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너는 내 Destiny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
난 너만 보잖아
너는 내 Destiny
떠날 수 없어 난
넌 나의 지구야
내 하루의 중심
왜 자꾸 그녀만 맴도나요
달처럼 그대를 도는 내가 있는데
한 발짝 다가서지 못하는
이런 맘 그대도 똑같잖아요
오늘도 그녀 꿈을 꾸나요
그댈 비춰주는 내가 있는데
그렇게 그대의 하룬 또 끝나죠
내겐 하루가 꼭 한 달 같은데
그 꿈이 깨지길 이 밤을 깨우길
잔잔한 그대
그 마음에 파도가 치길
너는 내 Destiny
날 끄는 Gravity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
난 너만 보잖아
너는 내 Destiny
떠날 수 없어 난
넌 나의 지구야
내 하루의 중심
기울어진 그대의 마음엔
계절이 불러온 온도차가 심한데
늘 그댈 향한 나의 마음엔
작은 바람 한 점 분 적 없어요
눈부신 그대의 하루에는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나요
그렇게 내 맘은 차고 또 기울죠
내겐 한 달이 꼭 하루 같은데
그 꿈이 깨지길 이 밤을 깨우길
잔잔한 그대
그 마음에 파도가 치길
너는 내 Destiny
날 끄는 Gravity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
난 너만 보잖아
너는 내 Destiny
떠날 수 없어 난
넌 나의 지구야
내 하루의 중심
한 번 난 그녀를 막고 서서
빛의 반질 네게 주고 싶은데
단 한 번 단 한 번
그녀의 앞에 서서
너의 낮을 날고 싶은데
너는 내 Destiny
날 끄는 Gravity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
난 너만 보잖아
너는 내 Destiny
떠날 수 없어 난
넌 나의 지구야
내 하루의 중심
오늘은 공손하게 존댓말로 해보겠습니다. 왜냐하면 니들에게도 갓블리즈의 찬란함을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내가 4세대 여돌에게 입덕한다면 여자친구일줄 알았는데... 신비야 예린아 미안해......
왼쪽→오른쪽으로 계속 핑그르르 도는 카메라 워킹과, 치마 나풀대며 빙빙 도는 안무 동선에 대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봅니다. 또한 금환일식 개기일식 아는 천문학 지식 다 때려놓은 가사도 말입니다. 그럼에도 언급하는 이유는 이 뮤비, 컨셉이 정말 성공적인 객관화를 이뤄냈기 때문입니다. 팬들끼리 리뷰쓰고 의미 맞추고 노는 것이 아니라 그냥 모든 관객들이 '어 쟤들 자전 공전하네?'라고 할 만큼 친절한 작품이란 것입니다. 모든 작품이 친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촌스럽지 않게 내핵을 드러내는것도 참 드뭅니다.
데스티니의 친절함이 특히 칭찬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객관화가 정말 어렵습니다. 문예창작과 졸업 후 광고카피 회사에 입사한 막내가 나름 멋들어진 카피를 쓰곤 "작품활동은 니 집구석에서 하라고!"라는 폭언을 들으며 화장실에서 질질 울고, 오버를 꿈꾸는 인디밴드 멤버들끼리 "야 씨바 우리정도면 최고지"하다 영원히 연남동에서 썩는 일이 흔하죠. 정말로 객관화는 어렵습니다. 내가 관객이라 생각하고, 내 작품의 애착에서 멀어지게 해서 진지한 첨삭의 눈초리로 보기가 정말 어려워요. 내가 쌩고생해서 만든 작품이고, 특히나 메타포 알레고리 주제의식 와장창 때려놓고 오래 준비한 작품이라면 더 그렇겠고요. 작사가는 가사를 그냥 잘 쓰는게 아닙니다. 잘 씀에도, 군더더기를 계속 다듬고 버리는 힘이 있었죠.
또 멤버들과 운영진의 식견이 없었다면 데스티니는 타이틀이 아니라 저기 8번 트랙쯤에 처박혀, 팬들만 아는 명곡으로 남았을겁니다. 그들의 안목에 박수를 보냅시다.
