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개노잼,공돌주의] 백만 공돌이 양성.SSUL & 본격 공장 세우기.


안녕, 읽판형들.
모두들 더운 날씨에 지치고 힘들 때가 왔어.
블랙아웃 대비하라고 교실에 에어컨도 맘대로 못 돌리고 더운데 고생하는
우리 수많은 이과생들 힘내, 화이팅이야. 현장은 30℃가 넘는 폭염 속이라
안전보호구 다 입고 돌아다니는데 진짜 땀 한 바가지 빼고왔어.

백만 공돌이 양성.SSUL을 막상 시작하겠다고 해놓고서는 일이 바빠서 하나도
준비한게 없더라구. 그래서 마침 주말에 짬도 조금 났겠다 우리 약쟁이 많은
개드리퍼들을 위해 약 공장을 한번 세워보려고.

물론 그 '약'이 우리가 말하는 그 '약빨고 만든-'의 '약'이었다간 나는 어디론가
조용히 끌려갈지 모르니까. 대표적 상비약인 아스피린 공장을 한번 세워볼까 해.

딱 60년대 중반, 우리 대선배 엔지니어 분들이 받은 느낌이 이런거구나 싶어ㅎ
아무 것도 없는 벌판에 아무 설계도도 없이 공장 짓기. 이걸 한번 해보려고.

(+) 아스피린은 반응식이 되게 간단해서, 한국 바이엘社에서 고등학생들 대상으로
아스피린 합성 대회를 종종 열거든. 그거 우승하면 유럽 바이엘社로 6박 7일 견학도
다녀올 수 있으니, 미리 대학교 가기 유리한 스펙 쌓고 싶다거나 해외 나가고픈
이과 지망 1학년들은 솔깃솔깃 할꺼야.


1- 반응식 세우기.

세상에 있는 모든 제품이 바로 뙇! 하고 나오지 않는거 다들 잘 알지?
PRO TO-TYPE이라고 하는 시제품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제품을 물론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크니까. 한두개 만들어보면서 개선할거 개선해서
시장에 팔만한 스펙을 갖춰지면 그제서야 제품이 팔리기 시작하는거지.

그럼 화학공장은 어떻게 시작할까? 당연히 실험실, 비커 속에서 부터 시작돼.
다들 화학 실험 해봐서 알지? 소수점 두세자리 맞춰가며 힘들었을거야.
정확한 수치가 기본이 되야만, 나중에 공장 지을때 고생이 덜하기 거든.
논문이면 써본 형들은 알겠다만, 거의 소수점 3~4자리정도는 정확한 값이나
매 실험마다 비슷한 경향이 보여야 교수님이 넘아가 주시지?
이거 삐꾸나면 우리 교수님은 재떨이랑 커피 던지셔서.. 정말 월요일 보고때문에
목요일부터 집에 가지도 못하곤 했어ㅠ

여튼 이렇게 고생하는 연구원들이 우리에게 반응식을 넘겨주는거지.
114년 전통의 아스피린 생산법인 아세트산 + 살리실산 -> 아스피린 법으로 가자.

(+) 아스피린은 워낙 연구가 많이되서, 바로 지을 만하지만.
복잡한 약의 경우, 미니 공장인 PILOT 설비 단계로 먼저 몇톤단위로 작게 먼저 운영해본 다음에 레알 공장 짓곤해.
아스피린합성.jpg


<114년 전통의 아스피린 합성법, 바이엘이 이걸로 벌어먹은 로열티가 후덜덜할꺼야..>


2- 공장 용량(CAPA)잡기.

반응식을 받고 나면, 이제 우리 엔지니어들은 일을 시작하는거지.
얼마나 만들 것인가. CAPA를 결정해야되거든. CAPA라고 하는건 별건 아니고
영단어집보면 흔히 나오는 CAPACITY에서 앞글자 4단어를 말하는거야.

(+) 사실 일본서 넘어온 약어 중 하나야. 미국식 발은 캐퍼시티의 '캐퍼'가 아닌, 일본식 발음 '카파'로 흔히 쓰거든.

이 CAPA는 엔지니어 혼자서 결정지을 수 있는 건 아냐.

먼저 기획에서 사업 전망을 분석해서 1차 CAPA를 이야기 할거야.
그럼 영업/생산/재무 부서간 밀당이 필요하지.

영업은 분명 기획보다 작거나 기획부서에서 이야기한 수준으로 CAPA를 정하려 할꺼야.
왜냐면 생산이 많이 되면, 팔아먹기 힘들어 죽는담말야. 그런다고 기획에 CAPA 줄이자고
태클 걸자니 그만한 자료랑 근거를 준비해야하는데... 몇 년뒤에 뭔 일이 있을줄 알고;
생산한 물량만 팔아먹는 것도 힘든데, 제품에 따라서 한번에 많이 파는거랑 조금씩 여러번 파는게
물류비 차이가 있거든; 그래서 그것도 자기네들은 고려해야되니, 아마 밤새도록 두들겨서 계산기 숫자가
닳아없어졌을꺼야.

