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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문제로 고민

8e8bb762 2015.08.30 297
나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
 
나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내가 어렸을 때부터 식당을 운영하시다가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즈음 적자만 기록하던 식당을 정리하고 다른 일을 하셨어.
 
가게를 잃은 상심이 컸는지 매일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그 분노를 가족들에게 표출하셨지. 신체적인 폭력만 없었을 뿐 정서적인 학대를 동반한 가정폭력이었어. 
 
당장 생활이 어려워지자 어머니는 식당 사장님에서 다른 가게 일하는 아줌마가 되었지. 어머니는 12시간씩 일하며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생활을 녹록치 않았어.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에게 처음엔 미안한 감정을 느꼈지만 차츰 무뎌져 갔나봐. 그때 어머니의 귀가시간이 밤 11시 정도였는데 1분이라도 늦으면 집안이 난리가 났어. 지금 생각해보면 의부증인 것 같아. 그렇게 일도 안 하고 매일 술만 마시며 화를 내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지. 어머니는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도 남자가 돈이 없으면 기가 죽는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주무시는 머리맡에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올려두곤 했어. 그때는 어머니가 불쌍하다는 마음보다 저렇게 당하고 사는 모습이 답답하게만 느껴졌어.
 
몇 달을 그렇게 허송세월만 보내신 아버지는 무언가 결심하셨는지 일을 하러 가셨어. 처음에 시작한 일은 덤프트럭 운전기사였어. 큰돈을 고정적으로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서 일을 시작하셨지. 다들 알고 있듯이 덤프트럭 자체가 굉장히 비싸. 돈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은 볼보나 스카니아 차를 사거나 국산 덤프트럭을 사는데 당장 생활비도 마당에 어떻게 그런 것을 사겠어. 서로 없는 형편에 외가 쪽에서 돈을 빌려줘서 폐차 일보 직전의 차를 샀지. 아시아 자동차였을 거야. 처음엔 의욕이 넘쳐서 몇 번 죽을 고비까지 넘겨가며 돈을 벌어왔는데 그게 세 달도 체 가지 못했어. 수입이 점점 줄어들더니 힘들다며 귀찮다며 쉬는 날도 많아지고 결국 그만두셨어. 그 차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아버지의 이런 패턴은 이후에도 계속돼.
 
다음 시작한 일은 공장 일이었는데 거기서 자재를 차로 옮기는 일을 하셨어. 아버지께서 일하시는 공장에 가본 적이 있는데 정말 위험해 보였어. 아버지는 운전만 하면 되는 일이라고 괜찮다고 말씀하셨지. 그렇게 또 몇 개월을 열심히 일하셨어. 가계가 점점 호전될 것이라고 믿었었지. 애석하게도 그것은 착각이었지만. 아버지는 어느 날 노동자 인권이 어쩌고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며 노조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셨어. 노동조합에 근로연수는 무관하다지만 너무도 갑자기 그러셔서 가족들은 크게 당황했어. 노조와 연관될수록 수입이 줄어들었어. 일급이 아니라 월급이었는데 근로 일수로 급여가 결정되어서 이런 경향은 갈수록 심해졌지. 나중에는 벌이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어. 그러다가 노조 간부와 대판 싸우고는 직장을 그만두셨어. 제법 오래 다니나 싶었는데 역시나였지.
 
다음 시작한 일은 지하철 폐지 줍는 일이었는데 일주일도 못하고 그만두셨어. 남자가 이런 천한 일을 해선 안 된다는 이유였어. 해당 직종 종사자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아버지는 늘 그랬어. 어머니는 그때도 이집 저집 다니시며 열심히 일을 하고 계셨지. 생활비는 늘 쪼들렸지만 어머니의 수입 덕분에 살 수 있었어. 아버지는 어머니가 일을 하시는 것을 늘 곱지 않게 생각하셨지만 그러면서 건강 문제로 어머니께서 일을 쉬실 때면 대출 받을 궁리만 하셨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나 한결 같은지 모르겠어.
 
다음 시작한 일은 택시야. 지금까지 운전대를 잡고 있지. 늘 그렇듯 처음에는 2교대 근무를 혼자 하겠다며 밤낮 가리지 않고 돈을 버셨어. 그때는 웬만한 신입사원 월급 정도로 벌어왔으니까 좋았지. 그런데 지금은 또 그래. 택시가 내 몸을 망쳤다, 이건 중도동이다, 회사가 기사를 고려하지 않는다... 등등 운운하시더니 갑자기 또 노동조합에 가입하셨어. 지금도 열렬히 활동하고 계시지. 월급은 사납금을 제하면 아버지가 쓰시는 돈보다 더 적게 벌어 오셔. 얼마 전에는 어머니와 상의도 없이 술값으로 정말 어마어마한 돈을 썼지.
 
