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근친

 누나는 싸늘한 사람이다. 싸늘하다 못해서 쉬지 않고 냉기가 흘러 나오는 누나는 주변 사람들이 얼음 같아서 무섭다고 피했다. 드물게 누나가 사람들 앞에서 입을 열면, 그 귀여운 입술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로 냉정하고 차가운 말이었다. 그 말은 언제나 공간을 싸늘하게 만들어 버리곤 했다. 그래서 누나는 항상 혼자였다.

 아마, 남들은 그렇게 알고 있겠지.

 "좋아해. 정말 좋아해."

 누나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대단하지 않은 것을 말하듯이 고백했다. 항상 있는 일이다. 그런 하찮은 고백에 일일이 신경 쓸 나이는 아니었다. 가족 이란 건 원래 시시한 고백을 종종 하면서 화목을 다지는 그런 거니까.

 "알았어."

 그러니까, 공부하느라 바쁜데 그런 시시한 고백을 받아 줄 필요가 없다.

 "듣고 있어? 또 멍청한 표정이나 짓고."

 "눼눼, 듣고 있거든요."

 "좋아한다니까?"

 누나는 샤프를 쥔 내 손을 잡고 자신에게 당겼다. 누나와 나는 눈을 마주쳤다. 누나는 또, 아무렇지도 않는 것을 말하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백해왔다. 나는 대꾸도 하지 않고 책으로 고개를 떨궜다. 정말 귀찮은 사람이다. 무슨 장난을 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책을 보고 있을 때가 아냐, 나를 봐. 네가 좋아할 사람을 보라고."

 누나는 양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 억지로 눈을 마주치게 했다. 우리는 말없이 마주보았다.

 먹물을 끼얹었는지 짙은 검은 머리에 같은 햇빛 받으며 사는지 의심스러운 하얀 피부. 뾰루지 하나 보이지 않는 매끈한 피부. 모두가 누나를 신비롭고 도도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이해 할 수 없는 장난을 즐기는 조금 머리가 이상한 4차원 여자일 뿐이다. 분명 다른 사람들이 누나가 말없이 앉아 있는 걸 보고 신비롭다고 느낄 때 정신은 어디 미국쯤에 가있겠지.

 "그제는 거리에서 널 봤어."

 "그랬겠지."

 "어제는 카페에서 널 봤고."

 "그랬었지."

 "오늘은 집에 가는 널 봤어."

 "당연하잖아?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좋아한다고."

 누나는 또 그렇게 말했다. 내 얼굴을 잡고 있는 손에 살포시 힘이 들어가 있다. 갑갑해져서 그 손을 모두 떼어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누나는 내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공부만 하는 바보. 그런 거 말고, 날 봐줘. 난 항상 널 보고 있어."

 나는 다시 펜을 잡고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건성으로 대답했다.

 "뭐야……무서워, 스토킹이라도 하는 거야?"

 "아니 그렇지 않아. 널 좋아하니까 어디서든 네가 보이는 거야."

 "찝찝한데…… 아, 됐어. 나 정말 공부하느라 바쁘니까 말 걸지마. 대답 안 할 거야."

 내일이 시험이란 말이야. 누나는 기운이 없어진 목소리로 손가락을 만지작 거리면서 말했다. 차가운 발끝으로 내 발을 툭툭 치면서 말했다. 이번엔 정말로 반응하지 않을 테니까.

 "정말 대답 안 할 거야?"

 "응."

 "대답 하고 있는 데?"

 "응."

 "일부러 건성으로 대답하는 거야?"

 "응."

 "누나, 화낸다?"

 "응."

 하얀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자. 빌어먹게 집중이 안되지만 꾹꾹 화를 눌러 참는다. 참을인자 세개면 살인도 면한다고. 누나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도록 하자. 무슨 말을 해도 건성으로 대답하기로 하자. 

 누나는 내가 대답을 건성 건성으로 하자 재미없어 했다. 그러다가 탁자 위에 팔을 쭉 뻗어 엎드리면서 팔을 배고 내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손 끝으로 내 팔을 콕콕 찌른다.

 "흐응…… 그렇게 막 대답한다 이거지? 그래, 누나 좋아해?"

 "응."

 뭐라는 거야.

 "누나랑 결혼 할 거야?"

 "응."

 "고마워." 

 "응."

 "그럼 오늘부터 1일 인 거야?"

 "응."

 "그래, 헤헤, 맘에 들었어. 사랑해 우리 동생."

 "응. 나도 사랑해." 

 우리 누나는 정말 귀여운 사람이다.


3개의 댓글

2016.05.25
오늘도 글로 친누나의 매력을 느낍니다
0
2016.05.25
뭔가 이상한걸 봐버렸어
0
2016.05.25
이거 완전 망ㄱ...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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