생산은 분명 기획보다 키우자고 할꺼야. 더 많이 만들어 재고를 적당히 쌓아놔야 생산쪽도
안정감이 있거든. 중간에 공장꺼지거나, 문제가 발생해서 품질 미달이라도 떴다간 생산은
집에 못 가.. 부족한 분량은 경쟁사에서 비싼 가격에 사서라도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
거기다 회사의 이익에 큰 비율을 차지하면 그만큼 유리한 방향으로 의견 제시가 가능하기도 하고.
여튼 생산 쪽에서는 어떻게든 CAPA를 키우는 방향으로 욕심을 부리겠지.

재무는 솔찍히 상관 없어. CAPA 정해지면 그만큼 공장 지을 돈만 챙겨오면 되니까.
근데 회사가 휘청한다거나 할 정도로 무리수를 둘 순 없으니. 가장 안전하게 빌려올 정도로만
공장 CAPA가 정해지길 바라는 수 밖에. CAPA 결정에 제일 힘이 없어보여도 사실 반대야.
굳이 재무에서 꾸준히 이야기 할 필요가 없지. 그 CAPA 공장 지으면 회사 돈음슴. 줄여 씨뱅아.
그러면 뭐.. 까라면 까야지. 진짜 억울하면 적은 돈으로 미친듯이 노력해서 CAPA 크게 짓던가ㅠ

지금까진 불필요하게 너무 현실적이었다;


여튼 CAPA는 주로 MTPA 라는 단위를 써. Mega Ton Per Annum. 1년에 몇백만톤 생산하는지를
말하는 거거든. 그럼 우리 아스피린 공장을 1MPTA CAPA로 지어보자. 이걸 어떻게 계산하냐면.
1년 365일 중에, 정기 수리기간 30일에 안정적 생산을 위한 비정기적 수리기간 60일 정도해서
1년에 한 280일 정도 공장을 돌리자구. 그럼 1년에 6720 시간이구. 시간당 150톤이네.

그럼 이 숫자로 아까 얻은 반응식을 근거로 제품의 양을 시간당 150톤 잡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3- 양론 계산.

본격 화공쟁이들의 본업이지. 내 대학전공인, 화학공학이 뭐냐고 물으면, 자주 하는 답인데.
화학과는 맛있는 라면 레서피를 만들고, 화공과는 그 레서피대로 한번에 100인분을 끓인다고.

아세트산하고 살리실산 1:1로 섞어서 아스피린 1 비율로 나오니까. 아스피린이 시간당 150톤이니
아세트산하고 살리실산도 각각 아스피린 150톤 분량정도만 필요하겠지?

N A V E R!

한테 물어봐. 절대 안그렇거든ㅠ 100개 넣는다고 다 되는게 아니니까ㅠ
원재료 100개 넣었을 때, 생산이 몇개 되는 그 비율을 수득율(혹은 전환율)이라고 하는데. 아스피린 수득율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만드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심하거든. 우리는 초보 엔지니어니까 처음에는
86%로. 그 다음은 서서히 개선해서 올려서 92%까지 올려야지.


그럼 86% 수득율이면, 아스피린을 시간당 174톤 생산하는 기준으로 원재료들을 준비해놔야겠지.
하지만 좀 더 많은 양인 180톤 기준으로 원재료를 준비해두는게 좋을거야.
왜냐면 역반응이라고 아주 골치아픈 녀석이 존재하기 때문이지.

잠깐 역반응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겠는데, 관심없으면 요 단락은 패스하도록 해.
모든 화학반응을 홈쇼핑에 비유하자면, 생산량이 곧 판매량이고, 쇼 호스트가 촉매인거지.
원재료가 재고인거고. 결국 판매량은 재고를 넘어서진 못할테고, 판매 속도는 그야말로 호스트의 몫이지.
여기서 역반응은 뭐냐면 바로 반품이야. 사갔지만, 아놔 맘에 안들어요 반품요. 이러는 거지.
반품된 제품을 다시 팔 수도 없으니까, 판매량 100%, 반품 0% 가 되는건 정말 어렵겠지?
동네 돌아다니다가 종종 보이는 폐업으로 인한 환불/교환 불가와 같은 화학반응도 물론 존재하니까.
이건 연소, 기체발생, 앙금생성 세가지 반응이니까, 네이버에 비가역반응 검색결과를 참조하길 바래.

그럼 시간당 원재료인 살리실산 / 아세트산은 180톤 기준으로 넣는걸로 기본 식을 마무리 하자.



3.5- 숫자 놀이.

