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심온의 이야기(feat. 태종의 선택)

 

우선 심온의 아버지인 심덕부의 이야기 부터 하겠음

심덕부, 그는 고려 말기 무신이자, 문신으로 이성계와 같은 신흥 무인세력이라기 보단 정통적인 고려의 권문세족임

그는 음서로 문관 관직에 올랐고, 곧 무신으로 진포대첩에 최무선과 함께 출정했으며, 그와 동일하게 부원수로 참전했음

또한 위화도 회군에서 이성계, 조민수 다음의 제 3인자였음

 

고려시대에 그가 재직한 관직은 다음으로

서경도원수 · 판삼사사 · 문하시중 · 조선국 판문하부사 · 영삼사사 · 문하좌정승 겸 대리집정공

 

엄청난 고위급 인물이라는 걸 알수 있음. 후일 최영과 조민수가 죽고 공양왕 때는 군부 2인자가 되었음

 

그리고 그의 자식들의 혼맥 관계를 보면 더 엄청나다는 걸 알수 있음.

 

첫째 부인 청원군 송유충의 딸 변한국대부인 청주 송씨

첫째 아들 심인봉 의흥삼군부 도총제(군부 1인자)
첫째 며느리 동지밀직사사 신아의 딸

둘째 아들 심의귀
둘째 며느리 판서 김남일의 딸

셋째 아들 심도생
셋째 며느리

넷째 아들 심징
넷째 며느리 전서 송의번의 딸

 

둘째 부인 감문위 남장 문재필의 딸

다섯째 아들 심온
다섯째 며느리 좌의정 안천보의 딸

여섯째 아들 심종 경상도 절도사(후일 1차 왕자의 난에서 장인 이성계를 배신하고 왕자들의 편에 섬)
여섯째 며느리 경선공주 태조 이성계과 한씨 부인의 딸

일곱번째 아들 심정 의흥삼군부 도지총제
일곱번째 며느리 정양부원군 왕우(공양왕의 형)의 딸

 

모두 고려말 조선초 세도가와 혼인을 했다는 것을 알수 있으며, 아들들 대다수가 군의 요직을 맡았음.

 

또한 심덕부의 동생은 고려 5은 중 한명으로 고려 온건파의 대표 인물중 한명임.

즉 고려말 청송 심씨 가문은 엄청난 세도가문이었음을 알수 있음.

 

심덕부는 위화도 회군으로 공신에 오른 후 공양왕을 옹립한 흥국사 구공신 중 한명임

 

청송 심씨 일가의 힘이 얼마나 막강했는지는 다음 두 일화로 알수 있음.

 

하나는 심덕부의 육남 심종은 2차 왕자의 난으로 귀양간 회안대군과 선물을 주고 받았음

역적과 선물을 주고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귀양으로 처리 되었음

또 하나는 태종이 심덕부의 칠남 심정을 양녕대군 곁에 두어 그를 통제해주리라 믿었는데 오히려 양녕대군의 비행을 도왔음. 그런데도 태종은 참고 그를 도총제직까지 올려주었음

 

또한 심덕부는 실록에 죽음이 적혀있을 정도로 조선시대에도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수 있음

http://sillok.history.go.kr/id/kca_10101014_001

 

자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자면 태종은 자신들의 아들들을 장가보내야했음

 

첫째 아들 양녕대군은 김한로의 딸에게

둘째 아들 효령대군은 정역의 딸에게

 

이둘은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우왕 10년에 과거 시험을 봤음

이게 왜 중요하냐 우왕 10년에 과거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 바로 이방원임

이방원은 김한로, 정역과 같이 공부하던 사이였고, 과거 동기임으로 친했음을 알수 있음

이방원이 친히 그들은 군부의 요직에 앉혔으며, 자신의 편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들과 혼맥을 맺은것

 

그런데 셋째 아들 충녕군은 심덕부의 다섯째 아들 심온의 딸에게 장가를 보냄

 

야사에 따르면 경선 공주가 셋째 아들을 심온에게 장가 보낼 것을 권유했다고함.

