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스압주의)리니지2 바츠 해방전쟁

출처 : http://tbfldk.egloos.com/tag/바츠해방전

 

 

 

현실시간 6년동안 벌어진 리니지2 바츠해방전쟁

  




제 1, 2차 바츠 해방전사 (1)

이 글은 리니지2 바츠 서버에서 일어났던 이른바 1,2차 바츠 해방전쟁의 중요한 사건들을 간략하게 정리한 글일 뿐이며, 결코 바츠 해방전쟁에 대한 모든 사실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 자료들의 링크때문에 글이 다소 산만하게 보일 지경입니다. 그러나 다소 산만할 정도의 링크를 각오하고서라도 근거를 제시함으로서 이 글을 읽는 분들 스스로에게 판단 여부를 맡기고 싶습니다. 또한, 객관적이라고 우길 생각도 없습니다. 객관적이려고 노력만 했습니다.)

 

 

 

0. 리니지2 이전의 DK.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리니지2라는 게임 속에서 5년에 걸친 긴 시간동안 계속되었던 바츠 해방전쟁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역 중 하나가 DK(Dragon Knight)혈맹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리니지 뿐만 아니라 다른 온라인 게임들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DK혈맹의 단결력은 어느 한 순간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DK혈맹의 기원은 리니지1 시절의 데포로쥬 서버에서 시작되었다. 리니지2에서 보인 DK혈맹과 마찬가지로 리니지1의 DK혈맹 역시 데포로쥬 서버의 모든 성을 다스린 지배 혈맹의 위치에 있었으며 훗날 리니지2에서 바츠 해방전쟁의 발발 계기가 된 사냥터 통제와 같은 배타적 독점 시스템을 강행하여 서버 내 타 유저와 혈맹들에게 많은 반감을 불러일으켜 수많은 전쟁을 치뤘다. 바츠 해방전쟁 당시에 보여줬던 특유의 단결력이 이 시기에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은데, 사냥터를 둘러싼 전쟁이 격화되던 시기에는 서버 내에서 반 DK의 세력 중 가장 강력한 Man of Oneway혈맹 및 그에 동조하는 구 DK혈맹을 탈퇴한 세력인 LK와 타 혈맹 연합과의 전면전(1, 2)을 치루면서도 흔들리는 일이 거의 없이 승리를 거두기도 했었다.

온라인 게임에서의 전쟁에서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캐릭터 간의 레벨이나 무기의 성능도 한 몫을 하지만 현실 세계의 전쟁과 마찬가지로 한 전투에 동원될 수 있는 인원(캐릭터)의 숫자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의 전쟁과 달리 물리적으로 참여를 강제할 수단이 없는 게임 상의 전쟁에서는 평소 혈맹원들과의 끈끈한 관계의 유지나, 오프라인 모임 등을 통해 단결이나 유대감을 강화하여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이런 온라인 게임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들을 DK혈맹은 이미 리니지1 시절의 오랜 전쟁을 통해서 이미 어느 정도 구축해놓고 있었다. 그것이 리니지2의 시작과 동시에 무서운 속도로 DK 혈맹이 전투 혈맹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어쨌든, 데포로쥬 서버의 모든 성과 사냥터의 정복에 성공한 DK혈맹의 장기 독재가 심화되고 그에 따른 유저들의 불만과 당시 온라인 게임 상에서 일어나는 PK(Player Kill) 행위에 대한 문제 의식의 대두로 인하여 개발사인 NC소프트의 무형의 제제가 가해지자 당시 DK혈맹을 이끌던 수뇌부들이 대거 리니지를 떠나 막 클로즈 베타 서비스가 개시된 리니지2로 자리를 옮겨 다시 한 번 DK혈맹을 창설하게 된다.

 

 

 

1. 클로즈 베타 서비스.

리니지1에서 압도적인 세력을 과시하던 DK 혈맹이었지만 막 클로즈 베타 서비스가 시작된 리니지2에서는 다른 혈맹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리니지1에서 막 넘어온 DK혈맹은 엘프 케릭터를 선택하여 엘프 마을을 본거지로 세력을 형성해나가기 시작했는데, 클로즈 베타 서비스 당시에는 다른 종족의 캐릭터가 타 종족의 마을이나, 대륙으로 넘어가는 것이 엄청나게 어려웠기 때문에 똑같은 마을에서 캐릭터를 만들어 플레이하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 대부분의 DK혈맹원들이 엘프 마을에서 세력을 키웠기 때문에 인간 종족의 본거지인 '말하는 섬'에서 성장하여 클로즈 배타 서비스 내내 DK혈맹과 전쟁을 치르게 되는 LOK(Legend Of Knight)혈맹을 효과적으로 견제하지 못했고 이는 이후 '최초의 3레벨 혈맹 달성'의 위업을 LOK혈맹에게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거의 대등할 정도의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DK혈맹과 LOK혈맹 양측 간의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LOK혈맹이 최초로 3레벨 혈맹을 달성한 일이 DK혈맹에게 달가울 리 없었다. 그런 와중에 얼마 지나지도 않아 DK혈맹의 심기를 건드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리니지2를 플레이하던 유저들이 많이 모여있던 플레이포럼 사이트의 메인 뉴스로 DK혈맹이 최초로 잡은 여왕 개미를 LOK혈맹이 최초로 잡은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기사가 올라온 것이다. 더구나 그 뉴스를 작성한 기자가 LOK혈맹 소속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이 사건을 계기로 DK혈맹은 LOK혈맹과 전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DK혈맹과 LOK혈맹의 기싸움이 왜곡된 기사로 인하여 폭팔한 싸움으로 비춰졌지만 실상은 DK혈맹과 LOK혈맹 간에 여왕 개미가 트롭하는 (당시 기준으로) 양질의 아이템을 독점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으며(1, 2, 3) 결국 이 전쟁 이후 타 혈맹원들이 여왕 개미를 잡기 위해서는 LOK나 DK혈맹 양측의 양해를 구해야 했기에 LOK혈맹과 DK혈맹의 강력한 부정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졌다.

결국 여왕 개미를 둘러싼 통양측의 전쟁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는 일반 유저들의 항의가 게임 뿐만 아니라 플레이포럼 게시판을 가득 채우자 얼마 있지 않아 DK혈맹 측에서는 전쟁 종료와 일반 유저를 대상으로 한 사과문을 올려 일을 마무리지었으나, 사과문이 무색하게도 며칠 후 엘프 던전에서 DK혈맹원과 유저간의 사냥터 자리로 인한 싸움이 벌어졌다. DK혈맹의 군주인 산하는 자초지종을 확인한 후 사과 및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밝혔으나 얼마 전에 있었던 여왕 개미로 인해 벌어진 LOK혈맹과의 전쟁으로 인해 극도로 나빠진 DK혈맹의 이미지와 일반 유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반론으로 인해 유저들은 공공연히 DK혈맹과 군주인 산하를 비난한다. (1, 2, 3) 산하는 이 일이 있은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리니지2를 그만두게 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그 후, DK혈맹과 그 휘하의 여러 혈맹들은 공성전 시스템의 등장 후 첫번째로 선보인 글루디오 성의 공성을 성공시켰으며(최초 각인은 DK와 동맹을 맺은 혈맹인 제네시스 혈맹에서 성공) 또한 클로즈 베타에서 등장한 마지막 보스 몬스터인 '코어'를 최초로 쓰러트려 클로즈 베타 서비스 내에서 최강의 혈맹이라는 것을 모든 유저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러나 라이벌 혈맹인 LOK역시 DK혈맹과 함께 연합하여 글루디오 공성전에 참전하거나 DK연합 측에서 100명 이상이 동원되어 힘겹게 쓰러트린 코어를 단지 23명으로 쓰러트려 DK연합 못지 않은 세력을 과시했다. 어느 한 쪽이 한 쪽이 게임 내에서 업적을 이루어내면 다른 한 쪽이 곧바로 따라잡는 식의 기싸움이 계속되었다.

 

클로즈 베타 서비스가 시작될 당시부터 라이벌인 DK연합과 LOK혈맹 양측 모두 상대방을 먼저 거꾸러트리지 않으면 쓰러지는 건 자신들 쪽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게임의 이상 유무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인 클로즈 베타 서비스의 특성상 게임 시스템은 저레벨에 맞춰져 있으며 고레벨이 된 유저를 위한 사냥터가 용의 계곡과 크루마 탑 밖에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레벨업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쪽을 완전히 쓰러트리는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중 크루마 탑은 좁은 통로를 통해 몬스터가 나오는 방들이 이어진 형태였기 때문에 어느 한 혈맹이 몬스터가 나오는 방을 차지하고 무한히 눌러앉아 같은 혈맹원과 방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권한을 번갈아 넘겨받으면 거의 무한정 사냥이 가능한 형태였는데 DK연합과 LOK연합 간의 크루마 탑을 둘러싼 전면전 역시 이 방의 사냥 권한을 차지하기 위한 세력 다툼이었다. 처음에는 DK혈맹과 LOK혈맹이 아닌 두 혈맹의 동맹 혈의 다툼 싸움에서 시작되었으나(1, 2) 양측의 싸움은 곧 DK연합과 LOK연합의 전면전 형태로 커져나갔다. 초기에는 크루마 탑의 지리적 특징을 이용하여 입구를 틀어막고 좁은 길을 통해서 진격하는 DK연합군들을 하나씩 사살하는 LOK연합이 우세하였으나 DK혈맹도 곧 탑 입구를 봉쇄한 체 장기전을 펼쳤고, 탑을 둘러싼 전쟁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자 양측 모두 게시판을 통한 여론 몰이에 집중했다.(1, 2, 3) 그러나 DK연합은 LOK연합 혈원들이 대부분이 잠든 새벽 시간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크루마 탑으로 진격해 들어가 경비를 서고 있던 소수의 LOK혈원들의 저항을 물리치고 탑을 점거하는데 성공한다.

 

이 전쟁 이후 기세가 한 풀 꺾인 LOK혈맹은 산발적인 개릴라 활동을 펼치며 저항하였으나 이미 기세가 오른 DK혈맹을 저지하진 못했고, 두 혈맹 간의 전쟁으로 인해 군소 혈맹이나 일반 유저만이 이 두 혈맹의 싸움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1, 2, 3) 그 후 LOK혈맹은 동맹을 재정비하여 6월 들어 패치된 혈맹 간의 공성전에서 중립 혈맹과 DK연합의 견제를 뿌리치고 첫번째로 글루디오 성을 차지하는데 성공하였지만, 두번째 공성전에는 성을 차지하려는 DK혈맹에게 패배하여 성을 다시 내주고야 만다. 이 글루디오 공성전의 승리는 사실상 클로즈 베타 내내 계속되어 온 LOK와 DK혈맹 간의 세력 다툼에서 DK가 완전한 승리를 거둔 것을 의미하며 클로즈 베타 서비스가 종료된 이후 LOK혈맹은 1서버인 바츠 서버를 선택한 DK혈맹과 다른 2서버 지그하르트를 선택해 DK혈맹과의 교전을 피하게 된다. (여담이지만, 이후 LOK혈맹은 2서버에서 최강의 전투 혈맹이 되었다.)

 

클로즈 베타 서비스부터 DK혈맹은 리니지1에서 조직된 단결력을 바탕으로 위협적인 LOK혈맹과 끈질긴 싸움 끝에 클로즈 베타 서비스에서 유일무이한 최강의 혈맹을 완성시켰으며 클로즈 베타에서 이미 만들어진 리니지2의 경험과 조직된 혈맹 체계로 오픈 배타에서도 사실상 최강의 혈맹의 자리를 예약받은 것과 마찬가지었다. 또한 오픈 배타에서 견제 세력이 될 수 있었던 LOK혈맹마저 DK혈맹과의 교전을 피해 타 서버를 선택함으로서 바츠 서버를 선택한 DK연합 혈맹의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세력은 아무도 없었다. 훗날 보여준 DK혈맹의 폭압적인 정치는 이미 클로즈 베타 서비스가 종료됨과 동시에 예견되었던 것이다.

 

 

 

2. DK 독재 시대.

2003년 7월 6일. 리니지2의 오픈 베타 서비스가 6개의 서버로 시작되었다. 클로즈 베타 서비스에서 최강의 혈맹으로 자리를 잡은 DK연합은 일부 동맹 혈맹을 제외하고는 오픈 베타와 동시에 1서버를 선택하였는데, 온라인 게임에서 1서버는 가장 많은 유저들이 몰리는 서버이며, 그만큼 게임상의 아이템을 현금화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벌어질 DK혈맹의 노골적인 사냥터 통제와, 통제에 반대하는 수많은 혈맹들과의 싸움은 바로 이런 현실적인 이익이 되는 아데나(리니지 게임상의 통화)와 아이템들의 독점을 위한 행위에서 비롯된다. 당시에는 아이템의 현금 거래에 대한 인식이나 법안이 마련되어있지 않은 시절이었으며(현재는 직업적 작업장을 제외한 일반 유저의 아이템 현금 거래는 법적으로 인정된 상태다.) 특히나 아이템 현금 거래라는 시스템을 최초로 확립시켰던 리니지1의 후속작이었기 때문에 신규 유저가 가장 많이 몰리는 바츠 서버의 사냥터를 장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나의 캐릭터나 혹은 어떤 혈맹의 힘만으로 하나의 서버를 완전히 장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며 클로즈 베타 시절에도 그랬듯 DK혈맹과 같은 강력한 혈맹의 대두는 필연적으로 LOK혈맹과 같은 막강한 견제 세력을 불러오게 된다. 그렇기에 DK혈맹은 게임 초기부터 클로즈 베타 시절부터 이름을 떨친 혈맹원들의 빠른 레벨업을 독려하며, 게임 초반의 우위를 영구적으로 확립시키기 위해 강력한 혈맹과의 공조를 통해 게임 초기부터 바츠 서버의 지배권을 확고히 하기 위한 시도를 계획한다. DK혈맹에 의해 포섭된 혈맹은 클로즈 베타 서비스 시절부터 공조를 이어온 제네시스 혈맹과 신의기사단 혈맹이었다.

클로즈 베타 서비스부터 있었던 DK연합의 사냥터 통제가 오픈 베타에서도 그대로 이어지자(1,2,3) 바츠 서버에 존재하던 군소 중립 혈맹이나 일반 유저들은 산발적으로 저항하였으며(일부 유저들이 DS혈맹을 창설하여 대항하기도 했다), 개인 유저들이나 군소 혈맹들은 영웅적인 싸움을 벌이기도 하였으나 클로즈 베타 서비스부터 구축된 강력한 DK연합에게 대적하는 것은 중과 부적이었다. 다만 이 싸움이 전혀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전쟁을 통해 뭉쳤던 일부 인원들과 DK혈맹 측의 아키러스 고문(당시)와의 다툼으로 인해 혈맹을 탈퇴한 인물들이 모여 훗날 1,2차 바츠 해방전 동안 DK연합과 맞서 싸우는 구심적 역활을 하게 되는 '붉은 혁명'이라는 혈맹을 창설하는 기반을 닦게 된다.

 

몇 번의 싸움 끝에 작은 혈맹이나 개개인의 힘으로는 DK연합을 저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유저들은 이때부터 DK연합을 견제할 수 있는 연합 세력을 구축하자는 제안(1,2,3)을 내놓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당시까지만 해도 일반 유저들은 DK연합에 대해 눈쌀을 찌푸리긴 했지만 서비스 초기의 저레벨 유저가 대부분인 상태인 바츠 서버의 유저들에게 크루마 탑과 용의 계곡 분쟁은 채감하기 힘든 횡포였기 때문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정작 중립 혈맹이 본격적으로 연합 세력을 이루게 된 계기는 DK혈맹이 운영한 일명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의 운영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분조위라는 명칭과는 달리 사실 이들이 하는 일은 DK연합과 타 혈맹간에 다툼이 일어날 경우 상대편 혈맹의 캐릭터를 일방적으로 살해하는 DK의 무력 전담반이었다. 리니지2의 게임 시스템 상 일반 플레이어가 타 플레이어를 공격할 점점 카오 성향이 올라가면서 게임상의 많은 불이익을 받게 되는데 이들은 애초에 그런 불이익을 감수한 체 DK연합에 반항하는 세력을 없애는 역활을 전담하도록 계획적으로 조직한 집단이었으며, 거기에 그치지 않고 혈맹 간의 전쟁과는 전혀 상관 없는 일반 유저를 무차별 학살하는 등 그 만행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1,2,3,4) 이들의 횡포는 일명 장학 퀴즈 사건으로 특히 유명하며 (게임상의 중립 유저에게 접근해 일방적으로 문제를 내고 대답하지 못하면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작업장에서 아데나를 버는 중국인 유저'이라고 몰아붙여 죽이는 행위) 이동 속도가 느린 드워프 여성 캐릭터에게 "10초의 시간을 줄테니 도망가라"는 식으로 조롱하며 쫓아가 죽이는 등. 일반적인 유저의 눈으로 볼 때 도저히 참아줄 수 없는 행위를 일삼고 다니는 이 분조위는 바츠 서버에서 DK가 벌이는 횡포의 대명사이자 일반 유저들이 DK연합을 적대시 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결국 04년 1월 하순 경 클로즈 베타 서비스 당시의 LOK연합 이래 최초로 DK연합에 맞서 싸우는 거대 연합인 '올포원(All for one)'이라는 연합 혈맹이 창설된다. DK연합과 전쟁을 벌이다 패배한 드림 혈맹, DS혈맹을 비롯한 인원이 참여한 올포원의 창설에 타 서버의 게이머들에게서까지 격려가 밀려오는 등 일반 유저들의 환호를 받았으며(1,2,3,4) 훗날 바츠 대전쟁에서 실질적 전력은 물론 바츠 연합군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등, 바츠 해방전의 상징이 되는 '내복단'의 전신이 이 시기를 기점으로 최초로 생겨나기 시작했다.(1,2,3,4,5,6) 유저들의 지지를 얻은 올포원은 그 기세를 등에 업은 체 DK동맹에게 전쟁을 선포하고 그들이 완전히 점거한 용의 던전에 진격해 전투를 벌이게 된다. 그러나 혈맹이 창설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올포원 혈맹이 맞서 싸우기에는 DK연합의 위력은 너무나 막강했다. 더군다나 아직 올포원이나 DK연합 중 어디에도 가담하지 않은 체 중립을 고수하는 혈맹도 많았으며 후에 1차 바츠 대전쟁 당시 연합의 중요 세력으로 떠오르게 되는 Harry Potter(해리 포터)혈맹도 이 당시에는 고집스러울 정도의 중립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중립의 행위에 반발하는 유저들도 많았으나(1,2) 한 번의 전쟁 패배가 곧 서버 이전, 혹은 혈맹 해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리니지2. 그리고 바츠 서버의 현실상 중립을 지키며 사태를 관망하는 중립 혈맹의 행동을 비난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시종 불리한 와중에도 버티고 있던 올포원 동맹이었지만 때를 맞춰 어이없는 사건이 일어난다. 올포원 총군주인 '귀존'이 혈맹레벨을 5로 올리기 위해 게임상에서 데이터를 작성하다 실수로 혈맹을 해산시켜버린 것이다. 놀란 귀존은 즉각 GM(운영자)에게 문의하여 수정을 요청하였으나 GM은 그 요청을 거부하였고 (워낙 어이가 없는 사고라 DK측에서도 GM에게 복구 요청을 했다는 일화가 있으나 당사자의 글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로서 리니지2 오픈 베타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공성전에서 성을 확보해 DK연합을 억제하려던 올포원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야 말았다. 올포원 혈맹이 사라진 DK혈맹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그동안 암묵적인 공조체제를 구축해오던 정과 위너스 혈맹을 DK연합에 가입시켜 총 5개 혈맹이 뭉친 거대 연합으로 거듭났으며 결국 공성전이 시작된 2월 15일. DK연합은 왕성인 아덴성을 제외한 모든 성의 공략에 성공한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리니지2의 왕성인 아덴성만은 붉은 혁명을 주축으로 하는 바츠 동맹군이 결사적으로 DK연합의 공성을 저지하여 리니지에 존재하는 다섯 개의 성이 모두 DK연합에 넘어가는 일만큼은 간신히 막아내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최초의 반 DK연합이었던 올포원 혈맹이 사라진 후 바츠에는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1,2,3) DK에 대항한 혈맹은 무자비한 보복을 받았다.실제로 이 시기를 기점으로 많은 유저들이 1서버를 이탈하여 타 서버로 이전을 하곤 했는데(1,2,3,4) 그런 암울한 시기에도 단 하나의 희망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과거 연합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일반 유저 및 중립 혈맹, 그리고 아키러스의 방침에 반발해 DK에서 탈퇴한 인원들. 마지막으로 위너스 혈맹이 DK연합에 들어갈 당시 그에 반발해 이탈한 인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붉은 혁명과, 올포원 시절부터 계속해서 DK혈맹에 저항해 온 리벤지스 혈맹의 놀라운 분투였다. 연합을 구성하지 못한 체 고립되어 절망적인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도 붉은 혁명과 리벤지스의 분투는 DK혈맹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DK의 악명 높은 무력 집단인 "분조위" 파티와 교전하여 그들을 전멸시켜버리거나 DK가 완전히 장악한 용의 계곡의 깊숙한 곳까지 몰래 침투하여 게릴라를 펼치기도 한 (1) 붉은 혁명의 싸움은 DK연합의 일원조차 경탄을 내지를 정도였다. 그런 인상적인 분투로 인하여 그들은 DK연합의 압제에 신음하던 바츠 서버 유저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는데(1,2,3,4,5), 그런 성과의 뒷편에는 카오 상태를 불사한 체 싸움에 임하는 붉은 혁명의 군주 soo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인 soo가 너무나 많은 카오 수치로 정상적인 전투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하자 현금으로 타 캐릭터를 구입하여 DK연합과의 싸움에 임할 정도로 결사적이었다, 붉은 혁명, 리벤지스의 노력과 서버 이전 대신에 끝내 남아 싸우기로 선택한 소수의 혈맹으로 인해 거의 붕괴되어가던 반DK측은 겨우 명목으로나마 세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무도 상황이 호전될거라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4월이 가고 5월로 접어들자 상황은 거짓말처럼 변화한다.

 

3. 붉은 혁명의 기란성 점령 사건.

리니지2 세계에서 성을 차지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성을 통해 벌어들이는 아데나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얻는 현실적인 수익 외에도 리니지2의 서버 내에서 지배적인 세력을 가진 혈맹 중 하나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2월 15일 상용화 서비스 이후 최초로 공성전이 시작되었으나 앞서 말했다시피 바츠 서버에서는 DK연합의 혈맹이 아덴성을 제외한 모든 성을 차지하고야 만다. 타 서버에서는 지배적인 세력을 가진 혈맹과, 그 혈맹에 도전하는 세력들이 성을 나누어 함락시켜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을 맞추게 되었으나 유독 바츠 서버에서만큼은 DK혈맹이 아덴성을 제외한 모든 성을 합락시켜 바츠 연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전력적 우위만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데 불과했다.

그러나 붉은 혁명과 바츠 연합은 DK연합의 아덴성 공략만큼은 필사적으로 저지하는데 성공한다.(1,2,3,4) 성 시스템이 패치된 직후 특정 혈맹의 소유가 아닌 상태의 성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NPC 캐릭터들을 물리쳐야만 하는데 DK연합은 이 이 NPC를 뚫는 동시에 공성을 저지하기 위해 달려드는 바츠 연합과도 싸움을 벌여야 했던 것이다. 이들의 강력한 견재 때문에 전 서버의 유저들이 공성전을 실험하기 위해 모인 테스트 서버에서는 그들을 모두 물리치고 아덴성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던 DK연합이 정작 자신들의 본 서버인 바츠 서버에서는 공성을 성공시키지 못한 체 리니지2 최초 아덴성 공성의 영광을 7서버에게 빼앗기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충분히 아덴성을 합락시킬 힘이 존재함에도 DK연합이 5월이 다 되어서까지도 아덴성을 차지하지 못하는 것은 말했다시피 붉은 혁명과 바츠 연합의 게릴라의 역활이 컸다. 하지만 DK연합의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아덴성을 제외한 4개의 성 모두를 DK연합이 차지했기 때문에 일어난 부작용으로아덴성과 공성 날짜가 겹치는 성의 혈맹은 DK연합을 도와 아덴성 공성에 충분한 병력을 투입할 수가 없었다. 붉은 혁명과 바츠 연합은 이 점을 간파하고 있었다. 공성전 시기가 올 때마다 DK연합이 차지하고 있는 성에 공성 등록을 하여 DK연합 측의 인원 중 상당수를 성을 지키는데 투입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놓고 정작 공성전 시기가 되면 공성 등록한 성에 나타나기는 커녕, 모든 병력을 아덴성에 집결시켜 전력이 반토막난 DK연합을 공격했다. 강력한 NPC와 수성에 대한 부담, 그리고 붉은 혁명과 바츠 연합의 견제에 DK연합은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아덴성을 차지하지 못한 체 지지부진한 싸움만을 계속할 수는 없었다. 한 번의 공성전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은 매우 많고 각 혈맹원들이 소비하는 아데나도 무시할 수가 없다. 성을 차지하고 있다면 성에서 걷어들이는 세금을 공성이나 수성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정작 DK동맹의 맹주라고 할 수 있는 DK혈맹은 아직까지 단 하나의 성도 얻지 못한 상태였다. 이것이 DK혈맹의 조바심에 불을 질렀다.

 

2004년 5월 08일. DK연합은 모든 혈맹원들을 대대적으로 동원하여 아덴성 공략에 나선다. 이번 공략에는 그 동안 기란성을 지키느라 공성전에 인원을 보낼 수 없었던 신의 기사단 혈맹도 소수의 인원만을 남겨둔 체 DK연합을 따라 아덴성 공성에 참전한다. 아덴성을 지키는 NPC캐릭터의 하양 패치에 따라 DK혈맹 측은 이번에야말로 성공할 거라는 자신감에 부풀었으나, 어째서인지 공성 때마다 저지하려고 애쓰던 붉은 혁명의 모습이 그 날 따라 보이지 않았다.

그 시각. DK연합이 아덴성에 대한 공략을 개시한 그 순간에 붉은 혁명은 기란성에 있었다. 그동안 공성 등록만 한 체 정작 기란성에는 나타나지 않고 DK연합의 아덴성 공성만 저지하던 붉은 혁명의 행동은 이 기습을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것이다. DK연합 혈맹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자랑하는 신의 기사단 혈맹이었지만 주력 인원들이 모두 아덴성 공성에 참가했기 때문에 성을 지키는 인원의 숫자는 예전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어 있었다.

그러나 불과 50명에 불과한 붉은 혁명은 숫자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위협적인 신의 기사단 혈맹의 저항에 쉽게 성 안으로 진입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붉은 혁명 측은 무작정 돌격하기보단 기란성 공성 전장 근처까지 적 파티를 유인한 후 곧장 추격해온 신의 기사단 혈원의 보라 상태를 유도하여 힐러를 일점사로 쓰러트리는 방식으로 신의 기사단 혈원의 상당 수를 쓰러트리고 성을 차지하는데 성공한다.

붉은 혁명 측이 기란을 장악하는데 성공했을 때 쯤, 드디어 DK연합 측에서도 숙원이었던 아덴성 공략을 성공한다. 하지만 기란성을 수성하고 있던 신의 기사단 인원으로부터 날아온 급보는 DK연합의 안색을 변하게 만들었다. 기란성이 붉은 혁명에게 함락된 것이다. 그 소식에 DK연합은 파티를 정비할 시간도 없이 최소한의 인원만 아덴성에 남긴 체 기란성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기란성을 잃어버린 신의 기사단과 DK연합은 사냥꾼 마을에서 달려서 기란성까지 올 수 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이동하는데 적잖은 시간을 소모하였으며, 이미 바츠 연합 측에서도 붉은 혁명을 지원하기 위해 달려와 기란성 근처까지 도착한 상태였다.

잠깐의 정비를 마친 후 DK연합이 기란성으로 재진입을 시도했다. 불과 50명의 인원으로 기란성 외성문을 타고 앉은 체 싸울 수는 없다고 판단한 붉은 혁명 측은 외성을 포기하고 내성문에 집결하여 접근하는 DK동맹 측을 쓰러트렸다. 바츠 연합도 이 때 기란성에 도착하여 성 안으로 진격하려는 DK연합을 공격하기 시작했으나 숫자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나마 공성전 규칙상 DK연합이 아덴성에 공성 등록을 해둔 상태였기에 기란성에서는 진지를 세울 수 없어 죽으면 사냥꾼 마을로 다시 귀환하여 사실상 전선에서 이탈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성 밖에 포진한 DK연합 중 일부는 그들을 뚫고 성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려는 바츠 연합을 막고, 또 일부는 내성으로 쏟아져 붉은 혁명을 공격했다. 300명이 넘는 DK연합의 숫자에 밀려 붉은 혁명은 각인실 근처까지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각인을 시도하려는 DK연합의 군주들을 붉은 혁명 측은 죽음과 부활을 수없이 반복하며 끝까지 저지한 끝에 아슬아슬하게 빼앗은 기란성을 지켜내는데 성공한다. 이 날은 DK연합 측이 아덴성을 차지한 기념할만한 날이었지만 기란성을 빼앗은, 바츠 연합 측에서도 기념할만한 날이 되었다. 그리고 그 동안 숨죽여 DK의 횡포에 떨고만 있던 바츠 서버의 일반 유저들은 붉은 혁명의 승리에 열광적인 환호를 보낸다.(1,2,3,4,5,6)

붉은 혁명의 총군주 '에이스 해결사'는 기란성을 점령하고 난 직후 기란성의 세율을 '붉은 혁명이 기란성을 차지하고 있는 동안은 0%로 고정한다'고 발표했다. DK연합군이 장악한 모든 성의 세율이 10~15%에 육박했다는 것을 가늠할 때 이것은 파격적인 퍼포먼스였으며 동시에 일반 유저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치적인 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붉은 혁명은 2주 후에 있을 공성전에 DK연합에 맞서 중립 혈맹들이 가세해 줄 것을 게시판을 통해 요청하기도 하였고, 그에 호응하여 많은 유저들이 붉은 혁명에 가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다.

 

비록 아덴성을 함락시키는데 성공했지만 붉은 혁명의 기습에 기란성을 빼앗긴 것은 DK연합에게 치욕적인 일이었다. 리니지2의 성 중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던 기란성을 빼앗겨 생긴 수입 감소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바츠 서버의 모든 성을 자신들의 지배 아래 두겠다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그리고 2주일이 지난 후, DK연합은 압도적인 전력을 모아 다시 한 번 기란성을 탈환하기 위해 공격에 들어간다. 붉은 혁명도 적의 침공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바츠 연합 및 지원병으로 참전한 일반 유저(1,2,3)들과 함께 DK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DK연합의 공격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애초에 기란성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붉은 혁명의 전력적 우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기습을 통한 점거라는 성향이 강했던 만큼, 좋건 싫건 전면전을 회피할 수 없는 수성의 입장이 된 붉은 혁명과 바츠 연합은 공성전 내내 일방적으로 DK연합의 숫자에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공성용 골렘을 3기나 앞세우고 진격한 DK연합 앞에 연합은 수 없이 경험치 하락을 반복하며 결사적으로 버텼으나 끝내 공성 시간 19분을 남겨두고 DK연합에게 기란성을 도로 내줄 수 밖에 없었다.

DK연합에게 기란성을 다시 빼앗긴 일은 이제 막 기세를 올리고 있던 저항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었다. 유저들 사이에선 기란성을 다시 빼앗긴데 대한 한탄(1,2)이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붉은 혁명의 초대 군주이자 기란성 습격 사건의 혁혁한 공을 세웠던 반 DK연합의 선봉장 soo는 수성 실패의 책임을 지고 붉은 혁명을 떠나기에 이른다.

 

결국 기란성 습격 사건은 DK연합의 반격으로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앞으로 벌어질 바츠 해방전 발발에 신호탄을 쏘아올린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바츠 서버의 역사에 큰 이정표를 세운다. 기란성 수성을 위해 모인 중소 혈맹들이 수성 실패 후에도 흩어지지 않고 그대로 바츠 연합에 가세함으로서 그 동안 붉은 혁명, 리벤지스, 더킹, 하드락, 수원성 등 몇 개의 혈맹들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던 바츠 연합이 실질적인 저항 세력으로서의 힘과 조직력을 가지기 시작한다.