아버지께서 택시를 시작할 때 즈음 내 고교 생활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어. 나는 공부를 썩 잘하지 못했고 반에서 중간 정도 하는 학생이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가세가 기울어서 급식비 등 여러 가지 지원을 받았어. 그런데 교육부가 저소득층 학생을 대하는 방식은 그 시기의 청소년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지. 예를 들어 대한민국 의무교육은 중학교까지라서 고교 입학 시 등록금을 내는데 현수막 걸고 교장과 악수하는 장면을 찍어서 게시한다든지, 급식비 미납 학생을 방송으로 교무실로 부른다든지, 무상우유(매달 살균 팩우유 1박스)를 주는데 반 친구들이 다 있는데 교문을 벌컥 열고 우유 지원 받는 학생 어디 있냐고 찾거나... 성격이 소심해서 그런 사소한 일에도 마음에 상처를 받곤 했는데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어. 친구들이 많은 힘이 되었지. 아무튼 택시를 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그래도 늘 가족을 위해 뭔가를 하시는 모습에 감동했었지. 문제는 어이없게도 이상한 곳에서 벌어졌어. 나는 도보로 40분이 걸리는 등하굣길을 버스비를 아끼고자 걸어 다녔는데 어느 날 아버지께서 택시로 태워주신다는 거야.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타고 가는데 학교 근처에서 걸어가고 있던 내 친구를 발견했지. 난 창문을 열고 친구를 불러서 같이 타고 가자고 말했어.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갔더니 잔뜩 화가 나신 아버지께서 나를 앉혀 세웠지. 내가 벌을 받은 이유는 왜 쪽팔리게 학교 친구들한테 아버지가 택시 운전이나 한다고 소문을 내냐는 거였어. 물론 난 소문 낸 적도 없었지. 난 가난한 게 죄라고 생각하지 않아. 불편한 것뿐이지. 그런데 아버지는 아니었나봐. 그렇게 화내는 아버지는 오랜만이었지. 내게 택시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아버지의 기행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어. 내가 부산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으러 오라는 통보가 왔어. 그 당시에는 시력 기준이 엄격하지 않았나봐. 난 키가 188cm에 몸무게가 88kg 정도 나가는데 신체검사 결과는 4급이었어.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거야. 이 사실을 알리면 아버지께서 불 같이 화를 낼 게 뻔했기 때문에 병무청 직원에게 사정사정해서 교정용 안약을 넣고 다시 측정했는데도 난시 때문에 4급이 떴어. 안약 때문에 순간적으로 약시가 되었는데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얼마나 서러웠는지 몰라. 나는 현역으로 가고 싶었거든. 아니나 다를까 집에 도착해서 그 사실을 알리니 있는 욕 없는 욕을 다 퍼부으시더니 나를 폭행하기 시작했어. 그때가 내가 처음으로 맞은 날일 거야. 나는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이렇게 태어난 게 아닌데 아버지한테 맞으니까 정말 아픈 것보다 서럽더라고. 
 
그런 아버지 때문에 나안시력이 아닌 교정시력만 보는 장교에 지원했어. 대학교에 ROTC가 있어서 지원했고 몇 달 전 전역했지. 만약 장교가 되지 못했다면 자살했을지도 몰라. 집에서도 차라리 나가서 죽어라고 말했거든. 난 공익근무요원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아버지는 달랐어. 항상 나보고 나가 죽어라고 말씀하셨지. 내가 장교가 되고 전역하기 전까지 아버지는 나를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셨어. 나는 그때는 마냥 좋았는데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지.
 
장교가 되면 매달 봉급을 받는데 중위는 대략 150만 원 정도를 받아. 그런데 내가 입대하자마자 아버지께서 일을 안 하셨어. 노조에 본격적으로 가담하셨지. 생활비가 부족해지자 아버지는 내게 생활비를 부칠 것을 강요하셨어. 그렇게 매달 월급의 절반 이상이 생활비로 쓰였지. 올해 내가 전역했는데 전역 전과 후의 태도가 너무 달라. 지금은 전역한 지 2달 정도 되었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버지는 날 벌레 보듯 대해. 말도 안 걸고, 돈도 안 주면서 심부름을 시켜. 
 
난 대학교도 전액 장학금으로 다녔는데도 학자금 대출이 있었어. 아버지가 생활비를 달라며 생활비 대출을 해라고 협박했고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모르겠어. 그리고 내가 군 생활을 하면서 바친 돈까지 다 합치면 얼마나 될지 상상이 안 돼. 돈 관련 이야기만 하면 불 같이 화를 내며 자식새끼 키워봤자 소용없다고 말씀하시지.
 
요즘은 내가 집에 붙어 있는 걸 싫어하셔서 새벽에 눈 뜨면 여자친구 자취방으로 가서 그곳에서 공부를 하고 밤늦게 귀가해. 오늘도 집에 오는 길에 담배를 사오라고 했는데 늦게 사왔다고 날 타박하셨어. 정말 심란해. 한 마디라도 말대답을 하면 가족, 나이, 돈 운운하며 가슴을 찌르는 말을 해. 내가 돈을 못 벌어다 준 건 이제 겨우 두 달인데 말이야. 
 