이방원이 가족을 소중히 여기기에 동복 누이인 경선 공주의 말을 들었을 확률도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설득이 안되는게 위에서 봤듯 외척을 경계하던 태종이 이 강력한 가문을 왜 외척으로 들였을까?

 

심지어 심온의 장남은 민무휼(후일 태종에게 숙청당함)의 딸에게 시집까지 간 상태였음.

또 혼인이 결정된 시기가 태종이 왕이 된 이후였고, 심온은 우부대언으로 이미 관직에 있던 상태였음.

또한 심온은 우부대언 전에 대총제(조선시대 중앙의 오위(五衛)에 소속된 종3품 서반직)에 있던 군부 인물임

 

여기서부터는 내 추리임

태종은 군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음 또한 정치력도 만렙이었고

두 왕자의 장인은 자신이 직접 군부에 꽂았지만, 셋째 아들의 장인은 정통적인 군부의 세력일 필요가 있던거지

그래서 복잡한 혼맥관계를 갖고 있고 가문의 많은 일원들이 군부의 요직에 앉아있던 청송 심씨 가문의 여식을 충녕대군의 아내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됨

그런데 만약 이 예측이 맞다면 개인적으로 태종이 정말 냉혹한 정치가였다고 생각함. 왜냐면 이때 충녕의 나이가 10살이었음

어쩌면 자신의 아들을 장기말로 썼다고 볼수 있지 않나 싶음

 

이런 선택의 문제점은 충녕이 자라서부터 시작됨

양녕이 본격적으로 탈선하고, 충녕의 자질이 남다르단걸 태종이 알았을 때 충녕을 강하게 막아섰던거는 어쩌면 청송 심씨가문이 움직일까봐서가 아닐까 싶음 청송 심씨 가문이라면 충분히 제3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서 양녕을 치는게 가능했으니까

또한 양녕을 폐하고 효령을 "술을 못마신다" 라는 말같지도 않은 핑계로 왕위에서 밀쳐내고 충녕에게 세자의 자리를 주었던것도 청송 심씨가문을 의식했을 확률도 있다고 생각함.

애초에 양녕을 폐하고 충녕을 세자로 만드는데 앞장선 인물중 하나가 심온있었음.

 

그리고 충녕 스스로도 왕위에 욕심이 없지도 않았을 것임. 그렇게나 똑똑한 남자가 장인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몰랐을 리 없음

또한 태종이 양녕을 폐하도록 움직이게 만든 사건은 어리 사건이었고, 그 어리사건을 태종에게 알린 사람은 다름 아닌 충녕이었음

 

마지막으로 태종이 심온을 죽인건 다름아닌 심온의 형제가 군권으로 장난질을 했기 때문이었고, 어쩌면 예정된 죽음이었다고 생각됨

태종이 아니어도 세종이 죽였을 확률을 배제하지 못하니까

결국 문종때 복권되지만 이또한 문종이 역정의 딸을 어머니로 둘순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추측됨

9개의 댓글

2022.02.23

태종의 심온을 역모로 몰아서 죽인건 세종에게는 결과적으로 도움이 된건 맞음

날벼락을 맞은건 중전인 소헌왕후와 훗날 문종이 되는 세자였을뿐이지

만약에 세종이 일찍 죽고 문종이 어릴때 왕위에 오르면 소헌왕후가 수렴청정할테고

심온을 죽이는데 일조한 문화류씨와 반남박씨는 멸문의 위기에 처할수도 있음

아니면 문종이 연산군의 선배가 되어 사화를 일으켰을수도 있고

이거때문에 영의정 유정현과 좌의정 박은은 역적가문인 중전을 폐비해야 한다고 상소러쉬를 하기 시작함

태종이 상왕으로 살아있을때는 그만하라고 물리치긴 했지만..

