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계속 살아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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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생각나 늦은 밤 귀갓길에 남부지검건물을 한 바퀴 돌았다. 너무 우울했던, 혹은 깊게 절망했던, 혹은 과히 피곤했던 누군가가 여기 있었다.

20220416_020543.jpg그의 자리는 최대한 빨리 치워졌고, 고깔들과 테이프, 급하게 재배치된 보도블럭들이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20220416_020503.jpg길건너에서는 지방선거를 위해 활짝 웃고 있는 후보자가 있었다. 산 사람들은 계속 살아야하니까, 라는 이유를 나도 함께 긍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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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힌 출입구의 빈 의자와, 환한 정문 한가운데 덩그러이 놓인 담배꽁초들은 외친다. 병풍 뒤에 누군가가 누워있다고, 우리는 그를 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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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말해주고 싶다. 나도 같은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고, 우리 같은 사람은 수천년 전에도 있었고 수만년 뒤에도 있을 것이고, 지금도 여럿 있다고. 그 묘한 인류애는 당신을 구하기에 부족했지. 하지만 나는 절대 죽지 않을거야. 자살한 가수가 부른 노래를 들으며, 자살한 시인의 시구를 떠올리면서, 자살한 선대의 후손으로 외로움을 모르고 계속 살아갈거야. 

3개의 댓글

2022.04.20

후 나도 요즘 살기 ㅈ같은데 위로가 된다..그래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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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0

계속 살아가는거야 남들 구둣발을 핥으면서 설령 누구에게도 인정 받지 못하더라도 꾸역 꾸역 하루를 버티고 또 버티고 하다보면 보람따윈 없더라도 날 괴롭힌 인간들이 약올라 죽을지경인 모습을 떠올리며 그렇게 살아갈거야 그리고 우리는 제일 늦게 죽을거야

1
2022.04.27

누가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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