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고전] 이무기와 교장

출처 : https://web.archive.org/web/20230608065137/http://mijiman.egloos.com/4121166

 

 

 

3월 봄날 도시 외곽의 초등학교.
삼십대 초반의 남자가 이곳에 교장으로 부임해왔다.
사실 그라면 교육청에서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을 텐데 경력의 문제로 교장직을 수행해야해 결국 빈자리를 찾다가 결국 외지고 작은 이 초등학교에 부임해야 했다.
학교가 있는 곳은 도시라기보다 촌에 가까웠지만...

-맡게 된 거 열심히 해보자고.

젊은 교장은 처음 온 학교의 교문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 달여 후.
그가 처음왔을땐 학생들이나 선생들에게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젊은 교장이 이런 외진 곳에 부임했다는 건 경력을 쌓아서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한 것이라고 다들 생각해서 학교일에 그다지 적극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교장으로서 그의 능력이나 인품은 훌륭했다.
거기다 자신의 돈을 보태서 학교에 여러 시설을 건립해 학교 선생들과 직원들, 학생들, 마을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었다.

그는 교장실에 들어가기 전 교무실에서 서류를 가지러 들어갔는데 분위기가 이상해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교무실에 소곤소곤 퍼지고 있는 이번 달 소풍에 대한 교사들의 얘기가 그의 귀에 들어왔다.

"이번에도 소풍은 무리겠지요?"
"제가 이곳에 부임한지 오년쯤 되었지만 매년 소풍 때만 되면 목적지에 비나 소나기가 내리더군요. 수학여행도 마찬가지구요. 이건 다 이무기의 소행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그게 맞나봐요."
"그래서 제가 이번에도 박물관으로 가자고 건의했는데 교장선생님께서 올해부터는 괜찮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괜히 그런 얘기 한 게 아닌데... 갓 부임하셔서 이런 사정을 모르시니. 어이쿠."

푸념을 하던 선생의 옆에는 교장이 다가와 며칠 전에 완공된 작은 약수터를 바라보며 그에게 말했다.

"선생님. 다신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하긴 설마 그런 우연이 연속하지 않겠지요. 허허허허."
"저 약수터가 있던 자리에 이무기가 산다는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이 학교를 설립하면서 연못을 메워서 이무기가 학교에 저주를 내렸다는데 말입니다. 뭐, 미신이겠지요."
"진짜 이무기가 있다면 섭섭하겠습니다. 선생님."

교장은 안경을 손으로 고쳐 세우며 몇 주 전에 만났던 소녀를 떠올렸다.

...

교장이 부임한지 이주일 쯤.
교장은 돈을 아끼려 학교 건물 내에 창고로 쓰던 교실을 정리하고 그 곳을 집으로 삼았다.
그래서 수위나 당직 교사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학생들이 없는 방과 후 학교를 순찰하기도 하였다.
그 와중에 수위에게 들은 이무기 전설.
교장은 여느 학교에나 다 있는 학교괴담이거니 하면서 그리 귀담아 듣지 않았지만 오늘은 그 얘기의 대상을 실제로 접하게 되었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급식실 옆을 지나가던 교장은 신비한 소녀를 보게 되었다.
카레향이 물씬 풍기는 급식실안을 바라보는 고풍스런 푸른 비단옷을 입은 귀여운 소녀.
그 소녀의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교장의 귓가까지 들렸다.

"맛있겠다아..."

소녀의 외관으로 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나이인데도 이곳 학생의 얼굴이 대부분 낯이 익은 그에게는 처음 보는 그녀가 이 학교 학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카레 먹고 싶니?"
"핫!?"

교장을 본 소녀는 깜짝 놀라 당장 도망칠 듯한 기색을 보였지만 카레라는 단어에 심하게 반응한 탓인지 굳은 체 고민하고 있었다.

"카레 맛있는데."

장난기가 발동한 교장이 말했다.
흠칫하고 굳었던 소녀가 움찔했다.

"카레 먹을래?"

다시 움찔하는 소녀.
결국 소녀는 이마에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말했다.

"저--정말? 줄 거야?"
"응. 줄께."
"응!!"
"따라오렴."

