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관련된 내용은 http://www.dogdrip.net/44853168 로.
사랑니 뽑고 와서 시발 아무것도 못하겠어서, 이 때 아니면 언제 이런 뻘짓하냐는 마음으로 씀.
전편에서 국가는 범죄자나 예비범죄자들을 처벌하고, 이걸 통해서 사회 구성원들이 다들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고,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만드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주장했어. 그래서 사람들이 자기 권리를 양도하면서도 이에 동의를 하고 국가를 만드는 거고.
이번에는 국가는 약탈(세금수탈)을 위해 발생했다는 약탈국가론이야.
이 약탈국가론 모델의 기본은 조폭들이 자리세 뜯는 행위랑 비슷하고, 다분히 서양의 경험에 바탕하고 있어.
기초적인 세계사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읽게이들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게르만 족의 이동 및 침략으로 인해 로마가 멸망하게 되고,
어찌됐든 법과 질서, 치안을 유지하고 있던 국가가 사라지니까 여기저기서 권력의 공백이 발생하게 돼.
이런 권력의 공백 상황 하에서 일반 농민들이 뭘 할 수 있겠냐. 맨날 산적들, 도적들, 야만족들한테 후장이나 탈탈 털리는거지 뭐.
이러다보면 안 되겠다 싶은 농민(자유민)들은 지역의 유지를 찾아가서, 자기를 보호해달라고 호소를 하게 돼. 그리고 일반 농민들은 자유민에서 영주에게 예속된 농노 상태로 전락하는 대신, 영주의 영내에서 살면서 외부의 침략이나 도적들, 이민족의 침략으로부터 보호를 제공 받아.
여기까지는 다들 아는 흔한 중세의 봉건제 사회 성립에 관한 스토리지.
이제 농노들을 받아들인 영주들 간의 문제야. 농노를 받아들인 영주는 좋다구나 하고 농노들을 쥐어짜고 탈탈 털게 되지.
근데 신나게 농노들을 털고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다보니, 언제부턴가 세금 100내던 놈들이 90, 80, 70, 60으로 점점 줄어드는거야.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길 거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깨닫게 돼.
처음에 농노들을 신나게 털어댈 땐 뭔가 좋은게 나왔지. 근데 털면 털수록, 농노들이 못 참겠다고 다른 영지로 도망을 가거나,
아니면 영양이 부실해져서 생산성이 떨어지게 돼.
생각해봐, 니가 만든 거의 80%를 세금으로 떼가는데 일하고 싶겠냐? 일 하는데 들어가는 칼로리 > 일 해서 버는 양식으로 얻는 칼로리인데
당연히 일할 시간 아껴서 굶는게 더 나은 지경까지 가게 돼버리는거지.
<경제학자 래퍼가 냅킨에 그렸다는 래퍼 곡선. 세율이 너무 높으면 정부 수입이 줄어든다>
<출처:http://youth.bokeducation.or.kr/ecostudy/columnList.do?bbsId=6&mode=view&contentId=728>
특히 자본가나 상공업가들의 경우에는 영주가 돈을 빌려놓고선 떼먹는 일이 많아지니, 진절머리가 나서 상대를 안 하거나 높은 이자율을 요구하게 돼.
(딱 지금의 부카니스트와 같은 꼴이지. 북한도 80년대에 유럽에서 자금 잔뜩 빌려다놓고 우리 못 갚겠다 배째라라는 식으로 한번 빵꾸를 냈어. 그러니 누가 돈 빌려주겠냐)
이 쯤 되면 멍청하지 않은 영주들은 깨닫게 돼.
"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고 있구나"라고 말이지.
이웃의 경쟁하는 영주에게 좋은 인력 자원을 제공해주는 행위이기도 했어. (병력 자원은 아니지. 농노에게 병역 의무는 없었으니까)
내 먹을 게 줄어드는 것도 억울한데, 남 먹을걸 던져주는 행위란거지.
그래서 여기에서 성공적으로 대응한 영주들은 상인들 돈 제 때 잘 갚고, 농노들이 도망가진 않을 정도로만 수탈해댔지. 그보다도 좋은 소문이 퍼지게 되면 옆 영주의 농노들도 빼앗아 올 수 있고.
경제 발전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냐면, "재산권의 보장"이야. 왜냐? 내가 지금 100억 투자해서 한 10년에 걸쳐서 200억을 거둘거라 생각했다 치자.
재산권이 확실히 보장된 국가라면 안심하고 투자를 결정할 수가 있어. 10년 동안 내가 투자한 돈을 영주가 뺏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거든.