 

가장 최악의 경우는 금성대군을 복중에 품고있던 소헌왕후가 스트레스로 유산하고 돌연사해버리는 경우임

무려 영의정과 좌의정이라는 신하 넘버 1,2가 자기를 폐출하라는 상소를 계속 올려대는데 스트레스를 안받을수가 없기 때문

내명부의 수장자리를 재위기간 내내 비울수는 없으니 결국 세종은 새장가를 들어야 하는데

일단 다시 외척이 새로 생기는건 둘째치고 새중전이 왕자를 낳아버리면

역적의 딸인 어머니가 안계신 적장자vs결격사유 없는 어머니가 살아있는 적자 구도의 피튀기는 왕위계승싸움이 생기게됨

1차 왕자의난의 구도가 다시 만들어지는 대 환장쇼가 펼쳐짐 물론 그때보다 적장자가 더 불리한 구도가 되는거고

 

이 사단이 난 결정적인 이유는 심온이 역모를 '자백'해버렸기 때문임

아마 태종은 심온이 머리가 있다면 자백 안하고 자결을 해서 가문만은 지키려고 한걸 기대한것 같은데

왜냐면 여흥 민씨들은 자결을 해서 자기들만 화를 입고 가문 자체는 어쨌든 지켰었기 때문

심온이 뭔 생각인지 하지도 않은 역모를 자백하고 사사되는 바람에 가문에 죄가 연좌될수밖에 없게되면서

졸지에 왕후와 세자가 역적의 후손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생김

여기서부터는 사견이지만 심온은 태종을 엿 먹이기 위해 역모를 자백하지 않았나 하는 해석도 가능함

'님이 내 통수를 쳤으니 그대로 되돌려 드림 역적의 딸이며 중전인 님 며느리랑 역적의 외손자이며 세자인 님 손자도 님 손으로 같이 죽여보시지' 하는 느낌

까놓고 말해서 선을 넘은건 심온의 동생들이지 심온 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억하심정을 품을만도 했기 때문

 

결과적으로는 세종이 장수하고 문종이 8년간 대리청정 하면서 권력기반을 잘 다져서 심온을 복권하는데 암말 안나오게 만들었지만

문종의 성품이 조금만 꼬여있었어도 나중에 큰 난리가 날 씨앗을 만든게 되었을거임

결과적으로 문제가 안터져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거지 심온을 저렇게 죽인건 태종의 실책이 맞음

역모를 걸려면 심종이나 심정을 걸고 심온을 연좌로 도서지방에 귀양을 보내버리는게 맞았음 거기서 몰래 암살을 하던 뭘 하던 여튼

세자의 외할아버지를 반란수괴로 만들어버린건 진짜 전무후무한 사고임

0
2022.02.23
@진혜윤

심온을 역모죄로 죽인건 엄청난 리스크를 갖고 있는 결정이었다고 동의함

하지만 애초에 심온을 충녕의 장인으로 만든것 자체도 엄청난 리스크였음

난 본 글에서 심온을 충녕의 장인으로 만든것이 너무 위험한 선택이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음

 

그리고 유정헌과 박은도 태종이 소헌왕후를 폐하지 않았을것을 분명 알고 있었음에도 태종한테 졸랐을 거라고 생각됨

님 말대로 문종의 위치가 위험해지는 것도 있지만, 소헌왕후 배에서 태어난 왕자들이 너무 많고 당시 뱃속에 아이까지 있는데 내친다?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임

 

또 심온도 정치력으로는 만만치 않은 인물이기때문에 좆되바라! 라는 심정으로 자백했을 거라고 생각됨 후일을 도모할거라는 생각도 못할 정도로 당시 그의 상태가 엉망진창이었을 것 같고

솔찍히 얼마나 조지게 고문을 했으면 심온이 자기 딸의 지위가 얼마나 탄탄한데 잠깐 지방에 내려가서 쉬었다가 외손자가 왕이 된 이후에 얼마든지 복귀할수 있다는 사실을 버리고 하지도 않은 역모죄를 말했겠어...