소녀는 교장을 따라서 급식소 안으로 들어갔다.
급식실은 곧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이라 학생들은 아무도 없고 주방 아주머니들이 정리하는 중이었다.
그도 마침 카레가 먹고 싶었던지라 소녀의 것과 자신의 것도 주방 아주머니에게 부탁했다.

"--- 제 것까지 포함해서 부탁드려요."
"어머나. 귀여운 아이네. 이 학교 아이는 아닌 것 같은데..."

아주머니는 희한한 옷을 입은 소녀가 이 근처 아이가 아니라서 누군지 궁금했지만 교장이 데리고 온 아이라 그냥 카레를 주기로 했다.

"오옷!!"

소녀는 카레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교장도 카레를 먹다가 몇 번이나 소녀가 체할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소녀의 식성으로 보아선 걱정을 말았다.

"저기... 한 그릇 더 부탁해도 될까?"
"한 그릇 더 주시겠어요?"
"어이구. 애가 잘 먹네요. 근데 선생님 아이예요?"
"아뇨. 아직 결혼도 못한걸요."
"빨리 결혼하셔야 할 텐데요. 어때요? 좋은 동네 아이 하나 소개시켜 드려요?"

주방 아주머니는 노총각인 교장이 걱정되었다.
처음엔 그녀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그다지 좋지 않게 보았으나 몇 번 만나보니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해 그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동네 여성과 결혼시켜서 아예 이 학교 교장으로 고정시키려는 생각이었다.

"한 그릇 더!"

소녀가 두 그릇이나 해치운 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한 그릇 더라고 하자 교장과 아주머니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작은 몸에 엄청난 식사량이라니...
그 뒤 남은 카레가 동이 날 때까지 소녀는 끝을 보았다.

"후아. 정말 맛있었어. 고마워."
"잘 먹었습니다."
"어머어머. 몸에 비해서 많이 먹는구나."

아주머니에게 오늘의 수다거리를 하나 만든 소녀는 교장과 함께 급식소를 나갔다.
교장은 소녀의 정체가 궁금했다.
소녀는 복장도 그렇고 많은 양을 먹었는데도 전혀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

"후아--- 이걸로 이주일은 버티겠다. 덕분에 오랜만에 잘 먹었어. 교장."
"그런데 넌 집은 어디니? 친척집에 놀러온거야?"

교장은 일단 소녀의 정체가 궁금했다.
반말쓰는거야 소녀의 나이때 자주 있는 일이니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보기 드문 고풍스러운 비단옷을 입고 있는 소녀가 정체가 궁금했다.

"내 집은 지금 이 학교가 덮어버렸어... 그래서 난 요 앞 개울가로 집을 옮겼지... 그래서 말인데. 교장은 이 학교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지? 응?"
"으응..."

교장은 소녀의 말이 이상하게 들렸지만 역시 소녀의 나이 또래 아이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말이라고 생각해 가볍게 들어주고 있었다.

"부탁이 있는데 따라와봐."

그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 아직 시간이 널널하다고 판단해 소녀와 놀아주기로 했다.
소녀는 학교의 뒤뜰로 가면서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며 교장이 따라오는지 확인했다.
교장은 손을 흔들어 도망 안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소녀는 물에 젖어 촉촉한 땅을 가리켰다.
그 곳은 교장에게 수위가 전에 얘기한 이무기가 있었다는 못을 메운 자리였다.
못을 메워서인지 언제나 물기가 촉촉이 젖어있어서 동내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기는 곳이라고...

"여기 밑에 있는 물을 빼낼 수 있는 그... 수도꼭지를 만들어줘."
"후후후. 만들어주면 뭘 해줄 건데?"
"음---. 소풍마다 비를 내리게 만든걸 그만둘게."

교장은 결국 소녀가 장난을 치고있다고 생각하고 자신도 장난에 맞춰주기로 했다.

"그걸 로는 내가 손해인 것 같은데. 다른 거는 없어?"
"치이. 그럼 원하는 게 뭐야?"
"그야 너 같이 귀여운 아이가 매일 나랑 놀아주면 재밌을 것 같은데."
"핫!?"

교장의 말에 소녀는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숙였다.

-귀엽다니... 귀엽다니...

