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신진지로 기동하고 나서 얼마 안됬을 때였다.

 신진지로 기동하고 나서 얼마 안됬을 때였다. 산 길이 굽어져 나 있는 관계로 차리포대는 말 발굽 모양으로 방열해 있었는데, 들어가는 길도 하나 나오는 길도 하나라는 점이 찝찝한 것이었다. 가운데를 관통해 지날 수도 있었지만 조종수나 포반장들은 그곳으로 케이나인을 기동시키는 것을 찝찝하다고 느꼈다. 그리 좋은 지형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올때 비가 많이 내렸는데, 도착하자마자 자고 일어나니 해가 반짝이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땅이 궤도가 흝고간 모양 그대로 단단히 굳어 버렸다. 
 하나포 삼번포수가 하나포 옆의 비탈길을 따라 경계하러 올라갈때였다. 경사가 심해서 삼번포수는 적당한 자리를 찾기위해 오르고 또 올라야 했다. 비 때문에 흙이 많이 씻겨 내려가서 밟는 족족 흙이 굴러 떨어졌다. 물컹 하고 잘 못 밟았다 싶었을땐 이미 늦은 때였다. 
 무언가랑 같이 구를뻔 하다가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날려 반대로 한바퀴 구르다 일어났다. 구르면서 총몸이 가슴을 때렸기 때문에 숨이 멎는 듯한 엿 같은 기분을 그대로 느껴야 했다.
 
 쫙, 하는 소리가 하나포 밖에서 나자 포반장이 해치를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삼번포수가 몸을 일으키면서 포반장과 눈을 마주쳤다가 무언가 굴러떨어진 아래를 쳐다보았다. 포반장 역시 그러했다, 
 "뭐야 저거."
 곧 졸고 있던 부사수가 뒷문 해치를 열고 나가보니 시체였다.
 배가 살짝 찢긴채 부패해가던 시체가 굴러 떨어질때의 충격으로 완전히 찢기고 터져있었다. 썩어가는 내장이 살가죽을 뜯고 나와 힐끗 보였다. 
 "장난 아니네……."
 북괴군인 것을 보니, 한대 맞고 도망치다가 절명한 모양이었다.
 찢긴 내장 사이로 하얀 무언가가 길어졌다. 늘어난 것인지 길어진 것인지 붉고 검은 피와 살점 사이에서 하얀 뭔가가 보였다. 부사수는 대검으로 그것을 잡아 당겼다. 어느새 하나포 인원들이 모두 나와서 구경하고 있었다. 쭉 당겨 보니, 촌충이었다.
 역겨운 표정으로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돌렸지만 부사수는 호기심이 돋았다. 손등으로 머리칼을 귀 뒤로 쓱 쓸어 올린 후 대검을 돌돌 말며 잡아 당겼다. 하얀 촌충이 당겨지면서 내장을 끌고 나왔다. 벌어진 상처로 내장이 힘없이 철퍽 하고 흘러 나와 썩은피와, 어젯밤 내린 빗물이 시체 안에 담겨 있다가 그대로 섞여 흘러 나왔다.
 기동하면서 파놓은 구덩이로 그 썩은 물이 고이고, 마치 시체가 방귀라도 뀌듯 더러운 소리를 내며 악취를 풍기자 다들 썩은 표정으로 물러나버렸다.
 부사수는 대검을 쭉 잡아 당기다가 촌충이 끊어지자 관둬 버렸다.
 [여기 개화산 이상. 쌍발기 등장 바람.]
 [쌍발기 이상,]
 [개화산을 알리고, 악취로 인해 장소를 바꾸고 싶다고 알림.]
 무전이 끝나고, 사격지휘무전병 꽃은, '악취?' 라고 되뇌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악취로 인해서 장소를 바꾸고 싶다는 소리가 뭔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여기 쌍발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알림. 구체적으로 설명 바람.]
 [개화산을 알리고 쌍발기 측에서 한명 보내서 확인해주기 바람.]
 "아이 씨발년들이 뭔 오라가라 말이 많아 진짜."
 꽃이 성질을 내며 설에게 다녀오라고 말했다. 설과 꽃이 있는 FDC는 6포 쪽에 있었기 때문에 설은 거친 발굽의 가운데를 지나서 하나포에 도착했다.
 확실히 형용하기 힘든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익숙한 냄새였다. 시체 냄새였기 때문이다. 
 하나포 인원들은 근처에서 삽질하고 있었고 둘포쪽에서 인원을 데려와서 여럿이 삽으로 시체를 들어보려고 하고 있었다.
 힘의 균형이 잘 맞지 않아 시체가 몇번 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성공했다.
 아슬아슬하게 삽들에 의해서 지탱되는 시체는 구덩이에 도착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스스로 조각나 떨어져 버렸다.
 설은 그제서야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상상한대로 별것 아닌 이야기라고 생각하다가, 그런 것을 별 것 아닌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 또 이상해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거 가지고 장난치지 마."
 하나포 포반장이 하나포 부사수에게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라서요."
 부사수는 바닥에 흙장난 하듯이 쪼그리고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갖고 놀고 있던 바닥에 널브러진 길고 긴 하얀 실이, 실이 아니라 촌충이란 것을 알아 챘을 때는 이미 촌충을 꺼낸 부사수가 신기 하다면서 박물관의 촌충처럼 꼬불꼬불 배치한 상태였다.
 '이렇게 예쁜 아이가…….'
 설은 상황을 이해하고 하나포를 적당한 지점으로 유도 했다.
 다시 가운데를 가로질러 돌아오다가 목이 말라 수통을 꺼내 들었을때, 녹슬고 낡은 수통의 주둥아리가 설의 눈에 들어 왔다.
 "기생충……."
 마실까 말까 고민하다가 설은 결국 수통 물을 마셔버렸다.

1개의 댓글

2016.05.30
잘 읽었어. 글감도 흥미롭고 묘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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