반면에, 영주가 지 꼴리는 대로 투자 자금을 자기 돈으로 쓴다거나 개 뻘짓을 하게 되면 당연히 장기 투자를 하기 싫게 되지. 단기로 그냥 급할 때 그 때 그 때 돈 빌려주는
러시앤캐시 사업이나 벌이지, 공장/설비 투자에 상인들이 돈을 안 쓴다 이거야.
(쓰면 쓸 수록, 개성공단, 금강산 산업이랑 북한 생각나네)
이게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상인/농노를 "적절하게" 쥐어 짠 영주들은 장기 투자 환경이 만들어지고, 경제가 살아나고! 나라가 살아나고! 하는데,
미친듯이 앞 뒤 안 보고 쥐어짜면 짤 수록 이웃 영주와의 경쟁에서 점점 밀려나게 돼.
그래서 이런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하나씩 하나씩 먹고 들어간 국가들이 근대에 들어서 부강한 국가로 형성되게 되고, 이 국가들의 원형이 지금까지 쭉 이어져서
국가가 형성됐다는 게 약탈 국가론이야.
뭐, 몇 가지 생각해볼 문제라면, 이건 대부분이 서양의 경험에 바탕한 이론이라 우리나라에도 적용이 되는가라는게 첫 번째 문제고.
실제로 서유럽이 아니라 동유럽의 경우에는 잘 맞지 않는 측면이 있어. 약탈국가가 등장한 것 까지는 똑같은데, 동유럽쪽은 영주들 간의 거리가 멀어서 농노들이 도망가기도 힘들었고, 도망가봐야 그 놈이 그 놈이었거든.
그럼에도 이 글을 쓴 이유는 국가를 무슨 신성불가침의 존재, 영원하게 민족이 지켜야 될 바탕쯤으로 생각하는 기존의 생각을 다른 각도에서 한 번 보라고 쓴 글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국가의 기원은 그냥 조폭 집단이 커 진 것 정도라는 걸 이 이론은 주장하고 있거든. 조폭들도 지들 나와바리에서 다른 조폭들이 설치는거 막아주는 대신에 보호세 명목으로 돈을 뜯어가니까 어찌보면 비슷하지.
단지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선 국가가 성장해도 삥뜯어먹을 주체가 모호하니 (없는게 아니라 삥뜯어먹으려는 새끼들이 너무 많아서 모호하다고)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도 볼 수도 있겠지.
그리고 우리나라같은 경우엔, 일본-미국-중국-러시아 사이에서 악으로 깡으로 살아남아야하니 국가에 대한 애국심 강조가 발생하는 건 어느 정도 어쩔 수 없기는 해. 그래도 그게 맹목적인 신념인지, 아니면 근거 있는 신념인지는 구분하고 살자.
다음화 예고 :
스카이더
년차 잉여
쓰나
프레녹스
그리고 중세시대부터 국가의 발생을 논하는건 지나치게 세계사적으로 근시안적인 평가밖에 안되지 않을까?;;;
뭐 중세시대가 어쨌건 간에 상관없이, 고대 이집트의 점토판 같은데에도 작황은 흉작인데 세리(세금 걷는 관리)는 어김없이 세금을 내놓으라고 독촉이라며 한탄하는 글이 있으니까, 결국 국가=세금을 걷어들여서 스스로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 움직이는 조직. 뭐 이런거 아닐까 싶음
년차 태클러
2. 애초에 이론 자체가 서구의 입장에서 로마 제국 멸망 이후 "근대 국가"의 형성 과정을 추적하는 이론이라서.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서양은 수많은 공국들이 존재하고, 프랑스나 영국이라 해도 실제적인 권력은 다들 분산되어 쥐고 있었지.
그 과정에서 중앙집권국가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는 과정을 추적해나가는 이론임.
제목을 명확하게 하자면 (근대 중앙집권) 국가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정도로 말할 수 있지.
년차 태클러
유럽의 경우에는 지리적인 경계때문에 분절적인 형태로 국가들이 소규모로 여러개로 나타났다. 고로 서로 전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열성적으로 노력했기에 경제가 발전했다. 동양의 경우는 중국이라는 너무 거대한 국가가 있었고, 경쟁보단 그 밑에서의 조공체제를 바탕으로 굴러갔기에 적극적으로 영토 확장에 힘쓸 필요가 없었고, 근대 국가와 경제 형성이 잘 되지 않았다는 이론도 있는데, 이 이론의 관점이랑 비슷한 관점이기도 하지.
고대 국가와 근대 국가, 현대 국가를 일단 구분하고, 현대 국가의 대부분의 특성은 사실 근대 국가로부터 물려받은 거지, 고대 국가와는 특질이 많이 달라. 연속선상에 있지만, 그 갭이 크지.
슈마허호루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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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차 태클러
Nocte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