눈을 감은 소녀는 교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소녀는 교장의 말을 고백 비슷하게 받아들인 관계로 떠오른 교장의 얼굴이 왠지 엄청 미화가 되었지만 혼란에 빠진 소녀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한편 교장은 소녀의 상태가 걱정되어 무릎을 굽히고 앉아 소녀를 올라다 보았다.

"얘야, 괜찮니?"
"우웃!! 괘..괜찮다구... 흠흠... 그..그리구 말야. 나랑 매일 같이 논다면 맛있는 거 많이 줘야해. 그리구 4월 8일 날 소풍가는데 같이 데려가준다면 못놀아줄것도 없지."

교장의 말에 눈을 살며시 떴다가 그의 눈과 마주치자 안절부절못하는 소녀.
하지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지 교장에게 요구사항을 늘렸다.

"응."
"좋아. 꼭 해주는 거다. 약속. 어기면 안 돼."

교장이 가볍게 허락하자 소녀는 그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한 뒤 갑자기 말 그대로 사라졌다.
생각지도 못한 갑작스런 상황에 교장은 주위를 살펴보았으나 소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소녀가 말한 소풍일자는 교장이 교장실에서 홀로 생각해둔 날짜인데 이에 대해서 교장은 소녀가 보통 소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만에 하나 자신이 뭔가 잘못 본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다시 급식실로 돌아와 주방 아주머니에게 소녀에 대해 얘기했으나 그녀가 소녀를 기억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소녀가 한 이야기들을 종합해 본 교장.
그는 소녀가 이무기가 아닐까하는 결론에 다다랐다.


...


현재...
다시 교장실로 돌아온 교장은 의자에 앉아 자신의 친구이자 룸메이트가 놀러오기를 기다렸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노크소리가 난 뒤 누군가가 교장실로 들어왔다.
들어온 이는 바로 푸른 비단옷을 입은 소녀.
그녀는 매번 하던 익숙한 일인듯 봄 햇살이 잔잔히 비추는 소파에 발라당 누웠다.

"안녕. 교장. 오늘은 햇살이 따뜻해서 좋아... 웅.. 너무 좋아서 그냥 교장의 방에 계속 잘 뻔했어. 아아 따뜻하다아..."

소녀가 누운 가죽소파는 손님접대용으로 쓰던 것이지만 지금은 햇빛의 온기가 적절히 베여있어 소녀에게는 정말 좋은 일광욕 겸 잠자리가 되었다.

"잠이 오면 여기서 더 자렴."
"응... 좀 더 잘께... 점심시간 되면 깨워줘. 오늘 메뉴를 봤는데 양념닭찜이더라구. 기대돼..."

그 말을 마친 소녀는 소파의 온기를 맨몸으로 느끼려 비단옷을 벗었다.
하지만 교장은 당황하지 않고 교장실 문을 살며시 열고 나가서 '방해하지 마시오'라는 팻말을 걸고선 문을 잠그고 다시 돌아와 소녀의 몸을 쓰다듬었다.

매끈한 소녀의 피부... 아니 비늘이 햇살에 반짝거려 아름답게 빛난다.
교장의 손이 어루만지자 소녀는 우웅...하고 기분 좋은 듯 목덜미를 가볍게 울린다.
어린 아이만한 큰 뱀이 꿈틀거리며 햇볕을 쬐는 모습은 징그럽다라긴 보단 귀엽고 아름다웠다.

...

2주전 처음 소녀와 만난 후.
교장은 소녀의 부탁대로 작은 수도꼭지...아니 수도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주변의 업자에게 문의해서 지하수를 뽑아 올릴 수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식수가 되든 안 되든 일단은 만들기로 했다.
학 교의 재정을 책임지는 재무실에서 반대가 있었지만 식수가 될 정도면 교장과 설치비를 반으로 나눠 부담하고 식수가 안된다면 설치비를 교장이 전액 부담하기로 하기로 교장이 제안하자 어차피 그 곳엔 수도시설이 있으면 편할 곳이라 재무실에선 교장의 말에 따랐다.

봄 햇살이 따뜻해 나른한 토요일 오후.
수도시설이 완공되어지자 수질검사를 위해 페트병에 물을 담아서 교장실로 가져온 교장은 누군가의 기습적인 방문을 받게 되었다.

