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1화. 모험의 시작

1. 모험의 시작

 

 

 

세계는 지금 마왕이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왕국에서는 이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각 마을마다 대표 용사를 육성하도록 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마을의 개수는 약 78여개. 따라서 78명 정도의 용사가 육성되었고, 그 정책이 실시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성년을 맞이한 용사 훈련생들은 이제 진짜 용사로써 모험을 시작한다.

 

마왕군에 대해선 사실 아직까지도 밝혀진 게 거의 없었다.

마물은 왕궁 마법사들의 배리어 밖에서만 서식하기에 일반 시민들은 마물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배리어 밖으로 나가서 돌아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기에 시민들은 절대로 배리어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았고, 심지어 용사의 동료로 육성 될 프리스트, 기사, 마법사들도 배리어 밖으로 나가는 건 어지간해선 금기시되고 있었다.

오직 한 직업, 성년의 용사만이 자유롭게 배리어 밖으로 나가는 것이 허락된 유일한 직업이었다. 성년식이 치러지는 오늘은 그만큼 용사 훈련생들에게 중요한 날이고, 잠정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각오를 해야 하는 날이다.

 

그리고 나는 용사다. 오늘 성년식을 치른다.

부모님은 울었고, 소꿉친구는 사랑을 고백했지만, 물론 거절했다. 눈에 익은 마을 사람들 모두 분명 기뻐해야 할 성년식에서 침울한 표정으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었다.

엄하게 가르치셨던 스승님마저 눈물을 흘리시는 걸 본 그 때야, 비로소 내게 무슨 일이 닥친 건가 실감이 났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나는 성년식의 마지막 차례를 앞두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성년식의 마지막 차례를 앞두고 이렇게 오랫동안 독백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는 혀에 달라붙는 씁쓸함을 뱉어내며, 하늘의 태양이 내 머리 위로 정확하게 솟아오른 이 순간. 나는 마지막 차례를 끝내기로 했다.

이라엘 프리스토. 준비 됐습니다. 모두 마지막 말을 해주십시오.”

아까까지만 해도 살랑이는 풀잎소리가 들릴 만큼 조용했던 식장은 금세 사람들의 말소리로 가득 찼다. 그 말의 대부분은 살아 돌아와야 해.’, ‘언제나 기다리고 있을 거야따위의 격려나 위로뿐이다.

5~6 분 간 그 말 들을 다 듣고 나면 다시 정적에 휩싸인다.

함부로 입을 떼기가 힘들 정도로 조용한 그 사이에서 나는 두 마디의 말을 해야 한다.

어머니, 아버지. 여태까지 게으름 피우면서 연습했던 거 정말 죄송해요. 방금까지도 제게 따뜻한 말씀 건네주신 거 정말 감사하구요. 사랑합니다. 그리고 스승님. 어제 마지막 검술 수련에서 처음으로 이겼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한 가닥 하신다는 스승님을 이긴 제자이니 믿어주시고 기다려주세요. 마지막으로 제니. 나도 좋아한다. 다른 남자한테 홀리지 말고 100밤만 세고 있어. 모두들 응원해줘서 감사해요. 노력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다. 주로 희망찬 말을 하는 게 원칙이다.

 

그리고 식의 마무리를 장식할 두 번째는,

루인하트 마을의 주민들에게, 용사의 이름으로 죄송합니다.”

지키지 못할 말을 한 것에 대한 사과를 하는 것.

이는 어떤 마을의 용사든 간에 무조건 해야 하는 유언이나 다름없다.

이 두 마디를 마치고 나면 용사는 앞에 있는 검을 뽑고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실드 밖으로 나가야 한다.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마을 사람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어야 하고, 마침내 완전히 실드에서 빠져나와야 식은 끝나게 된다.

나는 내 앞에 있는 검 루인하트를 보고 잠깐 숨을 고른 뒤, 손잡이를 힘껏 잡아당겨 땅 속에서 빼냈다. 검은 자기가 용사의 검이라는 걸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날에서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고, 땅에 박혀 있었는데도 흠집 하나 없는 모양새를 보고서 짧게 감탄을 하며 허리춤에 있는 칼집에 집어넣었다.

아까까지 샛노란 색이던 배리어는 내가 검을 넣자 은은한 랜턴 색으로 바뀌었다. 순간 이 신기한 광경을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호기심이 들었지만, 고개를 젓고 그 희미해진 배리어 속으로 몸을 옮겼다.

배리어를 통과할 때 나는 잠깐 눈을 감았다.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운이 들더니 이내 사라졌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봤다. 낮인데도 어두침침한 숲들이 시야를 한 가득 메우고 있었다. 뒤는……. 다시 샛 노란색으로 바뀐 배리어 때문에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었다.

정말 성년식을 끝냈다는 걸 절절히 느낀 나는, 칼집을 잡고서 숲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었다.

 

 

정말이지. 생애 최악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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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지만 판타지가 아닌 글?

2개의 댓글

2015.11.30
재밌네 ㅋㅋ 벌써부터 사망플래그야
그리고 난 위기에 빠진 판타지물이 좋더라 뭔가 절박한 느낌이 흥미진진해 더
0
2015.11.30
@zxcvas4001
꽤 전에 올린 글에 댓글 달아줘서 고맙당.
지금은 다른 데서 열린 단편제 글 쓰고 있어서 못 쓰고 있는데 이거 마치면 다시 쓸 거양!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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