이제 가장 재미없는 숫자놀이야. 전공자라 할 지라도, 결과만 참고하는게 정신건강에 이로울거야.

인터넷에서 아스피린 합성법을 찾아봤거든. 그러니까 순서를 쭉 불러볼께. ①살리실산2.5g을플라스크투입②아세트산무수물3ml,85%인산0.2g첨가
③70~85℃가열④증류수2ml추가⑤증기미발생시,20ml첨가후냉각⑥결정추출 살리실산은분자량138g/mol이고,아세트산은57,인산은98이네.
그럼살리실산은0.01812mol,아세트산은0.05695mol인산은 0.00179mol이네.추가된증류수는0.1111mol이고,이후추가된증류수는1.2222mol이네.
이걸최소한의정수비로나타내는양론의기본원칙에따라정리해보려하니까,짤없이살리실산:아세트산:인산:증류수비율이1812:5695:173:12222네.
그럼이론상얻을수있는아스피린은위에꺼기준으론2.48g이고,이거결정화시키는데큰거만빼고,작은거는결정화씨앗으로남겨둔다고했을때.
80%만가져간다고하자.그럼2g정도얻고말겠네.결국반응을통해얻을수있는아스피린은0.0124mol이겠다.
이걸그대로앞에서정한CAPA로키우면,시간당150톤아스피린생성을위해서는살리실산189톤,아세트산245톤,인산85% 15톤,증류수1663톤이필요하네.

(+) 읽어보지 말라고 띄워쓰기 안함.

정리하면!


우리 공장 물질 BALANCE.

(생산물) 아스피린 : 1.00 MTPA, 시간당 150톤 생산.
(부산물) 증 류 수 : 0.11 MPTA, 시간간  16톤 생산.
(원재료) 살리실산 : 1.26 MTPA, 시간당 189톤 소비.
      아세트산 : 1.64 MTPA, 시간당 245톤 소비.
    85% 인산 : 0.10 MTPA, 시간당  15톤 소비.
    증 류 수 : 1.64 MTPA, 시간당 245톤 소비.

아, 대충 정리 다했다. 이제 물질식은 다 끝냈으니까, 에너지 수지식을 세워야지.
여기서 바로 엔지니어의 역량이 가장 나타나는데, 난 능력 쥐뿔 없으니 부끄러우서 대충대충 할거야.

여기서부터는 본격 화공프로그램을 돌려야되는데, 난 귀찮아서.. 엑셀이나 흔한 공돌이의 계산기인 MATLAB을 써야지.

※ 사실 반응속도식을 고려해야되는데, 요즘은 레포트월드다뭐다해서 다 유료로 감춰놔서 구하기가 힘들더라ㅠ
혹시 이 관련 실험해서 식 있는 사람은 공유 좀 부탁할께ㅠ MATLAB 돌려서 한번 수득율 재계산해봐야 하거든.
그럼 물질 수지가 SHAKE IT SHAKET IT, 난 계산을 다시해야되니까 YOU SPIN ME ROUND ROUND ROUND, YEAH!


여튼 공장 설계의 가장 기초 수준까지 예로 한번 들어봤는데.. 이게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다ㅠ
그야말로 동종업계 아니고선 이해 못할 이야기고. 그냥 공돌공돌한 친구들이 많았으면 해서 시작했는데..
쓰고나니 똥을 쌋네ㅋㅋㅋ 혹 흥미 있는 형들 있으면 더 쓰도록 할께.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고, 난 내일도 출근이다. YEAH!

8개의 댓글

2013.07.13
화학공장세우는법임?
0
2013.07.13
@개들
ㅇㅇ 내가 화공쟁이거든.
0
오! 화공쟁이가 나타나다니 같은 공돌이로서 동질감이 느껴지는군. 나는 기공을 전공하고 있는데 아직 많이 배우지 않아서 내 전공에 관해 이야기는 많이 해줄게 없어서 아쉽다 ㅜㅡ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해주길 바랄게 화공돌 읽게이도 알겠지만 자기 전공 이야기 외에는 거의 알지 못하니까.

나중에 2차대전 글 쓰다가 힘들면 기계과 이야기도 써보면서 쉬어가야겠다. 좋은글 고마워 그럼 좋은하루
0
2013.07.14
문과가 읽기에는 너무 힘들다
0
울산사냐
0
2013.07.14
@홍어시발냄새나
ㅇㅇ 울산 아님 여수지.
0
ㅋㅋㅋ
2013.07.15
읽판에서 이렇게 빠르게 스크롤 내리긴 첨이다 ㅋㅋㅋㅋㅋ
나도 공대지만 화학은 그냥 싫엌ㅋㅋ
0
2013.07.15
옹 난 약학과 출신인데
화공과 쪽에서 제약계로 많이 넘어가겠구나
이런거 보면 제약계 실무쪽은 엔지니어가 맡을듯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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