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G42
겉으로 보면 묘하게
G3 전투소총에서 탄창만 왼쪽에 꽂은 것처럼 보이는
오늘의 주인공
오늘은 이 소총과 경기관총 사이의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
1941년 크레타 작전이 벌어진 후
공수부대를 운용하던 독일군은 공수부대 전용 장비를 만들 생각을 한다
그 전까지는
베르사유 조약 때문에 전쟁 전까지 마땅한 전용 무장을 만들 여력도 없었고
막연하게 둘다 같이 투하하면 괜찮다는 생각으로
그냥 비무장 상태의 공수부대 따로 그들이 쓸 공용무장 따로 투하해서
부대가 낙하하면 같이 투하한 무기상자를 찾아
그 상자에서 무장을 챙겨 전투를 벌이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으니
크레타 작전 당시 14,000여명의 공수부대를 그렇게 떨어뜨렸다가
크레타 섬에 대기타고 있던 40,000명의 연합군에게 제대로 걸려서
3,000명이 넘는 공수부대원들이 순식간에 불귀의 객이 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그제서야 이들이 직접 들고 낙하산을 탈 수 있는
공수부대 전용 총기를 개발하기로 한다
이 계획을 주도한 자는
다름아닌 헤르만 괴링이었고
그는 이 총기의 요구사항을 엄청나게 빡빡하게 맞춰놓았는데
10발과 20발 탄창을 운용하도록 만들고
총의 전체 길이는 1m가 넘지 않아야 하며
Kar98과 비슷한 무게로 만들되 너무 무겁게 하진 말 것에
반자동 발사에는 클로즈드 볼트, 자동 발사에는 오픈 볼트로 동작하도록
만들어달라는 정신나간 요구를 해버린 것이었다
일단 1m 이내의 길이이자 Kar98과 비슷한 무게의 총에서
풀오토 모드를 요구한 것부터가 그때에는 장난이 아니었던게
지금이야 돌격소총이란 카테고리로 소총탄을 연사하지만
그 당시 풀오토라 하면
MP40 같은 기관단총이거나
MG34 같은 기관총들 뿐
소총 규격의 총으로 풀오토 사격을 한다는 것은 아직 먼 이야기인 상태였다
당시 저 조건은 그냥 경기관총을 소총 크기로 줄이란 소리
(Stg44는 개발 목적 자체가 소총탄 발사 기관단총이었다.)
그러나 이런 것을 한방에 묻어버리고도 남을 황당한 조건이
바로 마지막에 써놓은 조건
노리쇠가 후퇴 상태로 있다가 방아쇠를 당기면
그때 노리쇠가 움직여서 약실에 탄을 넣고 격발시키는
오픈 볼트 방식과
약실에 탄을 밀어넣은 상태에서 대기하다가
방아쇠를 당기면 그때 공이가 쳐서 쏘는
클로즈드 볼트 방식을 합치라는 조건이었다.