 

아니면 심온이 민씨 가문의 결말을 봤기 때문에 이대로는 못죽겠다는 심정으로 외쳤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함

민씨 4형제의 처자식들중 대다수가 평민으로 격하당하고 역사에서 이름이 지워지니까

0
2022.02.23
@메메메메메메

나머지는 다 동의하는데 유정현과 박은은 진심으로 폐출상소를 올렸을거라고 생각됨

태종이 살아있을때는 지켜줄거고 세종의 성품을 생각하면 보복할 가능성은 낮겠지만

그 뒤에 벌어질수 있는 일이 가문의 안위가 달린 중차대한 일일수 밖에 없기때문

 

지금의 우리야 문종의 성품을 알고 있고 세종이 장수했다는걸 알고 있지만

저 시점에서는 그걸 확신을 못하지 안그래도 세종은 즉위시점에서도 성인병을 앓고 있었는데

소헌왕후 수렴청정각이 뜰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버릴수는 없었다고 봄

게다가 당시 4살인 세자의 성품을 미리 알지도 못할테니 훗날이 걱정될수밖에 없었을거라서

0
2022.02.23
@진혜윤

올렸긴 했겠지. 걔들도 지금 당장의 목숨이 더 급했을 테니까.

 

근데 솔찍히 폐출 가능성이 너무 낮았음 그리고 폐출 해도 문제였고.

폐출 했다면 금성대군이 태어났다면 6명, 안태어났다면 5명의 어린 왕자들이 한순간에 어머니를 외할아버지가 하지도 않은 역모죄를 뒤집어 쓰고 죽었다는 이유로 쫓겨난건데 얘들이 궁에서 어떻게 버팀

님말대로 새로운 왕비가 들어왔다면 ㄹㅇ 찬밥신세임

이걸 이방원이 똑같이 당했고, 이거 못버텨서 일으킨게 1차 왕자의 난인데

이것까지 계산 못했으면 이방원은 정치 만렙이 아니었다고 생각함

0
2022.02.23
@메메메메메메

그래서 난 태종이 말년이라 건강이 안좋아져서 판단력이 순간 흐려지지 않았나 생각함

빨리 마무리 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일을 약간 망쳤을수도 있고

태종 본인이 스스로 안나서고 유정현과 박은한테 맡겨서 사고가 났을수도 있고

 

솔직히 정치만렙 이방원이라는 이미지는 너무 과대평가 되었다고 봄

물론 왕자의난 이후부터 제위기간 까지는 만렙소리 들어도 인정할만 하지만

 

왕자의난 이전에는 혈기가 앞서서 대낮에 정몽주를 죽이는 수습하기 힘든 사고를 치고

아 솔직히 죽이려면 밤에 죽였어야지..

그리고 상왕으로 물러난후를 보면 자기 죽기전에 최대한 빨리 마무리 해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보임

실제로 대마도정벌에서도 너무 급하게 평정하려다가 중간에 박실이 한번 패전을 하기도 했었고

 

사실 이게 다 양녕때문이지 양녕이 정상인이었으면 여유있었을텐데

실제로 양녕 장인 김한로도 적절히 설계해서 권력 뺏고 귀양 보내는걸로 마무리 했고

급하게 충녕으로 세자교체 하고 난 뒤에 다시 뒷정리할 시간이 너무 적긴 했음

0
2022.02.23
@진혜윤

김한로 같은 사람이 세종의 장인이었으면 이렇게 힘 안뺐지 심온이 너무 거물 이었음 적당히 김한로처럼 에휴 친구가 웬수지 웬수다 이런느낌으로 처리할수 있는 상대가 아님

 

그리고 김한로가 유배간건 양녕이 잘못한걸 부추겨서임 애초에 태종은 김한로를 죽일 생각은 없었음

 

심온이 너무 거물이었던것 + 급박했던 당시 상황 + 하필 건드려도 군권을 건드린 심온의 동생들 + 민씨가문의 선례

 

이런 많은것들이 얽혀서 엄청난 리스크를 만들어 냈다고생각함

 

물론 양녕은 씹트롤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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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3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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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4

심온이 쓰던 침대는?

 

시몬스 침대 깔깔

0
2022.03.02
@podi

갈갈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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