 

 

4. DK연합의 분열과 제네시스 혈맹의 바츠 연합 합류.

한편, '기란성 습격 사건'으로 인해 바츠 해방의 기치를 내걸고 DK와 싸울 것을 천명한 연합의 깃발 아래로 그 동안 DK에 횡포에 짓눌려 숨죽이고 있던 중립 혈맹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하자 DK연합 측에서는 위협을 느꼈다. 아직까지는 DK연합의 힘에 비할 수 없었지만 타 서버에서 일어난 전래를 거울삼아 바츠 서버를 지배하는 자신들에 맞서 연합 및 중립 세력들이 힘을 모아 대항한다면 그들로서도 언제까지나 힘의 우위를 과시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DK혈맹의 총군 shadow여솔은 이런 바츠 연합의 세력 확장을 우려하고 일찌감치 그들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결심한다.

리니지2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세력 다툼은 사냥터의 자리를 위한 다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사냥터의 확보는 일반 유저에게나 혈맹에게나 중요한 요소였다. 바츠 서버에서 강한 세력을 가진 혈맹들은 사냥터의 특정 지점을 점거하고 그 지역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들을 사냥할 수 있는 우선적인 권리를 주장하는게 불문율이었는데, 당시 '오만의 탑' 등의 사냥터가 업데이트 되지 않았던 시기에 고레벨로 가기 위한 필수적인 사냥터였던 '용의 계곡'은 DK연합 소속 혈맹들이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붉은 혁명에서 기습적으로 벌이는 게릴라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바츠 연합은 용의 계곡에는 발도 들여놓지 못한 체 '실렌의 봉인'의 몇몇 구역을 나눠가진 체 어렵게 레벨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무력으로 실렌의 봉인에서 바츠 연합을 몰아낼 수만 있다면 사냥터를 잃은 연합은 DK연합에 항복하거나 서버를 이전할 수 밖에 없을 상황이었다. DK의 총군주 shadow여솔은 그것을 노리고 'DK혈맹원들이 실렌의 봉인이 아닌 타 사냥터에서 사냥을 할 경우 혈맹에서 강제 탈퇴시킨다.'라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혈맹 내의 모든 힘을 결집시켜 실렌의 봉인을 점거한 바츠 연합을 몰아내기 위해 움직였다.

거기에 맞서 바츠 연합 측도 최후의 보루인 실렌의 봉인을 지켜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DK혈맹의 막강한 공격 앞에서는 속수 무책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DK혈맹은 실렌의 봉인을 완전히 점거하는데 성공했고, 근거지를 잃은 바츠 연합은 최악의 위기에 몰린다. 이 시기의 바츠 연합이 처한 상황이 어느 정도였냐면, 반 DK연합의 선봉에 섰던 붉은 혁명조차도 서버를 이전한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만약 얼마 뒤에 일어날 제네시스 혈맹과 DK연합의 분열이 없었다면 이 시점에서 바츠 연합군은 공중 분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DK혈맹의 '실렌의 봉인 토벌'은 처음부터 상당한 무리가 뒤따르는 작전이었다. 일단 실렌의 봉인이라는 사냥터 자체가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용의 계곡을 점거했었던 DK혈맹원들에겐 전혀 만족스러운 곳이 아니었다. 용의 계곡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나 아이템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준 밖에 수준 밖에 되지 않는 곳에 총군주의 명령으로 반 강제적으로 주둔할 수 밖에 없었던 혈맹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또한 당시 총군주였던 shadow여솔의 혈맹 내 입지가 그다지 탄탄하지 않았던 것도 문제의 발단 요인 중 하나였다. 2대 군주인 jeus의 뒤를 이은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실렌의 봉인을 점거하기 위해 움직이자 혈맹 내의 군주진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총군주에 버금가는 세력을 형성하고 있던 고문 '아키러스'의 직속 부대인 화이트 라인은 일시적으로 DK혈맹의 마크를 때면서 노골적인 반대 의사를 펼쳤는데, 이런 상황에서 shadow여솔 총군주가 계속 실렌의 봉인을 고수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어쨌든 실렌의 봉인을 점거하기 위한 명분이었던 바츠 연합의 와해를 어느 정도 달성한 상태였기에 실렌의 봉인을 떠나 원래의 본거지였던 용의 계곡으로 혈맹의 사냥터를 옮기게 된다. 그러나 언제나 사냥터가 부족한 리니지2에서 한 번 비웠던 사냥터가 계속해서 비워져 있을 리 만무했다. 과거 DK혈맹이 차지했던 사냥터는 이미 동맹 혈맹인 제네시스 혈맹 등이 점거하고 있었다. DK혈맹은 복귀와 더불어 일방적으로 제네시스 혈맹에게 자신들의 자리를 돌려달라는 요구를 하기에 이른다.

이 시점에서 생각해 볼 것이 DK혈맹의 사냥터 반환 요구에 제네시스 혈맹이 느낀 기분이다. 이 당시의 제네시스 혈맹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없기에 추측에 불과한 이야기일 수 밖에 없지만, 서버 내 유저들이 느끼는 제네시스 혈맹은 상당히 자존심이 강한 혈맹이었다고 한다. 강력한 DK혈맹에 의해 전면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같은 DK연합에서도 한 수 격이 떨어지는 신의 기사단이나, 위너스, 정 혈맹과는 달리 제네시스 혈맹의 전투력은 DK혈맹에게도 뒤떨어질 것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사실상 일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냥터 반환 요구에 제네시스 혈맹은 매우 기분이 상했지만 DK연합의 맹주였던 DK혈맹과 분쟁을 일으킬 수도 없었기에 사냥터 반환 요구에 응하고 원래 자신들의 사냥터로 복귀하게 된다.

그러나 비록 제네시스 군주진이 감정을 억누르며 사냥터를 이동시킨 것과는 달리, 일반 혈맹원들의 감정은 분노로 치닫게 된다. 사실 DK혈맹과 제네시스 혈맹은 겉으로는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서로에 대한 감정이 꽤나 미묘했다. 사실 비등한 힘을 가지고 있던 DK와 제네시스가 우호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건 힘든 일이었는데, 그 동안 수면 아래서 끓고 있던 동맹 관계 속에서도 사냥터 등의 자리 문제로 언제나 부딪칠 수 밖에 없었던 제네시스 혈맹의 감정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 제네시스 혈맹의 분노가 거세게 폭팔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2004년 06월 05일. DK혈맹 측의 지니시안이라는 유저가 용의 계곡 내 DK연합의 공동 사냥터로 다가왔다. 공동 사냥터에서는 DK연합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사냥할 수 있었는데 당시 이 지점에는 제네시스 혈원들이 파티를 구성해 사냥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몹스틸'이라는 행위로 간주되는 행위( A(제네시스 혈맹 파티)를 공격 대상으로 지정한 몬스터를 B(지니시안)가 공격해 몬스터의 공격 대상을 B(지니시안)로 변경시킨 후 유인해 죽이는 일 )를 반복한다. 제네시스 혈맹원들은 지니시안을 향해 몹스틸 행위를 멈춰 줄 것을 요청하였지만 지니시안이 '이 사냥터는 제네시스 혈맹의 독점 사냥터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거부하자 분노한 제네시스 혈맹원들이 지니시안을 공격한 것이다.

지니시안은 제네시스 혈맹과 DK혈맹이 동맹이라는 이유로 그들을 공격하지 않고 그 상황을 DK군주진 측에 보고한다. DK연합 측은 이 사건을 단순히 사냥터에서 벌어진 사소한 다툼이라고 판단하고 관례대로 제네시스 혈맹의 총군주 '칼리츠버그'에게 사과를 요청하였으나 제네시스 혈맹 내의 반 DK감정은 극에 달해 있었다. 그들은 DK측의 판단과는 달리 DK혈맹에 전쟁을 선포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이는 실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클로즈 베타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부터 DK의 강력한 동맹이자, DK못지 않은 전투력을 가진 제네시스 혈맹의 싸움은 분명 쌍방 모두의 치명적인 피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바츠 연합의 세력이 심각하게 저하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완전히 와해된 것도 아닌 마당에 지배 혈맹이 분열을 일으킬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DK측에서도 동료였지만 경쟁자이기도 했던 제네시스 혈맹이 걸어오는 싸움을 피한다면 혈맹원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가 없다. 더군다나 shadow여솔 총군의 경우 그렇잖아도 위태로운 기반이 뿌리채 흔들릴 위험마저 있었다. 결국 전쟁 전에 양측 군주진이 합의했던 48시간의 휴전마저 제네시스 혈맹이 일방적으로 파기해버리자 DK혈맹은 제네시스와의 일전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 DK혈맹과 제네시스 혈맹 모두를 적으로 돌린 체 싸우고 있던 바츠 연합에게 이 거대한 두 혈맹의 전면전은 엄청난 희소식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절대로 깨질 것 같지 않던 벽이 어느 날 갑자기 무너져버린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이를 두고 제네시스 혈맹과 DK혈맹이 서로 사전에 모의하고 일어난 일이라는 추측. 아덴성을 영구적으로 차지하려는 DK측의 행동에 반발한 제네시스 측이 일으킨 계획된 혈전이라는 말. 그리고 DK측에서 점차 커져가는 제네시스 혈맹을 누르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전쟁이라는 말들이 오고갔으나 지금 와서는 진실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DK와 제네시스 혈맹이 사전에 계획하고 저지른 일은 아니라는 것만을 그 후의 바츠 대전쟁에서 보인 제네시스의 행동을 통해 알 수 있을 뿐이다.

전쟁 초기에는 누구나 DK혈맹의 승리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장 전쟁이 시작되자 의외로 상황은 DK측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제네시스 혈맹이 보유하고 있던 다수의 고레벨로 이루어진 궁수단의 막강한 파괴력(1,2)과 그 동안 DK혈맹에게 일방적으로 살해당하는 현실의 변화를 바라던 일반 유저들의 열망이 엉뚱하게도 한때 DK연합의 일원이었던 제네시스 혈맹에 대한 응원(1,2,3)으로 나타나면서 DK혈맹은 수세에 몰리게 된다. 더군다나 한 때 DK연합의 일원이었던 제네시스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던 바츠 연합마저 타도 DK라는 대원칙 하에 제네시스를 묵인하고 DK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이 시기의 제네시스 군주진은 바츠 연합과의 연계를 부정했다.) 사면초가에 몰린 DK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DK연합을 이루던 다섯 혈맹 중 남은 혈맹인 '신의기사단' '정' '위너스' 혈맹에 손을 내민다. 사실상 구원 요청을 한 것이다.

이 시기 세 혈맹은 DK혈맹과 제네시스 혈맹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지도 않은 체 중립을 표방(1,2)하고 있었기에 DK혈맹과 제네시스 혈맹의 전쟁은 DK연합 간의 내전의 성향을 띄고 있었다. 그러나 DK혈맹의 회유에 신의 기사단, 정, 위너스 혈맹은 중립을 고수하겠다던 방침을 깨고(1) "제네시스 혈맹이 적인 바츠 연합과 행동을 같이하고 있다." 는 이유를 들어 DK연합을 지지하며 참전할 것을 선포한다. 이로서 내전의 성향을 띄던 전쟁은 이제 제네시스 혈맹에 대한 보복전의 성향으로 변화(1)되었다.

DK를 상대로 선전하고 있던 제네시스 혈맹이었지만 4개 혈맹의 연합 공격을 감당해 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궁지에 몰린 제네시스 혈맹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뿐이었다. 바로 지금까지 천명하던 독자적인 노선을 버리고 절대 없을 거라고 공언했던 바츠 연합과의 공조를 선택하는 일이었다. 과거에 DK연합의 일원이었던 제네시스 혈맹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바츠 연합과의 공조는 웃지 못할 희극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이미DK혈맹과의 전쟁은 더 이상 화해로 매듭지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죽이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제네시스 군주 '칼리츠버그'는 심사숙고 끝에 과거에 칼을 부딪히던 적이었던 바츠 연합과 중립 혈맹을 향해 공조 요청을 보내기에 이른다. 그의 공조 요청을 받은 붉은 혁명과 바츠 연합. 그리고 중립 혈맹 역시 지금까지 적이었던 제네시스와 연합을 이룬다는 일을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일반 유저들 사이에서도 바츠 연합과 제네시스의 공조에 대해 수많은 갑론 을박이 오고갔다.(1,2,3,4)

그러나 바츠 연합으로써는 현실적으로 제네시스의 혈맹이 가세할 경우 생겨날 엄청난 전력 상승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DK연합을 쓰러트릴 수 있는 최초이자, 최후가 될지도 모르는 기회였다. 그러나 바츠 해방을 기치로 일어선 연합의 입장에서는 제네시스가 과거에 저지른 악행을 덮어둘 수도 없도 없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바츠 연합은 제네시스 혈맹을 상대로 '메크로 파티 금지' '분조위(제네시스는 이를 '죽음의 신'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했다.) 해체' '사냥터 통제 금지'등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고 이를 수용할 경우 제네시스를 연합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싸우겠는 협상안을 내놓기에 이른다. 이를 두고 제네시스 측 일각에서는 '굴욕적인 조항이며 최후까지 단독으로 싸워야 한다.'한다고 주장하나 총군 칼리츠버그 역시 DK라는 현실적인 적을 두고 바츠 연합과도 대립을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심사 숙고 끝에 그 요구를 수용하고 바츠 연합에 대한 전면적인 항복을 선언하며 바츠 연합군에 가담하기에 이른다. 그에 이어 과거 올포원 혈맹 창설 당시부터 끈질긴 참전 요청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키던 해리포터 혈맹 역시 연합의 일원으로 참전하고, 해리포터 혈맹의 총군주'onlyforu'가 자유 게시판에 올린 선전포고문에 호응(1,2,3,4,5)해 수많은 군소 혈맹이 해리포터 혈맹을 따라 바츠 연합 휘하에 속속 집결하자, 그 간 바츠 연합과 협력은 하되 연합의 일원으로는 참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지키던 붉은 혁명까지 바츠 연합에 정식으로 참전하게 된다. 지금까지 일방적인 열세 속에서 고전할 수 밖에 없었던 반 DK측이 드디어 "바츠 연합"이라는 이름 아래 뭉쳐 DK연합과 비등한 세력을 형성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하여 바츠 서버를 뜨겁게 진동시키는 '제 1차 바츠 대전쟁'의 막이 오른다. 서버 초기부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바츠 민중을 억압하던 DK연합과 그에 저항하여 일어선 바츠 연합군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다만 혁명의 신호탄을 터뜨린 것이 과거 DK연합의 일원으로 바츠 서버의 유저들을 억압하는데 앞장섰던 제네시스 혈맹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일이다.

제네시스 혈맹의 가세와 수많은 중소 혈맹의 연합으로 비로소 연합군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진용을 갖춘 바츠 연합과, 그에 대항하여 용던 통제 수칙을 혈맹원들에게 선포하며 전의를 불태우는 DK연합. 우열을 가늠할 수 없는 전력을 갖춘 양측의 전투가 어떻게 진행될지 바츠 서버 뿐만 아니라 전 리니지2 서버의 유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MMORPG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이 사건이 바츠 서버를 강타한다.

 

5. 내복단의 등장

2004년 6월과 7월을 전후하여 각 중앙 일간지와 인터넷 신문에 생소한 기사가 올라온다. 리니지2의 사용자들이 모여 게임 속의 거대 세력의 횡포에 맞서 집단으로 항거하기 시작했다는 이 기사는, 곧 리니지2를 즐기는 일반 유저들의 손을 타고 인터넷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그와 동시에 리니지2의 유저들이 모이는 인터넷 게임 사이트 내 게시판에서는 수많은 유저들이 모여 DK연합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바츠 서버의 현실을 다른 서버 유저들에게 폭로하고 그들과 맞서 싸우자는 호소문이 전 서버를 장식(1,2,3,4,5)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호소문에 자극받은 리니지2의 유저들은 바츠 서버의 게시판에 호응의 글을 남기며 바츠 연합군을 격려(1,2,3,4,5)하고 DK연합을 비난하거나(1,2,3,4,5,6,7), 나아가 자신들의 서버의 캐릭터를 잠시 봉인하고 바츠 서버의 대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내복단이라는 조직을 형성하기에 이른다.(1,2,3,4,5,6,7,8,9,10) 내복단의 결성에 바츠 서버의 유저들만이 아니라 리니지2 전 서버의 유저의 관심이 쏠렸다.

이 사건은 비단 리니지2의 바츠 서버라는 특정한 지역에서 일어난 특정한 현상이 아니라 지금까지 MMORPG사상 전래가 없는 큰 사건으로 리니지2 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과 가상 사회를 주목하는 사람들에게 큰 메세지를 던진다. 지금까지의 온라인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의 방향성 자체를 흔든 정신적 혁명이자, 민중 계급에 의해 일어난 체제의 전복이라는 정치적 혁명의 속성을 동시에 갖춘 사건이었던 것이다.

 

내복단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어떻게 그만큼 큰 의미를 가지는지는 그들의 발생 과정과 행동 과정을 동시에 살펴보아야만 한다. 그들이 내복단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리니지2에서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 주어지는 기본 장비를 착용한 캐릭터의 외관이 마치 내복을 입은 것과 비슷하게 보인다고 하여 생겨난 이름이다.

사실상 이들이 최초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1차 바츠 대전쟁이 아니라, 과거 올포원 혈맹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도 타 서버의 유저들과 중립 혈맹의 보조 캐릭터들이 참전하여 DK혈맹에 저항하였지만 올포원 혈맹 군주의 실수로 혈맹이 해체되고 연합이 화해되자 구심점을 잃은 그들도 함께 해산했었다. 그러나 1차 바츠 대전쟁 당시에는 그 때와는 비교를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수의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내복단의 일원으로 참여해 DK연합에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온라인 게임에서 등장했던 집단 중 단 한번도 형성된 적 없었던 특수한 발생, 그리고 행동 배경이었다.

 

이전까지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기본적인 행동 원리는 지극히 간단했다. '남보다 우월해지고 싶다는 욕구'가 바로 그것이다. 비록 가상 사회의 규모가 현실 사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단순하지만 컴퓨터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바탕에 깔리는 이상 온라인 게임은 인간의 사회성이 그대로 투영되는 인간 사회의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듯 온라인 게임에서도 현실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유저들이 같은 게임 속에서 친구, 혹은 적으로 만나며 그 속에서 '남보다 우월하고자 하는 욕구'라는 사회적 욕망 또한 현실과 마찬가지로 작동하게 되는데, 다만 얼굴이나 이름, 지위, 학력 수입 등 현실 속에서 사람들의 계급을 구분짓는 수단들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가상 사회에서 유저들 간의 계급이나 신분을 결정짓는 요소는 바로 "능력치"와 "장비"라는 두 가지 요소로 대체된다. 그렇기에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남보다 우월해지고 싶은 욕구'를 바탕으로 '높은 레벨'이나 '강력한 장비'를 획득하는 것으로, 자신이 속한 게임 속의 계급 상승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 1차 바츠 대전쟁 기간 동안 유저들은 이런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의 행동 원리와는 완전히 반대로 움직인다. 자신의 서버나 자신의 캐릭터를 떠나 게임 속에서 가장 낮은 계층에 속하는 1레벨 캐릭터로 가상 사회 속에서 군림하는 최상위 계급을 상대로 체제 전복을 시도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게임 속의 궁극적인 목표가 레벨과 장비를 통한 계급의 상승이라는 것을 고려 할 때, 내복단의 행동은 지금까지의 온라인 게임에서 유저들을 움직이던 '나의 계급 상승'이라는 개인적인 목적을 벗어나 '모두의 계급 상승'을 위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계급 상승을 억제하던 독재자들을 향해 저항하여 일어난 현실 세계의 혁명과 매우 흡사한 모습이었다. 그들에게 리니지2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떠나버리면 그만인 가상 세계'가 아니라 독재자와 맞서 싸워 지켜야 할 가치를 지닌 '또 다른 현실 세계'였던 것이다.

또한 이들은 단지 개인적으로 바츠 서버에 캐릭터를 만들고 가담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이용하여 끊임없이 독재자를 비난하고 그들을 타도하는데 힘을 보태달라는 호소를 전 서버에 전달함으로서 이해관계에 얽메이지 않은 사람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행동에 참여하게 만드는 선동의 역활도 함께 떠맡았다. 이 시기 타 서버와 보조 캐릭터를 이용해 바츠 해방전에 가담한 내복단의 숫자는 정확한 통계를 낼 수가 없지만 최소 500명에서 최대 1000명이 넘는 인원으로 추측되는데 기존의 높은 레벨과 좋은 장비를 목적으로 플레이하던 유저들의 행동을 개인주의라는 이름으로 정의한다면, 이 내복단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저항은 그 동안의 개인주의를 뛰어넘어 가상 공간에 다수의 이익을 목적으로 조직된 민주주의적 가치를 발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사람들은 비로소 가상 사회에서도 민주주의적 가치를 목적으로 하는 공동체가 생겨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의 봉기에 주목하기에 이른다.

 

비록 수백명의 유저들이 모인 내복단이었지만 그들의 개인적인 능력치나 장비는 DK혈맹원들이 가진 능력과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스스로를 조직하거나 싸우는데 필요한 방법을 전달하고(1,2,3), 나아가 보다 효과적으로 DK혈맹원들을 타격하기 위한 방법을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이론상 1레벨 유저 수백명이 한꺼번에 고레벨의 전사를 공격하더라도 전사는 뛰어난 방어력으로 인하여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는데, 내복단은 게임 상에서 9레벨이 되면 습득할 수 있는 '모탈 블로우'라는 기술을 이용하여 대항한다. 이 기술은 적의 방어력과 상관없이 '일정 확률'로 3~40 가량의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하여 막강한 체력과 공격력을 보유한 전사와 궁수를 직접적으로 상대하는 걸 피하고 후방에서 전사를 보조하는 힐러나 마법사를 집단 공격으로 쓰러트림으로써 자신들과 함께 행동하는 바츠 연합군의 공격을 수월하게 하면서, 동시에 DK연합의 진형을 와해시켜 심리적인 위축감을 주었다. 또한 바츠 연합의 궁수나 힐러를 보호하는 인간 방패가 되어 바츠 연합군의 힐러들을 보호하고, 동시에 DK연합의 보라 상태를 유도해 연합군이 아이템 드롭의 위험 없이 DK혈맹을 공격할 수 있게 하기도 하고 적의 지휘관과 유사한 ID의 캐릭터를 만들어 거짓 정보를 채팅창에 흘려 혼란을 주거나,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교환 요청을 하여 상대방 캐릭터의 컨트롤을 방해하는 등, 기존의 리니지2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전술로 DK연합을 크게 당황하게 만든다.

그 동안 DK연합 등 지배 세력으로서는 저항할 수도 없는 세력이라 인식하고 무시했던 하층 계급이 중심이 되어 조직된 내복단이라는 존재가 1차 바츠 대전쟁에서 승기를 바츠 연합군에게 기울게 만드는 결정적인 전력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6. 용의 계곡 전쟁과 오렌, 글루디오성 공방전.

제네시스 혈맹의 합류와 수많은 중립 혈맹의 참전 선언. 그리고 내복단이라고 불리는 강력한 지원 세력에 힘입은 바츠 연합군은 그 기세를 살려 DK연합이 장악하고 있는 용의 계곡을 공격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버 초기부터 DK연합이 완전히 장악하여 자신들의 전용 사냥터로 이용했고, 제네시스 혈맹과의 분쟁 발단이 되기도 했던 용의 계곡을 빼앗긴다는 것은 명분에서나 실리 양쪽에서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었기에 DK연합도 동원 가능한 전 병력을 이끌고 바츠 연합군의 진격을 막아내기 위해 용의 계곡 사수 작전에 나선다. 제1차 바츠 대전쟁의 주요 전장이 된 용의 계곡의 지배권을 놓고 싸운, 이 길고 지루한 공방전은 자그마치 아덴성 공성전이 있던 7월 초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DK연합은 전쟁 초기부터 급격하게 밀려났다. 그 이유는 강력한 동맹이었던 제네시스의 탈퇴와, 신의 기사단, 위너스, 정 혈맹 등이 제네시스의 탈퇴로 생긴 전력 부족분을 메우지 못한 것도 있지만 내복단이라는 저레벨 유저의 힘을 전쟁 초기에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오직 내복단 단독으로만 DK연합을 공격하던 초기에는 성과가 크지 않았지만(1), 공격 방식이 수립되고 소수의 고레벨 바츠 연합군 유저들이 내복단을 지원하며 그들과 함께 행동하기 시작하자 엄청난 전력이 되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우선 내복단 유저들이 전면에 나서서 DK혈맹원의 보라나 키오 상태를 유도하면 뒤를 이어 고레벨 바츠 연합군은 보라가 카오가 된 DK혈맹원을 집중 공격으로 제거한다. 그 사이에 내복단의 캐릭터들은 전면의 전사를 우회하여 상대적으로 HP나 방어력이 낮은 DK힐러들을 향해 모탈 블로우나 파워샷을 집중시켜 쓰러트렸다. 힐러의 지원이 끊어지자 전면에서 바츠 연합군의 전사와 싸우던 DK연합의 전사나 궁수들은 힘없이 쓰러졌고 그 사이에 죽은 내복단원들은 바츠 연합군의 힐러의 부활을 받은 후 다른 DK의 파티를 찾아 움직였다.

재미있는 것은 내복단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인 DK혈맹의 카오나 보라 상태 유도가 게임의 기본적인 예의를 망각하는 일이라며 DK혈맹원들로부터 언론 플레이를 당했지만 우습게도 정작 이 방법은 DK혈맹이 바츠 연합 및 중립 혈맹과 전쟁을 벌일 때 사용했던 방식이라는 사실이다. DK혈맹의 보조 캐릭터들을 적당히 키워 소위 말하는 '뼈단검 부대'라는 것을 조직해 전면에 내보내던 DK연합은 과거 자신들이 했던 일을 내복단을 상대로 고스란히 돌려받게 된 셈이다. 그걸 빗대어 이 시기에는 "뼈단검으로 흥한자 내복단으로 망한다."라는 농담이 바츠 서버 내에서 유행처럼 떠돌기도 했다.

또한 내복단은 용의 계곡의 입구를 인간 바리케이트로 둘러싸고 DK연합의 용의 계곡 진입 자체를 원척적으로 봉쇄하는 작전까지도 감행했다. 수많은 내복단들이 용의 계곡 앞에 아데나를 쌓고, 그 아데나를 중심으로 모여 인간 바리케이트를 만들어 바츠 연합군은 통과시키고 DK연합의 진격은 막는 식으로 용의 계곡 안에 있는 DK 연합을 고립시켰다. DK연합도 용의 계곡 입구에 쳐진 내복단의 바리케이트를 깨기 위해 사력(1)을 다했으나 바츠 연합군의 지원에 의해 좌절됐고, 용의 계곡 내부에 남아있던 DK연합은 내복단에 바리케이트로 인해 길이 막혀 동맹 세력으로부터의 지원이 끊어진데다 바츠 연합군의 거센 공격을 받자 더 이상은 견디지 못하고 1,2층을 연합에게 내어주고 3층으로 쫓겨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DK연합도 전통있는 전투 혈맹답게 용의 계곡에서 호락호락 쫓겨나진 않았다. 그들 역시 좁은 통로에 방어진을 형성하고 몰려오는 바츠 해방군과 내복단에 대항하여 결사적으로 싸웠으며, 이 과정에서 전 서버 최초로 최고 레벨에 도달한 DK의 고문 '아키러스'나 DK혈맹 총군주 shadow여솔마저도 내복단의 집단 공격에 쓰러질 정도(1,2)로 처절하게 싸운 끝에 끝에 3층을 빼앗기는 사태만은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전쟁에서 발을 빼려는 DK연합의 일반 유저 숫자는 점점 늘어가는 상황이었고, 지금까지는 대규모 필드전을 회피하고 용의 계곡을 지키는 방식으로만 싸우며 버틸 수 있었지만 공성전으로 돌입하게 되면 지켜야 할 성이 많은 DK연합으로서는 더욱 더 불리한 상황에 빠지게 될 수 밖에 없었다.

한편, 내복단과 일부 바츠 연합군이 용의 계곡에서 DK를 몰아붙이는 틈을 타서 바츠 연합군은 본격적으로 DK가 차지하고 있는 성을 탈환하기 위한 행동에 돌입한다. 06월 19일에 이루어진 공성전에서 바츠 연합군이 목표로 하는 성은 오렌성이었다. 수많은 연합군과 자발적으로 참여한 내복단을 상대로 DK연합은 공성 초기에는 선전했다. 용의 계곡 전투를 통해 껄끄러운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내복단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카오나 보라 상태를 불사하는 DK연합의 대공세는 내복단 유저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죽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공격을 감행했고, 내복단이 DK연합의 주력을 성문에서 떨어진 곳에 묶어 두고, 사망한 DK연합을 사냥꾼 마을에서 이동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사이에 바츠 연합군은 그들을 우회해서 오렌성 언덕 지역에 주둔하던 DK연합을 격퇴하고 그 자리를 점거하는 한 편, 오렌성에 직접 공격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공격에 사망한 DK연합이 사냥꾼 마을에서 부활하여 성문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달려왔지만 이미 언덕 지형은 바츠 연합군의 궁수 캐릭터들이 장악하고 있었고 그들을 공격하기도 전에 이미 내복단은 용의 계곡에서 보였던 것과 똑같은 인간 바리케이트를 형성해 언덕 위로 올라오는 DK연합을 저지했고, 내복단에 진격이 저지당한 사이 언덕 위에 주둔하던 바츠 연합군의 궁수는 일점사로 DK연합을 하나씩 쓰러트렸다. 그리고 허리가 잘린 DK연합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바츠 연합군은 성문을 부수고 내성 안으로 진격하여 각인을 차지하는데 성공한다. 04월에 붉은 혁명이 기란성을 기습 점령했던 일 이후 바츠 연합군이 DK연합의 성을 점령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더군다나 기란성과는 달리 DK연합과의 순수한 전면전을 통해 그들을 쓰러트리고 성을 얻었다는 점에서 바츠 연합군과 내복단의 사기는 크게 올라갔다.

 

그 기세를 이어 치뤄진 7월 3일의 공성전에서 바츠 연합군은 DK가 차지하던 디온성을 탈환하는데는 아쉽게도 실패하였으나, 같은 날 이루어진 오렌성의 수성에는 성공하여 DK연합의 초조함을 부추킨다. 사실상 자신들과 대등한 전력을 소유하게 된 바츠 연합군을 상대로 공성과 수성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 DK연합은, 다음 날인 07월 04일의 공성전에서 제네시스 혈맹이 차지하고 있는 글루디오 성을 빼앗기 위해 신의 기사단, 정, 위너스 등의 모든 전력을 집합시켜 대대적인 공격에 들어간다.

그러나 DK연합이 모든 힘을 결집한 것 치고는 의외로 싱겁게 결판이 나고 만다. 공성용 골램을 동원해 오렌성의 외성문을 부수는데는 성공하였으나, 제네시스 혈맹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막강한 위력의 궁수단과 수성에 가세한 헤리포터 혈맹과 붉은 혁명 소속 마법사의 범위 마법으로 외성문으로 접근하던 DK혈맹원들은 내부에 제대로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번번히 쓰러졌다.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총군주 shadow여솔 이하 DK혈맹의 전사들이 용감하게 뛰어들었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학익진을 펼친 체 기다리고 있던 바츠 연합군의 집중 공격이었다. 외성 안으로 뛰어들었던 DK연합의 캐릭터는 전멸하고,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뒤따르던 DK궁수단은 물론, 총군주인 shadow여솔조차 그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강물로 뛰어들다 사망(1)하고야 말았다. 잠시 후 DK연합은 글루디오 성 마을로 집결을 지시해 사실상 글루디오 공성전을 포기한다. 그러나 내복단은 shadow여솔과 유사한 ID를 만들어 계속해서 공격하라는 거짓 지시를 외치기를 통해 흘렸고, 거짓 정보를 믿고 계속 성 안으로 진입하려던 DK혈맹원들은 바츠 연합군의 공격에 다시 한 번 큰 피해를 입는다. 바츠 연합군의 완벽한 승리였다.

 

이를 계기로 바츠 연합군의 사기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지금까지 누구도 이길 수 없었던 것 같았던 DK연합의 총공격을 분쇄한 것이다. 게시판에서는 사실상 바츠 해방군이 승리한 것이나 마찬가지며 DK혈맹의 해산은 시간 문제라는 이야기까지 나돌 정도였다.(1,2,3,4) 그러나 아직은 DK혈맹의 해산을 가시권에 넣기에는 시기 상조였다. 이번 전쟁은 바츠 서버의 유저들과 내복단이 힘을 합쳐 DK연합과 비등한 세력으로 성장한 결과로써의 승리였지, DK연합이 약해졌기 때문에 이룬 승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DK연합을 빠져나가는 인원이 있었으나 여전히 DK연합의 세력은 무시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그들은 리니지2에서 가장 거대한 아덴성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아덴성을 함락시키지 못한 체로 DK연합에게 이겼다고 할 수는 없었다.

