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소비자의 효용극대화조건 도출과정

학부생 수준에서, 미시경제학을 공부하며 가장 신경을 긁었던 것 중 하나는(사실 학부생도 아니었고 그냥 어학을 전공하던 타과생 나부랭이었는데 단지 경제학이 재미있어보여서 흥미 목적으로 수강한 것) 소비자이론에서 소비자가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건이 MUx/Px=MUy/Py라는 것이었다.

 

사실 X재 재화 한 단위당 내가 얻는 효용(MUx) 대비 그 X재의 가격(Px)과, Y재 재화 한 단위당 내가 얻는 효용(MUy) 대비 그 Y재의 가격(Py)이 동일하다는 조건을 만족해야(즉, 각 재화에 쓴 돈 한 단위당 그 재화들이 내게 주는 효용이 동일해야, 다시 말해 가성비가 동일해야) 나의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설명은 굉장히 직관적이며 너무나도 당연해서 의문을 가질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같은 예산이라면 두 재화의 가성비가 같아지기 전까지는 가성비가 더 좋은 재화를 더 소비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기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수학이라는 언어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본디 매우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제 현상을 최대한 간결하게 나타내기 위함이지, 역으로 직관적이고 당연한 경제 현상을 부득불 난해한 수학적 증명을 통해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비효율의 극치이자 완전한 모순이다.(경제 현상을 설명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1. 말로 표현하는 것, 2. 그래프로 시각화하는 것, 3. 수식으로 간결히 서술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과생 신분에서 겁도 없이, 경제원론조차 수강하지 않은 채 곧바로 미시경제학부터 들이받은 겁없는 애송이에게는 뭔가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던 모양이다. 사실, 교과서를 펼치면 바로 등장하는 '라그랑주함수 L(x, y, λ)의 제1계편도함수들의 값이 0이면 위의 조건을 만족한다'는 불친절한 설명이 전부라는 것에서부터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 원리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도대체 MUx/Px=MUy/Py라는 조건은 어떻게 도출되었는가?

 

...

 

P.S. 저는 수학의 수 자도 모르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수법칙이라는 간단한 공식조차 대학교에 와서야 익힌, 그야말로 학창시절 학업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무식, 무지한 학생이었습니다. 혹여, 제가 틀린 설명을 했다면 따끔하게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max U=u(X, Y)

s.t. Px*X+Py*Y=M

 

F.O.C: MUx/Px=MUy/Py

 

위 조건은 효용함수의 제1계전도함수로부터 도출된다.

왜냐하면 무차별곡선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무차별곡선상의 어느 점을 택하더라도 효용의 변화량(dU)이 0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dU=Ux*dX+Uy*dY=0

 

위 식으로부터

 

Ux*dX=-Uy*dY

 

라는 식을 얻을 수 있고, 이는 교환법칙이 성립함에 따라

 

Ux/Uy=-dY/dX

 

로 식을 고쳐도 무방하다.(참고로 Ux는 효용함수 U를 X에 대해서 편미분한 것, 즉 X재의 한계효용 MUx를 의미한다. Uy 역시 동일.)

그리고

 

MUx*dX+MUy*dY=0

 

라는 식은 행렬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이 쓸 수도 있다.

 

(MUx, MUy)•(dX, dY)=0

 

이 때 각 행렬을 벡터로, 각 항을 벡터의 성분으로 보면 이는 벡터의 내적을 구하는 식과 동일하다.

또한 벡터의 내적이 0이라는 것은 두 벡터가 이루는 각도가 90°임을 의미한다.(∵ cos90=0)

(dX, dY)는 무차별곡선의 접선벡터를 의미하므로, 그레이디언트벡터(구배벡터)의 정의에 따라 (MUx, MUy)는 무차별곡선의 그레이디언트벡터이다.

 

그리고 제약조건을 음함수의 형태로 고치고,

 

Px*X+Py*Y-M=0

 

이를 전미분하면 다음과 같은 식을 얻을 수 있다.

