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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몰트 위스키 이야기 - 더 글렌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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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개붕장들! 오늘은 싱글몰트 위스키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요즘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한국에도 수많은 위스키들이 들어와서 술 좋아하는 개붕이들은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시대가 시발 좆 같이 가격만 올려가고 있어서 옛날부터 술마시던 개붕이들은 개빡치는 나날인데요.

 

그래서 심심하니까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우선, 싱글 몰트 위스키가 무엇인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싱글 (단일) 몰트(맥아=보리) 로 만든 위스키라는 것이에요.

 

쉽게 말해서 맥주를 증류했다고 설명하는데, 사실 맥주는 아니고 워시라고 하는 밑술을 만들어서 증류하는데, 굳이 따지자면 맥주라고 부를 수 있긴 합니다.

 

이렇게 증류한 원액을 오크통에 넣고 최소 3년 이상 숙성을 시켜서 나오는게 바로 싱글 몰트 위스키라고 할 수 있는데요.

 

원래 위스키는 오크통에 숙성을 하는 술이 아니었습니다.

 

맥아로 만든 술을 증류해서 마시는, 보드카랑 비슷한 술이었죠. 근데 왜 오크통에 숙성을 하게 됐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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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무언가 나쁜 일이 일어났다면 영국을 의심해라

 

그렇습니다, 그 새낍니다.

 

정확히는 영국이 아니라 잉글랜드죠.

 

지금은 스코틀랜드도 영국의 일부지만, 사실 옛날에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엄연히 다른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를 먹어버리면서 한 짓이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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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놔.

 

창의적인 영국놈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자기가 정복한 나라를 자기 땅이라고 부르면서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착취하는 것을 취미로 하는데요.

 

그 정복한 나라에는 자기 나라들도 껴있는지 창문세부터 해서 별의 별 세금을 다 메기는 기행으로 유명했죠.

 

스코틀랜드에서 여러가지 명목의 세금을 뜯어가는 와중에, 위스키가 눈에 들어옵니다.

 

1644년부터 세금을 먹여서 돋을 걷기 시작하는데, 이 창의적인 친구들은 위스키에만 세금을 먹이는게 아니라 맥아세라고 해서 위스키 만들기 전 원료에도 세금을 붙여서 이중과세로 돈을 뜯어먹기 시작했어요.

 

위스키를 만들던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나라가 바뀐 것도 억울한데 세금을 2중으로 때려버리는 행태에 분노합니다. 그래서 조사가 나오면 술을 숨기기 위해서 당시 영국에서 유행하던 쉐리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 위스키를 옮겨 담고, 우린 술 없음. 이라고 배짱을 때려버리죠.

 

조사원들은 오크통을 열어보거나 할 생각을 안했는지, 아니면 세금 말고 다른 걸 먹고 서로가 서로를 위했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렇게 넘어가는 일이 많았답니다.

 

문제는 이 스코틀랜드 사람들도 어쩄거나 기행의 나라에 편입되서 그런지, 숨겨둔 술을 까먹고 맙니다.

 

그리고 몇 년 뒤에

 

"야 어디서 술 냄새 안나냐?"

 

라면서 술을 숨겨뒀던 오크통을 까보니까 투명했던 술이 호박색으로 변해있던 거죠.

 

여기서 보통 사람이라면, 투명했던 액체가 몇 년 뒤에 색이 변했다면 마셔볼 생각을 잘 안했을 겁니다. 물론 옆 나라 프랑스는 이미 했었지만요.

 

하여튼 이 스코틀랜드 사람들도 어쩄거나 반은 영국인.

 

그들은 색이 변한 술을 마셔보고, 이거 맛있는데? 라면서 팔아도 되겠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게 본격적인 위스키의 탄생이죠.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위스키를 팔아야겠죠? 하지만 세금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비싼데다가 잉글랜드에 주기 싫었던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정정당당하게 그냥 더러워서 세금을 내고 만다?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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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숨어서 만들자 였습니다.

 

위스키를 만드는데 필요한 건 곡물, 그리고 대량의 물이죠.

 

그리고 숨을 곳으로는 자고로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산을 골랐고, 식수의 보급의 중요성 때문에 계곡이 있는 산들을 골랐죠.