글루디오 수성전에 성공한 바츠 연합군은 다음에 있을 07월 17일에 있을 아덴성 공성전을 계획하고 준비에 들어간다. 그리고 DK연합 또한 더 이상의 성을 빼앗기는 것을 막기 위해 전력을 가다듬는다. 1,2차 바츠 대전쟁을 통틀어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전쟁인 '아덴성 공성전'의 막이 오르려 하고 있었다.

 

 

7. 아덴성 공성전

2004년 07월 16일. 아덴성과 오렌성 주변의 상황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바츠 연합군과 DK연합 양측은 벌써 아덴성 공, 수성 신청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에 돌입해 있었다.

바츠 연합군은 초기에 DK연합이 대거 아덴성에 수성 등록한 것을 확인하고는 제네시스 혈맹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혈맹이 오웬성에 수성 등록을 하는 것으로 기만 작전을 펼치기 시작한다. 당연히 바츠 연합군이 아덴성을 향해 공격해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던 DK연합이었지만, 막상 대부분의 바츠 연합군이 오웬성에 수성 등록을 하기 시작하자 아덴성을 공격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급히 아덴성 수성을 취소하고 오렌성 공성 신청을 하기 위해 이동한다. 거기에다 바츠 연합군이 보조 군주 캐릭터를 이용하여 아덴성이 아니라 디온성에 공성 신청을 하려는 척하며 디온성으로 이동하자 DK연합은 이들이 아덴성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디온성을 공격하려는 것이라 판단하고 바츠 연합군의 보조 군주 캐릭터들을 죽여 공성 등록을 방해하면서 오웬성에 공성 등록을 한다.

하지만 그 때 바츠 연합군의 군주들은 오웬성에서 이동하여 아덴성 근처 사냥꾼 마을에 모여있었다. 그들은 공, 수성 마감 시간을 약 10여분 정도 남겨둔 상태에서 대거 아덴성에 나타나 기습적으로 아덴성 공성 등록을 마쳐버리며 바츠 연합군이 마지막에 아덴성에 나타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DK연합군의 허를 찌른다. 자신들의 성을 비워둔 체 상대방의 성을 노리는 기묘한 형태의 공성 등록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오웬성과 아덴성의 가치는 비교할 수가 없다. 왕성인 아덴성과 오웬성을 맞바꾼다면 결과적으로 바츠 연합군의 승리로 끝나는 것과 다름 없는 것이다. 결국 DK연합은 오웬성에 대거 공성을 등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원들을 제외하고는 아덴성 수성에 전력함으로써, 애초부터 불안정한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인 07월 17일. 드디어 제 1차 바츠 대전쟁의 분수령이 되는 아덴성 공성전의 막이 오른다. DK연합군은 공성전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대부분의 병력을 동원해 아덴성 앞마당의 요충지에 넓게 포진하여 바츠 연합군이 아예 아덴성 근처에도 오지 못하도록 만드는 작전을 펼친다.

바츠 연합군은 비록 전날의 기만 작전을 통하여 전략적인 우위에 섰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덴성 앞마당을 빽빽하게 메운 DK연합군의 숫자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아직까지 DK연합의 전력은 건재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완전히 개방되어있는 아덴성의 지리적 상황을 고려해볼 때 오렌성 공성시에 내복단이 했던 특정 지역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DK연합의 움직임을 저지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카오나 보라 등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공성 전장에서 내복단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공성이 시작되고, 가장 먼저 공격의 문을 연 것은 바츠 연합군이었다. 아덴성 앞마당을 가득 메운 DK연합에, 바츠 연합군은 성문을 중심으로 세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에 들어가는 방법으로 응수했다. 왼쪽에서는 붉은 혁명과 하드락, 그리고 얼마전에 바츠 연합군에 참전한 LDC혈맹이 공격을 담당했고, 중앙 지역은 제네시스, 헤리 포터 혈맹이 강력한 화력을 앞세우고 치고 들어갔으며 오른쪽에서는 제네시스 군주단이 혈맹원들의 빠른 부활을 위해 진지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린 DK연합은 곧장 신의 기사단과 위너스 혈맹에게 좌측으로 공격해 들어온 바츠 연합군을 저지할 것을 지시했고, DK혈맹원들은 정면에서 제네시스와 헤리 포터 혈맹 혈맹과 격렬하게 부딪혔다. 강력한 DK연합의 반격에 세 방향으로 공격해 들어가던 바츠 연합군은 주춤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상대적으로 공세가 느슨했던 오른쪽 지역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바츠 서버 내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아키러스와 그 휘하의 DK화이트 라인. 그리고 악명높은 분조위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순식간에 진지를 구축하던 제네시스 군주단을 쓰러트리고 개별적으로 달려드는 내복단까지 몰살시켜버린 후, 반원을 그리며 순차적으로 제네시스, 헤리포터, 붉은 혁명 등의 진지를 박살낸다. 용의 계곡에서 보라나 카오 상태로 인한 제약을 받으며 싸울 수 밖에 없었던 아키러스 휘하 정예 라인들이 넓은 지역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자 바츠 연합군으로서는 전율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진지가 파괴되고 물러난 바츠 연합군은 그 이후에도 두 차례 더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지만 강력한 DK연합의 방어에 걸려 번번히 진지조차 세우지 못한 체 사냥꾼 마을로 강제 귀환할 수 밖에 없었다. 아덴성의, 그리고 DK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DK연합군은 거세게 몰아닥칠 거라 예상했던 바츠 연합군의 공격을 의외로 손쉽게 저지하자 기세가 한껏 고조됐다. 특히 공성전 규칙상 단 하나의 진지도 구축하지 못한 바츠 연합은 먼 사냥꾼 마을에서 부활할 수 밖에 없었기에 다시 한 번 대오를 갖춰 공격에 들어오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 뻔했다. 이 기회를 살려 바츠 연합군에게 빼앗겼던 오렌성 공성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특히나 DK연합군의 대부분은 어제 오렌성에 공성에 등록을 해 둔 상태였기 때문에 공세로 전환하더라도 문제가 없었으며 또한 바츠 연합군의 주력이 아덴성 공격에 묶여있는 지금 오렌성은 소수의 리벤지스 혈맹 뿐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재 아덴성을 공격하는 바츠 연합군의 파상 공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 따라 DK연합군은 바츠 연합군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덴성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던 바츠 연합군과 내복단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소수의 인원만이 사냥꾼 마을에 보일 뿐이었으며, 특히 제네시스 및 바츠 연합군의 핵심 군주진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로 인해 DK연합군은 바츠 연합군이 아덴성 공성을 포기했다고 판단하고 지금까지 오렌성 근처에 주둔한 체 전투의 방향을 살피고 있던 신의 기사단 혈맹에게 오렌성 진격 명령을 전달하고 이어서 아키러스 휘하의 DK 화이트, 레드 라인 등의 핵심 전력을 이동시켜 오렌성으로 역공격에 나선다.

 

한편, 오렌성에 주둔한 리벤지스 혈맹은 바츠 연합군의 아덴성 공성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리벤지스에게 들려온 것은 바츠 연합군이 아덴성을 함락시켰다는 소식이 아니라 DK연합군이 오렌성을 향해 역공세에 나섰다는 연락이었다.

그와 동시에 오웬성 근처에 주둔하고 있던 신의 기사단 선발대가 오렌성 전투 지역 안으로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외성문 근처로 접근하자마자 공성 공렘을 소환하여 외성문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사냥꾼 마을을 거쳐 진격해 온 DK연합군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리벤지스 혈맹의 군주 '나리타'와 바츠 서버의 초창기부터 DK혈맹과 맞서 싸웠던 '야적' 등의 리벤지스 혈맹의 정예 라인은 외성문 근처에 궁수 부대로 이루어진 학익진을 펼치고 결사적인 방어 태세에 돌입했다. 어떠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리벤지스 혈맹은 오렌성을 사수해야만 한다는 각오로 버텼다. 곧이어 공성 골렘에 의해 깨어진 외성문 안으로 정예 DK연합군이 물밀듯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절망적인 양적, 질적 병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리벤지스 혈맹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으며 사망과 부활을 무수히 반복해가면서 오렌성을 지켰다.

 

그러나 DK연합군의 정예 라인이 오웬성으로 이동한 그 순간을 이용하여 그 동안 흔적을 감추고 있던 바츠 연합군이 다시 한 번 움직였다. 오렌성을 탈환하기 위해 DK연합의 정예 병력 중 대부분이 이동했다는 것을 파악하자마자 모든 병력을 아덴성 앞으로 집결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아덴성을 공격하던 바츠 연합군은 패주한 게 아니었다. DK혈맹은 바츠 연합군의 모든 진지가 파괴되고 사냥꾼 마을로 돌아간 것으로 생각했지만 사실 그들은 아덴성 마을 근처에 뿔뿔히 모습을 감춘 체 DK혈맹이 아덴성을 비우기를 기다리는 기만작전을 펼친 것이다. 그리고 그 작전은 기막히게 들어맞았다. DK연합의 병력 중 상당수가 이동한 아덴성에는 총군주 shadow여솔 휘하의 DK골드 라인과 화이트, 레드 라인의 소수 궁수단이 아덴성 성문 양쪽에 주둔하고 있을 뿐이었다.

승부의 관건은 시간이었다. 오렌성에 투입된 DK연합군이 되돌아오기 전에 승부를 결정지어야 한다고 판단한 바츠 연합군은 아덴성에 재집결하자마자 아덴성 양 옆에 주둔한 DK혈맹의 궁수단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특히 제네시스 혈맹은 성 왼쪽에 주둔한 소수의 DK화이트 라인을 치열한 공방전 끝에 전멸시키고 드디어 아덴성 앞에 진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한다. 그로 인해 제네시스 혈맹은 죽어도 더 이상 사냥꾼 마을로 가지 않아도 되었다.

아덴성 앞에 있는 DK궁수단을 처리한 바츠 연합군은 곧장 공성 골렘을 뽑아 아덴성의 외성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놀란 DK연합군의 궁수와 위저드는 외성문에 달려드는 바츠 연합군을 막기 위해 공격을 퍼부었지만 외성문은 순식간에 박살났고, 외성문 안으로 밀려들어온 바츠 연합군은 곧 내성문까지 순식간에 때려부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shadow여솔은 급히 오렌성을 공격하고 있는 DK연합에게 상황을 알리고 긴급히 귀환할 것을 명령한다.

오렌성을 공격하고 있던 DK연합군에게 바츠 연합군의 기습적인 아덴성 재공격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앞서 말했지만 설령 오렌성을 함락시킨다고 하더라도 아덴성이 함락당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DK연합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리고 소수의 인원으로 오웬성을 지켜내고 있던 리벤지스 혈맹은 물밀듯이 밀려들어오던 DK연합군이 아덴성을 지원하기 위해 급히 파티 리콜 등을 사용하여 후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그들은 즉각 역공에 나서서 신의 기사단, 정 혈맹이 구축한 진지를 하나도 남김없이 파괴했다. DK연합군의 압도적인 물량에 맞서 리벤지스 혈맹이 오렌성을 지켜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오렌성 공성조차 포기하고 허겁지겁 파티 리콜로 귀환할 수 밖에 없었던 DK연합군의 주력 병력은 다시 한 번 기막힌 광경을 보게 된다. 사냥꾼 마을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출입구를 완전히 봉쇄해버린 내복단의 물결이었던 것이다. 내복단은 사냥꾼 마을의 통로를 몸으로 막아가며 결사적으로 그들이 사냥꾼 마을을 벗어나 아덴성으로 향하는 것을 저지한다. DK연합군은 급한 마음에 카오나 보라를 불사하고 내복단을 죽여가면서 사냥꾼 마을을 벗어나려 하였으나 내복단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아덴성을 공략하던 바츠 연합군 인원 중 소수의 궁수와 마법사가 내복단에게 가세하여 DK연합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가장 긴급한 시간에 아덴성을 수성해야 할 DK연합군의 주력 부대가 사냥꾼 마을에서 나가지도 못한 체 내복단에게 묶여버린 것이다.

결국 DK연합군은 사냥꾼 마을을 벗어나지도 못한 체 내복단들과 싸우다 하나씩 쓰러졌으며, 아덴성 내성문 안에서 최후까지 저항하던 shadow여솔 휘하 DK골드 라인 역시 최후까지 내성으로 밀려드는 바츠 연합군과 싸우다 전멸한다. 그리고 9시 45분. 드디어 제네시스 혈맹 군주 '칼리츠버그'는 아덴성의 각인실을 점거하고 성을 빼앗는데 성공한다.

 

이 날. DK연합의 견고한 지배 체제의 상징과도 마찬가지였던 아덴성을 완벽한 기만 작전으로 함락시킨 바츠 연합군의 기세는 정점을 찍는다. 아덴성이 함락된 직후, 바츠 연합군과 내복단은 지금까지 DK연합의 통제로 인해 내부를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아덴성 안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오랜 시간 계속되었던 DK연합의 폭압적인 통제가 종식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수많은 중립 혈맹과 보조 캐릭터, 신규 캐릭터로 구성된 내복단들의 영웅적인 투쟁의 결과물인 아덴성 함락으로 바츠 서버는 더 이상 거대 혈맹이 민중을 압제하는 일 없는 축복받은 서버로 거듭날 거라는 희망에 모두들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모두의 희망과는 달리 DK연합은 아직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모두들 바츠 연합군의 승리와 DK연합의 몰락을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있을 때, DK연합에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덴성 수성 실패의 책임을 지고 shadow여솔이 총군주에서 물러난 후, 후임 총군주로 아키러스가 취임하면서 DK연합은 거세게 불어닥치는 해방의 바람을 피해 은인자중 힘을 기를 곳을 물색한다.

그리고 바츠 연합군 내부에서도, 타도 DK라는 대의적인 명분을 위해 덮어두었던 문제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제 바츠 연합군은 DK가 아닌 내부의 분열과 싸워야만 했다.

 

9. DK연합의 오만의 탑 점거.

총군주 shadow여솔이 물러나고 후임 총군으로 아키러스가 새로운 DK연합의 총군주로 취임하였지만 아덴성 수성 실패로 인한 충격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바츠 연합군은 하루가 멀다하고 DK연합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용의 계곡 3층 지역으로 몰려들었고 DK연합은 이들을 제압하기는 커녕 밀려나지 않기에도 벅찬 지경이었으며, 과거에는 DK연합의 횡포에 울분을 터뜨리는 글로 가득했던 자유 게시판은 이제 DK혈맹을 조롱하는 글들로 넘쳐났다.(1,2,3)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해야만 하는 일은 혈맹의 심각한 재정난을 해소하는 일이었다. 대표적인 전투 혈맹이었던 DK혈맹은 타 혈맹과 전쟁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데도 많은 아데나를 써야만 했는데, 아덴성을 빼앗김과 동시에 고정적으로 걷어들이던 세금이라는 수입이 없어지자 당장 타 혈맹과 전쟁을 지속해나가기에도 어려운 지경에 처한 것이다. (훗날 아키러스는 아덴성을 빼앗기고 군자금이 고갈된 이 때가 '1차 바츠 대전쟁'을 통틀어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다고 술회했다.)

그러나 아키러스는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는 망설이는 것이 가장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그는 DK의 홈페이지를 통해 지금까지 혈원들에게서 혈맹 운영비를 걷어오던 체제를 당분간 폐지하고 자신의 개인 사비로 혈맹의 전쟁에 드는 비용을 모두 충당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DK혈맹 내의 각 라인에게 1,000만 아데나를 지원하여 당장 혈맹의 전쟁 지속에 필요한 재정난을 해결했다. shadow여솔의 무능함에 실망을 거듭해오던 DK혈맹원은 신임 총군주 아키러스가 보인 이 과감한 결단에 크게 환호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자금을 동원하여 혈맹 내의 재정난을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바츠 연합군에 대한 대응 문제는 여전히 큰 골칫거리였다. 아덴성을 빼앗고 기세가 절정에 달한 바츠 연합군의 끊임없는 공격에 용의 계곡 3층의 점거를 고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그렇다고 혈맹원들의 안정적인 레벨업을 보장해주는 사냥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바츠 연합과의 전쟁은 고사하고 혈맹 자체가 공중 분해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키러스는 시급히 필요한 사냥터의 확보를 위해 다시 한 번 바츠 연합군과 용의 계곡에서 피튀기는 전면전을 벌이는 대신,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외부에서 찾기로 결심한다. 이 시기의 리니지2에는 크로니클2라는 대규모 업데이트가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2004년 8월 11일. 리니지2는 '크로니클2 - 풍요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업데이트가 실시된다. 기존의 다섯 개의 성 외에도 '안나드릴성'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성의 등장이나 직업별로 새로운 스킬이 생기는 등의 변화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크로니클의 제목인 '풍요의 시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사냥터의 등장과 기존 몬스터의 사냥시 주어지는 보상의 증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는 지금까지 만성적인 사냥터 부족으로 골치를 썩던 일반 유저들과 혈맹에게 새로운 탈출구가 되었다.

그리고 DK혈맹 역시 이 새로운 크로니클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사냥터에 주목했다. 그 중에서도 아키러스의 관심을 끈 것은 과거 리니지1 시절부터 최고 효율의 사냥터로 각광받던 '오만의 탑'이라는 이름의 사냥터였다. 리니지1에서는 이 오만의 탑을 차지하는 혈맹이 바로 서버의 지배 혈맹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는데 아키러스 이하 DK연합은 이미 1차 바츠 대전쟁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크로니클2에 패치될 오만의 탑의 통제를 노리고 있었다.

 

이 크로니클2의 업데이트가 몇 달만 늦었더라도 바츠 서버의 상황이 어떻게 변했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과거 1차 바츠 대전쟁 이전에 DK연합이 오만의 탑 통제를 계획할 당시에는 어느 정도 성장하고 있던 바츠 연합군을 물리적으로 제압한 후, 업데이트 되는 오만의 탑과 기존의 용의 계곡이라는 최고의 사냥터를 완전히 자신들의 손에 넣고 바츠 서버의 지배권을 안정적으로 장악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내복단이 참전하고, 아덴성을 빼앗기는 등의 참패를 거듭하면서 더 이상 오만의 탑은 선택의 수단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으로 변하게 된다. 결국 DK연합은 바츠 연합군과 대립하면서도 자리를 지킬 수 밖에 없었던 용의 계곡을 벗어나 오만의 탑으로 사냥터를 옮기기 위한 행동에 착수한다.

그러나 DK연합이 오만의 탑을 점령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오만의 탑에 거주하는 몬스터가 너무 강력했다. 탑의 하층부에서는 그럭저럭 사냥이 가능했으나 그 곳에서는 DK연합을 노리는 바츠 연합군이나 내복단의 공격 또한 함께 상대해야만 했다. 결국 그들은 바츠 연합군과의 교전을 피해 탑의 상층부에 자리를 잡아야만 했는데, 그곳에는 바츠 서버에서 최고의 평균 레벨을 자랑하는 DK연합마저도 고전하게 만드는 몬스터가 가득했다. DK연합의 평균 레벨인 5~60레벨을 뛰어넘는 70레벨의 몬스터가 무리를 짓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당시 리니지2의 유저 최고 레벨인 75레벨보다 더욱 높은 80레벨의 몬스터까지 출몰하기도 했다.

또한 오만의 탑은 그 양질의 효율에도 불구하고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마을에서 오만의 탑으로 순간 이동할 수 있는 게이트키퍼가 지원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수동으로 오만의 탑 고층까지 이동하는 방법 밖에 없었는데 단지 마을에서 탑의 고층으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1시간 이상이 걸릴 정도였고, 또 이동하는 사이에 바츠 연합군이나 내복단의 습격을 받을 위험까지 있었다. 그러나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DK연합은 8층에서 10층의 고층을 목표로 두 파티, 세 파티가 동시에 움직여 가면서 길을 뚫어나간 끝에 오만의 탑에 새로운 사냥터를 개척하는데 성공하여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다. 이후 DK연합은 바츠 연합군의 내분이 표면으로 드러날 때까지 소극적으로 움직이며 사태를 관망하기 시작한다.

 

 

10. 바츠 연합의 분열.

그러나 DK연합이 용의 계곡을 벗어나 오만의 탑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비밀스럽게 진행된 일도 아니었다. 바츠 연합군이나 서버의 일반 유저들에게도 DK혈맹이 주요 사냥터를 용의 계곡에서 오만의 탑으로 옮기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퍼져있었으며, 새로운 사냥터에 흥미를 가진 유저들이 오만의 탑으로 몰려드는 과정에서 DK연합과 충돌하는 일도 있었다. 아덴성 점령과 용의 계곡에서 DK연합군을 몰아붙이던 내복단과 일부 바츠 연합군에 속한 혈맹. 그리고 일반 유저들은 기세를 몰아 오만의 탑으로 자리를 옮기는 DK연합의 세력을 완전히 쓰러트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1,2,3,4)

그러나 바츠 연합군에 속한 대다수의 혈맹은 오만의 탑으로 물러난 DK연합을 추적하는 일에 큰 열성을 보이지 않았다. DK연합의 힘이 위축된데다 용의 계곡에서 그들을 물리친데서 비롯된 낙관론(1)도 있었지만, 그보단 바츠 연합군의 주력을 이루는 큰 혈맹의 입장에선 당장 세력을 잃고 흩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DK연합을 추적하는 일보다 무주공산이 되어버린 용의 계곡 내에서 자신들의 혈맹 사냥터를 확보하는 일이 더욱 시급했기 때문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리니지2의 대부분의 혈맹 간 전투는 사냥터를 확보하기 위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몬스터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사냥터를 확보하고 유지시키는 일은 혈맹의 발전을 위해서 부엇보다 중요한 일이었으며, 구성원들의 안정적인 레벨업과 보상품의 획득이 보장되는 사냥터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혈맹 간 생존 경쟁에서 밀려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DK연합이 바츠 서버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할 수 있었던 것도 최고 효율의 사냥터인 용의 계곡을 완전히 점령했었기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 DK연합을 힘으로 물리친 바츠 연합군이 임자가 없어진 용의 계곡을 둘러싸고 다툼을 벌이는 것도 어찌보면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용의 계곡 내부에 안정적인 사냥터를 확보하기 위해서 오만의 탑으로 거점을 옮긴 DK연합을 사실상 방치해버린 바츠 연합군의 행동은, 비록 현실적으로 예견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유저나 내복단 유저들의 큰 반발을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1,2,3,4) 타 서버에서 게임을 하다 바츠 연합군의 타도 DK라는 명분에 공감하여 1레벨의 캐릭터로 잠시 넘어온 내복단은 바츠 서버에서 레벨업이나 장비 획득 등의 성장 활동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용의 계곡에 틀어박혀 사냥터 확보와 레벨업에 몰두하며 DK연합과의 싸움에서는 굼뜬 모습을 보이는 바츠 연합군을 더욱 크게 비난했다. 일부 내복단들과 일반 유저들은 바츠 연합군의 도움 없이 오만의 탑 근처에서 DK연합군과 싸움을 벌이기도 하였으나 바츠 연합군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DK연합군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점차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바츠 연합군의 모습이나 함께 활동했던 내복단들의 활동이 점점 과격해지는데 실망한 유저들이 중 일부가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하나 둘 씩 자신들의 서버로 복귀하기 시작했으며(1,2,3) 남아있는 유저들도 예전처럼 바츠 연합군에게 더 이상 무조건적인 호의를 보내지도 않았다. 소수의 유저들은 DK연합과의 오랜 전쟁으로 피로해진 바츠 연합의 상황을 이해해주자는 주장(1,2,3)을 펴기도 하였으나, 일반 유저들과 내복단 유저들 사이에서 'DK연합이나 바츠 연합 모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집단'이라는 불신이 계속해서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1,2,3,4,5)

 

하지만 더 큰 문제는 DK연합군을 용의 계곡에서 쫓아낸 후에 용의 계곡의 사냥터를 나누는 과정에서 보인 바츠 연합군의 태도였다. '용의 계곡을 점령하고 일반 유저의 출입을 막으며 횡포를 부리는 DK연합을 타도한다.'는 명분으로 유저들의 지지를 얻은 바츠 연합이었지만 막상 DK연합을 물리치자 1차 대전쟁 당시에DK연합과 바츠 연합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사태를 관망하던 중립 혈맹과 일반 유저들이 그간 DK연합의 통제로 드나들지 못했던 용의 계곡으로 몰려들자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운 태도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DK연합처럼 사냥터 출입을 통제하고 드나드는 중립 혈맹원을 죽이는 극단적인 일까진 일어나지 않았지만 바츠 연합군에 속한 혈맹 중 세력이 강했던 리벤지스나 제네시스같은 거대 혈맹들은, 과거 DK연합이 용의 계곡을 점거하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용의 계곡의 특정 지점을 자신들의 사냥터로 선언하고 노골적으로 메크로 등을 이용한 자동 사냥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까지 DK연합의 강력한 세력을 맞아 싸웠던 바츠 연합군의 주요 혈맹의 평균 레벨이 상당히 떨어진 것은 사실이었으며, 계속해서 DK연합과 전쟁을 치뤄나가기 위해서는 전쟁을 통해 잃어버린 레벨과 장비를 사냥을 통해 다시 보충해야만 했던 것도 현실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방식이 문제였다. 'DK연합에게 억압받는 바츠 서버의 유저들의 해방'을 위한다는 대의 명분을 걸고 일어난 바츠 연합군이 DK연합과 똑같은 사낭터 통제나 메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것은 바츠 연합의 대의 명분에 공감하여 그들에게 힘을 보탰던 유저들에게 큰 충격을 주는 행위였다. 거기다 바츠 연합군 중 일부는 1차 대전쟁 당시에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은 체 상황을 관망하기만 하던 중립 혈맹의 행동을 기회주의적이라 비난하며 1차 대전쟁 당시 중립을 지켰던 혈맹원들은 용의 계곡에서 사냥할 자격이 없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렇잖아도 DK연합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을 추적하지 않고 용의 계곡에 눌러앉아 사냥터를 멋대로 나누는 바츠 연합군의 태도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중립 혈맹과 일반 유저, 그리고 내복단의 유저들은 그런 안하무인격인 말에 더욱 큰 분노를 느꼈다. 그들은 1차 대전쟁 당시 자신이 속한 혈맹 군주의 중립 선언에 의해 혈맹의 마크를 달고 참전하지는 못했지만, 중립 혈맹원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보조 캐릭터를 사용하여 DK연합을 상대로 내복단이나 일반 유저로서 전투에 참가했던 경험이 있었다. 사실상 완전한 중립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했던 그 전쟁에서 비록 주 캐릭터로 싸우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바츠 연합군이 내세우는 명분에 공감하여 힘을 보탰던 자신들에게 노골적인 적개심을 보이는 바츠 연합군의 태도는 과거 DK가 하던 행동과 전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바츠 연합군은 DK연합군을 용의 계곡에서 쫓아낸 후 약속했던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으로서 용의 계곡에 눌러앉아버린 것이다.

 

 

11. 붉은 혁명과 리벤지스 혈맹의 내전 발발.

그러나 중립 및 일반 유저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바츠 연합군 내부에서도 오만의 탑으로 숨어들어간 DK연합을 추적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붉은 혁명은 바츠 연합군이 DK연합과의 전쟁으로 잃어버린 경험치를 복구하는데 치중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오만의 탑으로 진격하여 DK연합에게 항복을 받아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오만의 탑이 등장한 이후 용의 계곡이나 실렌의 봉인 등의 엣 사냥터에도 많은 업데이트가 이루어저 원활한 사냥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타 사냥터와 압도적인 경험치와 보상품을 제공하는 오만의 탑에 비할 바는 절대 아니며 DK연합을 오만의 탑에 방치한 후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바츠 연합군의 승산은 점점 적어진다는 주장은, 이후의 결과를 생각해보면 매우 예리한 지적이기도 했다. 3 ~ 4,000대의 경험치를 얻는 용의 계곡과 10,000이나 그에 가까운 경험치를 얻는 오만의 탑 9층 이상의 경험치를 생각해보면 그렇잖아도 다수의 고레벨이 포진하고 있는 DK연합군과의 힘의 격차가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하루하루 늘어만가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바츠 연합군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혈맹에게 오만의 탑으로 사냥터를 옮기자는 말은 매우 큰 출혈을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었다. 60레벨 이상의 고레벨이 다수 포진한 DK연합마저도 주둔하는데 상당한 출혈을 감소할 수 밖에 없었던 오만의 탑을 대부분 4~50레벨에 D급이나 C급의 장비를 가진 바츠 연합군이 사냥하면서, 동시에 사냥터를 지키는 DK연합과 전쟁까지 치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DK연합의 세력이 수그러들었다지만 간간히 용의 계곡으로 게릴라 부대를 운용하여 공격(1)해왔기에 용의 계곡을 비워놓은 체 오만의 탑으로 공격해 들어가기도 어려웠다. 그 때문에 바츠 연합군의 대부분은 오만의 탑에서 사냥하고 있는 DK연합에 대한 위험을 어느정도 인지하면서도 오만의 탑에서 본격적으로 사냥할 수 있는 레벨이 되기 전까지 용의 계곡에서 사냥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식의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DK연합과 오랜 전쟁을 치뤘던 붉은 혁명은 바츠 연합군의 소극적인 행동이 못마땅했다. 그 동안 DK연합의 용의 계곡 통제에 의해 레벨업이 저지되었던 다수의 연합군은 그렇다치더라도, 강력한 힘을 지닌 제네시스나 리벤지스 혈맹조차 오만의 탑으로 진격하자는 말에 호응은 커녕 거인들의 동굴이나 과거 DK가 차지했던 용의 계곡 3층의 사냥터를 혈맹 전용 사냥터로 만들고 과거의DK연합과 마찬가지로 메크로를 돌리며 타 유저들의 접근을 막는 일이 지속(1,2)되자 붉은 혁명은 제네시스와 리벤지스 혈맹을 행동을 거세게 비난했다. DK혈맹과 가장 오랫동안 싸워왔던 붉은 혁명의 입장에서는 그 동안 함께 싸웠던 리벤지스와 제네시스 혈맹이 과거 DK연합이 했던 악습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갈등이 심화되자 붉은 혁명은 '초심을 잃고 더 이상 DK연합과 전쟁을 지속할 의지가 없는 바츠 연합군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다.' 는 입장을 밝히며 바츠 연합군을 탈퇴하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제네시스나 리벤지스 혈맹에서도 자신들에게 가하는 붉은 혁명의 비난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 동안의 오랜 전쟁으로 평균 레벨이 많이 떨어진 상태인데도 오만의 탑 진격만을 주장하는 붉은 혁명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었는데 거기다 오만의 탑에서 세력을 키워가는 DK연합과 빠른 결판을 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메크로 파티 운영'이나 '사냥터 통제' 행위까지 걸고 넘어지자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체 무모한 행동을 바츠 연합군 전체에게 강요한다고 붉은 혁명을 비난한다. 그러나 내복단과 일반 유저들은 사냥터 통제나 메크로 파티를 운영하는 제네시스나 리벤지스 혈맹보다도 오만의 탑에서 끈질기게 DK연합과 전쟁을 계속하는 붉은 혁명 측에 지지를 보냈고, 리벤지스와 제네시스 혈맹을 비난하며 붉은 혁명에 가입하거나 혹은 독자적으로 행동한다. 결국 바츠 연합군은 크게 제네시스, 리벤지스 혈맹과, 붉은 혁명의 두 세력으로 나누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비록 서로 독자적인 노선을 걸으면서도 양 측은 서로를 적대시하진 않았으며, DK연합과 맞아 싸우는 일에 양 진영이 서로 힘을 보태거나 DK소유의 성을 공격하거나 바츠 연합군이 소유한 성을 수성하는데 힘을 보태는 등 서로 어느 정도 공조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잠재적으로 서로를 백안시하던 두 세력이 결정적으로 대립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앞서 말했듯 대부분의 붉은 혁명의 혈맹원들은 리벤지스와 제네시스 혈맹원들의 메크로 파티 운영을 곱지 않은 시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붉은 혁명의 총군주인 '눈물을감추고'는 사실 점점 늘어나는 혈맹원들의 안정적인 사냥을 위하여 메크로를 운영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DK연합과 싸움을 계속하는 모습에 지지를 보낸 일반 유저들을 다수 받아들여 200명이 넘는 거대 혈맹이 된 붉은 혁명이 사냥터를 원활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메크로나 통제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혈명 전용 사냥터를 운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눈물을감추고'는 제네시스 혈맹의 총군주인 '칼리츠버그'를 만나 메크로 프로그렘의 사용법을 물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칼리츠 버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눈물을 감추고'는 지금까지 리벤지스 혈맹에 가지고 있던 갈등과 불만을 '칼리츠 버그'에게 털어놓아 버렸다. '나는 DK보다 리벤지스가 더 싫다.'라는 '눈물을감추고'의 말은 그 동안 함께 DK와 싸웠던 리벤지스 혈맹과의 감정이 얼마나 악화되어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대변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사석에서 한 이 말을 칼리츠버그는 혼자서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리벤지스의 총군인 '나리타'에게 일러바쳐 버렸다. 한 혈맹의 총군주이자 누구보다 리벤지스와 붉은 혁명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골을 잘 아는 칼리츠버그가 어째서 거센 반향을 불러일으킬 게 뻔한 이야기를 나리타에게 알려주었는지는 알 수 없다. 설령 나리타와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인해 알려주었다 하더라도, 이 일을 가지고 제네시스가 양쪽에서 혁명과 리벤지스를 이간질시켜 그들을 서로 와해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는 음모론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한 혈맹의 총군주. 그것도 바츠 연합군 내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가진 혈맹의 총군주의 행동으로서는 최악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이 일로 인해 본격적으로 리벤지스와 붉은 혁명 사이에 공개적인 비난이 오고가기 시작했다. 메크로 사냥을 가지고 비난을 일삼던 붉은 혁명의 총군주가 직접 메크로 사용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리벤지스와 제네시스 혈맹원, 그리고일반 유저들들은 붉은 혁명조차 다를 게 없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고(1,2) 그에 맞서 붉은 혁명도 역시 DK연합과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는 리벤지스와 제네시스 혈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팽팽하게 맞선다. 양 측은 이제 더 이상 서로를 DK연합과 맞서 싸웠던 동지가 아닌, 쓰러트려야 할 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결국 리벤지스와 붉은 혁명의 긴장을 폭팔시키는 결정적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한참 리벤지스와 붉은 혁명의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 DK혈맹이 기습적으로 리벤지스 혈맹이 소유했던 오렌성을 공격하여 점령한 일이 일어났다. 그 당시 DK연합은 오만의 탑에서 어느 정도 세력을 수습하고 흩어졌던 혈맹원들을 모아 용의 계곡 등지에서 바츠 연합군과 싸우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DK연합은 아직까지 과거의 세력을 완전히 회복하진 못했고, 리벤지스와 붉은 혁명이 날카롭게 대립하곤 있었지만 DK연합에게 빼앗긴 오렌성을 되찾는다는 대원칙에 모두 동의하고 힘을 합쳐 다음 공성 시기에 DK혈맹으로부터 다시 오렌성을 탈환하는데까진 성공했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 날 있을 디온성의 공성이었다. 애당초 제네시스, 리벤지스, 붉은 혁명은 과거 리벤지스 혈맹이 차지했던 오렌성을 붉은 혁명이 가지는 대신, 다음 날 있을 공성에서 DK연합의 소유인 디온성을 빼앗아 리벤지스 혈맹이 가지기로 합의를 해둔 상태였다.그러나 붉은 혁명은 디온성 공성전에서 이 합의를 무시하고 오렌성에 이어 디온성까지 차지해버린 것이다. 디온성을 지키던 DK연합군을 무찌른 리벤지스 혈맹의 총군주 나리타가 각인실에 도착하였으나 이미 각인실은 붉은 혁명이 완전히 장악한 체 길을 막고 있었고 나리타는 그들에게 합의했던데로 자신들이 각인할 수 있도록 비켜달라고 요청하였으나 붉은 혁명 총군주 눈물을감추고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결국 디온성 공성전은 붉은 혁명이 성을 차지한 체로 끝나버렸고, 그렇잖아도 사냥터 문제나 메크로 파티 문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질데로 깊어진데다 붉은 혁명이 디온성을 각인하는 모습을 눈뜨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리벤지스 혈맹의 분노는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 오렌성 공성 문제는 사실 확인이 불분명하다. 당시 제네시스 혈맹원이 게시판에 남긴 글에 따르면 오렌성 공성은 이미 제네시스, 리벤지스, 붉은 혁명이 합의한 끝에 붉은 혁명이 차지하기로 하였으며, 과거 리벤지스 혈맹의 소유였던 오렌성을 붉은 혁명에게 넘기는 조건으로 리벤지스는 다음 날 있을 디온성을 공략하기로 했다고 언급하고 실제 게시판에도 공성 문제를 이런 시각으로 보는 글이 많았다. 그러나 디시인사이드에서 과거 붉은 혁명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리체르카레'님의 말에 의하면 디온성을 붉은 혁명이 이미 차지했고 일요일에 있었던 오렌성 공성에서 붉은 혁명이 무단으로 성을 각인했다고 언급하고 있고, 명운화 씨의 '바츠 히스토리아'에 따르면 최초에 있었던 오렌성 공성부터 제네시스, 리벤지스, 붉은 혈명은 전혀 사전에 누가 성을 차지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아예 없었으며 붉은 혁명이 일방적으로 오렌, 그리고 디온성을 차지해버렸다고 묘사한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기에 일이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 작성되었으며 게시판에 동일한 주장이 많은 제네시스 혈맹원의 주장을 일단 우선적으로 기록해둔다.)

