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역사) 아프리카, 흑인, 문명. 그들을 위한 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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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인류의 시작점입니다.

전 지구를 통틀어 가장 오랜 인류 역사를 지닌 이 거대한 대륙은 이제는 가장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땅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아프리카에 있었던 여러 문명들의 간략한 소개와, 이 땅의 문명들이 타 대륙에 비해 뒤쳐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지리적인 문제를 근거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지리적 특징을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는 땅의 크기에 걸맞지 않게 타 대륙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들과 비교해 수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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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문명을 이루게 할 만큼의) 수자원을 보유한 강과 호수는 채 10개도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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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채 몇개 되지 않는 강과 호수들 사이에는 거대한 사막,

혹은 문명간 교류에 큰 지장을 줄 규모의 드넓은 평원,

 

또는 통행을 어렵게 만드는 산맥들이 위치해 있습니다.

 

 

 

두번째는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사막.

사하라 사막의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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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고비 사막, 타클라마칸 사막, 아라비아 사막, 카라쿰 사막, 나미브 사막, 모하비 사막, 다나킬 사막 등의 수 많은 사막들이 있고,

 

그 이름을 하나도 모르는 이들도 많지만

그런 이들조차 적어도 사하라 사막은 압니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사막,

라틴어로 사막을 부르는 호칭인 '죽음의 땅'이란 표현을 최초로 받은 땅.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거대해지고 있는 곳.

 

사하라는 아프리카의 다른 수 많은 사막들과 비교해도 아프리카를 문명의 불모지로 만든 가장 큰 이유가 될겁니다.

 

 

 

세번째는 항해 기술이 부족할 때에, 연안항해를 할 수 있도록 해준 해류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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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대륙들과 비교를 하면,

 

 

 

유럽과 북아프리카, 근동에는 지중해가 있었습니다.

바다 전체가 내해로 구성된 세상에서 가장 안정적인 바다죠.

 

또 3개의 대륙과 이어지는 교류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육로 무역보다 해상 무역이 보다 물류의 양도 많고 수월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인류 문명이 왜 아프리카와 근동, 그리고 남유럽에서 꽃 피워졌는지를 지중해를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반면, 동아프리카와 중근동, 페르시아, 인도, 동남아시아 사이에 놓인 인도양을 살펴보면

동, 서, 남, 북 모두 4개의 대륙으로 막혀있는 굉장히 특이한 바다입니다.

 

또한, 이로 인해 인도양에서는 그 어떤 바다에서도 볼 수 없는 특징을 하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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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인도양 해류 흐름)

 

잘 알려진 계절풍입니다.

 

계절에 따라 바람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뭐가 그리 독특하냐, 할 수 있겠지만 이 동네는 좀 많이 변합니다.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여름에는 해양에서 대륙을 향하던 대기의 흐름은, 겨울에는 반대로 대륙에서 해양을 향합니다.

 

표층 해수의 흐름은 대기 흐름의 영향을 매우 크게 받기 때문에,

이와 같은 대기 흐름의 변화는 해수 흐름에도 영향을 줍니다.

 

 

 

겨울에는 대륙에서 해양으로 바람이 불게되고,

이로 인해 위의 지도와 같이 인도양 주변에서 반시계 방향의 해수 흐름이 유도됩니다.

 

이 과정에서 북적도 해류는 정상적으로 작용하고, 적도 반류 역시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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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인도양 해류 흐름)

 

여름에는 이러한 해류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져,

정 반대로 뒤바뀌어 버립니다.

 

대기의 흐름이 달라지면서, 인도의 동쪽과 홍해 부근 해수가 북상하며 시계 방향의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이로 인해 북적도 해류가 막혀버리고, 북적도 해류가 막히니 덩달아 적도 반류도 막혀버립니다.

 

 

 

이러한 인도양 해류의 흐름은 한가지 결론을 만들어냅니다.

 

겨울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여름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항해하기 쉽다.

 

그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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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무역로의 탄생입니다.