"교장!!!"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불청객.
그는, 아니 그녀는 교장이 만났던 푸른 비단옷을 입은 소녀.
그녀는 교장의 책상 위에 있던 물병을 냉큼 집어 들어 뚜껑을 열고 냅다 벌컥벌컥 마셨다.

"얘,얘야!?"
"후아아아아... 좋다아... 고마워. 교자아앙~"

술을 마신듯 붉게 상기된 얼굴로 교장에게 찰싹 달라붙어 애교부리는 소녀.
거기다 의자에 앉은 교장의 무릎 위로 올라타서 교장의 품에 기대 부비적거리자 교장은 당황하여 소녀를 안고 일어나 소파에 앉히며 어떻게 된 일인지 걱정되었다.

"왜 그래? 물이 잘 못 된 거야?"
"에헤헤. 덥다아. 옷 벗어야지..."

소녀는 일어나 비단옷을 스르륵 벗어 내렸다.
원피스 식으로 된 옷이라 옷고름을 풀고 양 팔을 옷에서 빼내자 소녀의 몸을 타고 스르륵하고 바닥으로 옷이 떨어진다.
나신으로 소파에 누워 따뜻한 햇살을 만끽하는 소녀.

"얘야?!"

교장은 당황하여 일단 문 쪽으로 뛰어가 문을 잠갔다.
누군가 이 상황을 보면 도덕적으로 큰 오해를 받기 쉬운 일이다.

"앗?!"

문을 잠그고 뒤돌아선 교장은 매우 놀랐다.
도덕적으로 큰 오해를 피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세상에 밝혀지면 안 될 것 같은 상황이 잠시 문을 잠근 사이 일어난 것이다.

소파에 누워서 뒹굴 거리던 소녀 대신 소파에 뒹굴고 있는 푸른 비늘의 거대한 뱀...
교장은 소녀가 이무기일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이무기라는 것을 확인하며 놀랬던 가슴을 다스렸다.

"웅. 기분 좋다아아..."

분명히 뱀의 성대로는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할 텐데 이 거대한 뱀은 인간의 말을 자연스럽게 잘하니 이 뱀이 보통 뱀이 아니라 전설의 이무기라는 걸 확고히 인정했다.

"정말 이무기였구나..."
"후아... 이제 풀린다. 오랜만에 마셔서인지 요력이 폭주했어. 에헤헤."

뱀의 모습으로 머리를 교장을 향해 바라보며 말하는 소녀.
교장은 소녀에게 다가가 손으로 그녀의 몸을 만져보았다.
조금은 차가운 소녀의 몸.
냉혈동물인 파충류의 체온이었다.

"교장의 손은 따뜻하구나."
"어..어이."

교장의 따뜻한 손이 맘에 들었는지 몸을 교장의 손에 비비는 이무기.
교장은 스윽스윽하고 비벼지는 비늘의 감촉이 매끈매끈하여 맘에 들어 다른 한 손도 소녀의 몸에 올려 소녀의 감촉을 느꼈다.
소녀도 기분이 좋은 듯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대며 몸을 움직였다.

"교장도 누워봐. 봄 햇살이 너무 따뜻해..."
"응."

소녀이자 이무기의 말에 교장도 나른한 봄의 오후를 즐기기로 했다.
소녀의 옆에 앉아서 나른한 봄을 느끼던 교장은 어느새 눈이 감겨 소녀의 몸을 안고 오후의 낮잠을 즐겼다.

-띠리리리 리리리리~

두어시간 정도 시간이 흐르자 엘리제를 위하여가 교내 스피커를 통해 교내외를 울렸다.
토요일이라 다른 일도 찾아올 이도 없어서 이렇게 소녀와 나른하지만 편안하고 따뜻하게 낮잠을 맘껏 즐긴 교장은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안경을 주워 다시 썼다.
그리고 시선을 벽에 걸린 고풍스런 나무장식의 괘종시계로 돌려 지금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오후 5시쯤...

-다시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왔구나...

교장은 자신과 낮잠을 즐긴 소녀를 보았다.
자신의 무릎 위를 베게 삼아 잠든 소녀.
교장은 소녀가 깨지 않도록 살며시 소녀의 머리를 들고 일어난 뒤에 쿠션을 베게 해주었다.
그리곤 나신인 소녀를 위해 바닥에 떨어진 그녀의 비단옷으로 덮어준 뒤 바닥에 떨어진 페트병을 들고 교장실을 나갔다.

