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엘레나의 세계정복 -1-

건네받은 옷이라고 명명된 넝마는 촉감부터가 더러웠다.

끈적끈적한 액체가 얼룩이 진 길바닥을 수십번 문질러 닦은 듯 불쾌하기 그지 없는 촉감과

코끝을 자극하는 암모니아의 썩은내는 잠시도 이 넝마를 걸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비위생적이고 혐오스러운 넝마를 걸쳐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체로 음욕의 시선을 끌어모으며, 그나마 남아있는 지조 조차 지키지 못하여 빼앗길터이니.

 

-13번, 다 입었으면 나가봐라.

 

사실 그런 것 보다 더 큰이유는 따로있다.

오른손에 길다란 가죽채찍을 들며 위협적으로 소리치고 있는 간수는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지독히도 나를 괴롭히던 인간이다.

저 저주스러운 채찍에 맞으면 뼈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에 몸부림쳐야하며, 항상 대기중인 빛을 섬기며 약자를 보호하고 치료하는 걸

 업으로 삼는다는 메시아 교단의 클레릭이 터진 피부와 부러진 뼈를 감쪽같이 이어 붙이곤 했다.

그러다보니 이곳에 잡혀와 자유를 빼앗긴 모든 이들은 저 채찍에 길들여져 복종하게 될 수 밖에...

내가 입고 있는 넝마 못지 않게 더러운 천막을 나서자 어두운 밤이 보였고, 드디어 나는 지금 시간대가 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수십일이 걸렸지만 단, 한번도 밖을내다 볼 기회따위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밤과 함께 주변을 인식하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점화등(點火用)이 여럿 켜져 있는 것을 발견하곤 그 주변에도 무수히 많은 사람이 일제히

웅성거리는 광경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먹고있던 나의 결심도 흔들릴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엘프의 지조를 지켜.]

[그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는거야.]

[그래, 모두가 보는 앞에서 혀를 깨물고 핏물을 집어삼키며 마지막 순간에 모두에게 저주를 퍼붓는거야]

 

잡힌순간 모든 마나와 권능을 속박당한 상태지만

마치 정령의 속삭임을 듣는 것 처럼 내면의 나는 그렇게 아른거렸다.

 나는 이미 죽음의 공포보다 무서운 세상을 먼저 알아버린 걸지도 모른다.

불과 몆달 전 또는 몆년 전에는 줄 곧 밭깥세상을 동경하며 신비와 비밀에 휩쌓인 세상을 그려보곤 했다.

인간은 교활하지만 아름다운 문명을 이루고 있다고 들었다.

 

-오오..

-허어..

-굉장하군.

 

여기저기 대륙공용어로 감탄사를 흘리는 인간들이 보인다. 그들의 눈은 탐욕과 음욕으로 숨김없이 번들거렸다.

그들의 미적기준을 모르는 건 아니다. 엘프의 미적기준은 그들과 흡사하니까 다만, 우리들은 세계수(世界樹)의 파편인 생명나무아래 모두 공동체로서

살아가기에 그닥 음욕을 모르고 살아간다. 아니, 애초에 수십년 수백년을 자신과 같은 놀라운 외모의 엘프들과 살아가면 외적인 외양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둔해지는 법이다. 그리고 좀 더 다른 외모에 끌리게 되어있다.

 예를들어 세간에서 떠도는 엘프가 드워프를 싫어한다는 말과는 달리 엘프들은 독특한 외모의 드워프들이 너무나 귀엽게 느껴진다.

그렇다보니 한 마리쯤 분양을 하고자 하는데 이 드워프들은 자존심이 너무 쌔서 엘프들이 접근하면 귀찮아하며 피해다닌다.

쓸대없는 생각을 하던 중 살이 뒤룩뒤룩찐 돼지가 단상에 올라가서 외쳤다. 

 

-자자, 13번째 노예. 경매를 시작합니다. 이번 물품은 놀랍게도 베아트리스산맥 깊은 곳 동쪽 끝에 위치한 엘프마을의 소녀 입니다.

아시다시피 엘프는 긴 수명과 아름다운 외양으로 오렌시간 문제없이 다뤄져온 상품입니다. 저희 칼츠협회에서는 상품이 도주 하였을 때

무상으로 다시 되찾아드리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엘프는 판매가 완료되는 즉시 영구히 마력회로와 정령회로를 태우기 때문에

매우 안전하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경매는 500골드 부터 시작 합니다.

 

-500

-600!

-700!

 

'돼지가 말을해?'

 

아니, 저건 돼지가 아닐 것 이다. 인간의 미의 수준은 가축과 구분하기가 몹시 어려워서 돼지로 착각한 것 이다.

아마 저건 상인이라 불리우는 인간이겠지 본격적으로 나를 팔려고 하는구나.

 

-1000.

 

-네! 천..천이 나왔습니다! 더 이상 없습니까?

 

천골드라니. 엘프족은 숲에만 쳐박혀사는 폐쇄적인 종족을 상상하기 쉬우나 사실은 정반대다. 엘프는 천성이 느긋하며 호기심이 많아 외부의 물건을

매우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아주 작은규모이긴 하지만 이종족과의 물류교류도 어느정도 활성화 되어 있다.

사실 타종족이 봤을 때 엘프가 폐쇄적이라 느끼는 이유는 생명나무를 보호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마을내의 접근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엘프는 돈을 셀 줄 안다.

천골드라면 예전에 왔던 상단의 말을 토대로 100핀츠(100평)짜리 집을 10채를 살 수 있는 돈이다.

즉 장원규모의 저택을 하나 구입 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런 어마어마한 재화를 제시한 사람을 무의식중에 쳐다 봤다.

얼굴에 주름과 검버섯이 가득핀 중년인이 비릿한 조소를 머금으며 주변을 내려보고 있는게 보이고 그런 주인을 모시는 하인인지 밑에서부터 그가 앉아있는

의자를 얼굴이 시뻘게 지도록 들고 있는 2명의 거한이 보인다.

 

'최악...'

 

순간적으로 자살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다. 엘프는 자살하면 세계로부터 버림받아 세계수로도 돌아가지 못하며 완전한 소멸을 맞이한다.

그야말로 완전히 세상에서 지워지는 것 이다.

슬픈일이지만, 이런 지옥에서 살아갈 용기도 없다.

저 중년인에게 팔려가 유린당하면서도 탈출을 계획해 도망가는데 성공해도

 인간에게 한번이라도 범해졌던 엘프는 마을로 다시는 돌아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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