아버지는 식당이 망하고 어떻게든 일을 해오셨어. 그런데 문제는 본인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사실이고, 자신이 위기의 순간에 가족을 위해 이 한 몸을 바쳤는데 자식인 너는 나이를 26살이나 처먹고 식량만 축내고 있냐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게 너무나도 싫어. 힘들어. 뜨거운 여름에 매일매일 뜨거운 솥 앞에서 일하시는 어머니가 불쌍해. 
 
뭔가 해답을 얻고자 적은 건 아니고 그냥 답답해서 적어봤어. 읽어줘서 고마워.

4개의 댓글

c2dd0584
2015.08.30
우리 아버지와 닮은 부분이 꽤 많다.
힘들었던 것도 우리 집과 비슷한 게 많고..
여러가지로 해 줄 말이 많다.
내 앞에 있었다면 두 손을 잡고 찬찬히 여러 얘기를 하고싶다..
그렇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걸 구구절절 말해도
결론은 하나야.

어머니와 함께 나와야한다.

어머니가 싫다하시면 일단은 혼자라도 거기서 나와야한다.

사람은 바꾸기 어렵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배가 계속 가라앉고있다.
가라앉는 배에서 모두 빠져 죽지말고
일단 나와서 숨돌리고 기반을 다지고
어머니도 꺼내라. 시간이 지나면 아버지도
감당할 수가 생길 수도 있다.

26살 정말 중요한 시기야.
아버지 요구 따라주기에 급급하면 더 꼬일 수도 있어.
당신은 이제 어른이야.
담배 심부름 돈 타박.. 계속 아버지란 존재에게
받지말아야할 언어폭력 더는 받아주지말고
더이상 가슴 찔리고만 있지마.
정때문에 착하고 선한 마음씨 때문에
옳은 판단을 못 해서는 안된다.

몇년 전 우리 남매는 그런 아버지를 결국 꺾어냈어.
아직도 우리 남매와 어머니를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옛날 보다 훨씬 평온하고 마음이 평안해.
0
34449026
2015.08.30
흠 난 23살이지만 내 아버지란 인간은 흔하다면 흔한 주폭이 심한 알콜중독자셨지 작은 동네에 누구나 하나씩은 있다는 그집이 하필 우리집이었고 아버지란 인간은 일주일에 술을 하루라도 안먹으면 이상하다 싶을정도로 술을 먹고 와서는 갖은 폭언욕설과 어머니와의 잦은 싸움 폭력이 이어졌지 4남매에 막내이자 늦둥이로 태어난 나는 항상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를 보며 눈물에 학창시절 내내 우울증 비슷한걸 시달렸지 어둑해지면 항상 심장이 자동반사적으로 뛰었어 그러면 어디선가 술에 취해 노래를 고래고래 지르며 오는 아버지가 오곤 했으니까
그 시절 내 꿈은 하루 빨리 어른이 되서 어머니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었고 그 꿈은 고등학교때 이루어졌지 내가 고등학교때 아버지는 환갑이셨거든 하.. 할말은 더 많지만 쓰자면 끝이 없어서 그만 적어야겠다 어쨋든 내 생각은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은 부모 취급을 하면 안돼
패륜적인 생각일지는 몰라도 인연 끊는게 나아 힘들겠지만 어머니를 설득해서 이혼하던지 별거를 하던지 괜히 고생하면서 마음고생하면서 살기엔
이 죷같은 인생이 더 힘들것같다
0
a31d2e05
2015.08.30
@34449026
부모자격이 없는 사람은 부모대접을 해주면 안된다.

동감.
0
a31d2e05
2015.08.30
내 아버지는 나한테 열등감이 있는 알콜중독자였어.

자식한테 열등감 있는 아버지라니. 믿겨지냐?

나도 지금 글을 쓰면서도 믿겨지지가 않아.


나는 공부를 꽤나 잘 했거든.

반면 아버지는 지잡대에 입학을 해서 어케어케 인서울로 편입한 분이셨지.

단 둘이 있을때면 나에게 공부잘하는것들이 운운하면서 언어폭력으로 열등감을 푸셨어.

어쩔때는 날 일부러 잠 못자게 하기도 하셨고.

이정도가 좀 특별한 나만의 사정이고, 나머지는 다른 알콜중독자를 둔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거야.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못하면 빨리 성인된 후 뜨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성인이 되자마자 아버지랑 떨어지게 되었는데 마음이 이렇게 편할거라고는 생각치 못했어.

야자가 11시에 끝나면 아버지가 자기를 기다렸다가 일부러 12시 넘어서 들어가던 생활이 얼마나 날 심적으로 갉아먹고 있었는지..


너 아버지는 내 아버지보다 더 심각하네.

최소한 내 아버지는 돈은 벌어왔거든.

가장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는 한 셈이지.


힘내고 어머니 설득해서 이혼->독립테크 밟는거 추천한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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