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육군출신이지만 국방부 부대고, 밑에 해병대 출신 아저씨들이 쓰고는 '역시 해병대는 나와줘야지 육군같이 널널한 곳 나와서 무슨..' 이럴까봐, 나도 한 번 써본다.

국방부 부대이기 때문에 3군+해병대까지 다 한 부대였고 다 겪어봤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우리 부대는 매우 편하기로 유명했다 : http://mirror.enha.kr/wiki/%EA%B5%AD%EA%B5%B0%EC%A7%80%ED%9C%98%ED%86%B5%EC%8B%A0%EC%82%AC%EB%A0%B9%EB%B6%80

하지만 현실은 부조리였으니.

A. 이등병 생활-막내 생활

  1. 6시 기상 후 6시 10분에 막사 앞에 집결해야 한다. 10분간 해야하는 일은 환복, 커튼 및 창문 열기, 침구류 정리, 청소 물품 준비, 내무실 청소 끝내고 막사주변 청소 시작- 까지가 10분 경 안에 끝내야 한다. 단, 딱 10분이라고 정해진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상병급이 밖에 나오기 전에 막사주변 청소가 시작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이다. 현실적으로 10분 안에 이걸 다 할수는 없고 엄청나게 서둘러야 15분 경이 되는데, 상병급이 기분이 안 좋으면 그냥 설렁설렁 옷입고 밖에 나오면 대략 8분 경이므로. 내가 상병일 때 그냥 10분 쯤 되어서 밖에 나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병들이 일병에게 갈굼을 먹고 있게 된다. 일이등병은 7시 30분까지 화장실 이용이 불가능함.

  2. 이등병이 식사시간 등일 때 인원파악을 한다는데, 우리 부대는 이등병이 인원파악을 절대 해선 안 된다. 사람 머릿수 세는 흉내도 내면 안 된다. 인원파악은 분대장 권한이므로. 분대장이 '누구 안왔냐?' 등의 질문을 하기 전까지는 절대 흉내도 내선 안 된다.

  3. PX는 분대장 허가 아래 일병부터, 사이버지식정보방은 상병부터, 체력단련장은 병장부터(눈치껏 상꺽이상도 가능). 독서는 일병 말부터, 주말에 침상에 눕는 것은 상병부터, 침상에 걸터앉는 것은 일병부터(이등병은 반드시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앉든가, 서 있던가). 연등은 상병부터 (단, 행정병이 야근을 위한 연등은 눈치껏.) 

  4. 단독 이동은 상꺽 이상부터 가능. 일이병이 식당에서 밥을 빨리 먹어야만 하는 이유.

  5. 병장급이 담배를 물고 복도를 걸어가면 반드시 이등병 중 한 명이 라이터를 들고 뛰어나와서 불을 붙여줘야 함. 아무도 못봤다면... ㅈㅈ

  6. 선임에게 옷을 벗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하냐고? 알아서. 관물대 쪽으로 최대한 몸을 틀던지 내무실 구석을 가던지.

  7. 세탁은 이등병의 몫. 당연히 각도 잡아줘야지.

  8. 경계, 불침번 근무는 근무표를 보고 당일 일과 종료 후 선임병에게 미리 알리고, 복장 통일을 위한 확인.

  9. 내무실 신발 정리, 병장이 실내화 요구시 대령.

B. 일병 생활

( 후임이면 당연한 것들... 1, 3, 4번이나 6, 8번 등은 당연히 계속됨 )

  1. 총기 관리가 일병 담당. 화스트 페이스 등일 때 총기를 나눠주는 담당이 된다. 총기 시건을 수시 확인하고, 당일 경계근무자 등을 미리 확인하여 총기를 이동시켜둔다. 고약한 선임들은 이 때 전 부대의 자기 윗선임의 모든 총번을 외우라는 새끼도 한명씩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연히 불가능하므로 사실상 갈굼을 위한 포석일 뿐이다. 그래도 대부분 자기 내무실 선임에 한정해서 외우긴 한다. 그 밖에 휴가자 총기나 군장도 챙겨야 한다.

