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헉’ 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방 안의 묵은 공기를 몰아내고 차가움이란 이름의 신선함으로 새로이 몸 속을 채운다. 평소에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그녀의 몸은 1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달리기에도 힘들다는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힘들기는커녕 오히려 즐거워 보인다. 빨간 불의 신호등의 앞에 도착해서야 겨우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빨간 광역버스가 지나가고 횡단보도 건너로 보이는 지하철 역 앞에 눈에 익은 빨간 머리가 보인다. 그녀는 신호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 핸드폰을 켜서 ‘늦어서 미안. 지금 횡단보도 앞이야. 금방 갈게’ 라고 메시지를 보낸 뒤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평소에는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금방 바뀌어버리는 짧은 신호등이건만 차가 열 대가 지나도록 바뀌질 않는다. 열다섯 대가 지날 즈음이 되어서야 반가운 초록색으로 바뀐다. 그녀는 그걸 보자마자 아직 채 가라앉지 않은 심장을 어쩔 수 없이 다시 한번 뛰게 한다. “미안…헉헉...많이 기다렸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자신의 앞에서 무릎을 짚고 서있는 그녀를 보고서는 그는 한숨을 푹 쉬었다. “열두 시까지 보기로 했는데 지금 몇 시야.” 한 두 번이 아니라는 듯 그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인다. 후 하고 내뱉은 담배연기가 주변사람들의 입김과 비슷할 정도로 하얗다. “으유, 또 담배야? 담배 좀 끊어.” 담배를 끊으라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알았어 알았어. 조만간.” “에휴, 알았어.” 하지만 그는 원래부터 신경 쓰지 않았다는 듯이 흡연을 마지못해 인정하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담배를 입으로 갖다 대었고 이번에는 그와 그녀의 입 모두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혹여나 바람이 들어올까 꽁꽁 싸매고 다니는 추운 겨울날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