...

"우웅..."

소녀가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교장실 안에는 주인인 교장은 없고 책상 위에는 물이 담긴 페트병이 있었다.
소녀는 그 물이 자신이 살던 옛 연못 터에서 퍼낸 물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당연히 페트병을 들어 물을 마시려 했지만 페트병에 붙은 포스트지에 뭔가 적혀있기에 잠시 뭐가 적혀있는지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아직 마셔도 되는지 검사도 안한 물이라구. 조사를 위해 보낼 물이니까 마시지 마. 만약 마셔서 탈이 난다고 해도 너를 치료할 동물병원을 찾긴 힘들 테니까.

소녀는 교장의 걱정이 담긴 말을 읽고선 풋하고 웃었다.
그녀는 웬만한 질병이나 상처를 입어도 며칠만 푹 쉬면 완쾌되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서 물에 인간들이 우려하는 세균이 들어있다고 해도 그녀에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물이 그녀에겐 약이자 생명의 근원인 것이라 마시면 마실수록 그녀의 요력과 생명력이 강해진다.

-걱정해주는 건 고마운데. 음. 검사하러 보낸다는 거니까 참자. 언제든 마실 수 있으니까. 근데 교장은 어디로 갔을까...

소녀는 물을 마시고 싶은 욕구를 꾹 참고 코로 숨을 크게 들이켰다.
교장의 옅은 체취가 그녀의 코를 간지럽혔다.

"흐음... 저쪽인가."

소녀는 일어나 교장실을 나서 가장 최근의 교장의 냄새가 남겨진 방향으로 몸을 옮겼다.
교장실이 있는 2층 복도에서 계단으로 체취가 이어저있었다.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1층 복도로 내려온 뒤 그녀가 향한 곳은 학교의 역사에 대한 기록이 액자에 담겨 양쪽 벽에 진열된 1층 복도.
소녀는 주변을 살펴보다가 역대 교장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보곤 화가 났는지 볼을 부풀렸다.
액자의 제일 좌측 상단의 초대 교장사진을 보곤 조금 화가 난 것이다.
하지만 우측 제일 아래쪽의 현재 교장의 사진을 보자 금방 기분이 풀린 듯 빙그레 웃었다.

-스르륵. 터억~

나무로 된 미닫이문이 열리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소녀는 누굴까 하고 방안에서 나오는 사람을 주시하다가 반갑게 그에게 뛰어갔다.

"교장~"
"얘,얘야. 이렇게 벗고 다니면 어떻하니..."

교장은 빈 교실을 개조한 자신의 방에서 나오다가 전라의 소녀가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것을 보고는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소녀는 교장의 방을 스윽 보더니 히죽 웃었다.

"에헤헤. 교장. 여기가 교장의 집이구나아. 근데 내가 잘 동안 뭐했어? "
"응. 뭐 사실 내 집이 된 셈이지. 뭐 네가 잘 동안 난 내가 할 일을 했지. 이래봬도 교장이니까. 근데 인간의 모습이라면 옷이라도 잘 챙겨 입어. 누가 볼라."

자신의 와이셔츠를 벗어 소녀에게 걸처주는 교장.
그는 안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어서 문제가 안 되지만 문제는 소녀였다.
자신의 몸에 비해 큰 어른 남성의 와이셔츠를 입은 소녀.
팔을 덮고도 남은 소매가 신경 쓰인 듯 소녀는 팔을 흔들었다.
팔을 흔들자 소매가 날개처럼 파닥거리니 눈을 반짝거리며 뭔가 생각난 듯...

"이거닷!!"

-이라고 외치며 진지한 표정으로 위 아래로 여러 번 흔들어댔다.
그걸로 부족한 듯 제자리에서 두 발을 이용해 깡충깡충 뛰면서 소맷자락을 흔들었다.

"이야아아압!!"

기합을 외치며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온 힘을 다해서 움직이는 그 모습은 흡사 어린 새가 하늘을 날려고 용쓰는 모습이었다.
교장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귀엽기도 한편으론 걱정되기도 하여 소녀에게 물었다.

"왜 그러고 있는 거야?"
"우아아아아앗!! 응? 우왓!?"