  2. 자기 선임의 침상을 밟으면 안 되지만 일병이 되었으므로 이등병이 한 두명 생기면서 내무실에서 나의 발을 디딜 자리가 40% 정도는 되게 된다. (빈자리도 있으므로)

  3. 경례는 선임이면 무조건 하는 게 아니라 분대장에게만 한다. 말년병장이라도 경례는 받을 수 없다. 경례는 분대장에게만. 

  4. 홀로 전화 사용이 허용됨. 공중전화 대수가 상대적으로 널널해서 비교적 원하는 만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5. 침상에 걸터앉을 수 있고, 이등병 한 두명을 불러서 갈구는 것이 가능해진다. 물론 내무실에선 안 된다.

  6. 근무 종료 후 뽀그리를 먹을 수 있게 된다.

  7. 일병 말이 되면 손발톱을 내무실 안에서 깎을 수 있다.

  8. 대부분의 이발담당이 일병. 이발 50회를 하면 외박 1회를 받게 된다. 약 15일 정도가 소요되는데 보통 4명이 동시에 진행해서 2달 정도 걸린다. 이발병은 1회 외박권을 받으면 종료되고 더이상 할 수 없다. 사실 아무리 외박을 줘도 귀찮아서 보통 더 하고 싶지도 않다.

C. 상꺽이전 생활

  1. 식사시간 30분 전에 모든 식기류를 챙겨서 약 1km 떨어진 식당으로 이동한다. 인원을 체크하면서 부대 인원 전원이 식사를 했는지 확인하고 식기를 나누어준다. 병장 급들 중엔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같은 내무실의 일이등병이 상병에게 알려줘야 한다. 안 그러면 상병은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결국 전화로 확인한 후 엄청나게 열받아서 "O내무실에 내 밑으로 다 불러와" 를 시전한다. 또는 아직 식사가 다 끝나지 않았는데 귀환해서 병장 한 두명이 밥을 못 먹으면 "식기담당 전부 불러와" 를 시전당한다. 병장이 일이등병에게 "나 밥 안먹어~" 해놓고는 느즈막하게 식당에 나타날 수도 있다. 알다시피 군대에서 심심해서 누군가를 갈구고 싶다면, 이미 시스템이 완벽하므로 어떻게든 트집을 잡을 수 있는 체계가 잡혀져 있다.

  2. 사이버지식정보방을 하루 30분 이내의 시간제한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물론 33분 된다고 누가 잡아가진 않겠지만, 1~2시간씩 되면 반드시 누군가가 물어볼 것이다. '뭐하길래 이렇게 피방죽돌이하냐?' 적당한 핑계를 생각해 놓던지, 아니면 30분만 하자.

  3. 군데리아를 자신만의 레시피로 먹을 수 있게 된다.

  4. 주말에 코인노래방 사용이 가능하다.

  5. 이제 6시 기상 직후 청소에서 해방되었으나, 6시 15분이 되도록 내무실에서 병장들과 앉아있기엔 좀 눈치보인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면 일이등병들보다 빨라서 내 밑으로 다 갈굼을 먹는다. 둘 중 하나다. 내가 늦어서 내가 갈굼을 먹던지, 나보다 늦은 새끼들이 갈굼을 먹게 하던지.

  6. 슬슬 근무에서 가끔 선임병이 되는 경우가 생긴다. 눈치껏 수통의 물을 가득 채우지 않아도 된다.

  7. 주말에 침상에 누워서 낮잠을 자도 '웬만해선' 안 건드린다.

  8. 몇가지 편의 물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군번줄 짤랑이는 소리 안 나게 하는 고무. 그 밖에 특이한 라이터, 군모 어느정도 챙을 휘게 만들기, 세면백 대신 목욕바구니, 사제 구두약(고체로 된 건 보급이나 똑같지만, 물로 된 구두약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휴가나갈 때는 그냥 물광/불광을 선호하더라.), 군복에 줄 잡기.

