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얼려서 만드는 술, 애플잭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unnamed.jpg

 

안녕, 오늘 할 술 이야기는 사과로 만드는 증류주 중의 하나이자, 미국의 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애플잭에 대해서야.

 

근데 영어로 이미지 검색하니까 이런거만 뜨더라, 더러운 포박이새끼들.

 

 

 

 

 

 

 

 

blended-applejack-659x1024.jpg

 

사실 애플잭은 한국인이라면 아마 볼 일이 없는 술 중의 하나일거야.

 

국내에 유통이 안될뿐더라, 굳이 외국까지 가서 이걸 사올 사람이 별로 없기 떄문이지.

 

하지만 이걸 이용하는 대표적인 칵테일이 하나 있는데, 바로 잭 로즈야.

 

애플잭과 레몬, 그레나딘 시럽을 이용하는 이 칵테일은 클래식 칵테일의 하나이면서, 특유의 발색과 맛으로 국내에도 찾는 사람들이 꽤 있고, 추천하는 바텐더도 많지만 사실 거의 대부분의 바에서는 애플잭이 아니라 칼바도스를 이용해서 만들어.

 

뭐 어쨌든 같은 사과 증류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칼바도스로 만드는 쪽이 훨씬 맛있거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천천히 설명하도록 할게.

 

 

다운로드.jpg

 

 

애플잭의 역사는 꽤나 긴 편이야.

 

기록에 따르면 1698년, 식민지였던 뉴저지에서 스코틀랜드 사람, 윌리엄 레어드(William Laird)에 의해서 만들어졌어.

 

당시에는 애플잭이라는 이름보다는 저지의 번개(Jersey Lightning)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초기 증류주답게 독한데다가 숙취가 심해서 생긴 별명이었지.

 

 

 

 

 

586124-IMG-7797.jpg

 

 

 

 

 

이 사과 증류주를 만드는 방법은 여타 증류주들과 다르게, 냉동증류를 이용해서 만들어져.

 

냉동증류는 일반적으로 많이들 사용하는 증류법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증류법이지.

 

증류하는 방법은 굉장히 원시적인데, 먼저 가을에 수확한 사과를 이용해서 발효주인 애플사이다를 만들고, 겨울에 그걸 얼려.

 

그러면 에탄올의 어는 점은 물보다 낮아서 수분이 먼저 얼고, 여기서 남은 알코올만을 걸러내는 방식이지.

 

주로 겨울에 밖에 저장해둔 사이다를 통째로 내놓고 놔두고, 얼음이 생기면 걷어내고 얼리고 걷어내는 방식이나, 위의 사진처럼 단단하게 얼음이 형성되면 통을 뒤집고 남은 액체를 쏟아서 만들었어.

 

이 과정을 Jacking이라고 부르는데, 애플잭이라는 이름의 어원이 여기에서 왔어.

 

도수가 높은 맥주들도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아이스복이라는 종류의 맥주들이지.

 

이 방법은 날씨만 춥다면 연료 없이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 역시 존재해.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술은 불순물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고, 메탄올, 에스테르, 알데히드, 퓨젤알코올등을 포함하지.

 

그 결과는 뭐다?

 

개쩌는 숙취가 온다는 말이야. 실제로 과거에는 이 술을 마시고 마비가 오는 걸 의미하는 apple palsy(사과마비)라는 단어도 있었어.

 

 

 

 

 

다만 여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많은 편이야, 미국의 자가양조를 하는 사람들이 모인 포럼에서는 애플잭에 포함된 메탄올 및 기타 유해성분들이 원래의 애플사이다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있거든.

 

실제로 이 단어가 사용된 건 식민지 시대에만 국한되어 있고, 이후 시대가 변하면서 거의 언급이 안되고 있지.

 

당시에 문제가 있었다면 대충 만들어던 애플사이더 자체에 문제도 꽤나 있었을 거라고 봐.

 

현재에 만들어지는 애플잭들은 혹시 몰라서 냉동 증류후에 분자채에 걸러서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편이기도 하고 말이야.

 

 

 

 

 

 

 

 

 

unnamed (1).jpg

 

뭐 어찌됐든, 1698년에 만들어진 이 애플잭은 이후로 미국을 대표하는 술의 하나로 자리잡았어.

 

미국 내에서 사과는 생산하기 쉬운 작물이었고, 사과농장주들은 품질이 좋은 사과를 판매하고, 품질이 떨어지는 사과는 폐기하는 게 아니라 애플 사이다를 만들어서 먹었으니까.