교장의 말에 잠시 방심해 착지를 잘못하여 소녀는 발을 헛디뎌 넘어졌지만 교장이 받쳐주어 무사하였다.

"에구구. 고마워."
"다친 덴 없어?"
"응... 근데 교장. 나보다 교장이 아픈 것 같은데. 얼굴이 빨게 괜찮은 거야?"

교장은 소녀의 벌려진 와이셔츠 사이로 그녀의 알몸이 보이자 어린 소녀의 묘한 색기에 자신도 남자로서 약간 흥분한 것이다.
그는 그 사실을 깨닫고는 자신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반성하였다.
그래서 소녀의 벌려진 와이셔츠를 닫고는 소녀를 자연스레 일으켜 새우며 화재를 돌렸다.

"흠.흠. 괜찮아. 그것보다 아까 전에 왜 그런 거야?"
"응. 난 말야 날고 싶어. 그래서 난 용이 되고 싶은 거야."
"사람으로 변하는 정도의 능력이 있으면서 날지는 못하는 거야?"
"응. 내가 할 줄 아는 건 말야 이 소녀모습으로 변하는 거랑. 비를 내리게 하는 거랑. 그리고 독안개를 만들 수 있는 거랑. 그 외에도-"

교장은 이무기의 능력 중에 독안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듣고는 그녀는 왜 굳이 저주를 내린다면 독안개를 만들지 않고 학교 소풍날에 비가 내리는 약하고 소심한 저주를 내리는 건지 궁금해져서 소녀의 말을 끊었다.

"저기말야. 왜 강력한 저주를 내리지 않고 소풍날에만 비가 내리는 저주를 내린 거야?"
"응? 그... 그야 다,다 죽어버리면 괴롭힐 대상이 없으니까 심심해서 그런거라구... 그,그래. 그거야!! 그거라구! 감히 이무기님의 둥지를 메워버린 인간은 대대손손 저주받아라~!"

소녀는 얼굴이 빨개진 모습으로 긴 소매를 파닥거리며 허둥대었다.
그 모습은 누가 보기에도 부끄러워서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어린 소녀로 결론은 마음이 너무나도 착해서 소심한 복수를 한 이무기.
교장은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자신의 직위와 이성을 잠시 잊고서 소녀를 꼬옥 껴안았다.

"우왓!? 우...우우..."
"넌 정말 착한 아이구나. 넌 정말 용이 될 자격이 있는 아이야. 난 네가 용이 되었으면 좋겠어."

교장의 그 말에 소녀는 뭔가 결심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으... 으응... 히, 힘낼께! 근데 교장. 저, 저기말야... 교장은 뱀의 교미를 알고 있어?"
"응? 아..."
"워,원한다면 내가 가르쳐 줄께... 안으로 들어가자."
"으응..."

둘은 교장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잠구는 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다.

...

교장은 그 초등학교에서 오년동안 훌륭하게 부임했고 그 뒤엔 교육청에서 빛나는 업적을 쌓고 고속 승진을 거듭해 최연소로 교육청장까지 맡았다.
전 교장은 타지에 있어도 꼭 한 달에 한번은 초등학교 부임을 끝낸 뒤 결혼한 미모의 아내와 함께 자신이 부임했던 초등학교로 가서 약수터의 물을 퍼갔다.

그리고 전 교장은 후에 정치에도 입문해 단숨에 대통령자리까지 오른 뒤 전 세계에서도 전래를 찾아볼 수 없는 훌륭한 업적을 쌓아 모든 국민들 그리고 전 세계인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았다.
대통령직을 훌륭히 끝마친 그는 후임 대통령에게 자리를 맡기고 조용히 아내와 함께 자신이 부임했었던 초등학교가 있던 마을로 내려가 몇 십 년 뒤 그가 아내와 함께 사라지기 전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사람들은 몇 십 년이 흘렀어도 젊어 보이는 외모와 사랑과 열정을 잃지 않은 그와 그의 아내를 보며 전 교장내외가 뭔가 비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전 교장과 그의 아내가 사라진 날.
교장이 살던 집에서 용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모습을 온 마을사람들이 보았다고 하며 그 뒤에 세계 곳곳에서 전 교장과 그의 아내를 보았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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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6

교장 페도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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