D. 상꺽이후 생활

  1. 보고용 판 작성이 임무가 된다. 분대장들이 점호시간 등에 보고에 사용할 인원점검표를 매일 작성한다. 판 작성 임무를 맡은 사람 중 최고참이 되면 "통합점호" 를 시전할 것을 분대장들에게 건의할 수 있게 된다. 통합점호는 점호를 모든 내무실이 합쳐서 하는 것으로, 한 내무실(혹은 타 장소)에 모든 인원이 모이는 것이다. 큰 훈련 전에 공지사항 등을 위해 존재하지만, 부대 내에서 최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내리갈굼을 시전할 수 있다. 어느정도의 얼차려 및 구타도 여기서 실시된다. 간부들은 보아도 대부분 모르는 척 할 것이다. 아는 척 할 간부들-신참 소위라거나 신참 소위라거나-이 당직이라면 분대장이 커트할 것이다. 

  2. 운이 억세게 나쁘지 않다면, 군대에서 갈굼을 당할 일은 끝났다고 보면 된다. 풀린 군번이라면 자기 자신이 분대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

  3. 6시 기상 후 20분까지 나가지 않아도 된다. 만약 상꺽이 6시 6분 쯤에 나간다면? 그날 막사에는 여기저기서 갈굼 먹느라 담배연기로 자욱해질 것이다. 보통 20분 쯤에 나가서 담배 한 대 피고 아침점호를 받는다.

  4. 청소가 쉬워진다. 거의 하는 게 없는 청소구역을 맡게 되거나, 화장실에서 호스 잡고 물뿌리고는 TV 보러 가면 된다.

  5. 내 위에 몇명쯤 되나 세어보고 체력단련실을 이용한다. 체력단련실에 한 번에 4~5명 정도가 사용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위에 병장 10명이 있는데 그 중 3명 정도는 운동을 싫어하고 7명 정도가 운동을 한다면, 눈치껏 인원이 너무 많지 않은 선에서 체력단련실을 이용한다.

  6. 속옷빨레를 세탁기로 할 수 있게 된다.

  7. 편의 물품 사용이 늘어난다. 대표적인 것이 사제 벨트버클, 왕고무링, 담뱃갑 케이스. 

  8. 식사할 때 양 손을 올려놓고 먹을 수 있다. 눈치봐서 젓가락 사용이 가능하다.

E. 병장 생활

  1. 아침에 할 게 없으므로 6시 25분 쯤에 나가면 된다. 그 25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자유다. 보통 15분 정도에 기상해서 침구류는 그냥 밀어넣어놓고 옷입고 나가면 25분. 15분쯤에 옆에 상꺾이 TV 보다가 "언제까지 주무실검니꽈" 하면서 깨울 거다.

  2. 간부 눈치를 봐가면서 결식을 하고 PX 로 떼울 수 있게 된다.

  3. 내무실 안에서 무언가를 먹을 수 있게 된다. 라면이든 뭐든.

  4. 휴가 복귀 이후에 총을 다시 원위치시키거나 군장을 창고에서 꺼내올 필요가 없다. 다 해줄테니까.

  5. 휴가 때 분대장한테 출발/복귀 신고 등이 거의 생략된다. 근무 때도. 그냥 분대장한테 하는 모든 신고가 "갔다올게 or 나 감 ㅋ or 갔다오겠습니다" 로 마무리.

  6. 물이 빠지면 대게 말 놓기 시작 (또는 나이에 따라서)

  7. 하루쯤 샤워 안해도 된다. 맨날 샤워 안해도 누가 감히 뭐라 하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후임병들도 사람이다보니 눈치가 보인다. 또 가끔 같은 병장들이 와서 놀릴 거다. 씻자.

  8. 사제 속옷을 이용하게 된다. 물론 훈련 시에는 사용하지 말자.

  9. 신병 한 명을 잡아서 대신 날짜를 헤아리거나(기상하면 환복하기 전에 나한테 와서 며칠 남았는지 말해줘 라거나.), 주말에 침상에 앉지도 못하는 이등병을 억지로 눕혀놓고 TV 보라고 해서 "말년 병장 말을 들어야 하나, 일병 선임 눈치를 봐야하나" 고민하는 이등병을 놀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