 

고대 무역로였던 실크로드가 국제 외교, 정치, 군사 문제로 막히게 되면서 새로운 길을 찾는 이들에게

이러한 인도양의 특성은 정말이지 너무나 완벽한 무역로였습니다.

 

고대에 발견된 해상무역로는 고대를 넘어 중세, 근대, 그리고 현대까지도 쓰이고 있습니다.

 

지중해와 흑해, 그리고 인도양의 존재로 구대륙들은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묶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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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잠깐만요! 그러면 지중해, 인도양과 맞닿았고 해상무역로에도 연결되어있는데 아프리카만 도태될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요?"

 

그런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잠시 그에 대한 답을 하기 이전에,

아프리카 역사에 존재했던 네임드 국가들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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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말리, 송가이, 카넴-보르누, 베냉, 콩고, 모노모타파, 짐바브웨, 룬다, 악숨, 쿠시, 에티오피아, 키타라, 졸로프, 아칸, 아샨티, 다호메이, 바마나, 하우사, 다못, 잔지바르

 

사하라 사막 이남에도 네임드 국가 혹은 부족연맹체는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해왔습니다.

고대, 중세, 근대 상관없이 말이죠.

 

그 수준이 단순 부족 연맹 왕국에 불과할 뿐이라는 악평도 존재하고, 대체로 그러한 평가가 맞은 것도 사실입니다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여기에도 이유는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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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문명권은 크게 3개로 이루어집니다.

 

 

 

서아프리카 문명권

(세네갈 강, 니제르 강 등의 수원을 기반으로 한 문명권으로,

대표적인 국가는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가나, 송가이 등이 있습니다.)

 

동아프리카 문명권

(청나일 강과, 산맥, 그리고 홍해와 인도양을 접한 지리적 특성 탓에 주변 지역에 비해 시원하고 수원이 풍부하며,

타 문명과의 교류가 용이하여 고대부터 이집트 못지않은 문명국가가 들어선 땅입니다.)

 

중앙 아프리카 문명권

(콩고 강과 잠베지 강, 그리고 빅토리아 호수를 중심으로 위치한 거대한 호수들에 기반한 문명권입니다.)

 

 

 

아프리카 내 최대 문명들인 이 3개의 문명권에는,

공통적으로 몇가지 문제가 존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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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토질 지도

 

 

 

1. 문명 탄생과 발달의 최소 조건인 대규모 농작에 너무 불리하다.

 

가장 큰 이유는 수자원의 부족이지만, 토질의 문제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토질의 순위를 매긴다면,

흑토 > 갈토 > 황토 > 적토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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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뛰어난 흑토입니다.

 

흑토는 수천, 수만년간 쌓여온 천연 비료가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씨앗을 뿌리기만 해도 작물이 잘 자라는 옥토입니다.

 

흑토는 대부분이 미국과 우크라이나에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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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토는 흔히 '좋은 땅'이라고 부르는 흙들로,

한국에서도 때때로 볼 수 있는 농사짓기 좋은 토질의 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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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는 중국, 한국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흙들로,

농지로는 부적합한 영양분이 부족한 나쁜 토질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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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 적토입니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땅이 이 적토와 사막 모래로 이루어져 있으며, 비가 거의 오지 않아 유기물이 없고, 겨우 생기더라도 때때로 오는 폭우에 다 쓸려내려가는 탓에 흙에 영양분이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탓에 전근대에는 농사가 불가능에 가깝고,

설령 농작에 성공하더라도 면적 당 인구 부양력이 무척이나 떨어지는 탓에 같은 양의 작물을 생산하더라도 더 넓은 땅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이 더 멀리, 넓게 퍼져서 거주해야 했고,

아프리카에 인구 밀집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흔히 역사를 배울 때에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강 범람을 축복으로 배우는데,

강 범람이 일종의 재앙이며, 치수가 곧 군주와 국가의 국책사업이었던 동아시아에선 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프리카의 대부분이 사막과 적토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이게 나일강의 주기적인 범람이 신이 내려준 축복인 이유였습니다.