이는 사실상 두가지 작동 방식의 장점을 합쳐서
반자동 모드 = 저격총
자동 모드 = 전투소총 or 경기관총
으로 모드별로 총의 성격을 완전히 구분해서 운용하겠다는 소리였고
하나만 넣기도 빡셌던 회사들은 거의 다 GG치고 나갔으나
라인메탈 사 하나만 남아서 만들어낸 것이 FG42였다
이렇게 완성된 FG42는
사용탄약 - 7.92×57mm Mauser
장탄수 - 10발 / 20발 박스탄창
전체무게 - 4.5kg(초기형) / 4.9kg(후기형)
전체길이 - 937mm(초기형) / 1060mm(후기형)
총열길이 - 502mm
발사속도
분당 900발(초기형) / 분당 750발(후기형)
의 성능으로 개발되어
확실히 그들이 원하던 공수부대용 소총으로 완성되었다
일단 오픈 볼트를 통한 자동 모드에서는
7.92mm 마우저 탄을 분당 900발의 속도로 갈겨서 화망을 펼칠 수 있었고
그렇게 갈길 때는 오픈 볼트로 사격 후 빠른 냉각을 보장하여
어느 정도는 발열걱정 없이 쏠 수 있게 만들었다
거기에 클로즈드 볼트를 통한 반자동 모드에서는
야심차게 준비한 전용 스코프를 통해
어느 정도 저격수의 역할을 맡길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이런 놈이 길이는 1m가 안되고
무게는 Stg44보다 가벼워
충분히 들고 뛰어다닐 수 있을 수준이었다
이렇게만 보면 진짜 끝내줄거 같아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 평가가 깎이게 되니
첫번째가 반동 문제
규경은 같으나 장약량을 줄인 탄을 분당 600발로 쏘는 Stg44와는 달리
얘는 쌩 마우저 탄을 분당 900발로 쏘는 놈이었다
그래서 비슷한 무게과 길이를 가지고도 Stg44는 반동제어가 되었지만
얘는 그게 불가능했던 것
거기에 과도한 장약량으로 인해 화염도 커서
반동도 더럽게 심한 놈이 조준사격도 제대로 안된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두번째로는 무게 중심 문제
이 녀석은 길이를 어떻게든 줄이려고 해보다가 안되서
그냥 손잡이 바로 위에 탄창 삽입구를 달아버려서
영국의 어떤 분처럼 탄창이 왼쪽으로 삽입되는데
이렇게 만들어서 무게 중심이 왼쪽으로 쏠려버리게 만들었다
이렇게 되다보니
이 미친 반동이 더더욱 통제가 안되서
망한 정확도가 더 망하는 악순환이 벌어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뢰도와 가격
두가지 작동 방식을 작은 몸체에 쑤셔넣다보니
어떻게든 만들긴 했는데
복잡한 구조로 만들어져서
정작 써보면
고장도 잘나고 반자동 모드도 정확도가 영 안 좋을 정도로
신뢰도가 그닥이었고
생산비용도 많이 잡아먹게 되었다
이런 지적을 받은 라인메탈 사는
어떻게든 쓸만하게 만들기 위해
무게를 늘리고 연사력을 분당 750발로 칼친 후
손잡이를 개선해 쏘기 편하게 만들고 세부 구조를 다듬어
반자동 모드의 정확도를 끌어올린 후기형을 만들지만
이미 전쟁은 기울어져
그냥 쓰던 것들 쓰자 뭐하러 이거 쓰냐
하는 반응과 함께 찬밥신세가 되어버렸고
공수부대조차 크레타 섬 이후 제대로 된 대형 작전을 벌이지 않으면서
그냥저냥 운용되다가 종전을 맞이했다
이로 인해 45년 종전까지 뽑힌 댓수는 1만정도 안되었고
(많아보이지만 당시 공수부대원 전원에게 돌리지도 못할 정도로 적은 양이었다)
결국 독일의 몇몇 무기가 그랬듯
얘도 조금 뽑혀서 야금야금 소모되다가 전쟁이 끝나버린 무기의 반열에 올라
돌격소총의 시작이라는 영광스러운 이름을 받은 Stg44와는 반대로
그냥 덩치 줄인 경기관총 수준의 취급을 받게 되어버렸다
차회예고
Q - 폭격기를 보낼 수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독일군 - 폭탄에 날개와 엔진을 달아 날리면 됩니다
18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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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간호사
Fuschia
오아시스
Fuschia
등심거래
밀덕글은 닥추
닉네임이뭐요
Pajix
A TNT
일본군 - 폭탄에 사람을 넣고 날개와 엔진을 달아 날리면 됩니다.
BMO
똥나무장작
포토그래피
ㄴㅇㄹ
PainkilleR
독일과학력의 중추
시새끼
소총에도 큰 탄창 끼워서 쓰면 경기관총처럼 운용될수있지 않음?
년째 밀덕
요즘은 워낙 성능들이 좋아져서 별 차이는 없겠지만, 운용상의 차이로 구분되고 있음. 우리나라 군대 보직에서 자동소총수가 가끔씩 탄약 존나 많이 가지고 기관총의 분대지원역할을 맡기도 함.
천사들의변혁
돌려깎기
펭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