 

나리타는 수성이 끝나자마자 붉은 혁명의 총군주인 눈물을감추고에게 그 이유를 따져물었으나 돌아온 붉은 혁명 측의 대답은 싸늘했다. 리벤지스와는 더 이상 같은 길을 갈 수 없으며, 리벤지스가 바츠 연합에서 탈퇴하지 않는 이상 자신들은 바츠 연합과 어떠한 공조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사실상 리벤지스에 대한 전쟁 선언이었으며, 같은 바츠 연합에 적을 두고 있는 제네시스에게도 우회적인 선전 포고를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 붉은 혁명의 오만한 태도에 분노가 폭팔한 리벤지스 혈맹은 결국 붉은 혁명에게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그러자 붉은 혁명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예전부터 리벤지스가 메크로를 돌리고 있던 용의 계곡으로 진격해 리벤지스 혈맹원들을 몰살시키는 걸로 대응한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파국으로 치닫자 제네시스로서도 더 이상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이 사태는 바츠 연합의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진작 바츠 연합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떨어져나간 붉은 혁명과 바츠 연합군의 일원인 리벤지스 혈맹 사이에서 일어난 전쟁이었기에 제네시스는 리벤지스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으며, 만약 리벤지스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붉은 혁명이 제네시스에 가지는 적개심도 리벤지스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적은 것도 아니었기에 붉은 혁명과 손을 잡을래야 잡을 수도 없었다. 결국 제네시스 혈맹 역시 리벤지스와 함께 붉은 혁명의 상대로 전쟁에 돌입한다. 과거 DK연합을 쓰러트리기 위해 함께 싸웠던 그들이 이제 서로에게 칼을 겨누기 시작한 것이었다.

붉은 혁명이 디온성을 무단으로 각인하면서까지 리벤지스를 분노하게 만들고, 제네시스 혈맹이 리벤지스를 도울 거라는 걸 알면서도 불리한 전쟁을 감행한 결정적인 이유를 지금으로선 알 도리가 없다. 과거 바츠 연합으로 함께 싸웠던 그들이 더 이상 적극적으로 DK연합과의 싸움에 나서지 않고 홀로 오만의 탑에서 고군분투하는데 대한 분노였을 수도 있고, 오랫동안 DK연합과 전쟁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승리의 과실이라고 할 수 있는 성을 단 하나도 얻지 못했던데서 온 불만이 폭팔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의 문제로 인해 갑작스럽게 터진 사건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여왔던 감정의 골이 폭팔한 결과라는 사실이다.

 

어쨌든 이제 적으로 돌변해버린 제네시스와 리벤지스 혈맹 등의 구 바츠 연합군에 맞서 붉은 혁명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혈맹들을 규합하여 자유 연합이라는 이름을(1)내걸고 그들과 전쟁에 돌입한다. 그러나 전황은 자유 연합에게 지극히 불리했다. 애초에 제대로 된 전투력을 가지지 못한 혈맹들이 모인 자유 연합과, 과거의 동지에게 칼을 겨누는 것을 탐탁찮게 여기는 혈맹원들이 많았던 붉은 혁명은 강력한 전투 혈맹인 제네시스와 리벤지스 혈맹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1). 거기다 제네시스는 자유 연합의 패색이 짙어지자 과거에 DK가 했던 분조위와 비슷한 척살조를 동원하여 조직적으로 자유 연합을 죽이기에 이르렀으며, 붉은 혁명의 총군주 눈물을감추고는 이런 혈맹의 피해를 견디디 못해 그들과의 전면전을 회피하고 과거에 DK연합을 상대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게릴라 중심의 파티를 운영하여 전쟁을 이끌어나간다.

그러나 이 두 혈맹 간의 전쟁에 누구보다 놀란 것은, 다름아닌 지금까지 온갖 불미스러운 일에도 불구하고 바츠 연합군을 지지하던 일반 유저들과 내복단 유저들이었다. DK연합의 세력이 와해되기는 커녕 하루가 다르게 세력을 회복해나가는 상황에서 바츠 연합군이 서로 내분을 일으킬 거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그들은 양 진영이 서로 화해하고 DK연합이라는 공동의 적을 맞아 싸워줄 것을 요청했으나(1,2,3) 이미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이 머리 끝까지 차오른 리벤지스와 붉은 혁명 양 측에게 서로는 과거 눈물의감추고가 말했던 것처럼 'DK보다 더 싫은' 혈맹이 되어있었다. 일반 유저들의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양 진영이 싸움을 멈추지 않은 체 싸움을 계속해나갔고, 이런 바츠 연합의 모습에 환멸을 느낀 유저들이나 내복단, 그리고 과거 바츠 연합군의 일원이었던 중립 혈맹들은 그들을 거세게 비난하거나 속속 자신들의 서버로 돌아가기 시작한다.(1,2,3,4,5,6,7,8,9,10) 탈퇴한 혈맹 중에는 과거 바츠 연합군에 큰 힘을 실어주었던 해리 포터 혈맹도 포함되어 있었다. 해리 포터 혈맹의 총군주인 '박셩만만쉐'는 게시판에 긴 장문의 글을 남기며 바츠 연합군의 분열에 통탄했으나, 양 진영은 전쟁을 멈추려는 최후의 중재까지도 거절한 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고야 말았다.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었다. 불과 몇 달 전, DK의 폭압적인 행동에 저항하여 일어난 바츠 연합군에게 누구보다도 큰 힘을 실어주었던 것이 바로 내복단과 그들 무리에 섞인 일반 유저들이었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은 체 순수하게 자신의 서버, 그리고 같은 리니지2 속에서 일어나는 불의를 뿌리뽑고자 달려온 그들이 있었기에 바츠 연합군은 DK연합이 얻을 수 없었던 행동의 정당성을 얻을 수 있었고, 그들이 대신해서 맞아준 화살과 마법이 있었기에 DK연합으로부터 승리를 거둘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바츠 연합은 다툼에 눈이 멀어 그들을 저버렸다. 그 결과 그들은 가장 순수하고, 가장 강력한 세력을 잃어버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DK연합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바츠 연합이 내분에 휩싸여 서로에게 칼을 겨눌 때부터 움직이고 있었다.

 

 

12. DK의 반격과 바츠 연합의 몰락.

오만의 탑에서 은거하고 있던 DK혈맹과 '아키러스'가 바츠 연합군의 분열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기회가 올때까지 기란성 수성과 간간히 용의 계곡에 게릴라 파티를 보내는 정도의 소극적 대응을 펼치며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리면서 참고 있었다.

그러나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성 각인 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한 바츠 연합의 갈등은 이제 서로에게 칼을 겨누며 전쟁을 벌이는 상황까지 치달은 것이다. '아키러스'는 드디어 오랫동안 오만의 탑 안에서 은거하고 있던 DK연합에게 총진군을 명령한다. 04년 12월 19일의 일이었다.

시간을 조금 되돌려보면, 12월 15일은 제네시스와 리벤지스가 주축이 된 구 바츠 연합군에 대항하여 붉은 혁명과 그들을 따른 일반 유저, 그리고 중립 혈맹이 모여 만들어진 자유 연합이 막 창설된 날이었다. 자유 연합은 '반DK연합의 분쟁을 반대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창설되었으나 구 바츠 동맹군은 그런 자유 연합의 선언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자리에서 자유 연합을 적대 혈맹으로 선언하고 전쟁에 돌입한다. 해리 포터 혈맹의 총군주 '박셩만만쉐'는 구 바츠 연합군과 자유 연합 사이를 오고가며 12월 18일까지 중재를 위한 노력을 다하였으나 마지막의 마지막에 붉은 혁명 측이 구 바츠 연합군과의 일방적으로 중재를 거부해버리자, 이 모든 일에 환멸을 느낀 해리 포터 혈맹과 함께 중립을 선언하고 바츠 연합군에서 빠져나갔다.

더 이상 DK연합에게 망설일 것은 없었다. 내복단이 모두 자신의 서버로 돌아가고 일반 유저들마저 그들에게 등을 돌렸으며, 더군다나 내분까지 일으킨 바츠 연합군과 자유 연합은 자신들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DK연합은 19일에 있었던 글루디오 공성전을 화려하게 성공시키며 다시 한 번 바츠 서버의 전면으로 나선 것이다.

아덴성 공성 등에서 뼈저린 패배를 당한 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DK연합이었기에 바츠 동맹군과 일반 유저는 그들의 저력을 깔보고 있었다. 그러나 DK연합은 오만의 탑의 상층부에서 충분한 레벨업과 장비를 얻어 이전보다 더욱 강한 세력이 되어 내복단과 일반 유저, 그리고 연합군이 다시 한 번 힘을 합친다고 하더라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바츠 연합군에겐 더 이상 어떤 지원 세력도 없었다. 오히려 그들을 사무치게 미워하는 자유 연합이라는 존재가 등 뒤를 노리고 있을 뿐이었다.

 

12월이 지나고 05년 1월로 접어들자 더 이상 자유 연합은 전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어 있었다. 본래 전쟁에 익숙한 리벤지스와 제네시스 혈맹을 상대로 붉은 혁명만이 선전했을 뿐 자유 연합의 다른 혈맹들은 매일같이 패주에 패주를 거듭할 뿐이었다. 붉은 혁명 역시 더 이상 전쟁을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너진 상태였다. 그들은 진작 패배한 전쟁을 오직 구 바츠 연합군에 대한 적개심 하나만으로 버텨나가고 있는 형편이었다.

아키러스는 바로 이 점을 이용한다. 과거 자신들과 철천지 원수였던 붉은 혁명 이하 자유 연합의 일원들과, 바츠 연합군의 내분에 환멸을 느낀 일반 유저들을 DK연합으로 흡수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구 바츠 연합군과 돌이킬 수 없이 반목하게 되었다지만 1차 바츠 대전쟁의 대의 명분이었으며 치떨리는 학살과 통제의 장본인이었던 DK연합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막다른 궁지에 몰린 자유 연합의 혈맹원들은 그 있을 수 없는 선택을 하고야 만다. 과거 제네시스 혈맹이 그랬듯.

 

그렇게 자유 연합은 DK연합에 흡수되어 DK연합의 구 바츠 동맹군에 대한 대반격의 선봉에 섰다. 소수의 붉은 혁명 혈맹원들만이 DK와의 공조를 끝끝내 거부하고 자신들의 혈맹 문장을 지키며 붉은 혁명이라는 이름을 보존했을 뿐이었다. 구 바츠 연합군은 DK연합과의 싸움의 최선봉에 서서 자신들에게 칼과 활을 들이대는 자유 연합의 모습에 더할 나위 없는 충격을 받는다. 그 충격은 비단 구 바츠 연합군만이 느낀 것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DK의 반격에 숨죽이며 사태를 지켜보던 중립 혈맹, 그리고 일반 유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과거의 적이자 1차 바츠 대전쟁의 원흉인 DK혈맹과 손을 잡은 자유 연합을 거세게 비난했지만, 말했듯이 그들은 DK보다 제네시스와 리벤지스 혈맹에 대한 분노와 원한으로 가득 찬 악귀들이었다. 그들은 DK연합보다도 더욱 잔혹하게 구 바츠 연합군을 사냥해 나갔다.

사태는 시시각각 구 바츠 연합군에게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 수많은 내복단과 일반 유저들의 힘으로 얻은 성들을 DK연합에게 도로 빼앗겼다. 글루디오 성을 시작으로 오렌성, 디온성에 이어,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얻었던 아덴성마저 잃었고 그 여파로 급속도로 세력이 줄어든 구 바츠 연합군은 이제 용의 계곡 등지에서도 밀려드는 DK연합의 힘에 밀려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리벤지스 혈맹은 이미 더 이상의 전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으며, 제네시스 혈맹 내부에서도 혈맹 탈퇴와 분열이 거세지고 있었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바츠 연합의 최후의 희망까지 꺾어버리는 배신이 일어난다. 과거 1차 대전쟁 당시 바츠 연합군의 선봉에서 싸운 수원성 혈맹의 총군주이자 중립을 선언한 해리 포터와 더킹 혈맹 등이 포함된 유벤투스 동맹의 수장이었던 '칼데스마'가 자신들이 소유한 하이네스성을 DK연합에게 바치며 투항해버린 것이다. 사실상 하이네스 성과 유벤투스 동맹은 구 바츠 연합군에게 남은 최후의 전력이었으며 하이네스성과 유벤투스 동맹이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이제 사실상 DK연합에게 적대하는 세력이 바츠 서버 내에선 제네시스 혈맹을 제외하곤 아무도 남아있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수원성 혈맹의 총군주인 칼데스마가 내린 결정은 하나의 혈맹의 책임지는 총군주의 입장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구 바츠 연합군과 일반 유저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최악의 배신을 한 셈이었다. 그러나 아키러스는 과거의 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물론 이미 세력이 완전히 기울어버린 구 바츠 연합군은 설령 유벤투스 동맹이 그들과 협조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힘으로 그들을 꺾어버릴 경우 그들은 언제든지 지하로 숨어들어 다시 자신들을 상대로 들고 일어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아키러스는 그 투항을 받아들이고 칼데스마와 수원성 혈맹을 하이네스 성의 성주와 지배 혈맹으로 인정해준다.

그리고 유벤투스 동맹의 투항을 받아들인 아키러스는 수많은 바츠 연합군과 자유 연합의 투항으로 인해 비대해진 DK연합을 다시 재편한다. 신의 기사단과 정 혈맹에 각각 과거 붉은 혁명과 자유 연합에 소속되었던 혈맹원들을 가입시켰으며 투항한 유벤투스 동맹을 AK혈맹이라는 새로운 혈맹을 창설시켜 자유 연합의 나머지 인원들과 함께 소속시킨다. 그러면서도 아키러스는 그 AK혈맹의 부군주로 '칼데스마'를 임명하는 유화적인 제스쳐를 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마지막 남은 바츠 연합군 세력을 이끌고 투항한 칼데스마는 훗날 AK의 총군의 자리까지 오르며 제 2차 바츠 대전쟁에서 중요한 인물로 부상한다.

 

칼데스마의 투항을 계기로 바츠 연합군은 완전히 허공으로 흩어진다. 이제 남은 것은 제네시스 혈맹 뿐이었다. 과거 DK연합을 배신하고 바츠 연합군으로 투항했던 그들은 DK연합에 의해 처절하리만큼의 보복을 당한다. 아키러스는 구 제네시스 혈맹원, 그리고 리벤지스 혈맹원들을 무한 척살할 것을 DK연합에게 지시한다. 이것은 제네시스나 리벤지스 혈맹의 마크를 달고 있는 모든 유저들을 이유 여부를 막론하고 살해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이들을 사냥하는데 AK혈맹을 위시한 과거의 바츠 연합군이 더욱 적극적이었다는 것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과거의 동료들에게 집요하게 살해당하면서 리벤지스와 제네시스 혈맹은 더 이상 바츠 서버에서 혈맹의 마크를 단 체로 사냥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한 제네시스 혈맹의 총군주 칼리츠버그는 직접 아키러스에게 제네시스 총군주에서 사퇴하는 것과 더불어 캐릭터 자체를 지우겠다는 요청을 하며 항복을 간청한다. 리벤지스 혈맹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나리타' '야적' '어시장'등 혈맹 지휘부 캐릭터들을 봉인하고 혈맹 문장을 지우겠다는 굴욕적인 조건을 내걸고 DK연합에게 항복을 요청한다. 그 결과 그들은 간신히 중립 혈맹으로서의 지위를 아키러스에게 인정받고 혈맹을 보존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이미 예전에 DK와 맞서 싸웠던 강력한 혈맹이 아닌 바츠 서버의 그저 그런 중립 혈맹으로 추락해 버렸다.

비참한 결말이었다.

 

그렇게, 바츠 서버의 일반 유저, 그리고 수많은 혈맹이 자유와 해방을 외치며 뛰어들었으며 MMORPG사상 최초의 민중 반란이라고 할 수 있는 '내복단'이라는 존재까지 생겨나게 만들 정도로 큰 참여를 이끌어내었던 제 1차 바츠 대전쟁은 막을 내린다. 이 전쟁을 통해서 DK연합은 자신들을 적대시하던 세력을 완전히 뿌리뽑은 것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혈맹으로 가입하게 만드는데 성공하여 과거의 DK보다 더욱 강력한 세력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제 DK연합을 막을 사람은 바츠 서버에 아무도 없었다. 순수한 열정으로 뛰어들었던 내복단은 바츠 연합군의 분열에 실망하여 떠나버렸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조 캐릭터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중립 및 일반 유저들은 이제 기분 내킬때마다 날아오는 DK연합의 칼날에 숨죽이며 살거나 아니면 서버 이전을 통해 다른 서버로 떠나버릴 수 밖에 없었다. 바츠 해방전의 비참한 결과를 지켜본 모든 유저들은 바츠 서버에 더 이상 희망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그렇게 바츠 서버에는 길고 짙은 암운이 드리운다. 이 암운이 걷힐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13. DK 철권 통치 시대.

제네시스와 리벤지스가 DK에게 항복을 선언하고, 유벤투스 동맹이 AK혈맹으로 재편되어 DK연합에 흡수된 바츠 서버에는 더 이상 DK연합에게 맞설 세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끝까지 DK연합으로 흡수되길 거부하고 갈라져나온 붉은 혁명의 소수 인원들과 지금은 이름도 전해지지 않는 작은 혈맹. 그리고 DK연합에 최후까지 저항하는 길을 선택한 소수의 일반 유저들만이 강력한 DK연합을 상대로 승산이 없는 싸움을 계속해나갔다. 이들 중에는 과거 리벤지스 혈맹이나 제네시스 혈맹에서 활동하던 유저도 있었고, 훗날 제2차 바츠 대전쟁에서 혈맹의 군주, 혹은 혈맹원으로 참전하게 될 유저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들의 분투가 없었다면 아마 제2차 바츠 대전쟁은 일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의 동지들이 날려대는 화살에 맞아 하루에 수십 번씩 쓰러지면서도, 저항 세력에겐 리니지2에 존재하는 모든 사냥터를 점령한 DK연합의 치밀한 감시로 인해 잃어버린 레벨을 복구할 수조차 없었다. DK연합은 단순히 저항 세력을 죽이고, 그들의 사냥을 방해한 것뿐만이 아니라 그들과 파티를 맺은 일반 유저들까지 가리지 않고 살해해버렸기 때문에 일반 유저들은 DK연합의 보복이 두려워 저항 세력과 파티를 맺기는 커녕 그들을 기피하기 일쑤였다. 저항 세력의 유저들 중 대다수는 그렇게 일반 유저들의 냉대 속에서(1) DK연합에 맞서 최후까지 저항하다 더 이상 싸움을 계속해나갈 수 없을 정도로 레벨이 떨어지고 모든 장비를 잃어버린 후 바츠 서버를, 혹은 리니지2를 떠난다.

이 시기의 바츠 서버는 DK연합을 제외한 중립 혈맹, 그리고 일반 유저들에겐 그야말로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암흑 시대였다. 모든 성은 DK연합이 소유하고 있었으며 일반 유저들은 이어질 DK연합의 보복이 두려워 공성을 꿈조차 꿀 수 없었다. 사냥 역시 마찬가지였다.리니지2의 크고 작은 모든 사냥터 역시 DK연합이 장악했고, 그들이 장악한 사냥터 중에서도 특히 효율이 좋은 장소에는 24시간 메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DK연합이 상주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효율이 좋은 장소에는 '아키 존'(아키러스 존의 준말)과 같은, 다른 서버의 유저들은 들어보지도 못한 독특한 이름이 붙을 정도였다. 이와 같은 횡포에 대한 항의는 당연히 죽음으로 이어졌고 조금이라도 DK연합의 일방적인 사냥터 퇴거 요구에 언잖은 기색을 보여도 곧바로 DK연합이 운영하는 분조위 등의 척살조의 공격에 차가운 시체가 되어 바닥에 뒹구는 꼴을 면할 수 없었다.

 

DK연합이 행한 사냥터 통제가 얼마나 극심했는가는 크로니클3에 새롭게 업데이트된 세븐사인 시스템이 바츠 서버 내에서 어떻게 운영되었는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05년 3월 2일 업데이트 된 '크로니클3 - 눈뜨는 어둠'의 가장 큰 특징은 성을 차지한 지배 혈맹이 소속된 '여명의 군주단'과 성을 차지하지 못한 혈맹과 일반 유저들이 소속되는 '황혼의 혁명단'으로 나누어진 두 집단이 '네크로폴리스'나 '카타콤' 등의 새롭게 추가된 던전의 지배권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시스템의 도입이었다. 두 집단은 정해진 기간 동안 새롭게 추가된 던전의 몬스터가 드롭하는 '룬'이나 '제물의 피'등을 모아 경쟁 포인트를 올리며, 경쟁 기간 동안 포인트를 더 많이 모은 진영은 일정 기간 동안 '네크로폴리스'나 '카타콤'을 독점하는 것과 동시에 '아나킴'이나 '릴리스' 등의 보스 몬스터를 사냥할 권리를 얻게 된다.

개발사인 NC소프트의 세븐사인 도입 의도는 성을 차지한 지배 혈맹의 일방적인 독주를 막고 양 진영의 경쟁을 통해 전체적으로 서버 내의 지배 혈맹과 피지배 혈맹 간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려는 것이었으나 오직 바츠 서버에서만은 이 NC소프트의 의도와는 정 반대로 지배 혈맹인 DK연합의 세력을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발판이 되고야 말았다. 애초에 바츠 서버에는 DK연합에 대항할만한 혈맹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으며, '황혼의 혁명단'에 참가하여 경쟁 포인트를 획득하려는 일반 유저들을 DK연합은 적으로 규정하고 조직적으로 살해해버린 것이다. 결국 일반 유저들은 DK연합의 보복이 두려워 세븐사인 경쟁에 참여하지 않았고, 결국 세븐사인 시스템은 DK연합이 독점적으로 '네크로폴리스'와 '카타콤'을 차지하는 걸 거들어주는 시스템으로 변질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바츠 연합군의 대부분을 굴복시켜 휘하에 넣고, 사냥터 점령 등의 전후 처리를 마무리지은 DK연합은 이어서 자신들의 지배권을 확고하게 다지기 위한 행동에 들어간다. 그것은 바로 과거 1차 바츠 대전쟁 당시에 가장 중요한 변수이자 자신들에게 가장 골칫거리로 다가왔던 중립 혈맹 및 일반 유저들을 일소하는 일이었다.

1차 바츠 대전쟁 당시 중립 혈맹과 일반 유저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DK연합이나 바층 연합 중, 어느 쪽에도 가담하지 않은 체 사냥 등의 일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보였다. 섣불리 참여한 전쟁이 바츠 연합군의 패배로 이어질 경우 DK연합의 공격에 의해 혈맹이 공중 분해될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중립 혈맹 역시 사냥터를 통제하는 DK혈맹에 대해 큰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보조 캐릭터의 내복단 참전으로 이어졌다. 비록 혈맹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고 당당하게 전쟁에 참여할 형편은 되지 않았지만 보조 캐릭터로 바츠 연합군의 편에 서서 DK연합과 싸웠던 것이다.

DK연합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1차 대전쟁 당시에 그들의 저력을 뼈져리게 실감했기에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들이 과거 바츠 연합군처럼 다시 뭉치게 될 경우 자신들에게 큰 위협이 될거라는 사실 역시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DK연합은 중립 혈맹. 일반 유저들의 세력을 뿌리뽑고, 다시는 1차 바츠 대전쟁과 같이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전쟁의 발발을 막기 위해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다. 바로 일반 유저, 그리고 중립 혈맹에 대한 무차별적인 학살이었다.

 

 

14. 학살. 그리고 새로운 저항 세력의 태동.

05년 4월 9일. DK연합은 신의 기사단, 위너스, 정, AK로 이루어진 다섯 혈맹은 기란 항구에서 동맹식을 가진 후 안타라스 레이드를 감행한다. 타 서버에서 무수히 도전했지만 엄청난 공격력과 마법, 그리고 체력으로 인하여 번번히 고배를 마셨던 안타라스를, 이날 DK연합은 전 서버에서 최초로 공략하는데 성공했으며(관련 동영상) 이 날 안타라스를 잡기 위해 모인 DK연합의 수는 약 1,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DK연합이 벌인 이 안타라스 레이드는 비록 안타라스가 줄 보상이나 전 서버에서 최초로 쓰러트린다는 명예를 차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동맹식이라는 거창한 행사를 연 직후 이루어졌다는 걸 생각해 볼 때 궁극적인 목적은 바츠 대전쟁을 통해 큰 홍역을 치뤘으며 구 바츠 연합군 세력의 유입으로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DK연합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저신들의 세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외부에 과시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적 행위에 가까웠다.

 

그러나 전 서버에서 최초로 안타라스를 쓰러트린 업적 따위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냥터나 필드에서 이유 없이 DK연합의 활에 맞아 죽어가는 일반 유저들에겐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들이 안타라스를 쓰러트린 후 기쁨에 함성을 지르는 순간에도 바츠 서버의 일반 유저들은 그들의 무차별적인 학살을 피할 곳을 찾아 돌아다니는 형편이었다. 지금까지 리니지2에서 적대 혈맹을 쓰러트리기 위해 그 혈맹에 속한 유저들을 공격하는 일은 많았으나, 적대 혈맹도 아닌 중립 및 친목 위주로 모인 군소 혈맹이나 심지어는 혈맹에 속하지 않은 일반 유저들까지 집단으로 학살하는 일은 단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 DK연합의 의도는 말 그대로 바츠 서버 내에 있는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유저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다시는 자신들에게 저항하지 못하도록 짓밟아 놓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리니지2의 수많은 서버 중에서도 오직 바츠 서버에서만 일어났으며, 그리고 바츠 서버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바츠 서버를 제외한 타 서버에선 '동맹을 제외한 서버 내 모든 유저들의 학살'이라는 말도 안 되는 행동 자체가 불가능했다. 지배혈맹을 견제할만한 세력을 가진 혈맹은 얼마든지 있었고, 그들 혈맹 중 몇 개만 연합하더라도 지배 혈맹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올라서는 일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타 서버에서는 그런 중립 혈맹의 연합으로 인한 지배 구조의 변화가 숱하게 일어났다. 그러나 바츠 서버에서는 이미 그런 견제 역활을 할 만한 혈맹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비참한 패배를 맛본 일반 유저들과 군소 혈맹들은 소극적이 되어 뭉쳐서 저항하기보단 흩어져 살아남기에 급급했다.

 

DK혈맹이 행한 일반 유저들의 조직적 학살은 온라인 게임 사회를 붕괴시킬 위험이 있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 온라인 게임은 신생아가 꾸준히 태어나는 현실과는 달리 유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도 않으며, 기존 유저들도 게임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경우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불안정한 인구 구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현실 사회에서 상부 계층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하부 계층을 조직적으로 핍박할 경우, 하부 계층은 반란이라는 자정 능력을 통해 기울어진 힘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떠나버리면 그만인' 가상 사회 속에서는 하부 계층의 자정 능력이 발동되는 대신 유저들의 이탈과 같은, 현실 사회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공동화 현상이 생겨난다. 실제로 DK연합의 학살을 피해 게임을 그만두거나 서버를 이전한 유저들이 계속 증가하여, 한 때는 1서버이자 가장 많은 유저들이 모였던 바츠 서버가 7서버인 드비안느에 비해 일시적으로 접속자 숫자가 뒤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할 정도였다.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에서 가장 붐비는 서버가 1서버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DK연합이 행한 일반 유저의 무차별적 학살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DK연합의 무차별적 학살이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자, 그 동안 숨죽여 살기만 했던 일반 유저와 군소 혈맹 사이에서 다시금 반발의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05년 6월 26일에 있었던 중립 유저들의 안타라스 레이드 사건을 다시 한 번 표면으로 드러난다. 안타라스 레이드를 진행하기 위해 일반 유저들과 중립 혈맹들을 DK연합은 레이드 참여 인원 중 붉은 혁명의 일원이 섞여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전쟁을 선포하고 전부 살해해버린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바츠 서버의 유저들은 다시 한 번 DK연합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저항의 선봉에 선 것은 역시 붉은 혁명이었다. 그리고 페르소나라는 이름으로 재편한 구 제네시스 혈맹과 리벤지스 혈맹이 중립 혈맹으로서의 위치를 버리고 다시 전투 혈맹으로 조직을 재편해 DK연합을 상대로 저항의 깃발을 들어올렸다. 굴욕적인 항복을 하면서까지 혈맹을 존속시켜려 하였으나 DK연합의 무차별적인 학살의 칼날은 이들에게도 무자비하게 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저항 세력은 과거 1차 대전쟁 당시의 바츠 연합군처럼 통일된 조직을 형성하지 않은 체 과거처럼 개별적으로 행동했다. 이는 새롭게 일어난 저항 세력의 대부분이 구 바츠 연합군의 잔당들이며, 비록 DK연합의 폭압적인 행동에 반발하기는 했지만 과거 바츠 연합군 시절 있었던 반목을 씻어내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1)이기도 했다.

