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님들은 시간 지나도 머릿속에 계속 남아있는 꿈 같은거 있음?

예전부터 개드립에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가입이 안됐어서

가입 기념으로 꿈 얘기도 하나 해볼 겸 써보려고 해.

 

물어보고 싶은 건 계속해서 같은 꿈을 꾸는 거 말고,

평생동안 딱 한 번 꿨지만 몇 년, 몇 십 년이 지나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꿈이 있냐는 거야.

 

이런 걸 물어보는 이유는 난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고.

너무 오래됐기도 하고 내용 자체도 별 거 없어서 썰로 풀기에는 뭣하지만 그래도 예전부터 다른 사람들한테 꼭 물어보고 싶었어.

 

이런 적이 있냐 하고,

 

일단 내가 그 꿈을 꾼 건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넘은 8~9살 즈음,

꿈 속에서 난 놀이터 모래밭 같은 곳에서 두꺼비집을 만들고 있었어.

 

물이 없었는데도 어째선지 젖어있는 모래들을 손 위에다 덮고 토닥토닥 하면서

그 단단하게 뭉친 모래 느낌? 그런 거에 흡족해하고 있었어.

 

주변에는 저녁 4-5시 무렵의 초등학교 운동장처럼 아무도 없었고

굉장히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

 

그렇게 한참 두드려서 둥그렇게 지어진 두꺼비집에서 손을 뺐는데

그떄 갑자기 누가 말을 걸어오더라.

 

뭐하고 있어? 하고.

 

조용한 성격의 여자아이 특유의 앳된 느낌이 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였지.

고개를 들어보니까 거기에는 나보다 키가 3~4센치 정도 커보이는 여자애가 내려다보고 있었어.

 

정확하게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만 얘기해보자면

 

그 애는 나랑 동갑이라기 보다는 1~2살 정도 많아 보였어.

나보다 키가 커보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뭔가 누나 같은 느낌이라 해야되나.

 

흰색 나시 원피스를 입고 있던 그 애는

여자를 모르는 잼민이 시절의 내가 보기에도 굉장히 예쁘장했어.

 

웃는 상이라서 그런지 쭈그려서 나랑 시선을 맞춘

그 여자애는 이런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엄청 선해보였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처음 보는 애였지.

 

지금이야 처음 보는 사람들하고 눈도 잘 못마주치고

친구도 없고 여친도 없는 개붕이1이라 누가 저렇게 하면 자리를 피하겠지만

 

꼬맹이 때는 다들 처음 보는 애들이라도 말 몇마디 하면 금방 친해지고 같이 놀고 그러잖아.

그 여자애랑 나도 그랬어,

 

두꺼비집 짓고 있다

그거 재밌냐, 나도 해보고 싶다 같은 식으로 몇마디 주고받다가 같이 놀게됐지.

 

모래밭에서 두꺼비집이니 수로니 이것저것 만들고

정글짐이나 시소 같은 기구도 타면서 엄청 재밌게 놀았던 걸로 기억해.

 

그때는 꿈이라 인지를 못했었는데 그렇게 한참 놀다가

정신차려보니까 모래밭이던 배경은 어느샌가 흰색 꽃이 엄청 많이 피어있는 꽃밭으로 변해있더라.

 

그 여자애는 내가 만들어준 건지 자기가 만든 건지

머리 위에 주변에 있는 꽃들로 만든 화관을 쓰고 있었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 엄청 즐겁게 웃고 있었어.

 

근데 난 방금 전까지 나누던 대화도 기억이 안나고 화관은 언제 만든건지도 모르겠어서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넋놓은 사람처럼 그 웃는 모습을 보고 있었거든.

 

그 낌새를 눈치챈건지 방금 전까지 즐거워 보였던 그 여자애 얼굴 위로 아쉬워보이는 느낌이 떠오르더라.

 

그러더니 내 두 손을 꼭 잡고는 갑자기

 

이제 슬슬 집에 갈 시간이야 라고 했어.

 

그 애 말에 주변을 둘러보니까 처음에 붉으스름하던 하늘은 진청색으로 바껴있더라구.

해가 진 하늘인데 어둡지는 않은 그런 하늘색깔로

 

그걸 보고는 그 애 말대로 아 집에 갈 시간이구나 하고 생각했지.