 

그 결과 수많은 위스키 증류소가 산 속으로 도망쳐서 술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수많은 위스키들의 이름을 보면 글렌(Glen)이라는 이름이 붙은 걸 볼 수 있는데요. 이건 게일어로 계곡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렌피딕은 사슴 계곡

글렌모렌지는 조용한 계곡

 

그럼 글렌리벳은?

 

별거 없습니다, 리벳강 옆 계곡이에요. 강 옆에다가 차렸거든요. 거기가 명당인지라 이 글렌리벳 말고도 여러 증류소들이 많이 있었죠.

 

하여튼 이 글렌리벳도 그렇게 숨어서 술을 만드는 증류소 중의 하나였는데, 그 많은 곳들 중에서도 특히나 술을 잘 만들기로 유명해서 지역 최고의 술로 이름 났었죠.

 

숨어서 만드는데 유명하다는 게 좀 이상한거 같지만 넘어갑시다. 영국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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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1822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방문했던 당시 영국 국왕 조지 4세가 글렌리벳을 마시게 됩니다.

 

조지 4세라는 인물은, 18살 떄부터 술과 여자에 통달 했고, 경마와 도박을 좋아해서 왕이 되기 전에 개인 빚만 왕실 비용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유명한 사람입니다. 심지어 당시 시대 상 용납이 안되게 과부랑 연애하다가 결혼까지 했던 사람이죠. 물론 인정 못 받고, 아까 말했던 빚을 대신 갚아줄테니까 헤어져, 라고 해서 헤어지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기도 했습니다. 그게 고종사촌이지만, 그때 유럽은 뭐 다 그랬으니까 고종 사촌이면 양반이죠.

 

하여튼, 술에는 일가견이 있던 조지 4세는 무허가 양주 글렌리벳을 마시고는 반해버리고, 이게 왜 무허가냐고 물어봤습니다. 자기 만찬장에 올려야 되는데 무허가 술이면 눈치 보이잖아요. 마그나 카르타 이후로 영국 왕실은 귀족 눈치를 봐야했거든요.

 

그리고 그 전모를 알게 된 그는 시원하게 세금을 낮추고 면허세만 내면 술을 만들 수 있는 조치를 취해줍니다.

 

하지만 1644년부터 1822년까지 무허가로 술을 만들던 사람들한테 이제 세금도 낮아졌으니까 돈 내고 허가 받고 만들어! 라고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이게 1822년이 아니라 1722년에 나왔어도 80년 가까이 세금을 안내고 꿀을 빨았던 건데, 18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금을 안내고 만들던 사람들에게는 세금을 올리는 거랑 다를 게 없는 조치였습니다.

 

180년이면 솔직히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까지 올라가야되요, 그때부터 그랬던 걸 갑자기 바꾸면 아무도 안 따라하죠.

 

하지만 1824년, 이 세금을 내고 면허를 딴 남자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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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이름은 조지 스미스.

 

당시 글렌리벳 증류소의 사장이었죠.

 

그는 왜 세금을 내고 면허를 땄을까요? 정정당당한 사업가라서?

 

아닙니다, 조지 4세가 세금 만든 이유가 글렌리벳을 마시고 싶어서 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글렌리벳이 응 싫어 나 세금 안내! 불법 할거야! 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는 뛰어낸 생존의지를 보여주고, 동시에 마케팅까지 해버립니다.

 

조지 4세님이 마시고 반해서 세금까지 줄여준 위스키 글렌리벳!

 

하지만 그가 보여준 생존의지는 동업자들에게는 배신 행위로 보였나봅니다. 술을 마신 동업자들이 항상 조지 스미스를 죽여버릴거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배신자다. 라는 등을 말을 하고 다녔고, 생존 의지가 강했던 우리의 조지 스미스씨는 권총 한 자루를 사서 자나깨나 술마시나 밥을 먹으나 품속에서 권총을 지니고 다녔다고 하죠.

 

그리고 이런 일화까지 합쳐지면서 이게 대박이 나죠. 원래 남들이 좆 같다고 생각하는 건 보통 대박의 증거거든요.