슬슬 재해석이나 합시다. 별과 별 사이를 돌게 하는 힘은 중력만 있는게 아니죠. 일정한 궤도를 돌게 하는, 서로가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게 도와주는 힘도 있죠. 이걸 반중력이라 부르는게 맞습니까? 별알못이라...... 무튼, 데스티니 속에서 너와 나 사이를 밀어내는 힘은 '너'가 바라보는 '그녀'입니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 더 다가가지 못하죠. 중력, 내가 너에게 끌리는 욕망을 억누르게 합니다. 이 이야기는 가까워지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너와 나의 거리가 영원한, 어쩌면 더 멀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혹시 프로이트가 말했던 포르트 다 놀이를(fort - da game) 아십니까. 엄마가 없을 때, 아이가 실패를 던지고선 없다(da) 실패를 주워오곤 있다(fort)고 합니다. 까꿍 놀이의 싱글플레이 버전이죠. 프로이트는 이렇게 상정했습니다.
- 실패는 엄마의 상징물이다. (중략) "포르트-다"는 공포를 미리 연습하여, 그 순간의 충격을 완화하고자 하는, 스스로의 보호기제이다. 아이는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는 존재를 상실하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놀이로 상징화해 반복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아이는 실패, 즉 엄마를 손에 쥐고 있으니,
엄마가 없더라도 다시 끌어당기면 나타난다는 통제의 능력을 놀이로나마 갖고 있는 것에서 희열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슬라보예 지젝이라는 철학자가 프로이트의 해석에 대해 반박했습니다.
- (중략) 따라서 아이가 어머니의 떠나감/되돌아옴을 지배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어머니를 잃어버렸다는 불안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어머니의 압도적인 현존에 대한 불안 때문에, 아이는 어머니로부터 거리를 확보하여 자신의 욕망을 유지시킬 수 있는 공간을 필사적으로 갈망하는 것이다.
짝사랑을 받는 사람 / 짝사랑하는 나 사이의 거리감은 에지간하면 지젝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거리를 두는 이유는 더 다양할테고요. 데스티니 같은 경우는 그녈 좋아하는 널 배려한다, 내 마음을 전하지 못하더라도 널 옆에서 바라보겠다 따위의 이유입니다. 또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는게 차라리 고백 후 거절당하고 좌절할 미래보단 나으니까요. '사랑하기 위해 다가가지 않는다'는 개인차가 심한 감정이라 이해 못하시면 넘어가셔도 됩니다. 저는 프로 궁정풍 사랑꾼이라 절절히 공감합니다.
굳이 나누자면 프로이트의 가설이 중력, 지젝의 반박이 반중력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우주는 완벽한 무중력이 아니라 '미소중력'. 약간의 중력을 유지하는 상태입니다. 우리의 은하도 안드로메다 은하와 점점 가까워지는 중이죠. 지켜보기만을 결심하는 와중에도 데스티니 가사 후반부에서 '한 번 난 그녀를 막고 서서 빛의 반질 네게 주고 싶은데'라는 욕망의 확언이 드러납니다. 너를 손에 넣고 싶은 나도, 너를 지켜만 봐도 만족하는 나도 모조리 나 자신입니다. 둘은 모순되지만 같이 존재할수 있어요. 이 위태로운 궤도는 언제까지 유지될까요.
이런 점에서, 사실 데스티니 뮤비를 한 줄 요약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 살 수 없어.
그리고 당신 없이도 살 수 없어.
-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의 편지
P.S : 지수야 꽃길만 걷자!