 

기억은 없지만 엄청 재밌게 놀았다는 느낌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집에 갈 시간이라는 걸 자각하니까

그 애를 따라서 나도 아쉬워지더라.

 

그래서 내가 막 울먹거리면서 또 볼 수 있는거지? 하고 물어봤었는데

그 애는 그냥 씁쓸하게 웃는 모습만 보여주고는 그대로 잠에서 깼어.

 

새벽이었는데 잠에서 깨고 꿈이란 걸 알았는데

진짜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목이 메더라.

 

그냥 꿈에서 깨서 아쉬운 게 아니라 그 애랑 헤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슬펐다고 해야되나.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는데 그떄 당시에는 그게 무슨 감정인 줄도 몰랐어.

 

그 전까지는 좋은 꿈에서 깨도 그냥 살짝 아쉽고 만 정도였으니까.

그 꿈 꾸고 한참 있다가 10년 넘게 키우던 강아지 묻어주면서 뒤늦게 그게 무슨 감정인 줄 알게됐지.

 

그래서 20년이 지난 지금도 도저히 잊을 수가 없고 이해도 안돼.

분명 처음보는 여자애였는데 꿈에서 한번 본 것만으로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다는 게.

 

어렸을 때는 구영리라는 곳에서 살았어서 (읍/리/동 할때 그 리) 

애들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거의 다 익혔었는데 그 여자애는 분명 처음보는 얼굴이었어.

 

그 뒤로 한 번씩 떠오를 때마다 동네 놀이터도 다 뒤져보고 학교도 다 돌아보고 하다하다

서프라이즈나 인터넷 썰 같은거 보고 가족 앨범 같은 것도 찾아봤는데 결국에는 지금까지 못찾았어.

 

혹시 개붕이들 중에도 이런 경험 있으면 썰 좀 들려주라

16개의 댓글

2022.11.23

몸이 아팠을때 꾸던 꿈이었는데 내가 개미가 되서 모래밭을 기어다니는 꿈을 꿨었다.. 그러다 갈림길이 나왔는데 하나는 가시밭길이고 하나는 그냥 모래밭이었는데 꿈속에서는 가시밭길만 계속 가더라고.. 대략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꾼거 같다.. 군 이후에는 군대꿈만...한 15년 꾸다가.. 꿈에서도 이게 꿈이라는걸 인지하는 수준까지 떨어지고 지금은 수면장애가 심해서 약먹고 산다..

1
2022.11.23

이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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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3

글 읽으면서 신카이 마코토 영화 한편이 머릿속에 그려지네... 슬프지만 이쁜꿈이다.

 

난 꿈에서 사신이 다가와서 30살 때 교통사고로 죽는다고 말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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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金旻星

하지만 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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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많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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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1년중에 꿈 안꾸는 날이 손에 꼽는데 반 이상은 나중에 생각해도 기억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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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나도 비슷하게 어릴때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흰 원피스 입은 여자가 가로등에 목매달고 대롱거리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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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한 때 가위를 자주 눌렸던 시기가 있었는데 항상 그와 함께 똑같은 꿈을 꾸었음. 먼지 날리는 회색빛 방 가운데 레이스 커튼이 달린 굉장히 고풍스럽고 낡은 침대에 내가 누워있고

그 옆엔 피에로가 서서 고개를 꺾은 채로 날 바라보고 있었음. 다른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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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꿈속에서 이름 모를 친구랑 놀았어

친구 집이 5층이었고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계단으로 가야 하는 구조였거든

 

친구 집에서 놀다가 어느덧 저녁이 된거야

어머님께 인사드리고 집에 가려는데 저녁밥 못챙겨서 미안하다고 친구 엄마가 빨간 영양제를 몇알 주더라고

 

그걸 물이랑 받아 먹고 나와서 친구랑 계단을 내려가는데 몸에 힘이 점점 빠지는거야

 

그리고 계단 몇개를 더 내려가는데 아예 가위가 눌려버린 상태로 몸이 안움직이더라고..

 

그리고 당황해서 있는데 앞서가던 친구가 기괴하게 목을 180도로 꺾어 뒤돌아보면서 날 보더니 “걸렸네?”