그러나 비록 점조직 형태로 분산된 체 싸웠지만, 그들은 구 바츠 연합군이 사라진 후 최초로 DK연합에 저항하기 시작한 세력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 이들 중 붉은 혁명과 제네시스 혈맹은 새벽 시간을 틈타 DK연합이 메크로를 돌리는 용의 계곡이나, 오만의 탑으로 침투하여 게릴라 전을 펼쳐 승리를 거두기도 하였으며, 상대적으로 사망의 위험이 적은 기란성 부근의 피스존을 넘나들며 싸우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DK연합을 괴롭히기도 했다. 또한 새로운 저항 세력의 등장에 탄력받아 과거 바츠 연합군에게 실망하고 떠났던 내복단 유저들의 일부와 1차 대전쟁 이후 새롭게 게임을 시작한 일반 유저들이 저항 세력에 합류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이 시기의 내복단들은 과거처럼 타 서버에서 달려온 유저보단 바츠 서버 내의 유저들이 키우는 보조 캐릭터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은 DK연합의 압제에 시달리는 바츠 서버의 유저들에게 작은 위안거리는 될지언정 근본적으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으로 이어질 수는 없었다. DK연합은 여전히 막강했고 그들에게는 용의 계곡이 아니더라도 오만의 탑 등의 고효율 사냥터가 얼마든지 널려 있었다. 또한 기란성 부근에서 매일 이루어지는 전쟁 역시 실질적인 피해라기보단 그냥 귀찮은 분쟁 정도에 불과했으며, 무엇보다 통일된 지휘 체계가 존재하지 않아 그나마 얼마 되지도 않는 전력을 집중시킬 수조차 없었다.(1)

승산이 없다는 것은 저항 세력 자신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비록 무서운 투지를 보이며 DK연합과 싸웠지만 압도적인 힘을 가진 DK연합에 맞서 상황을 조금이라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중립 혈맹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절실했다. 그러나 중립 혈맹은 저항 세력과 일반 유저들의 잇다른 호소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이런 중립 혈맹의 소극적인 자세를 빗대 타 서버의 유저들은 '1서버의 중립 혈맹들은 모두 DK혈맹에 대한 노예 근성으로 가득 차 있다.'라고 비아냥거릴 정도(1,2,3)였다.

그러나 과거 1차 바츠 대전쟁의 비참한 결과를 지켜본 그들을 무작정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전쟁이 아닌 친목 위주로 만들어진 군소 중립 혈맹이 혈맹의 존망을 거는 DK연합과의 전쟁이라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 것이다. 더군다나 아키러스는 과거 중립 혈맹의 보조 캐릭터의 봉기로 이어졌던 내복단의 악몽을 잊지 않았고, 그들의 행동을 감시하기 위해 DK연합의 보조 캐릭터를 중립 혈맹에 가입시켜 그들을 행동을 감시하거나, 만약 중립 혈맹이 DK연합에게 조금이라도 위험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성장할 경우 갖은 이유를 들어 그들에게 전쟁을 선포하고 철저하게 짓밟았다.(1) 이런 아키러스의 중립 혈맹 견제 정책으로 인해 중립 혈맹은 전쟁은 고사하고 DK연합의 감시가 두려워 채팅창을 통해 DK연합에 대항하자는 이야기를 꺼내기조차 어려웠다.

결국 저항 세력들은 중립 혈맹과 일반 유저들의 자의 반, 타의 반의 외면 속에 방치된 체 싸워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희망은 있었다. 과거 아덴성을 뺴앗긴 DK연합이 크로니클2에서 업데이트된 오만의 탑을 발판으로 삼아 재기에 성공했던 것처럼, 이 시기의 리니지2에도 크로니클4라는 업데이트가 준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용의 계곡과 오만의 탑 못지 않은 양질의 사냥터의 등장을 예고한 크로니클4가 업데이트 된다면, 지금처럼 모든 사냥터를 통제하는 것으로 저항 세력의 성장을 억눌러온 DK연합의 전통적인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바츠 연합군은 DK연합과의 길고 지루한 싸움을 계속해나간다.

 

15. DK혈맹의 분열.

그러나 저항 세력이 구심점을 잃고 축소된 것과는 반대로 이 시기의 DK연합의 힘은 그야말로 절정을 달렸다. 대부분의 사냥터를 독점하고 저항 세력을 완전히 분쇄했으며, 자신들에게 반대하던 세력의 일부를 흡수하기까지 한 DK연합의 세력은 설령 크로니클4가 업데이트 되어 저항 세력이 힘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쉽게 뒤집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이 힘을 바탕으로 DK연합은 안타라스 레이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촉발된 저항 세력의 봉기를 계속해서 힘으로 억누른다. 막강한 DK연합과의 오랜 싸움으로 지친 저항 세력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소수의 게릴라를 운용하여 DK를 괴롭히는 식으로 싸움을 계속해나갔지만, 저항 세력의 싸움은 점점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싸우기 위한 싸움'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외적으로 큰 성장을 거듭한 DK연합이었지만, 그들에게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첫 번째 문제는 조직의 규모가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점이다. 이 시기의 DK연합은 저레벨의 유저들의 사냥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통제를 가하는 대신, 고레벨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 사냥를 완전하게 장악하여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저레벨 유저들이 고레벨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원활한 사냥을 위해 자발적으로 DK연합에 가입하길 원하게 만들어 세력을 무한히 넓혀왔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지나, DK연합에 가입한 혈맹원들의 숫자가 지나치게 늘어나자 내부적인 통제에 어려움을 겪기에 이른다.

이는 현실에서 하나의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겪는 내부적 진통과 매우 흡사했다.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지금까지 DK연합은 바츠 서버의 어떤 혈맹보다도 내부 결속이 단단한 조직이었다. 과거 리니지1부터 게임을 해온 혈맹원들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몇 번의 큰 위기를 해치며 지배 혈맹으로서의 패권을 확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혈맹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총군주의 명령 아래 일사불란하게 뭉치던 과거와는 달리, 단순히 고레벨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서 DK연합에 가입하게 된 인원의 숫자가 늘어나자 그들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었던 조직력이 서서히 느슨해지기 시작한다.

이런 조직력의 저하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사냥터였다. 실제 너무나 많은 인원들이 DK연합에 가입한 이 시기에는 바츠 서버의 어떤 사냥터에서도 DK연합의 일원이 없는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과거 오픈 베타 서비스부터 DK연합의 일원으로 활동했었고, 1차 바츠 대전쟁을 거치는 과정에서 더욱 단단하게 굳어진 혈맹원 간의 단결력이 새롭게 가입한 혈맹원들에겐 보이지 않았다. 사냥터에서도 적의 혈맹원들을 보고도 못본 척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으며, 심지어 이들 중에는 암묵적으로 구 바츠 연합군의 일원이었던 저항 세력들과 사냥터에서 파티를 맺어 사냥을 하는 모습조차 목격될 정도였다. DK연합에는 자신들과 적대시하는 세력과는 어떤 식으로든 공조할 수 없다는 규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가입한 DK연합의 혈맹원들 사이에선 그런 규칙이 무시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두 번째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바로 DK혈맹 내부의 헤게모니를 둘러싼 파벌 다툼이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다.

혈맹원 간의 조직력이 탄탄하다는 것 외에 DK혈맹의 또 다른 특징은 타 혈맹에 비해 총군주가 가지는 권한이나 발언권이 유독 강하다는 점이었다. 이 역시 과거 리니지1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인데, 총군주의 명령에 혈맹원들이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DK혈맹의 체제를 빗대어 바츠 서버의 유저들은 '흡사 군대 조직같다.'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그러나 일반 유저들의 비아냥섞인 표현과는 달리 DK연합의 총군주는 단지 혈맹원들의 절대적인 충성심을 바탕으로 떠받들어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혈맹의 문제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질 것을 함께 요구받았다. 과거 아덴성 공성전의 패배의 책임을 지고 shadow여솔 총군주가 사퇴하기도 했으며, 후임 총군주인 아키러스가 혈맹의 자금 사정을 해결하기 위해 사비를 털었던 것이 좋은 예다. 이런 총군주의 책임을 바탕으로 한 DK혈맹의 상명하복의 수직적 명령 체계는 1차 바츠 대전쟁이라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 훌륭한 대처 능력을 보인 것으로 그 효율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현실과 마찬가지로 수직적인 명령 체계는 위기 상황에선 훌륭한 대처 능력을 발휘하지만, 그것이 지나치게 오래 지속될 경우 필연적으로 하부 계층의 욕구나 불만을 힘으로 억누르는 독제 체제로 흘러가게 된다는 문제 또한 함께 가지고 있었다. DK혈맹은 탄생부터 크고 작은 전쟁을 계속해나가는 '위기 상황' 속에서 운영되었기에 수직적 명령 체계에 대해 불만이 터져나오는 일 역시 드물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크고 작은 불만이 표면으로 드러나기 전에, 내부 숙청을 통해 반대 세력들을 꾸준히 DK혈맹 밖으로 퇴출시켜나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1차 바츠 대전쟁 이후 지금까지 DK혈맹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안정된 상황이 지속되자 그 동안 억눌려왔던 불만들이 외부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당시 DK혈맹의 총군주인 아키러스는 유난히 카리스마가 강한 인물이었다. 전 군주였던 shadow여솔의 실책으로 인해 DK혈맹이 위기 상황에 몰렸을 때 총군주로 취임하여 불리한 전세를 끝끝내 역전시키는데 성공했으며, 당시 바츠 서버 내에서 DK연합의 계획적인 사냥터 통제 등을 시행하여 외부적으로 혈맹의 세력을 크게 향상시는 등, 그가 DK혈맹의 성장에 이바지한 업적은 실로 지대했다.

그러나 그는 유난히 적도 많았다. DK혈맹의 세력을 외부적으로 팽창시키는 과정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은 바츠 서버의 일반 유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자신의 생각을 동맹 혈맹인 '신의 기사단'이나 'AK' '위너스' '정'등에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등,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 독선적인 면 또한 함께 가졌던 것이다. 그런 아키러스의 일방적인 혈맹 운영이 오랫동안 계속되자 DK혈맹 내부에서 암암리에 아키러스의 노선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생겨나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아키러스의 노선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 '아틀란티스77'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혈맹원들의 숫자가 많은 DK혈맹은 크게 아키러스가 직접 운영하는 '드래곤' 혈맹과, 솔라 부총군이 지휘하는 '나이츠' 혈맹이라는 두 개의 체제로 나뉘어 있었는데 아틀란티스77은 주로 새롭게 가입하는 혈맹원들이 많은 나이츠 혈맹에 소속되어 있었다.

예전의 드래곤 혈맹과 나이츠 혈맹은 DK혈맹이라는 큰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구분에 불과했다. 그러나 1차 바츠 대전쟁 이후 새롭게 DK혈맹에 가입한 신입 혈맹원들이 대거 나이츠 라인으로 소속되면서, 언제부턴가 드래곤 혈맹 내부에서 나이츠 혈맹을 백안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러나 문제는 단지 분위기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드래곤 혈맹 내부에서 나이츠 혈맹에게 궃은 일을 떠맡기다시피 하는 등, 실제로 나이츠 혈맹을 드래곤 혈맹의 하부 조직으로 취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드래곤 1라인의 군주이자 DK혈맹의 총군주인 아키러스는 바츠 서버의 저항 세력의 공격으로 매일 같이 분쟁이 일어나는 기란성에 드래곤 라인은 참전하지 말 것을 지시했으며, 그 때문에 저항 세력과의 전쟁은 나이츠 라인의 혈맹원들이 도맡아 치르는 상황이 이어진다. 실제로 대규모 인원이 정면으로 싸우는 공성전 등에 비해 기란성 피스존을 둘러싼 게릴라전은 장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나이츠 라인에 소속된 혈맹원들은 드래곤 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레벨업 등에 투자할 시간을 많이 빼앗길 수 밖에 없었었다.

그런 차별이 계속 이어지자 나이츠 라인 내부에선 드래곤 라인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기 시작한다. 비록 신입 회원들이 다수 소속되었다곤 하지만 나이츠 라인 내부에도 1차 대전쟁 당시부터 DK혈맹에 소속되어 바츠 연합군과 싸웠던 혈맹원들의 숫자가 적은 것이 아니었다. 어쨌든 아틀란티스77 역시 1차 대전쟁 당시 나이츠 혈맹의 2라인 군주로써 바츠 연합군과 싸운 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골수 혈맹원들에게서 시작된 불만은, 혈맹 채팅창을 타고 점차 나이츠 혈맹 전체로 퍼져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DK혈맹 내에서 총군주인 아키러스가 가진 카리스마는 대단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나이츠 혈맹은 공식적으로 아키러스를 지지하는 솔라 부총군에 의해 운영되는 형태였기에 불만의 목소리를 모아 아키러스에게 전달할 수도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DK혈맹은 수직적인 명령체계를 고수하는 집단이었고, 자신이 속한 라인 군주를 통하지 않고서는 불만을 상부로 전달할 수도 없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불만은 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결국 엄청난 분노와 함께 폭팔하기만 할 뿐, 결코 자연적으로 사라지진 않는다. 그리고 쌓여가던 나이츠 라인의 불만은 아키러스가 DK혈맹을 해체하겠다는 의견을 군주진 회의의 공식 안건으로 올린 것을 계기로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아키러스는 1차 바츠 대전쟁이 끝난 이후 종종 DK혈맹 라인 군주들에게 자신이 크로니클4까지만 게임을 즐길 것이라는 것을 말하곤 했었다. 훗날 DK혈맹을 해체하면서 노리누리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해체의 이유를 '5년 전 최초로 혈맹이 창설될 때 혈맹의 최고 전성기에 자진 해산하기로 하였고, 혈맹의 힘이 최전성기에 달한 지금 그 약속을 지키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키러스 개인이 게임을 그만두는 것은 개인의 자유에 따른 선택이지만, 게임을 그만두면서 동시에 DK혈맹 역시 함께 해체시키겠다는 선언은 개인의 선택을 벗어나는 문제다.

DK혈맹은 아키러스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라 수많은 혈맹원들이 모여 이루어진 조직이다. 설령 그가 게임을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후임자가 그의 자리를 이어받아 DK혈맹을 운영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아키러스를 따르는 드래곤 혈맹의 라인 군주들 중 상당수가 그와 함께 게임을 그만두겠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DK혈맹원들은 아키러스의 결정에 큰 반감을 보였다. 그 중에서 가장 크게 반발한 건 역시 나이츠 혈맹이었다. 평소에도 드래곤 혈맹의 수장인 아키러스의 차별 정책에 불만이 쌓여가던 차에, 혈맹의 해체라는 중차대한 문제까지 자신을 따르는 인물이 대부분인 군주단 회의를 통해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리자, 그들은 공공연하게 아키러스의 독선적인 혈맹 운영에 대해서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결정적으로 아틀란티스77과 나이츠 라인 혈맹원의 반감이 폭팔하는 일이 일어난다. 당시 나이츠 혈맹의 소속이었던 어떤 인물이 DK혈맹원들과 사냥을 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도중 아키러스의 일방적 혈맹 해체에 대한 비난의 말을 꺼낸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아키러스의 직속 라인에 소속된 '도배'라는 인물 역시 함께 있었다. 아키러스의 직속 라인에 속해있을만큼 그와 가까운 인물이었던 도배는 아키러스를 비난하는 나이츠 혈맹의 소속원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상황이 험악하게 돌아가자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나이츠 혈맹 라인 군주 중 한명이었던 '봅슬레이'라는 인물이 두 사람의 언쟁을 정리하기 위해 중재에 들어갔지만, 도배는 라인 군주인 봅슬레이에게도 혈맹원을 관리하지 못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올린다.

도배의 거친 말투에 언쟁을 중지시키려던 봅슬레이 역시 기분이 언짢을 수 밖에 없었다. 설령 타 라인 군주라고 하더라도 일개 혈맹원이 라인 군주의 말에 거칠게 대꾸하는 모습은 DK혈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봅슬레이가 도배의 거친 말투를 지적하며 나무라자 분노한 도배는 봅슬레이를 살해해버린다.

이는 매우 심각한 사건이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DK혈맹은 철저한 상명 하복의 체계로 움직이는 조직이었다. 군주의 말에 혈맹원이 말대꾸를 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의 대상이 될 정도로 상급자에 대한 철저한 충성심을 요구하는 DK혈맹 내에서 군주를 일개 혈맹원이 살해한다는 것은 단지 당사자의 처벌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혈맹원이 소속된 라인에게까지 여파가 미칠 정도로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도배는 아키러스가 속한 라인의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열린 군주단의 긴급 회의에서 나이츠 라인의 아틀란티스77은 군주를 살해한 죄를 물어 도배의 혈맹 탈퇴와 영구 철살을 아키러스에게 직접 건의하였으나 아키러스는 도배를 두둔하며 혈맹 탈퇴는 시키겠으되 영구 척살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한다. 훗날 'DK혈맹을 탈퇴한 인물은 동맹혈 어디에서도 받지 않는다.'는 DK연합의 규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배가 DK연합 중 하나인 신의 기사단에 가입한 것으로 미루어 봐서는 혈맹을 탈퇴시킨 것도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조치였을 뿐이다.

그렇게 형식적인 징계로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아키러스의 태도에 아틀란티스77 뿐만 아니라 나이츠 라인 군주진 전체가 크게 반발했으나 아키러스는 자신이 내린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번복은 커녕 '내 결정을 납득할 수 없는 사람은 혈맹을 탈퇴하라.'라는 극단적인 말로 거세게 반발하는 나이츠 혈맹의 군주진을 힘으로 찍어눌렀다.

그러나 나이츠 라인의 항의 속에 담긴 감정이 단지 도배의 군주 살해 때문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아키러스가 운영하는 드래곤 라인에 크고 작은 차별을 당해왔던 나이츠 라인의 불만이 이번 도배의 군주 살해를 계기로 표면으로 분출된 것이라는 것을 아키러스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인과관계를 뻔히 아는 아키러스가 어째서 나이츠 혈맹의 라인 군주를 살해한 도배를 두둔하고, 반발하는 나이츠 혈맹원들에게 극단적인 자세를 취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설령 신입 혈맹원들의 대거 가입으로 점점 드래곤 라인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나이츠 라인을 견제하려는 행동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키러스가 내린 이 결정은 바츠 서버의 누구도 짐작할 수 없었던 큰 사건으로 번져간다.

 

자신들의 라인 군주가 일개 혈맹원에게 살해당하는 큰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행동도 취하지 못한 나이츠 라인의 자존심은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아니, 단지 자존심을 구긴 문제라면 참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리니지2에서 혈맹의 군주는 단지 혈맹을 지휘 통솔하기만 하는 인물이 아니라 혈맹원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동반자적 관계였기에, 이번 사건에 대한 미온적인 처리는 자칫하면 라인 내 혈맹원들에게 신임을 잃을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나 나이츠 라인의 불만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군주 아키러스는 다시 한 번 나이츠 라인에겐 사형 선고와도 같은 결정을 내린다. 바로 나이츠 라인의 재편을 예고한 것이다. 겉으로는 신입 혈맹원들이 많이 가입되어 혼란스러운 라인 내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나이츠 라인의 인원들을 이리저리 이동시킴으로서 내부 결속을 떨어뜨려 나이츠 라인의 군주진들의 손 발을 완전히 묶어놓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이츠 라인이 돌아서게 만든 것은 아키러스의 이 분리 정책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지금까지 DK혈맹의 전위대로서 저항 세력들과 싸운 나이츠 라인을 속내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방식으로 막다른 곳까지 몰아붙인 아키러스의 행동에 나이츠 라인 군주들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곳까지 몰린 것이다. 결국 아틀란티스77 이하 나이츠 라인 군주들은 아키러스의 이런 분리 정책을 참지 못하고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다. 바로 모든 나이츠 라인 혈맹원들의 DK혈맹 탈퇴였다. 과거 나이츠 라인에 속했던 12개의 라인은 DK혈맹의 탈퇴를 선언하고 갈라져나와 아틀란티스77을 총군주로 하는 프리나이츠라는 혈맹을 창설하기에 이른다.

 

이는 과거 1차 바츠 대전쟁 당시에 제네시스 혈맹이 DK연합에서 이탈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그러나 제네시스 혈맹의 DK연합 이탈과 나이츠 라인의 DK혈맹 이탈에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DK혈맹 내부의 분열로 인해 일어난 점이라는 것이다.

제네시스 혈맹의 DK연합 탈퇴 역시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이는 단지 사냥터의 확장을 바라는 DK연합과 제네시스 혈맹 간의 어느 정도 예고된 사건인데 반해, 나이츠 라인의 탈퇴는 DK혈맹이 서버 내 지배 혈맹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던 내부 결속이 와해되기 시작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사건이었다. 프리나이츠는 혈맹은 DK혈맹을 탈퇴한 후 중립을 선언하는 것으로 비록 탈퇴는 하였으되, 과거의 동지였던 DK혈맹에 칼을 들이대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취했으나 아키러스는 프리나이츠의 중립 선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떤 의미로든 혈맹을 무단으로 탈퇴한 자들은 적과 마찬가지라고 말하며 프리나이츠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는 것은 물론, DK연합에 속한 어떤 혈맹도 프리나이츠를 받아들이거나 동맹을 맺어서는 안 된다고 통고한다. 과거의 가족에 대해 일말의 자비심도 보이지 않은 행동이었다.

아키러스가 자신들을 상대로 일방적인 전쟁을 선포하자 프리나이츠 혈맹은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때 DK혈맹의 일원이었다고는 하지만 신입 혈맹원들이 많은 프리나이츠 혈맹은 드래곤 라인의 정예 맴버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DK혈맹과, 그 연합 혈맹을 상대로 전쟁에 돌입한다고 하더라도 승산이 없었다. 그들에게 남겨진 선택은 과거 제네시스 혈맹이 그랬던 것처럼 저항 세력과 손을 잡는 것 뿐이었다.

 

DK혈맹의 분열과 프리나이츠 혈맹의 탄생은 승산이 없는 싸움을 계속해나가던 저항 세력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엄청난 숫자의 혈맹원을 거느리던 DK혈맹이 하루 아침에 반토막이 난 것은 물론, 1차 대전쟁 이후 완전히 사라졌던 체계적인 조직을 갖춘 세력이 DK혈맹과 전쟁상태에 돌입한 것이다. 그러나 거의 흡사한 경위를 거쳐 바츠 연합군에 합류했던 제네시스 혈맹이 훗날 바츠 연합군을 분열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를 불러왔다는 사실을, 저항 세력의 핵심 인물들은 잊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프리나이츠가 보낸 저항 세력과의 공조 요청을 놓고 내부적으로 갑론을박을 거듭한다. 그 중 가장 크게 반대한 것은 붉은 혁명이었다. 과거 제네시스 혈맹과의 전쟁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봤던 붉은 혁명은, 프리나이츠가 바츠 서버의 유저들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수반한 항복을 하지 않는다면 함깨 공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아틀란티스77도 결코 호락호락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저항 세력과 공조하여 공동의 목표인 DK혈맹과 싸우겠지만, 결코 항복이라는 형태로 굽히고 들어갈 수는 없으며 끝까지 자신들에게 항복을 강요한다면 차라리 혈맹이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양쪽 모두를 적으로 놓고 싸우겠다는 대담한 의사를 바츠 연합군에게 전달한다.

공조의 조건을 놓고 양쪽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지만 사실 급한 것은 저항 세력이었다. 저항 세력의 일부는 붉은 혁명에게 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프리나이츠의 힘이 필요하다고 설득한다. 어쨌든 DK연합에 맞서 절망적인 싸움을 계속해나갈 수 밖에 없었던 그들에게 바츠 서버 내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DK혈맹 출신인 프리나이츠의 전력은 그야말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최고이자, 최후의 수단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결국 붉은 혁명은 어정쩡한 태도로 프리나이츠의 저항 세력 합류를 묵인한다. 프리나이츠를 인정할 수는 없으나 그들이 자신들을 적대시하지 않는 이상 자신들 또한 프리나이츠를 적으로 삼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며, '필요한 경우' 프리나이츠와 공조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전면적 협력은 아니되 최소한 DK혈맹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만큼은 함께 하겠다는 붉은 혁명의 양보로 인해 협정은 극적으로 타결되었고 프리나이츠는 저항 세력의 일원이 되었다. 바츠 연합군의 부활이었다.

 

프리나이츠의 저항 세력 합류로 인해 거의 1년 동안 DK연합의 압제에 숨죽여 살 수 밖에 없던 바츠 서버는 다시 한 번 요동친다. 모든 것을 잃었던 저항 세력은 프리나이츠의 합류로 인해 다시 한 번 바츠 연합군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었으며, DK혈맹의 중립 혈맹 견제 정책의 희생양이 되었던 보이포스와 신화창조라는 중견 혈맹이 바츠 연합군에 합류해 최소한 연합군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세력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상대는 1차 바츠 대전쟁 이후 바츠 서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DK연합이었다. 비록 DK혈맹의 절반이 빠져나갔다고 하더라도 과거부터 바츠 연합군과 전쟁을 치뤄왔던 핵심 간부진은 건제했다. DK연합은 프리나이츠가 탈퇴하자마자 새로운 라인을 만들어 그들과의 전쟁을 대비하고 있었다.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사냥터를 독점하고 장비와 레벨을 독식해왔던 DK연합을 상대로, 비록 프리나이츠가 합류했다고는 하나 바츠 연합군에게 승산은 희박해 보였다. 그리고 바츠 서버의 많은 유저들은 새로운 저항 세력의 등장을 숨죽여 지켜보며 이후 바츠 서버의 동향이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예측으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16. 다크니스 세이버 창설.

DK연합과 갈라서고 우여곡절 끝에 바츠 연합군에 합류하게 된 프리나이츠 혈맹의 총군주 '아틀란티스77'이 합류 후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점조직 형태로 흩어진 저항 세력을 하나로 묶는 일이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시기까지도 저항 세력은 개별적으로 DK연합에 대항하고 있었고, 오랜 시간동안 저항 세력과 싸워왔던 아틀란티스77은 이런 저항 세력의 문제점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DK연합 출신인 그는 조직화된 세력이 발휘하는 강력한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1차 바츠 대전쟁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조직된 명령 체계 하에서 싸운 경험이 없었던 저항 세력들은 아틀란티스77의 저항 세력의 단일화 요청에 미심쩍어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붉은 혁명이 특히 난색을 표했는데, 그들은 과거 1차 바츠 대전쟁에서 바츠 연합군의 분열로 누구보다 큰 피해를 입었으며 구 제네시스 및 리벤지스 혈맹과의 앙금을 아직까지도 털어내지 못한 상태였다. 그로 인해 일부에서는 아틀란티스77이 DK혈맹의 사주를 받고 저항 세력들을 이간질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비록 DK혈맹에서 갈라져나오긴 하였지만 아틀란티스77은 전형적인 DK식 사고를 가진 인물이었다. 그 역시 아키러스와 마찬가지로 위기 상황에선 망설이는 것이 무엇보다 위험한 일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어차피 DK출신인 자신이 설득하기 힘든 붉은 혁명의 마음을 돌리려 애쓰는 대신, 과감하게 붉은 혁명을 제쳐두고 최근 합류했으며, 저항 세력들 중 세력이 비교적 큰 '신화창조' 혈맹과 '보이포스' 혈맹을 포섭하기 위해 움직인다.

지금까지 DK연합 출신이라는 이유로 아틀란티스77의 단일화에 대한 의견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지만, 그들 역시 오랜 전쟁을 통해 힘을 합치지 않으면 막강한 세력을 가진 DK연합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러나 프리나이츠가 합류할 때까지도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이유는, 물론 1차 대전쟁에서의 분열에 대한 기억 때문이기도 했지만 저항 세력들 중 주도적으로 단일화를 추진할만한 큰 힘을 가진 세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붉은 혁명은 과거의 앙금 때문에, 그리고 중소 혈맹은 DK혈맹의 중립 혈맹 견제 정책으로 세력이 극도로 위축되어 있었다.

하지만 프리나이츠는 과거 DK혈맹의 일원이었다는 출신의 문제만 제외한다면, 군소 세력들로 이루어진 저항 세력의 구심점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는 힘과 조직력을 갖추고 있었다. 결국 현 상황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신화창조 혈맹의 '헬리쉬' 총군주와 보이포스 혈맹의 '독고구검' 총군주는 아틀란티스77의 단일화 요청을 수용한다. 뿐만 아니라 DK혈맹 출신이기 때문에 강력한 힘에 비해 자유롭게 발언하기 힘든 아틀란티스77을 대신에 저항 세력들을 설득하는 일까지 도맡았다. 저항 세력 내부에서는 그나마 큰 힘을 가진 두 혈맹의 총군주의 설득으로 저항 세력들은 하나 둘 단일화에 찬성한다.

힘든 작업 끝에 저항 세력들의 단일화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낸 아틀란티스77은 '다크니스 세이버'라는 이름의 연합을 발족시키는데 성공한다. 제 1차 바츠 대전쟁 이후 완전히 사라졌던 반DK연합을 명분으로 하는 조직이 마침내 바츠 서버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비록 많은 숫자의 저항 세력을 모으는데는 성공했지만 다크니스 세이버에 가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싸우는 길을 선택한 혈맹들도 있었다. 그 중에는 1차 바츠 대전쟁 이후 희미해진 반DK연합의 명맥을 이어가던 붉은 혁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다크니스 세이버라는 이름으로 연합을 이룬 것만으로 없던 조직력이 하루 아침에 생겨나진 않는다. 과거 1차 바츠 대전쟁 당시 수많은 중소 혈맹들과 일반 유저들이 모여 '바츠 연합'이라는 이름의 연합체를 만들었던 전례가 있지만 그것은 단일된 지휘체계가 존재하지 않는, 말 그대로 반DK연합을 기치로 모인 혈맹들의 집합체에 가까웠다. 단일 지휘체계는 비록 자율적인 의사 표현이 제한된다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지만 DK연합이라는 강력한 적과 맞서싸우는 현 상황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단일 지휘체계가 가지는 효율성은 무엇보다 적인 DK연합이 가장 잘 보였주었으며, 과거 개별적 지휘체계를 고수하던 바츠 연합군이 DK연합을 오만의 탑으로 몰아붙이는 성과를 거두었으면서도 끝내 그들을 추적하는데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해 전세를 역전당했던 사실이 잘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단일 지휘체계의 우두머리를 누구로 정하냐는 것이었다. 특출나게 강한 세력이 없는 군소 혈맹들의 집합체인 다크니스 세이버 내에선 누가 리더가 되더라도 그에 대해 반발하는 세력이 생겨날 위험이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기껏 뭉친 다크니스 세이버가 적인 DK연합과 싸워보기도 전에 분열의 수순을 밟을 위험마저 있었다. 여러 현실적 이해관계로 얽힌 중립 혈맹들을 단일 지휘체계 아래 행동하게 만들기 위해선 그들 중 가장 강력한 세력을 가진 인물을 리더로 뽑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그들은 심사숙고 끝에 프리나이츠 혈맹의 총군주인 아틀란티스77의 다크니스 세이버의 리더로 뽑는데 일치를 본다. 물론 반대의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DK연합의 횡포에 대항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고 일어난 다크니스 세이버가, 엄밀하게 말하면 DK혈맹 내부의 세력 다툼의 결과로 인해 갈라져나온 프리나이츠 혈맹의 총군주에 의해 움직인다는 우스운 꼴이 되기 때문이다. 아니, 단지 우스운 꼴이라면 모르겠으되 그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내부에 생겨나거나, 서버 내 일반 유저들의 지지를 잃을 위험마저 있었다.

