 지식] 칵테일의 근본, 올드 패션드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15 지나가는김개붕 14 11 일 전
5237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2부 22 Mtrap 14 11 일 전
5236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1부 13 Mtrap 20 11 일 전
5235 [기타 지식] 서부 개척시대에 만들어진 칵테일, 카우보이 그리고 프레리 ... 3 지나가는김개붕 5 16 일 전
5234 [기타 지식] 모던 클래식의 현재를 제시한 칵테일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4 지나가는김개붕 2 17 일 전
5233 [기타 지식] 브라질에서 이 칵테일을 다른 술로 만들면 불법이다, 카이피... 5 지나가는김개붕 1 18 일 전
5232 [기타 지식] 럼, 라임, 설탕 그리고 다이키리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 2 지나가는김개붕 6 19 일 전
5231 [기타 지식] 1999년 도카이촌 방사능누출사고 대량 방사능 피폭 피해자들 ... 9 ASI 5 20 일 전
5230 [기타 지식] 진짜 레시피는 아무도 모르는 칵테일 싱가포르 슬링편 - 바텐... 3 지나가는김개붕 2 20 일 전
5229 [기타 지식] 통계로 보는 연애 상황에서 외모의 중요성 8 개드립에서가장긴... 11 22 일 전
5228 [기타 지식] 추울 수록 단맛이 유행한다, 위스콘신 스타일 올드 패션드편 ... 1 지나가는김개붕 8 23 일 전
5227 [기타 지식] '얼마나 걸릴까?'를 찾는데 걸린 시간은.. 1 동부전선이상무 5 24 일 전
5226 [기타 지식] '누구나 아는' 노래에 대한 이야기 9 동부전선이상무 20 28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