너는 내 Destiny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
난 너만 보잖아
너는 내 Destiny
떠날 수 없어 난
넌 나의 지구야
내 하루의 중심
왜 자꾸 그녀만 맴도나요
달처럼 그대를 도는 내가 있는데
한 발짝 다가서지 못하는
이런 맘 그대도 똑같잖아요
오늘도 그녀 꿈을 꾸나요
그댈 비춰주는 내가 있는데
그렇게 그대의 하룬 또 끝나죠
내겐 하루가 꼭 한 달 같은데
그 꿈이 깨지길 이 밤을 깨우길
잔잔한 그대
그 마음에 파도가 치길
너는 내 Destiny
날 끄는 Gravity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
난 너만 보잖아
너는 내 Destiny
떠날 수 없어 난
넌 나의 지구야
내 하루의 중심
기울어진 그대의 마음엔
계절이 불러온 온도차가 심한데
늘 그댈 향한 나의 마음엔
작은 바람 한 점 분 적 없어요
눈부신 그대의 하루에는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나요
그렇게 내 맘은 차고 또 기울죠
내겐 한 달이 꼭 하루 같은데
그 꿈이 깨지길 이 밤을 깨우길
잔잔한 그대
그 마음에 파도가 치길
너는 내 Destiny
날 끄는 Gravity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
난 너만 보잖아
너는 내 Destiny
떠날 수 없어 난
넌 나의 지구야
내 하루의 중심
한 번 난 그녀를 막고 서서
빛의 반질 네게 주고 싶은데
단 한 번 단 한 번
그녀의 앞에 서서
너의 낮을 날고 싶은데
너는 내 Destiny
날 끄는 Gravity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
난 너만 보잖아
너는 내 Destiny
떠날 수 없어 난
넌 나의 지구야
내 하루의 중심
오늘은 공손하게 존댓말로 해보겠습니다. 왜냐하면 니들에게도 갓블리즈의 찬란함을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내가 4세대 여돌에게 입덕한다면 여자친구일줄 알았는데... 신비야 예린아 미안해......
왼쪽→오른쪽으로 계속 핑그르르 도는 카메라 워킹과, 치마 나풀대며 빙빙 도는 안무 동선에 대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봅니다. 또한 금환일식 개기일식 아는 천문학 지식 다 때려놓은 가사도 말입니다. 그럼에도 언급하는 이유는 이 뮤비, 컨셉이 정말 성공적인 객관화를 이뤄냈기 때문입니다. 팬들끼리 리뷰쓰고 의미 맞추고 노는 것이 아니라 그냥 모든 관객들이 '어 쟤들 자전 공전하네?'라고 할 만큼 친절한 작품이란 것입니다. 모든 작품이 친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촌스럽지 않게 내핵을 드러내는것도 참 드뭅니다.
데스티니의 친절함이 특히 칭찬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객관화가 정말 어렵습니다. 문예창작과 졸업 후 광고카피 회사에 입사한 막내가 나름 멋들어진 카피를 쓰곤 "작품활동은 니 집구석에서 하라고!"라는 폭언을 들으며 화장실에서 질질 울고, 오버를 꿈꾸는 인디밴드 멤버들끼리 "야 씨바 우리정도면 최고지"하다 영원히 연남동에서 썩는 일이 흔하죠. 정말로 객관화는 어렵습니다. 내가 관객이라 생각하고, 내 작품의 애착에서 멀어지게 해서 진지한 첨삭의 눈초리로 보기가 정말 어려워요. 내가 쌩고생해서 만든 작품이고, 특히나 메타포 알레고리 주제의식 와장창 때려놓고 오래 준비한 작품이라면 더 그렇겠고요. 작사가는 가사를 그냥 잘 쓰는게 아닙니다. 잘 씀에도, 군더더기를 계속 다듬고 버리는 힘이 있었죠.
또 멤버들과 운영진의 식견이 없었다면 데스티니는 타이틀이 아니라 저기 8번 트랙쯤에 처박혀, 팬들만 아는 명곡으로 남았을겁니다. 그들의 안목에 박수를 보냅시다.
슬슬 재해석이나 합시다. 별과 별 사이를 돌게 하는 힘은 중력만 있는게 아니죠. 일정한 궤도를 돌게 하는, 서로가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게 도와주는 힘도 있죠. 이걸 반중력이라 부르는게 맞습니까? 별알못이라...... 무튼, 데스티니 속에서 너와 나 사이를 밀어내는 힘은 '너'가 바라보는 '그녀'입니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 더 다가가지 못하죠. 중력, 내가 너에게 끌리는 욕망을 억누르게 합니다. 이 이야기는 가까워지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너와 나의 거리가 영원한, 어쩌면 더 멀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혹시 프로이트가 말했던 포르트 다 놀이를(fort - da game) 아십니까. 엄마가 없을 때, 아이가 실패를 던지고선 없다(da) 실패를 주워오곤 있다(fort)고 합니다. 까꿍 놀이의 싱글플레이 버전이죠. 프로이트는 이렇게 상정했습니다.
