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유학생 꿀빨기

 나는 꿀빠는 것을 좋아한다. 어디서나 '개이득'이면 좋지 않나. 사람들은 내가 독일에서 꿀빤다고 생각한다. 가족들은 부러움을 일부러라도 보인다. 내가 '좋겠다'라는 소리 들으면 힘이 날 것 아닌가. 친구들은 정말 나를 부러워한다. 시옷의 아버지는 신문배달을 하신다. 최근엔 집이 더 작아졌다고 했다. 술이 몇 잔 들어가고 시옷은 나에게 말했다. 솔직히 너가 부러워. 빡빡 깎은 머리, 목에 생긴 화상 자국, 화가 묻어있는 얼굴. 그 얼굴. 그 얼굴은 진심이었다. 광은 나를 일부러 만나지 않았다. 3수를 실패한 광은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까. 그 생각이 2년 동안 보지 않았던 친구도 만나지 않게 만들었나. 개드립에서는 부모 잘 만나서 수능을 망쳐도 독일로 도피 유학간 나를 혐오하는 사람도 있었다. 매달 1000유로씩 받아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으며, 독일 대학을 다니고 있는 나는 정말 꿀을 빨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나의 고장을 보이기가 미안하다. 고장이 난 건 나도 마찬가진데.  

 나는 연약하다. 사람들과 부대끼기 전부터 나는 나의 결핍과 부대꼈다. 그 쓰라림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자 나는 감정을 차단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과의 소통을 거부했다. 생각은 서로 전달되지 않았다. 나는 동화보다 공격을 먼저했다. 나는 가족을 공격했고, 학교를 공격했고, 종교를 공격했고, 사회를 공격했고, 국가를 공격했다. 사람들은 내 생각을 싫어했다. 나는 다르다, 틀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학교에서 한 교사가 복도에서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자위를 했을 때 나는 드디어 이 집단의 몰상식함이 곪아터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깨끗한 물을 미꾸라지 하나가 흐렸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나를 비난했다. 페이스북을 닫았다. 모르는 전화를 받지 않기 시작했다. 길을 다닐 때는 괜히 불안했다. 새 학교도 나를 싫어했다. 나는 공부를 너무 잘했고 싸가지가 너무 없었다. 나는 이해받지 못하며 자라왔다.  

 상처를 다시 열었다. 상처는 타지에서 2년동안 더 곪아있었다. 아무도 나와 닮지 않았다. 아무도 나와 같은 말을 쓰지 않는다. 여전히 아무도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이 괜찮을 때 나는 다리가 아프다. 다른 사람들이 옷을 벗을 때 나는 견딜 수 없이 춥다. 나는 다시 따뜻하고 더러운 집으로 돌아온다.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떠들 때 나는 피곤에 쩔어 잠을 청할 약을 찾는다. 나는 다른 세상으로 숨는다. 나는 인터넷에서 또 다른 나를 만들고 그에 열중한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고프다. 나는 내 생각을 거칠게 소리치고 반대하면 강요한다. 결국 철학도, 게임도, 인터넷 커뮤니티도 다 도피처였던 거야. 외로움이 심장에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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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블로그 쭉 보더니 이게 제일 좋은 글이래서 함 다시 봤다. 이걸 쓴게 한달 전인데 난 한달만에 얼마나 컸는지 깜짝놀랐다.  캬... 갓객성 

2개의 댓글

2016.05.25
급상승은 급강하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적정 고도를 유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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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5
@켄트지
그래서 이건 기록으로 남겨야돼. 생각을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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