 

아프리카의 농사지을 수 없는 땅들을, 농사지을 수 있게 만들어 주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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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입니다.

 

 

 

여기에 더해 아프리카에는 인류가 주식으로 삼을만한 주곡 작물이 존재하지 않던 것도 한 몫 했습니다.

 

밀은 아르메니아가 원산지로 추정되고, 농경 쌀은 한국이 원산지로 추정됩니다.

콩은 만주와 한국이 원산지로 추정되고, 감자는 페루가 원산지로 추정됩니다.

 

어느 것도 교역없이는 아프리카에 들여올 수 없었고,

지리적으로 고립되어있는 아프리카에선 외부에서 곡물을 들여오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기껏 힘들게 애써 아프리카에 곡물을 들여놓은들,

토양과 수량이 엉망이라 대부분의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었습니다.

 

 

 

농사를 지을 수 없으니 대규모 인류 집단이 형성되지도 않고, 도시와 국가가 건설되기도 어려웠죠.

 

아프리카가 혈족 중심의 부족 사회로 동작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2. 타 문명과의 교류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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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바람과 해류, 그리고 지형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항해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바람과 연안을 통해서만 항해가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전제를 놓고 보면,

 

유럽에서 신대륙을 발견하고 개발할 수 있게 만든 무역풍의 존재는

항해기술이 충분히 발달하기 전 까지는 배를 저 먼 망망대해로 떠밀어버리는 공포스런 바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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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연안 항해가 쉬웠느냐?

사이에는 사하라가 존재합니다. 사막에는 도시가 세워질 수 없지요.

 

유럽인들이 리스본이나 지브롤터에서 항해를 시작한다고 하면,

최소한 가나, 말리, 송가이가 위치한 아프리카 서해안의 항구까지 제대로 된 보급을 할 수 있는 항구는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항해 시대라는 게임을 해보신 분들은 보급을 할 수 없는 항해의 공포를 일부나마 이해할 수 있으실 겁니다.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도 마찬가지입니다.

 

망망대해로 떠밀려가는 바람을 탈 머저리들은 없습니다.

멀쩡한 무역로도 있겠다, 인도양 해상 실크로드에 동참하는 편이 현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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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좀 손해 보더라도 육로 무역은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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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의 오아시스를 활용한 육지 무역로의 실체입니다.

 

저 사이 거리가 얼마나 될까요?

과연 오아시스에서 보급하면서 이동 가능한 물량은 얼마나 될까요?

 

해상 무역이 안 되는데, 육상 무역이 될 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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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서아프리카랑 중앙아프리카 문명권이 발달하지 못 한 이유는 알겠어요. 하지만 이런 설명대로면 에티오피아와 동아프리카 문명권은 발달했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동아프리카 문명들이 중앙아프리카, 서아프리카 문명들과 대규모로 교류하는 것은 거리와 산맥 등의 문제로 무리가 있었습니다만, 중동, 페르시아, 인도와 교류하는 것은 수월했던건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들도 인구 부양력 등에 문제가 있어,

자체적인 한계가 존재했다는게 이들이 가진 첫번째 문제고,

 

그렇다면 악숨이 로마와 페르시아 사이에서 그러했듯 주변의 안정된 거대한 문명으로부터 문명을 전파받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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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제국의 출현과 이로 인한 외교, 군사적 불안(십자군, 혹은 오스만의 무역봉쇄 등)

 

인도의 불안정함, 그리고 멀리 중화제국의 해금령이 터지면서

 

해상무역로가 완전히 붕괴하였고 이들의 교류 대상은 사실상 이슬람 문명권으로 한정되기에 이릅니다.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가 이슬람화 된 것은, 이들의 문명 발달 역시 그들의 최선을 다해 이루어졌음을 의미합니다.

 

 

 

모든 이유가 지리와 기후만으로 설명되지는 않겠습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인 지리와 기후를 근거로 아프리카 문명의 느린 발달 속도를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1개의 댓글

2023.10.02

저같은 윾겜충에게는 재밌게 읽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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