 

bucket-of-apples.jpg

 

실제로 한 그루 사과나무에서 생산되는 사과의 양은 꽤나 많고, 개중에는 일반적으로 판매하기 힘든 품질의 사과들도 많아.

 

하지만 술을 만드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애플 사이다와 애플잭이 유행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지.

 

잉여생산물로 이득을 취한다는 점과 원재료를 저렴하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이었고 말이야.

 

 

 

 

 

 

 

 

 

president-abraham-lincoln-having-a-well-deserved-applejack-after-winning-the-civil-war-20230127b-wingsdomain-art-and-photog.jpg

 

애플잭과 미국의 대통령 4인이 관련이 있다는 것 또한 애플잭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이야기지.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은 월리엄 레어드의 증손자 로버트 레어드에게 애플잭을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던 기록이 있어.

 

에브레이험 링컨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 술집 주인이던 시절에 애플잭을 주로 판매했지.

 

프렝클린 D 루즈벨트, FDR은 멘하튼을 마실 때 애플잭을 이용해서 주문하기도 했고

 

린든 B 존슨 대통령은 글라스보로 정상회담 당시 소련의 알렉세이 코시긴에게 애플잭을 선물하기도 했어.

 

한때 미국의 상징이자 전통이 있는 술이 바로 애플잭이었던 거지.

 

 

 

 

 

하지만 이러한 애플잭의 인기는 꽤나 빠르게 시들었어.

 

실제로 FDR시절부터 이미 인기가 별로 없었고, 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애플잭을 만드는 건 처음 애플잭을 만들었던 윌리엄 레어드의 가족회사, Laird & Company가 유일했지.

 

이유는 간단해.

 

 

 

 

l-intro-1685025645.jpg

 

버번이 등장해버렸거든.

 

남은 사과로 만들어지고 숙취가 심하고 독한 애플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마시기 편하고 숙취가 덜했던 버번의 인기는 순식간에 미국을 휩쓸었고, 미국을 대표하는 술은 애플잭에서 버번으로 넘어갔지.

 

그리고 뭣보다 남은 사과보다 옥수수나 곡물이 훨씬 싸서, 가격도 버번이 더 저렴하기 떄문에 당연한 수순이었지.

 

또, 버번은 일반적인 증류법을 사용하기 떄문에 곡물만 충분하다면 언제든지 만들 수 있었지만, 애플잭은 겨울이 아니면 만들 수 없다는 단점도 있었어.

 

애플잭을 만드는데 거창한 시설이 필요 없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었지만 겨울에만 만들 수 있는 술은 시설과 연료, 재료만 구비되면 언제나 만들 수 있는 술과 경쟁을 할 수 없었던 거야.

 

결국 상업적인 증류의 시대가 개막되자 애플잭도 동결 증류가 아닌 증발 증류를 시작했지만, 이미 저물어버린 인기는 어쩔 수 없었지.

 

 

 

 

 

 

 

 

 

 

 

 

 

 

 

 

5b9c664c2100003100c51bf1.jpeg

Applejack-varieties-feat-new.webp

 

opt_aboutcom_coeus_resources_content_migration_liquor_2015_10_22165442_All-the-Reasons-You-Should-Be-Drinking-1st-composite.jpg

 

시대가 지남에 따라서 미국의 근본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로 인해서 애플잭을 생산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2010년대 이후로 조금씩 늘어났어.

 

애플잭은 어디까지나 미국에서 탄생한 술인만큼, 걔들에게 없는 "근본"을 찾기에 좋은 술이었거든.

 

하지만 이전처럼 냉동 증류를 이용해서 만들기 보다는, 대부분 증발 증류를 이용해서 만드는 애플 브랜디들이 많아.

 

이렇게 만들면 신대륙이 아닌 구대륙, 유럽의 칼바도스와는 맛과 향적인 측면, 거기에 근본적인 면에서 까지 경쟁이 되지 않아.

 

심지어는 애플 브랜디만이 아니라 곡물 증류주와 블랜딩을 하기도 하지.

 

그럼에도 은근히 생산량이 느는 걸 보면, 언젠가는 애플잭도 다시 유행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

 

 

 

 

 

 

 

 

 

 

 

 

 

PXL_20210227_152731397.PORTRAIT-scaled.jpg

 

자, 그럼 이제 중요한거지.