- 실패는 엄마의 상징물이다. (중략) "포르트-다"는 공포를 미리 연습하여, 그 순간의 충격을 완화하고자 하는, 스스로의 보호기제이다. 아이는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는 존재를 상실하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놀이로 상징화해 반복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아이는 실패, 즉 엄마를 손에 쥐고 있으니,
엄마가 없더라도 다시 끌어당기면 나타난다는 통제의 능력을 놀이로나마 갖고 있는 것에서 희열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슬라보예 지젝이라는 철학자가 프로이트의 해석에 대해 반박했습니다.
- (중략) 따라서 아이가 어머니의 떠나감/되돌아옴을 지배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어머니를 잃어버렸다는 불안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어머니의 압도적인 현존에 대한 불안 때문에, 아이는 어머니로부터 거리를 확보하여 자신의 욕망을 유지시킬 수 있는 공간을 필사적으로 갈망하는 것이다.
짝사랑을 받는 사람 / 짝사랑하는 나 사이의 거리감은 에지간하면 지젝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거리를 두는 이유는 더 다양할테고요. 데스티니 같은 경우는 그녈 좋아하는 널 배려한다, 내 마음을 전하지 못하더라도 널 옆에서 바라보겠다 따위의 이유입니다. 또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는게 차라리 고백 후 거절당하고 좌절할 미래보단 나으니까요. '사랑하기 위해 다가가지 않는다'는 개인차가 심한 감정이라 이해 못하시면 넘어가셔도 됩니다. 저는 프로 궁정풍 사랑꾼이라 절절히 공감합니다.
굳이 나누자면 프로이트의 가설이 중력, 지젝의 반박이 반중력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우주는 완벽한 무중력이 아니라 '미소중력'. 약간의 중력을 유지하는 상태입니다. 우리의 은하도 안드로메다 은하와 점점 가까워지는 중이죠. 지켜보기만을 결심하는 와중에도 데스티니 가사 후반부에서 '한 번 난 그녀를 막고 서서 빛의 반질 네게 주고 싶은데'라는 욕망의 확언이 드러납니다. 너를 손에 넣고 싶은 나도, 너를 지켜만 봐도 만족하는 나도 모조리 나 자신입니다. 둘은 모순되지만 같이 존재할수 있어요. 이 위태로운 궤도는 언제까지 유지될까요.
이런 점에서, 사실 데스티니 뮤비를 한 줄 요약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 살 수 없어.
그리고 당신 없이도 살 수 없어.
-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의 편지
P.S : 지수야 꽃길만 걷자!
17개의 댓글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poiiuu
국경꽃집
좋겠다
팔은 영어로 암
팔은 영어로 암
읽판 규칙인 음란물, 친목질, 광고 게시물, 도배, 과도한 어그로,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글 또는 짤
규칙어디에도 가수 리뷰 올리지 말란 소린 없습니다.
poiiuu
팔은 영어로 암
No028고지
묘묘묘
메론쥬스
이번 컨셉이나 분위기가
러블리즈의 발랄함이나 그런 이미지와 좀 안맞는다고 봄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번 뮤직비디오는 노래 가사랑 잘 맞고
노래 가사도 짝사랑 하는 사람을 굉장히 시적으로 잘표현한거 같음
우선 짝사랑하는 사람을 달로 비유한게 좋았던거 같음
보통 태양, 해 하면 이미지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인데
사랑에 있어 달의 그리움, 어둠(단점, 아픔)을 감싸는, 가려진 또는 은밀한 등의 이미지를 잘 표현한 듯
근데 러블리즈의 이미지랑은 안맞음
세그먼툼판다리아
GLaDOS
나도 러블리즈 노래 자주 듣는데 요번 데스티니는 평소 곡들이랑 느낌이 다른거 같아서 확 띄긴하더라.
트와이스도 좋고 오마이걸도 좋고 요즘 노래 풍년인 듯... 허허
스타로케이터
스타로케이터
스타로케이터
Infinity
대중성을 생각안하는게 조금 아쉽더라.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것 같아보이고
htthetet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