그러나 많은 위험과 문제를 무릅쓰고서라도 그들은 다크니스 세이버 전력의 50%이상을 담당하는 프리나이츠 혈맹의 총군주인 아틀란티스77을 리더로 뽑지 않을 수 없었다. 구 DK연합의 일원이었다는 정통성의 문제만으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그들을 무시한다면 프리나이츠 혈맹에서 반발이 일어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반DK연합에 대항하기 위해서 일어난 다크니스 세이버에게는 정통성이나 대의명분보다는 DK연합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당장의 힘이 필요했다.

 

연합을 구성하고 단일 지휘체계를 수립한 후 아틀란티스77이 DK와 싸우기 위해 마지막으로 취한 조치는 다크니스 세이버 연합이 안정적으로 사냥할 수 있는 사냥터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과거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타 혈맹과의 전쟁으로 잃어버린 경험치나 장비를 회복할 수 있는 안정된 사냥터를 확보하지 않은 체 전쟁을 지속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 수록 안정된 사냥터의 확보는 더더욱 절실한 요소였다. 오랜 전쟁을 치른 아틀란티스77은 이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서버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냥터를 확보한 DK연합과 상대하기 위해선 다크니스 세이버의 구성원들이 안정적인 사냥을 할 수 있는 사냥터를 최소한 한 곳 이상 확보해야만 했다.

그러나 DK연합이 차지하고 있는 사냥터를 힘으로 빼앗는다는 것은, 전쟁 수행 능력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다크니스 세이버로서는 무리라는 것을 아틀란티스77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DK연합과의 마찰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을 물색한다. 그 대상으로 떠오른 곳이 바로 용의 계곡이었다.

당시 용의 계곡은 새로운 고효율 사냥터들의 등장으로 DK연합이 대거 빠져나가 상대적으로 바츠 서버의 일반 유저들의 출입이 잦은 사냥터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과거 1차 바츠 대전쟁의 발발 원인이 되었던 적도 있었을 정도로 여전히 다른 곳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고효율의 경험치와 장비가 보상으로 주어지는 곳이었다. 아틀란티스77은 바로 이 용의 게곡 3층을 다크니스 세이버의 사냥터로 삼는다.

물론 다크니스 세이버는 용의 계곡 3층을 연합의 사냥터로 정하면서도 과거의 DK연합처럼 3층에서 사냥하는 중립 혈맹 및 일반 유저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하는 극단적 배제 행위를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거의 24시간 다크니스 세이버의 구성원들이 거의 쉬지않고 돌아가며 사냥을 반복한다는 것은, 사실 일반 유저 입장에선 DK연합이 행하는 통제와 차이점을 느낄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런 다크니스 세이버의 사냥터 통제 행위를 놓고 일반 유저들은 격렬한 비난을 쏟아낸다. DK연합의 행위에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일어선 다크니스 세이버가 도대체 DK연합과 다를 게 뭐냐는 것(1)이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아틀란티스77은 전형적인 DK식 사고를 가진 인물이었다. 그의 독선적인 행동 방식은 어떤 의미로는 DK혈맹의 총군주인 아키러스와 상당히 닮은 부분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주변의 반론이나 비난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일반 유저들의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가면서 용의 계곡 3층의 사냥터 점거를 고수했다. 그리고 아틀란티스77의 이런 독선적 추진력은 지금부터 오랫동안 이어지는 DK연합과의 싸움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17. 용의 계곡, 오만의 탑 공방전과 기란성 공성전.

비록 다크니스 세이버가 아틀란티스77의 결단을 통해 체계화 된 조직력과 근거지가 될 사냥터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바츠 서버의 절대 다수라고 할 수 있는 일반 유저들은 과거 1차 바츠 대전쟁과는 달리 다크니스 세이버의 등장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다크니스 세이버로서는 과거 1차 바츠 대전쟁 당시에 비등한 전세를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만든 주역이었던 내복단 등의 참전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으나, 타 서버 유저는 물론이고 바츠 서버의 일반 유저들의 참여 역시 생각보다 저조한 형편이었다.

바츠 서버 유저들의 저조한 호응은 분명 안정된 사냥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보인 아틀란티스77의 독선적인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과거 1차 바츠 대전쟁이 끝난 후 DK혈맹이 취한 중립 혈맹 견제 정책 역시 일반 유저들의 참여를 저조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였다. 다크니스 세이버라는 반 DK연합이 바츠 서버에 등장했다고 하더라도, 중립 혈맹과 일반 유저들로서는 여전히 강력한 세력을 가진 DK연합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 시기의 DK연합은 과거처럼 일반 유저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것이 아니라 중, 저레벨을 위한 사냥터에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통제를 가하면서, 고레벨로 올라가기 위한 사냥터만을 집중적으로 통제하여 대다수의 중, 저레벨 유저들의 비난에서 한 발 벗어나 있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내복단 등의 지원이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틀란티스77은 별로 실망하지 않았다. 그는 근본적으로 내복단 등의 변수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것 같다. 내복단이 펼치는 게릴라가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현재 바츠 서버의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내복단이 등장하는 것은 어려모로 어려웠으며, 내복단에 힘에 의존하여 일시적으로 DK연합과의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간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속된다면 필연적으로 다크니스 세이버 자체가 내복단의 여론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틀란티스77은 과거 1차 대전쟁에서 내복단의 힘에 지나치게 도움을 받은 결과, 도리어 내복단의 여론에 휘둘리고 말았던 바츠 연합군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내복단의 도움 없이 다크니스 세이버의 힘으로 DK연합과의 전쟁을 치를 심산이었다.

그러나 비록 아틀란티스77의 주도로 조직화에 성공한 다크니스 세이버였으나, 그 규모는 결코 DK연합에 비할 수가 없었다. DK연합은 다크니스 세이버의 힘을 꺾기 위해 우선적으로 그들이 본거지로 삼은 용의 계곡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1차 바츠 대전쟁 이후, 용의 계곡은 오랜만에 양측의 피튀기는 전장으로 변했다.

다크니스 세이버는 여러가지 전력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용의 계곡을 지켜내는데 성공한다. 일반적으로 용의 계곡을 둘러싼 혈맹 간의 전쟁은 용의 계곡 입구에서 이루어지는데 비해 아틀란티스77은 입구에서 밀려들어오는 DK연합과 전면으로 부딪혀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여, 용의 계곡 3층으로 진입하는 지점에 인원을 집결시켜 사냥터를 빼앗기지 않는 형태로 DK연합과의 전면전을 피하고, 수비전에 치중한 것이다.

DK연합은 다크니스 세이버가 전면전으로 나오지 않은 체 용의 계곡의 수비에 치중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판단하자, 동맹 혈맹에게 하루씩 번갈아가며 전쟁을 치르게 하는 것으로 방침을 변경한다. 일종의 차륜전이었다. 용의 계곡에 다크니스 세이버를 묶어둔 체 지속적으로 싸움을 걸어 그들을 지치게 만들고, 그 사이에 전쟁을 담당하지 않은 DK연합의 나머지 동맹 혈맹들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오만의 탑 등의 사냥터에서 예전과 다름없이 사냥하며 전쟁으로 인한 피로를 풀겠다는 것이엇다.

현실에서의 전쟁도 그렇지만 리니지2의 전쟁 역시, 직접적인 피해와는 상관 없이 상대방과의 오랜 대치나 소규모 분쟁만으로도 지치기 마련이다. 용의 계곡에 묶인 체로 번갈아가며 싸움을 걸어오는 DK연합을 매일 상대하는 일이 반복되다보면 다크니스 세이버로서는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아틀란티스77과 다크니스 세이버의 수뇌부는 기본적으로 용의 계곡을 지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단지 용의 계곡의 진입로를 타고 앉아 웅크리고 있기만 해서는 DK연합의 힘과 기세만을 더욱 키우는 형태가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선택한 것은 일주일 가운데 하루를 선택해, 다크니스 세이버의 모든 전력을 집중시켜 DK연합이 장악한 사냥터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다크니스 세이버가 주된 공격 목표로 삼은 것은 오만의 탑이었다. 바츠 서버의 많은 고효율의 사냥터가 새롭게 생겨났지만 여전히 오만의 탑은 가장 효율적인 사냥터이자 DK연합의 중심이 되는 거점이었던 것이다. 이전에도 오만의 탑으로 종종 저항 세력들이 쳐들어가 DK연합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일은 있었지만, 산발적으로 일어난 게릴라전의 형태를 띄고 있었기에 DK연합에게 지속적인 타격을 주는 것으로 이어질 수 없었다. 그러나 다크니스 세이버는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던 오만의 탑 공격을 정기적인 것으로 만듦으로서 오만의 탑에서 많은 메크로 파티를 상주시키고 있던 DK연합의 눈을 용의 계곡에서 오만의 탑으로 돌리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다.

그러나 비록 용의 계곡을 지켜내고, 오만의 탑을 지속적으로 공격해 DK연합에게 타격을 입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 또한 다크니스 세이버 결성 이전부터 있어왔던 게릴라의 연장선에 있었다. 게릴라전이 비록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지만 다크니스 세이버로서도 DK연합과의 대규모 전면전을 언제까지나 회피할 수만은 없었다. 실제로 용의 계곡을 놓고 벌인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피해를 입은 일반 유저들의 반발 또한 점점 거세졌다. 그로 인해 다크니스 세이버의 수뇌부들은 전면전을 벌이면서도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공성전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그러나 1차 바츠 대전쟁 이후 바츠 서버의 모든 성은 DK연합이 차지한 상태였으며, 상대적으로 수성 측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공성전에서 다크니스 세이버가 승리를 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바츠 서버의 많은 유저들이 다크니스 세이버의 공성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고, 심지어는 다크니스 세이버 내부에서도 공성전은 아직 시기 상조라는 의견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DK연합이 차지하고 있는 성을 하나라도 차지하지 못한다면 DK연합과의 전력 차이는 점점 커져만 갈 뿐이지 결코 좁혀질 수 없었다. 결국 아틀란티스77은 다크니스 세이버의 수뇌진에게 기란성을 공격한다는 의사를 표명한다.

 

그러나 다크니스 세이버의 기란성 공성은 처음부터 상당한 무리가 뒤따르는 작전이었다. 실제로 처음 기란성에 대한 공성에 나선 다크니스 세이버 측에서 동원된 병력이 약 24개 파티였음에 반해, 기란성을 지키는 신의 기사단의 숫자는 그 두 배가 훨씬 넘었다. 처음으로 공격에 나선 다크니스 세이버는 신의 기사단이 친 방어진을 뚫을 수조차 없었다. 거기에다 다크니스 세이버의 기란성 공격 소식을 들은 DK연합이 지원 세력을 보내, 기란성 앞마당은 DK연합의 인원으로 새카맣게 메워질 지경이었다. 다크니스 세이버는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DK연합을 뚫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격을 계속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다크니스 세이버는 첫번째 공성전을 기란성 성문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한 체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첫번째 전투에서 전력의 차이가 명백하게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다크니스 세이버는 물러서지 않았다. 아틀란티스77은 예상대로의 결과에 낙담한 다크니스 세이버의 군주진들을 독려해 이어진 2차 기란성 공성전에서는 오히려 더욱 많은 30개 가량의 파티를 동원하여 공격에 나선다. 이 2차 공성전에서는 독자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천명한 붉은 혁명까지 가세했다.

그러나 20파티든, 30파티든 기본적으로 동원 가능한 인원의 양과 질에서 모두 뒤질 수밖에 없는 다크니스 세이버는 이번에도 제대로 된 전투를 벌이기도 전에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다크니스 세이버의 인원이 기란성 앞마당으로 진격하여 DK연합 측과 전투를 벌이는 동안 붉은 혁명이 배후에서 나타나 DK연합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가용 인원이 충분한 DK연합은 배후에서 달려드는 붉은 혁명을 상대하면서도 동시에 정면에서 치고 들어오는 다크니스 세이버의 병력까지 동시에 맞아 싸워 그들 모두를 패퇴시킨다. 다크니스 세이버는 이번에도 기란성 앞마당에 제대로 된 진지를 세우기도 전에 DK연합의 집중 공격을 받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아틀란티스77과 다크니스 세이버의 수뇌진은 한 두 번의 패배로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후에도 줄기차게 기란성에 공격을 퍼부었다. 얼핏 생각하면 현격한 전력 차이를 보이는 DK연합과의 전면전을 계속해나가는 것이 어리석은 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공성전은 필드전과는 달리 사망시의 경험치 하락이 적으며 장비 드롭 등의 위험이 없었기에 무모해보이는 공격이라 할지라도 피해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물론, 오랜 공성전으로 누적해서 쌓이는 피해까지 계산할 경우, 그 역시 결코 적은 것만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그런 현실적인 이유보다도, 아틀란티스77은 몇 번의 패배로 인하여 전체적인 전략을 수정한다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결말로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상 필드전에서 벌어지는 레벨 다운이나 장비 드롭 등의 피해를 감수할 여건이 안 되는 다크니스 세이버로서는 필드전을 피하고, 좋건 싫건 도발 행위에 응할 수 밖에 없는 공성전으로 전장을 이동시켜 DK연합을 지치게 만드는 것 외에 달리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DK연합과 전면전을 치러나가는 것을 선택한 아틀란티스77과 다크니스 세이버 수뇌진의 결단은 결코 이성적인 판단만으로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틀란티스77은 종종 공성전에 참가한 다크니스 세이버의 일원들에게 '결코 후퇴하지 말 것'을 주문하곤 했다. 이길 가망성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몇 번씩 죽다보면 전쟁에 참가한 인원들 중에는 종종 마을로 이탈하여 경험치를 보존하려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 인원들이 한 두명 늘어나다보면 이길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조차 승리를 움켜잡을 수 없다.

지금까지 저항 세력은 단일된 지휘체계 아래서 싸운 적이 없었기에 공성전 등의 대규모 전쟁 상황에서도 자위적인 판단에 따라 후퇴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한 두 번의 패배로 인해 전략을 수정하는 일 또한 잦았다. 훗날 아키러스가 '지속적으로 어떤 일을 추진할만한 인물이 저항 세력 중에 없었다.'라고 평했을만큼 지금까지의 저항 세력에는 오랜 전쟁을 수행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집중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아틀란티스77이 우려하는 일 역시 그것이었다. 그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물러선다면, 이길 수 있는 싸움에서도 물러서게 된다고 생각했다.

아틀란티스77의 이런 끈질긴 공격은 훗날 큰 성과를 거둔다. 다크니스 세이버는 기란성 공격에 치중하면서도 DK혈맹을 견제하기 위해 이따금씩 기란성과 같은 날에 이루어지는 아덴성 공성에 산발적인 인원을 투입하며 혼란시켰고, 결국 DK연합의 해체 후의 혼란과 아덴성을 수성하기 위해 전력을 분산시킨 틈을 타 기란성을 빼앗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기란성을 차지하기위해 들인 노력은 결코 만만치 않아 당시 공성전에 활발하게 참여한 다크니스 세이버의 인원 중에는 레벨이 1~20 이상 떨어진 유저가 속출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 기란성 공성의 성공은 바츠 서버에서 약 1년 이상 변동이 없던 힘의 균형이 미약하게나마 저항 세력 측으로 기울어지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승리였다. 비록 수많은 희생을 치룰 수밖에 없었지만 다크니스 세이버는 기란성 공성전의 승리로 희망을 얻게 되었고, 이 희망은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는 '침묵의 수도원 전쟁'에서 다크니스 세이버 측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버텨내게 만드는 힘으로 이어지게 된다.

 

 

18. DK혈맹의 해체.

시간을 조금 되돌려, 다크니스 세이버 측이 기란성에 대해 거듭되는 공격을 감행하고 있던 당시에 DK혈맹 측에서는 혈맹 해체의 준비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일찍히 아키러스는 크로니클5가 업데이트 될 때까지만 리니지2를 즐기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자신이 게임을 그만둘 때 DK혈맹 역시 합께 해체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었다. 그리고 다크니스 세이버와의 전쟁 속에서 크로니클5의 업데이트는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다크니스 세이버와 아틀란티스77 역시 아키러스가 크로니클5가 업데이트 되기 전에 게임을 그만둘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바츠 서버를 완전히 석권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DK연합이었지만 아키러스가 게임을 그만두고 DK혈맹이 해체된다면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아키러스가 게임을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강력한 세력을 자랑하는 DK혈맹의 세력이 단시간에 공중분해 될 리는 없겠지만, 아키러스가 게임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이미 DK혈맹의 등뼈라고도 할 수 있는 많은 DK혈맹의 라인 군주들 역시 아키러스와 함께 게임을 그만 둘 것을 밝힌 상태였기에 그들이 빠져나간 후의 공백은 다크니스 세이버에겐 반전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해체를 앞둔 DK혈맹과 아키러스로서는 '혈맹의 최고 전성기에 자진 해산'이라는 공언(公言)을 지키기 위해 다크니스 세이버를 완전히 쓰러트릴 필요가 있었다. DK연합에서 빠져나가 저항의 깃발을 들어올린 프리나이츠와 아틀란티스77이 세운 다크니스 세이버를 완전히 섬멸하지 않고서는 '최강의 전투 혈맹'이라는 DK혈맹의 수식어는 단지 무의미한 공언(空言)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시기의 DK혈맹은 다크니스 세이버와의 전투에 그다지 열정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과거 아키러스는 바츠 연합군을 쓰러트린 후 엄청난 비난을 정면으로 감수해가면서 바츠 서버의 중립 혈맹 및 일반 유저에 대한 무차별적 살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실행에 옮겨 DK연합의 지배권을 확고한 것으로 만들었던 전력이 있었다. 그러나 잔인하다 싶을 정도의 행위도 망설이지 않았던 과거의 DK연합, 그리고 그 DK연합의 수장 아키러스는 이 시기에 들어선 어딘지 모르게 무기력한 느낌마저 들 정도로 다크니스 세이버에 대한 공격에 소극적이었다.

사실, 다크니스 세이버를 뿌리뽑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다소의 비난을 각오하고서라도 과거처럼 용의 계곡에 대한 완전 통제를 다시 실시하거나, 그들과 파티를 맺는 일반 유저를 살해하는 식의 위협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시기의 DK연합에는 그럴 힘이 충분히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K연합과 아키러스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다크니스 세이버를 압박하려 들지 않았다. 물론 용의 계곡과 오만의 탑 등에서는 양 측의 격렬한 전쟁이 계속되었지만, 과거 활발히 상대 혈맹과의 전쟁의 전면에 나섰던 아키러스는 다크니스 세이버와의 전쟁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시기의 아키러스가 왜 다크니스 세이버에 대한 전쟁에 적극적이지 않았는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다만 훗날 리니지2를 떠난 후, 아키러스 본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쓴 글로 추측해보면 그는 오랫동안 계속된 전쟁과, 그에 따른 비난으로 꽤 지쳤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당시에 리니지2의 바츠 서버에서 활동한 유저들에게 DK혈맹과 아키러스는 동의어에 가까웠고, DK혈맹의 수많은 악행은 곧 아키러스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물론 그가 리니지2라는 게임을 그만두게 된 이유를 단지 자신에 대한 비난 때문만으로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에 대한 거센 비난이 '다크니스 세이버 및 일반 유저의 무차별적 살해'라는 극단적 선택을 내리는 걸 망설이게 된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아키러스 개인의 감정을 제외하고서라도 해체를 눈 앞에 둔 DK혈맹에겐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들일 수 밖에 없는 사냥터 통제 등을 시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현실적 문제 역시 바탕에 깔려있었지만.

 

그리고 06년 5월 21일. 마침내 DK혈맹의 해체식이 예정대로 이루어진다. 오픈 배타 서버스 이후 계속해서 바츠 서버의 제1인자의 위치에 군림해왔던 DK혈맹의 해체를 구경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아덴성 근처에 모였으나 아덴성 내부에서 치뤄진 해체식에는 DK혈맹원들과 혈맹의 해산을 취재하기 위해 나온 게임 사이트의 기자만이 출입이 허용되었으며 해체식 자체는 시종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해체식에서 아키러스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DK혈맹의 힘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명예롭게 혈맹을 해체한다.'고 밝히며 1차 바츠 대전쟁 이후 개인적으로 보관했던 20억 아데나 가량의 자금을 500명에 달하는 DK혈맹원에게 골고루 배분한다는 사무적인 이야기로 식을 마친다. 그러나 해체식 이후 이어진 게임 사이트 기자들과의 대담에서 아키러스는 앞서 자유 게시판에 남겼던 글처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리니지2라는 게임에서 지금까지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해 짧은 소회를 풀어놓는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행동을 당당한 악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물론 아키러스 자신의 말대로, 바츠 서버의 대다수의 일반 유저들과 중립 혈맹에게 그와 DK혈맹은 악 그 자체였다.(1) 그러나 아키러스가 여러가지 의미로 바츠 서버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라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으며, 비록 그의 행동 자체는 악이었을망정 그의 '악'에 대한 가치관까지 옳다거나 그르다고 정의내리긴 힘든 일이다. 비록 사회적 윤리로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적어도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까지도 허용하는 리니지2라는 게임 속 행위로 그를 비난하긴 힘들다.(*) 어떻게 보면 그는 스스로 원했던 '끝없는 전쟁을 원하는' 욕구을 게임 상에 가장 충실하게 표현하는데 성공했으며, 폭압적인 통제에 반발한 많은 유저들에겐 타도해야 할 고전적 반영웅(反英雄)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아키러스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리니지2를 그만둔다. 그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바츠 서버의 지배 혈맹으로 군림했던 DK혈맹 역시 함께 해체되었으며, 그와 오랜 시간 함께 게임을 즐기던 수많은 DK혈맹의 라인 군주들 역시 함께 리니지2를 떠나게 된다.

그러나 비록 아키러스와 DK혈맹은 해체되었으나, DK혈맹의 대다수 혈맹원들과 군주진들은 여전히 바츠 서버에 남는 것을 선택한다. 아키러스가 남긴 DK혈맹의 흔적은 그가 사라진 이후에도 여전히 바츠 서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것이다. 그러나 구 DK혈맹의 구성원들에겐 이제 해체된 DK혈맹이 아닌 다른 구심점이 필요했다. 그들은 DK혈맹이 해체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카이저 크래프트'(Kaiser Kraft. 이하 KK)라는 혈맹을 창설한다. 사실상 KK혈맹은 구 DK혈맹의 세력 중 아키러스와 함께 게임을 그만 둔 인원들과 해체 후 자의적인 판단으로 타 혈맹으로 흘러들어간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이 모인, 실질적으로 DK혈맹의 후신이나 마찬가지였으며 KK혈맹의 초대 총군 역시 DK혈맹의 초창기부터 라인 군주로 활동한 '썬'이라는 인물이었다.

바츠 서버의 대다수 유저들과 다크니스 세이버는 비록 DK연합이 해체되었지만 그 세력이 그대로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고 있었다. 이제 다크니스 세이버가 상대해야 할 적은 해체된 DK혈맹이 이끄는 DK연합이 아니라, 새롭게 창설된 KK혈맹이 이끄는 새로운 6혈 동맹이 되었다. 비록 새롭게 창설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 동안 전쟁을 이끌어왔던 군주진들이 빠져나가 세력이 다소 위축된 느낌은 있었지만 KK혈맹은 여전히 다크니스 세이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동맹 혈맹인 AK, 신의 기사단, Lion, 위너스, BT혈맹 역시 단지 단일 세력만으로도 다크니스 세이버에 맞먹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리고 새롭게 총군주로 취임한 KK혈맹의 총군주 썬은 이런 압도적인 전력의 차이를 이용하여 다크니스 세이버를 단숨에 쓰러트리기 위한 행동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아키러스가 사용하지 않았던 극단적인 방법. 즉, 6혈 동맹에 의한 사냥터 통제를 다시 시행하여 다크니스 세이버를 고립시킨다는 작전이었다. 썬은 곧 KK혈맹의 라인 군주들과, 그리고 동맹 혈맹들에게 크로니클5가 업데이트 된 후 용의 계곡 3층에서 침묵의 수도원으로 사냥터를 옮긴 다크니스 세이버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 준비를 지시한다.

 

그러나 KK혈맹의 침묵의 수도원 공격은 DK혈맹이 끝내 우환으로 남겨놓은 체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다크니스 세이버를 조기에 처리하고자 하는 목적 때문만로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DK혈맹이 해체된 이후, 겉보기에는 안정적으로 DK혈맹의 힘을 이어받은 것처럼 보인 KK혈맹이지만 구 DK혈맹의 수뇌진들이 대거 빠져나간 후, 그 빈자리를 새로운 라인 군주들이 채운 KK혈맹으로서는 과거의 DK혈맹에서 볼 수 있었던 단결력이 상당히 느슨해진 상태였다 또한 썬 총군주 역시 과거부터 DK혈맹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다고는 하지만, 아키러스에 비해 6혈 동맹이나 구 DK혈맹 내부에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인물이었다.

이런 내, 외부적 악조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KK혈맹이 내린 선택이 바로 다크니스 세이버에 대한 공격인 것이다. 과거 DK혈맹이 끊임없는 전투로 내부 결속을 다지고, 나아가 동맹 혈맹으로부터 수장의 위치를 인정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총군주인 썬에 의해 운영되는 KK혈맹의 지배권에 의문을 가지는 6혈 동맹의 일원들, 그리고 아직 DK가 아닌 KK라는 혈맹의 이름에 익숙해지지 않은 혈맹원 모두를 납득시키기 위해선 자신들이 6혈 동맹의 수장에 어울리는 힘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아틀란티스77 역시 썬의 의도를 진작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그 역시 다크니스 세이버의 일원들에게 침묵의 수도원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면서 연합의 일원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는 등, 진작부터 6혈 동맹과의 전투를 대비하고 있었다. 새롭게 혈맹 라인을 정비하고 다크니스 세이버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준비하는 6혈 동맹과, 그에 맞서 침묵의 수도원에 배수진을 치고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를 다지는 다크니스 세이버. 이 양측의 대격돌은 이제 기정 사실이 되었다. 그리고 현재는 KK혈맹에게 잠정적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이는 바츠 서버의 지배 혈맹의 위치가, 침묵의 수도원 전쟁의 승패를 통해서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바츠 서버의 유저들은 직감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수방관하며 양 측의 전투를 지켜보던 일반 유저들이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하나 둘 씩 다크니스 세이버의 아래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반 유저들의 대규모 참전으로 이어지기엔 힘이 부족했다.

 

 

 

 

 

19. 분열.

06년 6월 1일. 리니지2에 '크로니클5 - 피로 맺은 결의'가 업데이트 된다. 리니지2의 세계를 완성시킨다는 취지에 걸맞게 기존에 존재하던 왕성 아덴성 외에도 루운성과 같은 새로운 왕성이 추가되었으며 '마검 자라체'와 같은 독특한 사용 방식을 가지는 아이템이 등장하는 등, 기존의 리니지2의 세계를 크게 넓히는 업데이트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반 유저의 관심을 끈 것은 '침묵의 수도원'이나 '스타카토 둥지' 등과 같은 새로운 고효율 사냥터의 등장이었다. 이는 기존의 바츠 서버에 존재하던 대부분의 고효율 사냥터가 6혈 동맹에 의해 통제되어, 레벨의 상승이나 강력한 장비의 획득이 억제되고 있던 바츠 서버의 중립 혈맹. 그리고 일반 유저들이 6혈 동맹의 통제를 피해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크로니클5의 업데이트를 기점으로 바츠 서버의 많은 유저들이 6혈 동맹의 통제하던 기존의 사냥터에서 벗어나 새롭게 업데이트된 사냥터로 몰려든다.

그러나 예전부터 사냥터 통제와 같은 행위를 통해 바츠 서버의 지배적인 혈맹으로서 군림하던 6혈 동맹이 이와 같은 행위를 얌전히 지켜볼 리 만무했다. 그들은 새롭게 등장한 '침묵의 수도원'이나 '스타카토 둥지' 등에 대해서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6혈 동맹원을 상주시켜 직접적인 통제를 실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혈맹원을 거느린 6혈 동맹이라고 하더라도 예전부터 존재하던 사냥터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새롭게 업데이트된 고효율의 사냥터에까지 통제를 실시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아틀란티스77은 바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6혈 동맹이 서버의 패권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사용하던 사냥터 통제와 같은 행위가, 전체적인 사냥터의 숫자가 대폭 늘어나버린 크로니클5에 들어선 더 이상 효율적으로 기능하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6혈 동맹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세력을 키워나간다면 당장은 무리더라도 언젠가는 6혈 동맹과 비등한 세력을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다크니스 세이버는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던 용의 계곡에서 벗어나 새롭게 업데이트 된 침묵의 수도원으로 사냥터를 이동시킨다. 침묵의 수도원은 크로니클5에서 새롭게 업데이트 된 사냥터들 중에서도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사냥터 중 하나였다.

그러나 6혈 동맹의 수장인 썬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침묵의 수도원에 새로운 사냥터를 마련한 다크니스 세이버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장차 자신들에게 위협적인 적으로 성장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에 따라 썬은 침묵의 수도원을 점거한 다크니스 세이버를 뿌리뽑기 위해 6혈 동맹으로 하여금 새롭게 침묵의 수도원으로 사냥터를 옮길 것을 지시한다.

썬의 지시는 과거 DK혈맹의 총군주였던 shadow여솔이 실렌의 봉인을 점거하고 있던 바츠 연합군의 세력을 분쇄하기 위해 DK혈맹의 사냥터를 실렌의 봉인으로 전략적 이동을 시킨 것과 비슷했다. 침묵의 수도원이 고효율의 사냥터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6혈 동맹에게는 오만의 탑 등을 비롯한 고효율의 사냥터를 서버 전체에 걸쳐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굳이 6혈 동맹의 사냥터로 침묵의 수도원을 지정한 것은 다크니스 세이버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사냥터를 차지하지 못하게 만들어 고사(枯死)시키겠다는 의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썬이 그 계획을 미쳐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6혈 동맹 내부에서 심각한 문제가 일어난다. 6혈 동맹 내부에서 KK혈맹 다음 가는 세력을 가지고 있던 신의 기사단에서 심각한 내부 분열이 일어난 것이다.

과거 1차 바츠 대전쟁 당시 내부 분열로 제네시스 혈맹이 DK연합에서 갈라져나간 이후, 신의 기사단은 DK연합 내부에서 줄곧 2인자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1차 바츠 대전쟁의 승리를 바탕으로 신의 기사단은 구 바츠 연합군의 인원들을 흡수하는 등의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하여, DK혈맹이 해체되고 새롭게 KK혈맹으로 재편될 쯤에는 6혈 동맹의 수장인 KK혈맹에 못지 않은 세력을 갖춘 혈맹이 되어 있었다.

그런 강력한 세력을 가진 신의 기사단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발단은 신의 기사단 총군주인 '지존군주'의 사사로운 혈맹 자금 운영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기란성을 차지하고 있던 신의 기사단에서는 성에서 걷어들이는 세금 등을 혈맹의 공적 자금으로 총군주인 지존군주가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러나 언제부턴가 지존군주가 혈맹의 공적 자금을 사사로운 용도로 운영하기 시작한다는 소문이 혈맹 내부에서 떠돌기 시작한다. 혈맹 내부에서 가장 강한 권한을 가진 총군주가 사사로운 용도로 혈맹 자금을 운영한다는 것은 혈맹의 내부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는 심각한 일이었다.

지존군주의 혈맹 자금의 사적 용도에 대한 소문이 사그러들기는 커녕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자, 신의 기사단 라인 군주 중 한명이었던 '안젤라'는 같은 라인 군주들과 상의해 혈맹 모임에서 이에 대한 진상을 총군주인 지존군주에게 직접 따져 묻자는 의견을 내놓는다. 그러나 혈맹 모임에서 지존군주의 혈맹 자금의 사적 사용을 따지는 안젤라와 라인 군주들에게 지존군주는 해명 대신, 자신에게 대드는 라인 군주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안젤라 등의 라인 군주들 역시 지금까지의 불투명한 혈맹 자금의 운용을 공개적으로 하자며 지존군주에게 맞섰고, 분노한 지존군주는 라인 군주들이 모인 자리에서 안젤라를 향해 공개적으로 혈맹을 탈퇴하라고 윽박지른다. 혈맹 자금의 투명한 운용을 요청하며 모인 자리는 순식간에 총군주를 지지하는 세력과, 그에 반하는 세력이 서로를 비난하는 파국의 장으로 치닫게 된다.

분노한 안젤라는 지존군주가 말한 대로 혈맹을 탈퇴한다. 하지만 안젤라는 단지 개인적으로 혈맹을 탈퇴한 게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을 따르던 혈맹원들과, 지존군주의 모습에 실망, 혹은 분노한 수많은 라인 군주들을 탈퇴에 끌어들인다. 그리고 신의 기사단에서 탈퇴한 혈맹원들로 'Man of Oneway' 혈맹(이하 맨 혈맹)이라는 새로운 혈맹을 창설하게 된다.