 

Px*dX+Py*dY=0

 

이는 역시 다음과 같은 행렬식의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Px, Py)•(dX, dY)=0

 

무차별곡선과 제약조건은 동일한 접선벡터(dX, dY)를 가지며, 그레이디언트벡터는 접선벡터와 직교하므로, 두 그레이디언트벡터는 서로 평행하다.(또한 그레이디언트벡터는 그 특성상 함수의 가장 가파른 방향을 가리키므로 두 벡터는 서로 포개어진다.)

그리고 두 벡터가 평행이라는 것은 두 벡터가 서로 실수(λ)배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다음과 같은 식이 성립한다.

 

(MUx, MUy)=λ(Px, Py)

 

위 식으로부터

 

MUx=λPx

MUy=λPy

 

라는 식을 얻을 수 있고, 이를 다시 λ에 대해 정리하면

 

λ=MUx/Px=MUy/Py

 

로 제1계조건의 식이 도출된다.

 

∴MUx/MUy=MRSxy=Px/Py

 

S.O.C: Uxx<0, Uyy<0, Uxy0

 

제2계조건이 의미하는 바는, 원점에 대해 볼록한 무차별곡선을 얻기 위해서는 각 재화의 한계효용이 체감해야 하며, 두 재화가 서로의 효용에 대하여 독립이거나, 최소한 한 재화가 다른 재화의 효용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아니됨을 의미한다.(일반적인 콥-더글라스 효용함수의 형태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해당 조건은 효용함수를 2계전미분한 제2계전도함수값이 0보다 작다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다.

 

d²U=Uxx*dX²+2*Uxy*dX*dY+Uyy*dY²<0

 

다시 위 식은 제1계조건에서 도출한 식(Ux*dX=-Uy*dY)를 dY에 대해 정리한 식으로부터 다음과 같이 고칠 수 있다.

 

=Uxx*dX²-2*Uxy*dX²*Ux/Uy+Uyy*dX²*Ux²/Uy²<0 (by F.O.C)

 

그리고 각 항에 공통적으로 겹치는 dX²를 묶고 각 항에 Uy²를 곱한 뒤 다시 1/Uy²로 묶어줌으로써 다음과 같이 식을 고칠 수 있다.

 

(Uxx*Uy²-2*Uxy*Ux*Uy+Uyy*Ux²)×(dX²/Uy²)<0

 

또한 (dX²/Uy²)는 위 부등식의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은 식을 만족한다.(양 변에 Uy²/dX²를 곱한 것과 다름없다.)

 

Uxx*Uy²-2*Uxy*Ux*Uy+Uyy*Ux²<0

 

위 식이 내포하고 있는 뜻은, 각 재화의 한계효용이 체감하고(Uxx<0, Uyy<0), 두 재화가 서로에 대해 독립이면(Uxy=0) 자동적으로 원점에 대해 볼록한 무차별곡선이 성립함을 의미한다.

 

■ d²U<0

 

1684661789490.png

 

...

 

이 땅의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들 중 누군가는 분명 나와 같은 의문을 가지고 매우 답답해할 것이라 생각해서, 수학의 문외한이 나름대로 고민하여 과정을 쭉 훑어보았다.

오류가 있다면 미안하지만, 지적해 주시면 매우 감사히 여기겠습니다.

6개의 댓글

VTI
2023.05.27

개붕쿤의 가계재무관리를 위해 지출극소화도 가져오십쇼

0
2023.05.27

라그랑주함수에 대해 수식을 잘 전개한 듯. 라그랑주 함수가 원함수에서 최소점을 만들어주는 파라메타를 하나 더 늘린 후 편미분 값을 취한다는 의미를 잘 음미해보면 좀 더 직관적인 이해도 가능할 듯. 근데 난 애초에 한계효용 논법에 한계가 있다고 봐서리.

0
2023.05.27
@행복은일상에

그부분은 선호체계 공리에 기반한 설명들이 많이 있고, 그마저도 넘어서는 부분들은 행동경제학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0
2023.05.27
@econphd

또또칸 박사횽 등장!

0
2023.05.28

하지만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죠?

0
2023.05.2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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