 

요즘 생산되는 애플잭의 맛은 어떠냐?

 

 

 

 

 

 

 

 

 

 

 

 

 

 

거 사과로 만든 맛있는 술 먹고 싶으면 칼바도스나 마셔라.

 

근-본 잭 로즈 만들거 아니면 굳이 찾아마실 이유도 없는거 같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17d6a9830745383f0.png.jpg

11개의 댓글

정작 잭 로즈 이야기는 별로 없네. 그냥 그런 술 중의 하나인건가? 일단 처음 들어봄.

0
@구화지문설참신도

그건 칵테일이니까

0

애플잭 맛만 봤던거 같은데 냉동증류였구나

0
2024.03.08

이거도 바로 마시면 휘발성 냄새 나나요

0
2024.03.08

아이스복 ㅋㅋㅋㅋ

1
2024.03.08
@년째숙성주

더블복 가즈아~

0
2024.03.08

예전에 프랑스 사과술인가 '병 속의 죄수' 라는 이름을 가진 술 생각나네 ㅎㅎ 옛날 병안에 들어간 배처럼, 사과 하나를 통째로 병에 넣었던데

0
2024.03.08
@Johndoe

 

찾아보니 이거구나 https://m.imaeil.com/page/view/2021012520022938243 ㅋㅋ '병 속의 죄수' 가 아니라 '갇힌 사과' 였네 ㅎ 이런거 기억나게 해줘서 고마워!

0
@Johndoe

폼므 프리즈너라고 그 이름인 것도 있음, 다양해

1
2024.03.10
@Johndoe

어린 열매일 때 나무에 달린 채로 병에 넣어 매달아 기른 건가? 감성있네

0
2024.03.10

거창한 장비나 시설이 필요 없으면 금주령 때에도 자체수급이나 밀주매매로 수요가 다시 있었을라나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5245 [기타 지식] 중국에서 안드로이드 폰을 사면 안되는 이유? 3 대한민국이탈리아 5 4 시간 전
5244 [기타 지식] 최근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국내 항공업계 (수정판) 14 K1A1 23 2 일 전
5243 [기타 지식] 도카이촌 방사능 누출사고 실제 영상 21 ASI 2 7 일 전
5242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2부 21 Mtrap 8 7 일 전
5241 [기타 지식] 100년을 시간을 넘어서 유행한 칵테일, 사제락편 - 바텐더 개... 5 지나가는김개붕 1 9 일 전
5240 [기타 지식] 오이...좋아하세요? 오이 칵테일 아이리쉬 메이드편 - 바텐더... 3 지나가는김개붕 2 11 일 전
5239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지구 1부 31 Mtrap 13 10 일 전
5238 [기타 지식] 칵테일의 근본, 올드 패션드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15 지나가는김개붕 14 11 일 전
5237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2부 22 Mtrap 14 11 일 전
5236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인류 1부 13 Mtrap 20 11 일 전
5235 [기타 지식] 서부 개척시대에 만들어진 칵테일, 카우보이 그리고 프레리 ... 3 지나가는김개붕 5 16 일 전
5234 [기타 지식] 모던 클래식의 현재를 제시한 칵테일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4 지나가는김개붕 2 17 일 전
5233 [기타 지식] 브라질에서 이 칵테일을 다른 술로 만들면 불법이다, 카이피... 5 지나가는김개붕 1 18 일 전
5232 [기타 지식] 럼, 라임, 설탕 그리고 다이키리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 2 지나가는김개붕 6 19 일 전
5231 [기타 지식] 1999년 도카이촌 방사능누출사고 대량 방사능 피폭 피해자들 ... 9 ASI 5 20 일 전
5230 [기타 지식] 진짜 레시피는 아무도 모르는 칵테일 싱가포르 슬링편 - 바텐... 3 지나가는김개붕 2 20 일 전
5229 [기타 지식] 통계로 보는 연애 상황에서 외모의 중요성 8 개드립에서가장긴... 11 22 일 전
5228 [기타 지식] 추울 수록 단맛이 유행한다, 위스콘신 스타일 올드 패션드편 ... 1 지나가는김개붕 8 24 일 전
5227 [기타 지식] '얼마나 걸릴까?'를 찾는데 걸린 시간은.. 1 동부전선이상무 5 24 일 전
5226 [기타 지식] '누구나 아는' 노래에 대한 이야기 9 동부전선이상무 20 28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