 

이러고 땀 뻘뻘흘리면서 잠에서 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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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다 어릴때 꾼거긴한데 한 3개 정도됨

 

1. 아버지랑 등산을 하는데 사람들이 왠 장롱안으로 들어가는거야. 우리도 들어가는데 내부는 무슨 대궐마냥 넓은 절이었고 그 절에서 노니는 꿈이었던거 같음. 정말 너무 커서 어릴적 꿨는데도 기억이 좀 생생한편

 

2. 초딩때 꾼꿈인데 우리동넨데 뭔가 우리동네가 아닌거 같은느낌이고 모든 거리가 회색이고 아무도 없이 나만 있더라고. 여기 뭐지 하고 구경했는데 엄청 쓸쓸하단 생각이 들었던 꿈. 너무 생생했어

 

3. 저승인거같은데 어디론가 몇명이랑 끌려감. 각자 상하나씩 받아서 앞에 조선시대 정승으로 보일법한 사람이 음식 맛있게 먹으라고 국수랑 몇개 음식이 있는데 쎄해서 나는 안먹고 버텼어. 왜 너는 안먹냐고 그래서 어 저는 좀.. 배불러서요 하고 안먹었는데 커서 생각하니 그거 먹음 죽었을려나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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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군시절 휴가나와서 집에 아무도 없어서 낮잠자고 있는데

자다가 눈을깼는데 거실에서 도마에서 칼질하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그래서 내가 "엄마~ 이제왔어? 저녁뭐해줄라고?" 해도 계속 탁탁탁 도마 소리만....

"엄마 저녁뭐냐고~~~~~~" 하니깐

도마소리가 멈추더니 어떤 여자가 후다닥 달려와서 문을 드르륵 열더니(그땐 창호지문같이 베란다문처럼 여는 문)

누워있는 내 머리 사이를 왔다갔다 점프하면서 존나 웃는 꿈꿈

 

전역한지 1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잊혀지지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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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4대4여고생헌터

혹시 팬티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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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부모님 돌아가시는 꿈

노란색으로 된 기둥 같은 걸 온 가족이 타고 올라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두 분 다 내 이름을 외치시면서 끝도 안 보이는 바닥 밑으로 사라지셨음

쾅 하고 소리가 난 뒤에 그 공간에 메아리가 치다가 나도 떨어지면서 깸

굉장히 기분 더러웠음 한 5년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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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나고 돌 지나서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음.

그래서 얼굴도 모름.

 

한 25년전? 초등학교 2학년때 내가 엄청 아팠던 적이 있음. (몸살 감기?)

집에서 땀뻘뻘흘리고 벌벌 떨다가 잠들었는데

 

아무것도 안보이는 어두운 공간이였는데

그것보다 더 어두운 사람(이 표현이 이해될지 모르겠다?)이 나보고 계속 이리로 오라고 손짓 했음.

그래서 나는 계속 따라갔음.

근데 뒤쪽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나한테 막 욕하면서 니가 거길 왜따라가 이놈아! 일로와!! 하면서 막 엄청 무섭게 욕하고 그랬음.

그래서 나는 너무 무서워서 그 할아버지쪽으로 갔음.

그랬더니 그 할아버지가 막 때리셨어 이놈이 무슨생각으로 거길가냐고하시면서

그렇게 울고불고 맞다가 꿈을 깨보니 아버지가 날 업고서 병원으로 달려가고 계셨음...ㅎ

그렇게 깨고나니까 하나도 안아팠음.

엄마한테 얘기했더니 장롱에서 무슨 사진 꺼내서 보여주셨는데

그게 외할아버지였음..

 

엄마랑나는 외할아버지가 나 살려주셨다고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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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나도 노랑비슷한꿈 꾸어본 기억이 있어서 공감가네 헤어질때울었는데 나도 눈뜨니 이미 울고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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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5

아주 어릴때 꾼 악몽이 아직 기억에 남음. 존나 어처구니 없는 전개였는데 그땐 왤케 무서웠는지 ㅋㅋㅋㅋ

대충 집안에 갑자기 사자가 나타나서 날 잡아먹으려 하는 꿈이었음 ㅋㅋㅋㅋ꿈속에서 할머니한테 살려달라고 도망가고

갑자기 할머니 보고싶다....울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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