이는 과거 DK혈맹 내부에서 나이츠 라인이 분열되어 나온 것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또한 탈퇴 후 중립을 선언한 맨 혈맹을 신의 기사단이 용인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나이츠 라인의 분열 때 보였던 DK혈맹의 반응과 비슷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혈맹을 탈퇴한 인물들은 무조건 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지존군주는 즉각 맨 혈맹을 적대 혈맹으로 간주하고 전쟁을 선포하는 한편, 6혈 동맹의 수장이었던 KK혈맹의 총군주 썬에게 맨 혈맹을 다크니스 세이버와 마찬가지로 6혈 동맹의 공동의 적으로 선포해 줄 것을 요청한다.

 

6혈 동맹의 수장이 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신의 기사단 내부 분열과 같은 중차대한 문제를 맞이하게 된 썬은, 고민 끝에 신의 기사단 총군주인 지존군주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내부적인 이유야 어찌되었건 동맹 혈맹인 신의 기사단이 적대 혈맹으로 규정한 혈맹은, 곧 6혈 동맹에게도 적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사실 신의 기사단 내부에서 일어난 내분에 6혈 동맹의 수장인 썬이 직접 개입하는 것은 모양세가 좋지 않았지만, 6혈 동맹의 수장으로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썬으로서는 신의 기사단과 같은 강력한 동맹의 분열을 조속히 마무리짓고 다크니스 세이버를 상대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6혈 동맹의 맨 혈맹에 대한 적대 혈맹 선포는 맨 혈맹의 다크니스 세이버로의 이적을 불러왔다. 6혈 동맹이 자신들을 적으로 선포한 이상, 맨 혈맹의 중립 선언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비록 썬이나 지존군주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맨 혈맹을 몰아붙였건 간에, 신의 기사단에 남아있던 혈맹원들은 과거 자신들의 동지였던 맨 혈맹에게 잔혹한 처사를 보이는데 심한 회의를 느낀다. 그들은 격렬한 비난을 남겨둔 체, 혹은 소리 소문없이 신의 기사단을 탈퇴했으며, 그로 인해 600명이 넘는 혈맹원을 거느리며 KK혈맹 못지 않은 강력한 세력을 자랑하던 신의 기사단의 혈맹원은 순식간에 200명 이하로 줄어들고, 오랫동안 유지하던 2인자의 자리마저 위너스 혈맹에게 내어주게 된다. 신의 기사단을 떠난 이들은 개별적으로 흩어져 다크니스 세이버, 혹은 맨 혈맹의 일원으로 가담하거나 중립 혈맹으로 흩어졌고 지존군주는 이런 신의 기사단 내부의 분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군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이후 신의 기사단은 고문인 '렉톤'이 총군주에 취임하여 혈맹을 수습할 때까지 큰 혼란을 겪는다.

 

다크니스 세이버로서는 신의 기사단의 분열과 맨 혈맹의 투항은 예상치 못한 행운이었다. 그러나 그런 행운을 기뻐할 사이도 없이 얼마 후 다크니스 세이버 내부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1차 바츠 대전쟁 이후 꾸준히 반 6혈 연합의 선봉에 섰던 리벤지스 혈맹의 내부 분열이었다.

1차 대전쟁 이후 아키러스에게 굴욕적인 항복을 한 후 중립 혈맹으로 혈맹을 유지하려 노력하였으나 DK연합의 중립 혈맹, 그리고 일반 유저에 대한 무차별적 살해 행위에 엄청난 피해를 엄청난 피해를 입자 리벤지스 혈맹은 다시 한 번 반DK연합의 기치를 내걸고 일어섰고, 이후 저항 세력으로 끈질기게 DK연합에게 저항하다 다크니스 세이버의 창설과 함께 연합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1차 바츠 대전쟁 당시부터 리벤지스 혈맹은 총군주인 나리타의 장기 집권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장기 집권이 대부분 그러하듯 리벤지스 혈맹 내부에서도 총군주인 나리타의 혈맹 운영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다. 사실 나리타는 혈맹의 전반적인 운영이나 6혈 동맹에 대한 전쟁을 부처에게 대부분 맡겨놓고 있었고, 자신은 혈맹의 전반적인 운영에서 한 발 벗어난 상태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지자 부처를 지지하는 리벤지스 혈맹원 사이에서 나리타의 무기력한 모습에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리벤지스 내부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자, 나리타는 공개적으로 투표를 통해 총군주를 재선출하자는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총군주의 재선출에 후보로 나선 사람은 현 총군주인 나리타와, 리벤지스 혈맹원들의 신임을 받는 부처였다. 1차 바츠 대전쟁 당시부터 나리타에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치며 리벤지스의 한 축을 차지했고, 나리타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데 반해 여전히 리벤지스 혈맹원들을 독려하여 적극적으로 6혈 동맹과의 전투를 펼치는 부처의 입후보로 총군주 재선출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투표 결과는 나리타의 승리였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투표 당시 혈맹원 중 한 명이 중복 투표를 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재투표에서는 부처가 승리한다. 결국 리벤지스의 총군주로 부처가 선출되자 나리타는 총군주의 지위를 그에게 넘기고 혈맹을 탈퇴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투표 과정을 문제삼으며 나리타를 따르던 일부 리벤지스 혈맹원들이 마찰을 일으키고, 그 와중에 나리타의 오른팔이나 마찬가지였던 '흑월지주'라는 인물이 리벤지스 혈맹을 탈퇴하여 새로운 혈맹을 설립하는 일이 일어난다.

어떤 혈맹에서 분열이 일어나, 그 혈맹의 일원이 탈퇴하여 새로운 혈맹을 창설하는 것은 리니지2에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흑월지주가 탈퇴하며 새로운 혈맹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나리타는 과거 리벤지스 총군주에 어울리지 않게 편파적인 행동을 취한다. 과거 리벤지스 혈맹원들이 저마다의 자금을 각출해 총군주인 나리타의 명의로 구입한 디온성 아지트를 리벤지스 혈맹을 탈퇴한 흑월지주에게 넘겨버린 것이다. 비록 나리타의 명의로 된 아지트였으나 그것은 리벤지스 혈맹원들이 조금씩 자금을 각출하여 구입한 것이지 결코 나리타의 개인적 소유물이 아니었으며, 실제로 나티라는 언제든지 혈맹원들이 필요다하면 아지트를 넘겨주겠다고 말한 바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맹을 탈퇴한 흑월지주에게 디온성 아지트의 소유권을 양도했다는 것은, 리벤지스 혈맹원들에게는 총군주직에서 본의 아니게 물러나게 된 사실에서 비롯된 악의적인 행동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었다.

이를 계기로 총군주인 부처와 고문인 '래디안'은 나리타와 언사를 높이며 다투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나리타는 또 다른 리벤지스의 라인 군주였던 '콘초코'의 캐릭터로 접속해, 그가 소유하고 있던 아지트마저 가져가버림과 동시에 콘초코를 리벤지스 혈맹에서 탈퇴시켜 버리는 일을 저질러버린다.

나리타의 이런 막무가내 식 행동으로 리벤지스 혈맹원들의 분노는 머리 끝까지 치솟는다. 그러나 사태를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만들어놓고서도 나리타는 여전히 리벤지스 혈맹의 혈맹 마크를 단 상태로 행동하면서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크루세이더' 혈맹에 가입하는 등의 기행을 저지른다. 크루세이더 혈맹 역시 리벤지스와 마찬가지로 다크니스 세이버의 일원 중 하나였으나 리벤지스로서는 혈맹을 탈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하게 리벤지스 혈맹의 마크를 단 체 행동하고, 또한 자신들의 아지트를 멋대로 흑월지주에게 넘겨버린 나리타를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리벤지스 혈맹은 같은 다크니스 세이버 소속인 크루세이더 혈맹에게 전쟁을 선포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아틀란티스77 역시 리벤지스 혈맹 내부의 일이, 크루세이더 혈맹을 포함한 다크니스 세이버 전체의 문제로 커지자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인다. 그러나 크루세이더 혈맹은 비록 다크니스 세이버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면서도 6혈 동맹과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체 다크니스 세이버의 사냥터인 침묵의 수도원에 레벨업만 하는 등, 다크니스 세이버 내부에서도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혈맹이었다. 결국 아틀란티스77은 리벤지스 혈맹의 손을 들어줌과 동시에 크루세이더 혈맹에게 침묵의 수도원 사냥을 금지시킨다. 사실상 다크니스 세이버에서의 방출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리타와 크루세이더 혈맹은 아틀란티스77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였으나, 리벤지스 혈맹과 크루세이더 혈맹을 다크니스 세이버 안에 함께 둘 수 없는 아틀란티스77로서는 6혈 연합에 대한 전쟁에 무관심한 크루세이더 혈맹보다도 리벤지스 혈맹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다크니스 세이버에서 쫓겨난 체, 그들을 노리는 리벤지스 혈맹을 등 뒤에 두게 된 나리타와 크루세이더 혈맹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 밖에 없었다. 바로 6혈 동맹에 가입하는 것이었다.

1차 바츠 대전쟁 이전부터 반DK연합의 선봉에 서서 싸워왔던 나리타의 6혈 동맹 이적은 다크니스 세이버와 일반 유저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과거부터 배신과 배신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바츠 서버에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일은, 생각해보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과거 제네시스 혈맹이 그러했고, 프리나이츠가 그러했다. 이제는 맨 혈맹과 나리타, 그리고 크루세이더 혈맹이 그러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런 배신과 투항은 앞으로도 바츠 서버에선 일상과도 같은 일이 된다.

 

 

20. 침묵의 수도원 전쟁.

그러나 썬은 심각한 내부 진통을 겪은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다크니스 세이버에 대한 전투 의지를 꺾지 않았다. 비록 신의 기사단 일부 라인의 이탈로 전력의 누수가 큰 것은 사실이었으나, 6혈 동맹은 여전히 다크니스 세이버에 비해 압도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틀란티스77 역시 나리타와 크루세이더 혈맹이 이탈하여 사기가 떨어진 다크니스 세이버를 독려하며 침묵의 수도원으로 공격해들어오는 6혈 동맹을 막아내기 위해 전력을 모은다.

이미 예정되어있던 양 측의 격돌의 전초전은 크로니클5를 통해 새롭게 업데이트 된 슈트가르트성과 루운성의 공성전으로 시작된다. 새롭게 업데이트된 슈트가르트성과 루운성은 아직까지 바츠 서버의 어떤 혈맹도 지배하지 않은 체 NPC가 점령하고 있었기에 상대방보다 한 발 먼저 공성을 성공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그로 인해 양 진영은 상대방보다 먼저 성을 점령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그러나 다크니스 세이버는 슈트가르트성을 차지하는데는 성공했으나, 전력상의 열세로 인해 아덴성에 이어 또 다른 왕성인 루운성은 6혈 동맹이 우선적으로 점거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당초 아틀란티스77은 슈트가르트성보다도 루운성을 점령하는 것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루운성이 아덴성과 같은 왕성이라는 중요성을 감안한 것이기도 했지만 루운성의 특성상 리니지2에 존재하는 어떤 성보다 수비에 용이하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6혈 동맹에 비해 동원가능한 인원 수에서 열세에 몰릴 수 박에 없는 다크니스 세이버로서는 수비에 용이한 루운성을 차지하여, 6혈 동맹과의 전쟁을 안정적으로 치뤄나가고 싶었던 것이다.

6혈 동맹이 루운성을 차지한 이후에도 다크니스 세이버의 루운성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성으로의 진입로가 외길 다리 하나 뿐인 루운성의 특성상 진입하는 다리 끝에서 학익진을 펼친 체로 진입해 들어오는 다크니스 세이버에게 집중 공격을 퍼붓는 6혈 동맹의 전략에 그들은 루운성에 재대로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기란성에 대한 공격까지 겸하고 있던 다크니스 세이버에게는 전력을 분산시킬 여유가 없었다. 결국 다크니스 세이버는 루운성을 한 동안 6혈 동맹의 수중에 놓아둘 수 밖에 없었다.

공성전으로 시작된 양 측의 전쟁은 곧 전면전으로 이어진다. 침묵의 수도원을 점거하고 있는 다크니스 세이버를 상대로, 6혈 동맹은 드디어 대대적인 공격에 나선다. 06년 6월 16일. 드디어 제 2차 바츠 대전쟁의 서전(緖戰)이 되는 침묵의 수도원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침묵의 수도원은 좁은 통로를 통해 연결된 방들로 이루어진 리니지2의 전형적인 던전형 사낭터였다. 이런 던전형 사냥터는 사냥터를 점거하는 쪽이 상당한 우위를 점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방으로 출입하는 통로를 강한 체력을 가진 전사로 막고, 그 뒤로 궁수나 마법사가 배치되어 안정적인 후방 지원을 가능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통로 쪽에서는 인식할 수 없는 방의 벽 부분에 힐러 캐릭터들이 배치되어 벽의 역활을 맡는 전사들을 안정적으로 보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틀란티스77 역시 이런 침묵의 수도원의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아틀란티스77은 넓게 개방된 지역에서 6혈 동맹과 전면전을 벌일 경우 승산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전 용의 계곡에서 DK연합을 막아낼 때 사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좁은 통로를 방패 삼고, 6혈 동맹의 전 병력이 동시에 밀려드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방법 뿐이었다. 던전과 같은 폐쇄된 형태의 사냥터가 많은 리니지2에서 아틀란티스77이 계획한 전략은 소수의 인원이 다수의 병력을 막아내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런 전략에 의거하여 아틀란티스77이 주 방어 라인으로 삼은 지점은 침묵의 수도원 도서관 위쪽 지역이었다. 침묵의 수도원에서도 진입로가 가장 좁은 이 곳에 다크니스 세이버의 전 병력을 집결시켜 6혈 동맹의 진입을 막겠다는 그의 의도는, 그러나 반대로 다크니스 세이버의 움직임 역시 둔해지게 만드는 결과 또한 함께 가져왔다. 다크니스 세이버의 전 병력이 들어가기에 그 지역은 너무 협소했던 것이었다. 좁은 지역에 다수의 캐릭터가 몰려있을 때 생기는 렉 현상으로 다크니스 세이버는 효과적인 병력 운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크니스 세이버의 일원들 역시 6혈 동맹과 전면전을 벌일 경우 승산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부득이하게 좁은 지역에 진을 칠 것을 선택한 아틀란티스77의 결정에 순순히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미 예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들이닥친 6혈 동맹의 엄청난 숫자에 다크니스 세이버는 주눅 들 수 밖에 없었다. 6혈 동맹을 이끌고 침묵의 수도원에 진입한 썬은 다크니스 세이버가 진을 치고 도서관 위쪽 지역의 통로에 웅크린 것을 확인하자마자 전진을 멈추고 도서관 방에 대기한 체 다크니스 세이버가 보이는 거리에서 대치를 이루기 시작한다. 제 아무리 질과 양, 양 측에서 우위를 보이는 6혈 동맹이라 할지라도 좁은 지역에 밀집 대형을 이룬 체 대기하고 있는 다크니스 세이버의 진형을 힘으로 돌파하려고 시도할 경우, 그들 역시 엄청난 피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양 측은 서로가 눈에 보이는 거리에서 대치한 체 상대방이 먼저 공격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지루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침묵의 수도원에서 밀려나지만 않는다면 목적을 달성한 것과 마찬가지인 다크니스 세이버에 비해, 그들을 침묵의 수도원에서 밀어낼 목적으로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여 진입해 온 6혈 동맹 측은 언제까지나 지루한 대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결국 썬은 위너스 혈맹으로 하여금 통로로 진입할 것을 명령하고 나머지 혈맹들에게도 뒤따라 진입할 것을 지시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다시피 좁은 통로의 전면에 전사를 배치하고, 그 후면을 마법사, 궁수 등과 보조 역활을 담당하는 힐러가 버티고 있는 진형을 힘으로 돌파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전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선봉으로 진입해 들어온 위너스 혈맹은 제대로 된 공격을 가하기도 전에 다크니스 세이버의 궁수와 마법사에게 집중 공격을 받고 쓰러졌다. 그러나 뒤따라 들어온 6혈 동맹은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앞세워 끊임없이 통로 안쪽으로 밀려들며 다크니스 세이버의 전면 수비를 담당하는 전사들에게 공격을 가했고, 이를 버티지 못한 다크니스 세이버 측 전사 역시 하나 둘 씩 쓰러져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다크니스 세이버는 물러서지 않았다. 수장인 아틀란티스77까지 전장의 최선봉에서 수없이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며 6혈 동맹과 맞서싸우는 투혼을 보였고, 그에 자극받은 다크니스 세이버의 일원들 역시 아틀란티스77을 따라 제자리 부활을 무릅써가며 적의 진입을 막아낸다. 공성전이 아닌 필드전에서 적에 의해 사망할 경우 축복받은 부활 주문서 등의 보조 없이 부활하기 위해선 엄청난 경험치 하락을 감수할 수 밖에 없었기에 제자리 부활을 반복하며 싸우는 것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다.

그리고 압도적인 전력을 앞세워 전면 방어를 담당하는 전사들을 쓰러트리기만 하면 쉽게 다크니스 세이버의 진형을 와해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던 6혈 동맹은 아무리 죽여도 제자리 부활을 반복해가며 싸우는 다크니스 세이버의 저항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전면 방어를 담당하는 전사들이 완강하게 버티는 상황에서 무리한 진입 시도를 계속하다간 진형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다크니스 세이버 측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 썬은 전략을 수정한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침묵의 수도원 통로들을 우회해 다크니스 세이버의 후미에 협공을 가하기로 한 것이다.

썬의 지시를 받은 KK혈맹의 '카발레리아'가 자신의 라인을 이끌고 우회하여 다크니스 세이버의 등 뒤를 공격하기 시작하자 전면의 적에게만 전력을 집중시키고 있던 다크니스 세이버는 큰 혼란에 빠진다. 그들은 뒤늦게 전면의 전사를 이동시켜 우회한 카발레리아 라인의 공격을 막아내려 하였으나 애초에 병력이 이동하기 힘든 좁은 공간에 스스로를 몰아넣었기에 전면에 포진한 전사들을 후위로 이동시키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결국 다크니스 세이버는 앞 뒤에서 공격해 들어온 6혈 동맹의 협공에 전멸에 가까운 패배를 당한다. 침묵의 수도원에서 벌어진 첫번째 전투는 6혈 동맹의 완벽한 승리였다.

 

그러나 첫번째 전투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다크니스 세이버는 물러서지 않았다. 첫번째 전투에서 좁은 길목에 스스로를 몰아넣었다가 앞 뒤로 협공당하여 패배한 첫 날의 전투를 거울 삼아 다음날 이어진 전투에서 다크니스 세이버는 침묵의 수도원 입구의 넓은 쉼터 지역을 전장으로 선택한다. 그러나 침묵의 수도원 입구와 같은 넓은 지역에서 싸울 경우 비록 병력의 밀집으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하더라도, 만약 6혈 동맹의 입구 진입을 허용한다면 압도적인 병력 차이에 의해 순식간에 밀려날 수 있다는 문제 또한 함께 가지고 있었다.

그 우려는 현실로 나타난다. 전 날과 마찬가지로 수적 우위를 앞세우고 끝없이 밀려드는 6혈 동맹에 의해 다크니스 세이버는 큰 피해를 입는다. 그러나 다크니스 세이버는 전 날과 마찬가지로 제자리 부활조차 아랑곳하지 않은 체 밀려드는 6혈 동맹과 맞서 싸운다. 이 처절한 저항 앞에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앞세우고 기세등등하게 밀려든 6혈 동맹조차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 6혈 동맹은 압도적인 전력의 차이를 앞세워 다크니스 세이버를 난전으로 끌어들이기만 한다면 손쉽게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는 달리 3시간 이상 전면전이 계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크니스 세이버의 격렬한 저항이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자, 뒤늦게 후방에 포진한 다크니스 세이버의 힐러를 쓰러트리기 위해 KK혈맹의 정예 라인을 투입하여 다크니스 세이버의 방어진을 돌파하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이 역시 전 날의 패배를 교훈삼아 힐러를 호위하고 있던 다크니스 세이버의 저항에 가로막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압도적인 전력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다크니스 세이버의 끈질긴 저항에 부딪힌 6혈 동맹은 후퇴 명령을 내리게 되고, 침묵의 수도원 전쟁 중에서도 가장 격렬했던 이 날의 전투는 결국 수많은 희생을 치른 다크니스 세이버의 승리로 돌아간다.

 

이 날 다크니스 세이버가 거둔 승리는 단순히 6혈 동맹과 정면으로 맞서싸워 그들을 물리쳤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아틀란티스77이 그토록 필요성을 역설했던 조직적 지휘체계가 이 전쟁을 통해 비로소 빛을 발한 것이었다. 게릴라전과 같은 치고빠지기 식의 전투를 반복해오던 저항 세력에게 이런 식의 엄청난 출혈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전면전은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틀란티스77은 저항 세력들이 지금까지 행하던 게릴라전으로는 비록 6혈 동맹에게 작은 피해를 입히는 것은 가능하지만,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큰 승리로 이어질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는 다크니스 세이버를 창설하여 6혈 동맹과의 전쟁 형태를 게릴라전에서 전면전 형태로 바꾸고자 했던 것이다. 그것은 비록 다크니스 세이버에게 막대한 피해를 강요할 수 밖에 없는 전략이었으나, 그 피해는 6혈 동맹에게도 마찬가지로 쌓여갔다. 그리고 6혈 동맹과의 전면전을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다크니스 세이버의 지휘체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교하게 다듬어졌고, 마침내 침묵의 수도원에서 성과를 거두게 된다.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행동하던 저항 세력들은 전세가 불리해지면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후퇴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아틀란티스77의 지휘 아래 단결한 다크니스 세이버는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밀려들어오는 6혈 동맹을 맞아 싸우면서도 누구 하나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제자리를 지키며 싸웠던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저항 세력의 전투 방식과는 다른, 과거 DK혈맹의 방식에 가까웠다.

 

6혈 동맹은 이제 다크니스 세이버가 게릴라전을 주로 사용하던 과거의 저항 세력과는 달리, 필요하다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하는 전면전조차 불사하는 조직적인 전투 집단으로 거듭났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썬은 이런 다크니스 세이버를 힘으로 꺾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6혈 동맹에게 침묵의 수도원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을 지시한다.

썬의 지시에 따라 6혈 동맹은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침묵의 수도원에 공격을 감행한다. 저녁이 되면 침묵의 수도원 곳곳에서 다크니스 세이버와 6혈 동맹. 그리고 다수의 일반 유저들과 내복단이 참여한 전쟁이 벌어졌고 그들의 치열한 접전으로 침묵의 수도원은 일반 유저들의 정상적인 사냥이 거의 불가능한 지경에 이를 정도였다. 쌍방에게 엄청난 출혈을 강요한 전면전은 그로부터 약 3개월 동안 계속되었다. 리니지2의 수많은 전쟁 중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대전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다크니스 세이버는 계속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아틀란티스77의 지휘 아래 집단적으로 싸운 전쟁 초기에는 팽팽하거나 다소 우위에 서는 모습까지 보였으나 너무나도 큰 전력의 차이는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매일같이 압도적인 병력을 앞세우고 밀어닥치는 6혈 동맹과 맞서 싸우느라 다크니스 세이버 내부에서는 더 이상 전쟁을 계속할 수 없을만큼 레벨이 떨어진 인원들이 속출했으나 그들에겐 잃어버린 레벨을 복구할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 시기에 다크니스 세이버에 소속된 혈맹 중 상당수가 피해를 견디다 못해 중립을 선언한 후 전쟁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남아있는 혈맹 사이에서도 아틀란티스77의 무모한 전투 방식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만약 이 시기에 6혈 동맹이 조금만 더 다크니스 세이버를 밀어붙였다면, 피해를 견디지 못한 다크니스 세이버는 완전히 와해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전쟁을 통해 더욱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 6혈 동맹 쪽이었다. 6혈 동맹이 입은 피해는 물질적인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 다시 말해 과거 DK연합의 상징과도 같았던 조직력의 피해가 더욱 컸다. 침묵의 수도원에서 벌어진 오랜 전쟁으로 인해 그렇잖아도 썬 총군주의 위태로운 지위 아래 유지되던 6혈 동맹의 결속력이 서서히 와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물질적인 피해보다 더욱 크고 위험한, 6혈 동맹 자체를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였다.

 

 

21. KK혈맹의 분열. 그리고 AK혈맹의 와해.

비록 다크니스 세이버의 패색이 짙어지고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묵의 수도원은 여전히 다크니스 세이버가 장악하고 있었다. 밤에는 여전히 6혈 동맹과 다크니스 세이버 간의 치열한 전투가 되풀이되었지만 아침이 되면 치열한 전쟁을 벌이던 6혈 동맹의 인원은 대부분 침묵의 수도원에서 물러났고, 다시 저녁이 오기 전까지 침묵의 수도원은 다크니스 세이버와 일반 유저들이 나누어 사냥하는 형태가 계속된다.

이는 침묵의 수도원이라는 곳 자체가 6혈 동맹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사냥터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분명 침묵의 수도원은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사냥터 중 하나였지만 6혈 동맹에게는 그에 못지 않은 사냥터가 얼마든지 있었던 것이다. 6혈 동맹에 속한 인원들 중에는 다크니스 세이버와의 전쟁으로 인해 사실상 레벨을 상승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침묵의 수도원보다도 오만의 탑이나, 사교의 신전, 혹은 스타카토 둥지 등에서 안정적으로 레벨을 상승시키는 것을 원하는 인원이 많았다.

 

현실의 전쟁에서 승리를 결정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규모 병력이 점령지에 상주하며 상대방에 대한 지속적인 억지력을 발휘하는 것 뿐이다. 그것은 리니지2에서도 마찬가지였다. 6혈 동맹이 아무리 다크니스 세이버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듭한다 하더라도 침묵의 수도원에 주둔한 다크니스 세이버를 몰아내지 못한다면 그 승리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무의미한 소모전에 불과한 것이었다. 썬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6혈 동맹에 속한 혈맹원들로 하여금 '6혈 동맹의 사냥터는 침묵의 수도원이며 이를 어기고 타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는 것이 적발될 경우 절차에 따라 징계 조치를 내리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6혈 동맹원들에게 침묵의 수도원에 주둔할 것을 명령한다.

그러나 오랜 전쟁에 지친 6혈 동맹원들은 썬의 조치에 공공연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 역시 과거 shadow여솔이 실렌의 봉인에 주둔한다는 명령이 혈맹 내부로 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것과 비슷했다. 그러나 단 하나의 결정적 차이점은 shadow여솔이 내부의 반발을 견디지 못해 사냥터를 다시 용의 계곡으로 옮겼던 것에 반해, 썬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무리하게 침묵의 수도원에 주둔할 것을 고집했다는 점이다. 썬의 이런 고집은 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6혈 동맹원 중 일부는 썬의 명령을 무시하고 사교의 신전 등에서 레벨업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은 다크니스 세이버에 대한 처리를 잠시 미루고, 오랜 전쟁으로 레벨 하락이 심한 6혈 동맹으로 하여금 세력을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 역시 필요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썬이 다크니스 세이버와의 빠른 승부에 집작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썬이 지시한 다크니스 세이버에 대한 공격은 단순히 다크니스 세이버를 위협적인 적으로 판단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6혈 동맹의 수장으로서 불안정한 자신의 위치를 보다 확고한 것으로 만들겠다는 정치적인 목적 또한 바탕에 깔려 있었다. 그로 인해 썬은 점차 다크니스 세이버와의 전쟁이 수렁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끝내 발을 빼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썬의 의도가 어떠했건 간에 결과적으로 그의 행동은 6혈 동맹의 분열을 낳았다. 더 이상 6혈 동맹 내부에서는 썬을 수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점차 팽배해져갔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분위기는 썬의 출신지인 KK혈맹 내부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내부 불만의 선두에 서 있는 것은 다름 아닌 KK혈맹의 라인 군주들이었다. 과거 DK혈맹 시절에 보였던 조직력을 튼튼하게 유지하는 바탕이자 총군주와 일반 혈맹원을 잇는 다리 역활을 겸했던 라인 군주들이 앞장서서 썬의 독단적인 혈맹 운영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라인 군주들을 다스려야 할 썬은 KK혈맹 창설 당시부터 자신을 지지하는 내부 기반이 약한 총군주였고, 침묵의 수도원 전쟁을 무리하게 이끈 결과, 얼마 남지 않은 지배력까지 모두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에겐 라인 군주들의 반발을 막을 수단이 전혀 없었다.

결국 썬은 KK혈맹의 라인 군주들 중 세력이 강한 카발레리아와 'll준ell' 등이 자신을 따르는 KK혈맹원들을 이끌고 KK혈맹을 탈퇴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KK혈맹에서 갈라져나온 그들은 'Reveres' 혈맹(이하 리버스)을 세워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했으나 과거 DK혈맹과 신의 기사단이 자신들에게서 갈라져나간 세력에 대해 잔인한 조치를 취했던 것에 비해, 주요 인물들이 모두 리버스 혈맹으로 빠져나가 사실상 빈껍데기만 남은 KK혈맹은 갈라져나간 리버스 혈맹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썬은 결국 혈맹의 분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군주에서 물러난다. 강력한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다크니스 세이버를 몰아붙였던 것에 비해 지나치게 초라한 퇴장이었다.

 

그러나 KK혈맹에서 갈라져나와 독자적인 세력을 이룬 리버스 혈맹 역시 시작과 동시에 내부 분열에 시달리게 된다. KK혈맹에서의 이탈에서 주도적인 역활을 담당했던 카발레리아와 ll준ell이 혈맹 총군주의 지위를 둘러싸고 충돌을 일으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립적인 입장에 선 라인 군주들을 포섭한 ll준ell이 총군주에 선출된다. 그러나 카발레리아는 ll준ell의 총군주 취임을 인정하지 않으며 반발했고, 이 과정에서 준은 카발레리아에게 자신을 지지할 수 없다면 혈맹을 탈퇴하라고 대응한다.

결국 리버스 혈맹으로 재편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카발레리아와 그를 따르는 라인의 이탈로 인해 리버스 혈맹은 다시 한 번 큰 분열을 겪는다. 이후 카발레리아는 자신을 따르는 인원들로 '테르시오 혈맹'을 창설하여 다크니스 세이버와 리버스 혈맹 양 측과 동시에 전쟁을 치르게 된다.

 

6혈 동맹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KK혈맹과, 그에 버금가는 힘을 가졌던 신의 기사단에서 잇달아 벌어진 6혈 동맹은 내부적으로 큰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이 시기에 6혈 동맹의 혼란을 더욱 부추키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KK혈맹에서 일어난 내부 분열과는 그 성격이 달랐다. AK혈맹 내부에서 KK혈맹에 대한 공격을 계획한 사건이 발각된 것이다.

AK혈맹은 과거 1차 바츠 대전쟁의 막바지에 유벤투스 동맹의 수장이었던 칼데스마가 DK혈맹에 투항한 후, DK혈맹에서 유벤투스 동맹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혈맹이었다. 비록 그들은 과거에 제네시스 혈맹과 리벤지스 혈맹등의 구 바츠 연합군에 대한 증오심으로 인해 DK연합에 가담하였지만 과거 바츠 연합군의 일원으로 1차 대전쟁에 참가했던만큼 DK혈맹의 정책에 대해 반발하는 성향이 강한, 6혈 동맹 내부에서도 꽤나 미묘한 위치에 존재하는 혈맹이었다. 과거 그들을 DK연합에 받아들였던 아키러스 또한 AK혈맹의 이중적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그들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DK혈맹에 속한 인물이었던 제우스를 총군으로 취임시키는 등의 견제 장치를 마련했었다.

그러나 아키러스가 리니지2를 떠나고 KK혈맹 역시 거듭되는 침묵의 수도원 전쟁으로 인해 지배력이 약해지는 상황에 처하자 AK혈맹 내부에서는 공공연하게 수장인 KK혈맹에 대한 반감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침묵의 수도원에서 사냥을 하던 KK혈맹원 중 하나가 사소한 다툼을 계기로 AK혈맹원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과거 제네시스 혈맹이 용의 계곡에서 DK혈맹원을 공격했던 것을 계기로 두 혈맹이 완전히 갈라섰던 것과 같이, 동맹 혈맹 간의 살해 행위는 내부의 결속을 깨는 중대한 사건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당시 AK혈맹의 총군주였던 '솔로제왕'은 이런 KK혈맹의 살해 행위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당시 침묵의 수도원에서 매일 같이 다크니스 세이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분열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썬과 지존군주가 개인적으로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솔로제왕의 미흡한 대처는 반 KK정서가 극에 달해있던 AK혈맹원들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었다. AK의 라인 군주들 사이에서는 솔로제왕의 눈을 피해 KK혈맹이 수장으로 있는 6혈 동맹으로부터 탈퇴해야햔다는 음모가 떠돌기 시작했다.