 

예나 지금이나 대박의 증거는 짝퉁의 양산입니다. 한 제품이 히트를 치면 그 모방제품이 나오는 건 21세기에도 그런데, 저 시기에는 어땠을까요?

 

아까도 말했지만 글렌리벳이 있던 계곡은 증류소 차라기에 명당이었습니다. 당연히 여러 증류소들이 있었고, 이 증류소들은 당당하게 자기도 그 계곡에 있으니까 글렌리벳이다, 라면서 브랜드에 글렌리벳을 붙여서 팝니다.

 

토민톨, 아벨라워 등등 지금 들으면 알만한 증류소들도 이 짝퉁에 포함이 되어있었죠.

 

결국 빡친 조지 스미스씨의 후손은 재판까지 하게 되고, 그 결과 오리지널 글렌리벳에만 정관서 The를 붙이도록 하라는 판결이 나오고, 1884년 부터 진짜 글렌리벳은 더 글렌리벳이라는 이름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사실 더 글렌리벳은 한국에서는 묘하게 인기가 많지는 않습니다. 지명도에서는 맥캘란에 밀리고, 판매량에는 글렌피딕한테 따였죠.

 

하지만 싱글 몰트 위스키를 처음 마시는 사람에게 항상 추천하고 싶은 술이 있다면 그건 언제나 글렌리벳입니다.

 

딱 잡혀 있는 밸런스와 튀지 않는 맛, 그리고 은은한 향기까지.

 

무언가 하나 확 튀는 위스키가 아니라 밑바닥을 단단히 다지는 공사를 한 위스키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전통이 있는 회사인 덕분에 생산량도 많아서 쉽게 떨어지는 일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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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특히나 지금이 아니라 옛날, 1960~80년대에 나왔던 글렌리벳은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맛보기를 권하여 드리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누가 여기도 올려달래서 올려줌

18개의 댓글

2023.10.11

올려줘서 고마움

정보성 글은 나중에 정독하고 싶은데 개드립가면 까먹기 일쑤임 ㅠㅠ

0
2023.10.11

재밌당

 

0

위스크 개붕이는 추천이야

0

벌버니도 올려주렴

0
2023.10.11

특색있는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심심할 수 있음

뭐 조니워커보단 낫지만...

0
2023.10.11

입문자용으로 글렌들은 언제나 옳다

0
2023.10.11

오 좋은 위스키였네

담에 함 마셔봐야겠다

세상엔 맛있는 술이 너무 많아 ㅠㅠ

0
2023.10.11

내가 처음 맛본 싱글몰트 위스키네.

한국에서 인기 없지 않고, 대부분의 바에서 편하게 추천하는 싱글몰트임.

0
2023.10.11

옛날엔 이런거 맛있게 먹었는데 요새는 위스키를 마시면 담날 너무 힘들어........

0
2023.10.11

잘 봤음~ 근데 쉐리 오크통에 원료를 넣는게 위스키의 시작이라고 했는데 왜 어떤 위스키에는 쉐리라 써있고 어떤건 안 써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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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차외노자임

그 이후로 버번통도 쓰기 때문

1
2023.10.11
@지나가는김개붕

버번통에 담으면 버번위스키, 쉐리오크 통에 담으면 쉐리 위스키, 일반 오크통에 담으면스카치 위스키인가? 더블캐스크 이런것도 있고 넘모 복잡하당..ㅎㅎ

0
@년차외노자임

버번 위스키를 담았던 통에 담았던 걸 버번 캐스크 위스키라고 하고, 쉐리도 마찬가지 스카치 위스키는 그냥 스코틀랜드 위스키임. 버번 위스키는 미국꺼.

1
2023.10.11
@지나가는김개붕
0
2023.10.11

이번에 대만갔다오면서 카발란 디스틸러리 300?(암튼 좀 작았음)을 사서 까먹고 맛이 너무 쎄서, 같이사온 비노 바리끄700은 봉인중이거든(인터넷에 대만가면 사올 술이라길래 사와봤음)

어떻게하면 좀 더 맛있게 먹을수 있을까

0
2023.10.11

이거 너무 밍밍하던데

0
2023.10.11

오 글렌리벳 마셔봐야겠다

0
2023.10.1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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