그 음모의 중심에는 AK혈맹의 고문인 '투소주'라는 인물이 있었다. DK연합 출신이었던 그가 어째서 그 DK혈맹의 후신인 KK혈맹에 대한 공격 음모에 가담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AK혈맹의 고문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은밀하게 자신의 뜻을 따르는 인물들을 포섭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문제는 계획 단계에 불과했던 이 음모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KK혈맹의 귀에 들어가버린 것이었다.

이 음모가 불러일으킨 반향은 어마어마했다. DK연합 시절부터 6혈 동맹으로 이어지는 긴 시간 동안 내부 분열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AK혈맹에서 계획한 내부 공격은 전대미문의 사건이었으며, 잠시라도 방치했다가는 6혈 동맹 자체가 내분으로 인해 쪼게질지도 모르는 중대한 문제였다. KK혈맹은 AK혈맹의 공격 음모를 전해듣자마자 곧장 AK혈맹을 제외한 나머지 동맹 혈맹의 군주들을 소집시킨다. 이 자리에서 썬은 현 상황의 심각성을 전달하고 AK혈맹을 6혈 동맹에서 제명시키는 것은 물론, 적대 혈맹으로 선포하여 선제 공격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강력하게 대응한다.

 

공격 음모가 사전에 발각되고, 도리어 6혈 동맹 측에서 자신들을 공격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기 시작하자 AK혈맹의 라인 군주들은 크게 당황한다. KK혈맹 혼자만이라면 모르겠으되 자신들을 제외한 5혈 동맹이 전부 자신들을 공격할 경우 승산은 없었다. AK라인 군주 중 일부는 제네시스와 프리나이츠처럼 다크니스 세이버에 투항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으나 그 의견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혈맹이 분해될 것을 각오하고 끝까지 싸우느냐, 혹은 5혈 동맹이 자신들을 공격하기 전 자진해서 해체하느냐의 선택만이 남았다.

그리고 AK혈맹이 선택한 것은 전쟁이 아니라, 혈맹의 해체였다. 그들은 AK혈맹에 속한 혈맹원들 전체를 5혈 동맹과의 싸움으로 끌어들이느니 차라리 혈맹을 해체시키는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결국 칼데스마와 유벤투스 동맹의 투항으로 설립되어, DK연합과 6혈 동맹의 한 축으로까지 성장한 AK혈맹은, 그 크기에 비해 너무나 어이없는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남은 인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일부는 중립 혈맹, 혹은 다크니스 세이버로 흘러들었고. KK혈맹에 대한 공격 음모에 가담하지 않았던 AK혈맹의 일부 라인들은 'Light of empire 혈맹'(이하 빛의 제국)을 창설하여 다시금 5혈 동맹의 편에 선다. 그러나 과거 AK혈맹과는 달리 그 규모가 대폭 축소된 후였다.

 

이와 같은 6혈 동맹의 심각한 분열들은 DK연합이 안정적으로 유지해오던 지배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반증이었다. 썬이 주도했던 무리한 전쟁으로 KK혈맹은 6혈 동맹의 수장 지위를 잃고 추락했으며, 동맹 혈맹의 심각한 분열까지 함께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비록 다크니스 세이버의 세력을 완전히 뿌리뽑는 것조차 실패하면서 바츠 서버를 지배하던 지배 혈맹으로서의 위치를 잃고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6혈 동맹의 위축에 자극받은 중립 혈맹들이 오랜 침묵을 깨고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제2차 바츠 대전쟁의 발발을 알리는 중립 연대의 창설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22. 중립연대 발족.

오랜 시간에 걸친 소모전으로 6혈 동맹은 거듭되는 분열을 진통을 겪으며 지배 혈맹으로서의 위치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여전히6혈 동맹은 리니지2의 모든 성을 차지한 체 맹주를 자처하고 있음에 반해, 침묵의 수도원에서 6혈 동맹과 사투를 벌인 다크니스 세이버는 더 이상 연합을 유지하기 힘든 지경까지 몰려있었다. 비록 엄청난 희생을 치른 끝에 침묵의 수도원을 6혈 동맹으로부터 지켜낼 수는 있었지만 전쟁 초반에 기세를 올리며 점령했던 기란성과 슈트가르트성을 다시 6혈 동맹에게 빼앗기는 등, 날이 갈수록 패색이 짙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크니스 세이버는 약 반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침묵의 수도원을 비롯해 리니지2의 전 영토에서 6혈 동맹을 맞아 싸우는 저력을 보이며 바츠 서버의 유저들을 전율시켰다. 또한 다크니스 세이버와 달리 독자적으로 6혈 동맹과 싸우는 것을 선택한 붉은 혁명과 그 외 다수의 중소 혈맹들. 그리고 혈맹에 소속을 두지 않은 체 자발적으로 6혈 동맹과의 전쟁에 임했던 일반 유저들, 그리고 그들의 방패막이가 되어 스러진 내복단까지. 지금은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는 무수한 사람들이 리니지2의 세계 곳곳에서 6혈 동맹과 맞서 싸우며 영웅적인 업적을 남긴 체 쓰러져갔다.

 

진작 패배한 전쟁을 계속해서 끌어가는 다크니스 세이버와 저항 세력들의 저항이 무의미한 발버둥에 불과하다며 냉소짓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그들은 작으나마 꾸준히 6혈 동맹의 견고한 아성에 계속해서 흠집을 내고 있었다. 바츠 서버 뿐만이 아니라 리니지2를 통틀어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전쟁은 다크니스 세이버 뿐만 아니라 6혈 동맹에게도 많은 상처를 남겼다. DK혈맹의 뒤를 이은 KK혈맹의 총군주인 썬이 다크니스 세이버와의 전쟁 도중 불신임을 받은 체 퇴장하는 사건이 있었고, 신의 기사단의 내분과 AK혈맹의 반란 사건을 겪었다. DK혈맹 시절부터 내려온 전통이자 그들이 바츠 서버를 지배하는 결정적인 힘으로 작용했던 단결력을, 다크니스 세이버와의 오랜 전쟁을 통해 상당 부분 상실한 상태였던 것이다. 혈맹 내부에서도 오랜 전쟁에 지쳐 캐릭터를 버리고 리니지2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당시 6혈 동맹을 이끌고 있던 리버스 혈맹의 수장이었던 ll준ell은 무언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ll준ell이 혼란에 빠진 6혈 동맹을 수습하기 위해 내린 결정은 사교의 신전 내부에 위치한 어둠의 방을 통제하여 6혈 동맹의 새로운 사냥터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최고 효율의 사냥터 중 하나였던 어둠의 방은 바츠 서버 곳곳에서 이뤄지던 6혈 동맹과 다크니스 세이버의 공격을 피해 레벨을 올리려는 일반 유저 및 중립 혈맹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었다. ll준ell은 이제 다크니스 세이버의 힘이 많이 약해진 것을 기회로 삼아 어둠의 방을 통제하여 다시 한 번 내부 결속을 다지고, 당시 점점 세력을 키워가던 중립 혈맹에게 6혈 동맹이 바츠 서버의 지배 혈맹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겠다는 속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ll준ell의 판단 중 다크니스 세이버가 더 이상 자신들의 사냥터 통제를 견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은 옳았다. 다크니스 세이버는 이제 더 이상 6혈 동맹과 전면전을 치룰만한 힘이 남아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ll준ell은 다크니스 세이버가 와해 직전으로 몰린 지금 자신들에게 대항하는 세력이 없을 것이라는 자만에 빠진 나머지 양 측의 전쟁을 틈타 급속한 성장을 이룬 중립 혈맹의 힘을 도외시했던 것이다.

다크니스 세이버와 6혈 동맹이 격렬한 전쟁을 치르는 동안 중립 혈맹은 그 치열한 전쟁에서 할 발자국 벗어나 묵묵히 레벨업 등에 힘을 쏟으며 그 힘을 성장시키고 있었다. 크로니클5의 업데이트로 인해 충분한 사냥터의 공급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6혈 동맹의 고전적인 사냥터 통제를 통한 중립 혈맹의 견제는 그 의미를 잃었고 중립 혈맹은 6혈 동맹의 통제가 미치지 않는 사냥터에서 꾸준히 힘을 길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레벨에 비해 전투 경험이 부족한 중립 혈맹의 고질적인 약점 역시 다크니스 세이버와 6혈 동맹 양 측에서 탈퇴한 혈맹원들이 중립 혈맹으로 유입되면서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이제 중립 혈맹은 과거처럼 6혈 동맹의 손짓 한 번에 와해되던 약한 세력이 아니었다. 단순히 숫자로만 본다면 6혈 동맹의 인원을 단숨에 뛰어넘는 거대 세력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ll준ell의 실수는 이런 중립 혈맹의 세력화를 미쳐 계산에 넣지 못하고, 그들을 과거와 마찬가지로 6혈 동맹의 선언 하나에 순순히 물러날 세력으로 판단한 것이다.

 

어둠의 방을 6혈 동맹의 새로운 사냥터로 삼겠다는 6혈 동맹의 선언은 중립 혈맹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오만의 탑에 버금가는 고효율의 사냥터였던 어둠의 방을 순순히 6혈 동맹에게 넘겨준다는 것은 혈맹의 자존심 문제도 있었지만 어둠의 방에서 정비한 6혈 동맹의 전력은 곧 다크니스 세이버의 와해로 귀결될 것이며, 그 후에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과거 DK연합 시절과 마찬가지로 무자비한 살해와 통제로 이어질 거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다. 지금까지는 다크니스 세이버와 전쟁을 치르느라 중립 혈맹에 대한 견제를 펼칠 여유가 없었지만 다크니스 세이버가 사라진다면 6혈 동맹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중립 혈맹을 견제,혹은 와해시키기 위한 칼날을 빼들 것이 자명했다.

 

ll준ell의 선언으로 인해 중립 혈맹은 더 이상 이 전쟁에서 방관자적 입장이 아닌, 당사자의 입장을 취할 것을 강요당했다. 6혈 동맹의 선언을 받아들여 어둠의 방이 아닌 다른 사냥터로 물러나 다시 한 번 과거와 마찬가지로 6혈 동맹의 통제 속에서 살 것인가. 또는 6혈 동맹의 일방적인 통제에 맞서 다크니스 세이버와 마찬가지로 6혈 동맹과 전쟁을 치를 것인가. 이를 두고 바츠 서버의 유저들은 매일같이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일부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6혈 동맹의 횡포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정작 그 횡포를 뿌리뽑기 위해 나서지 않는 중립 혈맹들은 그 횡포에 불만을 터뜨릴 자격도 없다.' 라는 식의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말했다시피 중립 혈맹이 그 위치에서 벗어나 서버의 지배 혈맹에 전쟁을 선포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중립 혈맹원들이 전쟁보다는 친목을 위해 게임을 즐겨왔기에 전쟁을 달가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거대 혈맹과의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그 동안 가꾸어 온 혈맹이 순식간에 와해되는 결과로 끝날 것은 자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 동안 꾸준히 세력을 키워왔다고는 하지만 어느 하나의 혈맹의 힘만으로는 6혈 동맹에게 대항하는 것은 무리였다. 중립 혈맹이 6혈 동맹에게 맞서기 위해선 어느 하나의 혈맹만이 아니라 중립 혈맹들의 조직적인 봉기와 저항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특정 혈맹이 6혈 동맹에 맞서 싸운다고 하더라도 다른 중립 혈맹들이 그들의 뒤를 따라 일어설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으며, 설령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 저항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 당시 중립 혈맹 내부에서는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하여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나, 내가 그 도화선에 불을 당기는 역활을 하고 싶지는 않다.' 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에 바츠 서버에 존재하는 중립 혈맹의 봉기와 조직화의 틀을 닦은 천동 혈맹의 총군주 '독일산전차'의 행동은 바츠 서버의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사건이었다. 과거 1차 바츠 대전쟁이 실패로 끝난 후 DK혈맹의 저항 세력 및 중립 혈맹에 대한 학살과 탄압이 이루어지던 시기. 그들에 맞서 끝까지 저항하던 인물 중 하나였던 독일산 전차는 이 시기 천동 혈맹의 총군주 자리에 앉아 있었다.

비록 천동 혈맹은 겉으로 중립을 표방하고 있었으나 총군주인 독일산전차가 오랜 시간 6혈 동맹과 전쟁을 치뤄왔으며, 다크니스 세이버나 붉은 혁명의 수뇌부와도 깊은 연결 고리를 가진 인물이었기에 그가 천동 혈맹을 이끌고 6혈 동맹과의 전쟁에 뛰어드는 것은 어떻게 보면 예정된 일이나 마찬가지었다. 과거 DK연합이었다면 아키러스의 중립 혈맹 견제 정책에 따라 천동 혈맹을 일찌감치 와해시켰겠지만, DK연합의 뒤를 이은 6혈 동맹은 다크니스 세이버와 오랜 전쟁을 치르느라 중립 혈맹에 대한 견제 정책을 펼칠 여유가 없었다. 바츠 서버를 장악했던 6혈 동맹의 지배력이 과거에 비해 축소된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일이었다.

그러나 비록 6혈 동맹의 견제 정책이 의미를 잃었음에도 오랜 견제 정책으로 인하여 소극적으로 변한 중립 혈맹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천동 혈맹이 중립 혈맹의 조직화를 계획하기 이전에도 과거 몇몇 혈맹이 중립 혈맹의 조직화를 계획했었으나 탁상공론에서 나아가지 못한 체 흐지부지 끝난 경우가 많았다. 중립 혈맹으로서는 섵부르게 동조 의사를 밝혔다 6혈 동맹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 때문에 독일산전차는 게시판을 통해 공개적으로 중립 혈맹의 조직화를 호소하는 대신 비밀리에 움직였다. 그는 바츠 서버의 중립 혈맹 중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혈맹들에게 익명으로 6혈 동맹에 대항하여 봉기하는데 참여해달라는 밀서를 보낸 것이다.

익명으로 보낸 독일산전차의 쪽지에 중립 혈맹의 군주들은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 역시 강한 힘을 가진 중립 혈맹이었던만큼 6혈 동맹이 과거의 세력을 회복한다면 가장 먼저 자신들에게 칼을 들이댈거라는 생각에 전전긍긍하고 있었지만 막상 익명의 쪽지를 받자 의심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과거 DK연합은 이런 식으로 중립 혈맹을 교묘하게 부추켜 반기를 일으키게 한 후 그것을 명분으로 혈맹을 해체시켰던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바츠 서버의 많은 유저들이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중립 혈맹에 대해 참전해 줄 것을 호소하거나, 혹은 그 방관자적 행위에 대해 비난을 가하고 있었고 그들 역시 6혈 동맹에 맞서 싸워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기에 결국 독일산전차의 쪽지를 받은 중립 혈맹의 총군주들은 믿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응했다.

6혈 동맹의 감시를 피해 비밀스럽게 이루어진 회합은 보이포스 총군주인 독고구검의 사회 아래 이루어졌다고 한다. 초창기 다크니스 세이버의 한 축으로 활동했던 보이포스는 6혈 동맹과의 오랜 전쟁에서 큰 피해를 입고 중립 혈맹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러나 비록 다크니스 세이버에서 탈퇴했다곤 하지만 보이포스는 여전히 6혈 동맹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고 총군주인 독일산전차와 함께 중립 혈맹의 봉기를 은밀히 계획하고 있었다. 그리고 반신반의하며 약속 장소에 나왔던 중립 혈맹의 총군주들은 쪽지를 보낸 장본인이 독고구검과 독일산전차라는 사실을 알고 비로소 이것이 6혈 동맹의 음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만장일치로 중립 혈맹의 조직화에 찬성했다. 다크니스 세이버가 무너지면 다음 차례는 자신이 될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립 혈맹의 연대에 발목을 잡은 것은, 다크니스 세이버나 붉은 혁명과 같은 기존 저항 세력과의 연대 문제였다. 중립 혈맹 중에는 과거 6혈 동맹의 일원이었던 '천우신조' 혈맹. 그리고 천우신조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던 붉은 혁명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혈맹들이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당면한 문제인 6혈 동맹과의 전쟁을 위해서라고 해도, 얼마 전까지 전쟁을 치르고 있던 천우신조 및 붉은 혁명과 공조를 이룬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붉은 혁명과 천우신조가 자신들에게 사과하기 전까지는 그들과 어떤 공조도 함께 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하게 못박았다.

중립 혈맹의 조직화가 엉뚱한 곳에서 발목이 잡히자 독일산전차와 독고구검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하나의 혈맹의 힘이 아쉬운 지금 기존 저항 세력과의 연대를 거부하는 일부 혈맹들의 마음을 반드시 돌려야 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독고구검과 독일산전차는 붉은 혁명과 천우신조의 핵심 수뇌진들과 직접 교섭을 벌인다. 과거 다크니스 세이버의 일원으로 양 측과 깊은 관계를 맺었던 독고구검과 독일산전차는 자존심이 강한 붉은 혁명과 천우신조의 사과를 받아내긴 어렵더라도 최소한 전쟁 종결과 한시적인 협력 관계를 맺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사정이 절박한 것은 붉은 혁명이나 천우신조 역시 마찬가지였다. 6혈 동맹과의 전쟁이 무엇보다 급한 지금, 제네시스 혈맹이나 리벤지스 혈맹과의 갈등 끝에 DK혈맹에게 반격의 기회를 선사했던 과거의 전례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독고구검과 독일산전차는 붉은 혁명으로부터 전쟁 종결과 공조 체계 수립을 약속받는데 성공한다. 중립 혈맹들의 조직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문제들을 해결한 것이다. 만약 이 시기 독고구검과 독일산전차의 물밑을 오가는 조율이 없었다면, 중립 혈맹의 조직화는 이전부터 있었던 수많은 탁상공론과 마찬가지로 흐지부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중립 혈맹의 조직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다크니스 세이버나 붉은 혁명과의 연대 문제가 해결되자 이후로는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반 6혈 동맹에 참여한 중립 혈맹들을 재편하여 '중립연대'를 발족시킨 군주들은 초대 총군주로 1차 바츠 대전쟁의 영웅이자 중립연대의 탄생에 가장 큰 공을 세운 독일산전차를 추대하고 정식으로 6혈 동맹에 대해 정식으로 선전 포고를 한다. 아틀란티스77과 다크니스 세이버의 주도 하에 일어난 침묵의 수도원 전쟁으로부터 약 반 년이 지난, 07년 3월 31일. 이후 바츠 서버의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제 2차 바츠 해방전쟁의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23, 내복단의 재등장과 사교의 신전 전투.

지금까지 바츠 서버의 유저 뿐만이 아니라, 1차 바츠 대전쟁 당시 내복단으로 참가했던 리니지2의 수많은 유저들에게까지 비난을 받아오면서도 침묵을 고수하던 중립 혈맹들의 봉기는 바츠 서버의 유저, 특히 6혈 동맹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턱짓으로 부릴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오던 중립 혈맹들이 연대를 맺어 자신들에게 칼을 들이댈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과거 DK연합의 수장이었던 아키러스는 중립 혈맹의 연대를 막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었다. 중립 혈맹들의 세력이 강해지는 것을 내버려 둘 경우, 빠르건 늦건 언젠가 지배 혈맹인 자신들에게 칼을 들이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아키러스는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세력이 강한 중립 혈맹들을 와해시켰고, 와해시키기 힘든 혈맹들은 자신들의 수하에 흡수시키는 식으로 바츠 서버에 자신들에게 대항하는 세력이 등장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왔다.

그러나 아키러스의 중립 혈맹에 대한 견제 정책을, 그의 자리를 물려받은 총군주들은 답습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바츠 역사에 중립 혈맹이 연대하여 지배 혈맹에 대한 반기를 드는 일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후임 총군주들은 중립 혈맹의 숨겨진 저력을 얕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에게 저항하는 다크니스 세이버나 붉은 혁명 등의 저항 세력만을 꺾을 수 있다면 중립 혈맹은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얌전히 자신들의 통제에 따를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한 오산이었다. 6혈 동맹이 다크니스 세이버와 기나긴 전쟁을 치르는 동안 일반 유저나 중립 혈맹에 속한 유저들는 6혈 동맹의 통제에 전전긍긍할 필요 없이 새로운 사냥터에서 얼마든지 능력치와 장비를 얻으며 성장했고, 그 결과 제 2차 바츠 대전쟁이 발발할 시점에서는 6혈 동맹에 속한 혈맹원들과 중립 및 일반 유저의 능력치나 장비에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게 된 것이다. 충분한 힘을 기른 그들은 더 이상 6혈 동맹의 통제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중립 혈맹의 세력 확대를 예상하지 못한 ll준ell은 과거 아키러스처럼 시간을 들여 중립 혈맹을 하나씩 해체시키는 것보다 어둠의 방을 통제한다는 방법으로 단숨에 중립 혈맹의 세력을 누르려는 시도를 함으로서 중립 혈맹의 일제 봉기를 자초한 꼴이 된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6혈 동맹의 횡포에 신음하던 바츠 서버 유저들의 분노는 무서웠다. 창설 직전까지 비밀스럽게 진행되던 중립연대가 6혈 동맹에 대한 선전 포고를 시작으로 게시판을 통해 자신들과 함께 6혈 동맹과의 전쟁에 참여할 중립 혈맹들의 참여를 공개적으로 요청하자 지금까지 다크니스 세이버와 6혈 동맹의 전쟁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던 중립 혈맹들이 잇달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 형태가 없이 탁상공론만 이루어지던 봉기 계획이 중립연대라는 실체를 가진 세력으로 나타나자 바츠 서버의 세력 구도가 변화하길 간절히 바라던 유저들의 소망이 일시에 행동으로 표출된 것이다.

중립연대의 참여를 호소하는 문구에 반응한 것은 비단 중립 혈맹만이 아니었다. 과거 1차 바츠 대전쟁 당시와 마찬가지로 바츠 서버의 일반 유저들이 다시 한 번 내복단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것이다. 그들은 리니지2의 각 서버 게시판을 돌며 바츠 서버에 새로운 전쟁이 발발하였음을 알리고 다시 한 번 힘을 보태 줄 것을 호소했고, 내복단의 요청에 호응에 타 서버의 수많은 유저들이 바츠 서버 게시판에 격려의 글을 올리거나 직접적인 참여 의사를 밝히고 다시 한 번 바츠 서버로 몰려든다. 당시 리니지2를 즐기는 유저 숫자의 전체적 감소로 인해 1차 바츠 대전쟁만큼 많은 수가 모인 것은 아니었으나 비율을 고려한다면 그 열기는 1차 바츠 대전쟁 못지 않았다.

 

중립연대라는 이름으로 6혈 동맹에 대한 대대적인 봉기가 일어나고, 일반 유저들이 다시 한 번 내복단을 결성하는 등, 저항의 물결이 바츠 서버의 전체를 휩쓸자 지금까지 6혈 동맹과의 전쟁을 최선봉에서 이끌어오던 아틀란티스77은 게시판을 통해 중립연대의 창설을 축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크니스 세이버의 총군주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바츠 서버의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등장하여 DK연합과 6혈 동맹이라는 적을 맞아 물러서지 않고 싸워가며 저항 세력의 명맥을 이었고, 중립연대의 탄생을 위한 시간을 벌어준 아틀란티스77이 다크니스 세이버의 총군주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이유는 알려진 바 없다. 그는 앞으로 중립연대와 다크니스 세이버의 원활한 협력 관계를 위해서 구 DK혈맹 출신이었던 자신의 존재가 걸림돌이 될 거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실제로 다크니스 세이버의 큰 활약에도 불구하고 총군주인 아틀란티스77의 출신을 문제 삼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만약 6혈 동맹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바츠 서버 내에서 중요한 세력으로 큰 몫을 분배받을 게 분명한 다크니스 세이버의 총군주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다는 결정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츠 서버의 역사에는 승전의 과실에 집착하다 혈맹을 파멸로 몰아넣었던 군주들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아틀란티스77은 총군주의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후에도 일개 혈맹원의 위치에서 2차 바츠 대전쟁의 마지막까지 6혈 동맹을 향해 칼을 휘두른다.

 

중립연대는 기란성에서 발족식을 가진 직후 6혈 동맹이 통제를 예고했던 사교의 신전으로 직접적인 공격을 시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날 중립연대의 창설식이 열린 기란성 항구 지역은 중립연대에 소속된 혈맹원들과 다수의 내복단과 구경꾼들로 가득했다. 어렵게 발족식을 마친 후 중립연대는 예고했던대로 사교의 신전으로 진격한다. 엄청난 숫자의 중립연대 혈맹원들의 뒤를 따라 일반 유저들과 전 서버에서 지원 온 내복단이 뒤를 따랐다. 바츠 서버의 많은 유저들이 중립연대의 진격을 지켜보면서 6혈 동맹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중립연대와 유저들의 예상과는 달리 대대적인 병력을 이끌로 진격해 들어온 사교의 신전 내부에 6혈 동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과거 막강한 세력을 자랑하던 DK연합과는 달리 현재의 6혈 동맹은 잦은 내분으로 인한 혈맹원들의 이탈과 다크니스 세이버와의 오랜 전쟁으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은 상태였기에 중립연대 및 내복단과 전쟁을 치를 형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바츠 서버의 지배 혈맹인 6혈 동맹으로서는 자신들이 통제를 선언한 곳에서 전쟁 한 번 벌이지 않고 물러나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거기다 사교의 신전 통재를 명령하여 2차 바츠 대전쟁의 불씨를 일으킨 ll준ell로서는 이대로 물러날 경우 모든 책임을 지고 총군주 자리에서 강제적으로 쫓겨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결국 6혈 동맹은 사교의 신전으로 진입해 온 중립연대를 몰아내기 위해 긴급히 혈맹원들을 소집해 탈환에 나선다.

하지만 ll준ell의 대응은 너무 뒤늦은 감이 있었다. 사교의 신전은 리니지2의 다른 던전형 사냥터와 마찬가지로 밖에서 공격하는 쪽보다 안에서 수비하는 쪽이 훨씬 유리한 지형이었다. 과거 용의 계곡이나 침묵의 수도원에서 다크니스 세이버가 압도적인 병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6혈 동맹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좁은 지형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싸웠기 때문이었다. 만약 중립연대의 공격에 맞서 사교의 신전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먼저 병력을 동원해 사교의 신전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힐러와 궁수를 적절히 배치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6혈 동맹의 뒤늦은 대응으로 인해 중립연대는 사교의 신전에 아무런 저항 없이 진입할 수 있었고, 오히려 그들이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 그들은 훨씬 더 적은 숫자로 훨씬 많은 수의 중립연대가 포진하고 있는 사교의 신전으로 스스로 들어가야 할 판이었다.

 

중립연대 발족식이 있었던 13일이 지나고, 14일로 접어드는 시간. 흥미 위주로 전쟁에 참여했던 일반 유저들의 숫자가 상당히 빠져나간 새벽 1시에 드디어 오랫동안 탐색전을 벌이던 6혈 동맹이 대대적으로 사교의 신전 내부로 진입한다. 6혈 동맹은 숫자의 차이를 오랜 전쟁 경험과 레벨. 그리고 장비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막상 내부로 진입한 후 양 측에 선두에 선 전사들끼리의 전투가 벌어지자 6혈 동맹은 자신들의 예상이 크게 빗나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립연대의 숫자가 많다는 정보는 있었으나 막상 사교의 신전에 모인 중립연대의 혈맹원 숫자는 그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였던 것이다. 1,2차 바츠 대전쟁을 통틀어 가장 격렬했던 필드 전쟁이 침묵의 수도원의 전쟁이었다면, 사교의 신전에서 벌어진 이 날의 전쟁은 1,2차 바츠 대전쟁을 통틀어 가장 많은 유저들이 참여한 필드 전쟁이었다. 중립연대 측의 전사들로 막힌 진입로에서 갈팡질팡하는 사이 위저드와 궁수들의 수많은 화살과 마법이 6혈 동맹의 전사들을 덮쳤다. 마법 효과로 인해 생긴 렉으로 인해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을 정도였다. 6혈 동맹 측도 쏟아지는 마법과 화살 세례에 맞서 버텼으나 얼마 가지 못해 진입해 들어간 6혈 동맹의 전사들이 쓰러지기 시작했고 전사들의 보조를 담당하던 궁수와 마법사들도 순식간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리니지2는 고레벨과 저레벨 사이의 능력의 차이가 심한 게임이다. 만일 1차 바츠 대전쟁 당시처럼 중립연대가 숫자로 밀어붙이더라도 6혈 동맹이 질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접전을 벌일 수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양 뿐만이 아니라 질에 있어서도 이제 중립연대의 혈맹원들은 6혈 동맹의 혈맹원들과 비등할 정도로 성장해 있었던 것이다. 인원의 수와 레벨, 그리고 장비까지. 어느 것 하나 우위를 점할 수 없었던 6혈 동맹은 쏟아지는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로도 6혈 동맹은 몇 번 더 사교의 신전을 탈환하기 위해 공격을 퍼부었으나 그 때마다 중립연대에 의해 큰 피해만을 입은 체 물러날 수 밖에 없었으며, 오히려 몇 번의 승리에 자극받은 중립연대가 내복단 등과 함께 사교의 신전 밖으로 나와 진입하려는 6혈 동맹에게 역습을 가하는 일이 일어날 정도였다. 결국 ll준ell은 6혈 동맹을 루운성 마을로 후퇴시킨다. 2차 바츠 대전쟁의 개전을 알리는 첫 번째 전투는 중립연대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바츠 서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6혈 동맹과 정면으로 부딪혀 승리하자 중립연대와 다크니스 세이버, 붉은 혁명 등의 반 6혈 동맹 세력들의 사기는 크게 고조되었다. 6혈 동맹과 전면전을 펼쳐 그들을 힘으로 꺾은 것은 과거 1차 바츠 대전쟁 이후 2년 만에 처음이었다. 중립 혈맹에 소속된 유저들 중 상당 숫자는 1차 바츠 대전쟁 이후 게임을 시작한 유저들이었기에 그들에겐 사실상 6혈 동맹과 맞서 이룬 최초의 승리라고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승리에 취한 반 6혈 동맹의 소속원들은 대대적으로 6혈 동맹이 점거한 사냥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다. 용의 계곡은 물론이고 스타카토 둥지나 6혈 동맹의 철권 통치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었던 오만의 탑 역시 몰려드는 중립연대와 다크니스 세이버, 그리고 일반 유저들로 인해 전쟁터로 변했다.

반 6혈 동맹이 사교의 신전 승리를 계기로 한 껏 기세를 올린 것에 비해, 6혈 동맹은 충격적인 패배로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그뿐만이 아니라 6혈 동맹의 대부분이 통제로 인해 외부 세력의 침입이 없는 상태에서의 안전한 사냥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하루가 멀다하고 쳐들어오는 반 6혈 동맹의 공격을 견뎌내지 못했다. 또한 총군주인 ll준ell 역시 이런 최악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체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그는 과거 1차 바츠 대전쟁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 결국 조잡한 연합 체계로 이루어진 중립연대나 내복단이 알아서 허물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후 6혈 동맹은 필드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철저히 회피하고 대부분의 전력을 수성이나 레벨업에 반드시 필요한 사냥터를 수비하는데만 치중한다.

그러나 ll준ell의 예상과는 달리 중립연대나 내복단은 와해되기는 커녕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세력을 불리고 있었다. 처음 약 1,000명의 인원으로 창설되었던 중립연대는 그때까지도 양 측의 힘을 저울질하고 있던 중립 혈맹들의 참전으로 40개 혈맹 2,000명에 가까운 숫자로 불어났고 단순히 저레벨 유저들의 집합체라고 생각했던 내복단 역시 늘어난 사냥터를 통해 꾸준한 레벨업을 거쳐, 2차 바츠 대전쟁 당시에는 필드 전쟁에서 최고 레벨에 가까운 6혈 동맹의 유저를 단숨에 쓰러트릴 정도로 성장한 고레벨 유저마저 있었을 정도였다. 6혈 동맹은 과거와는 달리 필드에서 내복단만으로 이루어진 파티가 보이더라도 내복단 무리에 섞인 고레벨 유저로 인해 마음놓고 공격을 시작할 수 없었다.

 

바츠 서버의 역사에서 한 번도 없었던 중립 혈맹등의 대대적인 전쟁 참여와 다수의 고레벨이 섞인 내복단의 게릴라. 거기다 1차 바츠 대전쟁과 마찬가지로 전 서버에서 자원하여 전쟁에 참여한 타 서버 유저들에 의해 지금까지 6혈 동맹이 행한 횡포가 전 서버에 알려져 대외적인 비난이 집중되는 등, 시간이 갈 수록 6혈 동맹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그러나 리니지2 초기부터 바츠 서버의 지배자로 군림했던 6혈 동맹의 세력은, 비록 일시적으로 수세에 몰랐다고 할지언정 방심하기에는 어젼히 위협적인 세력이었다. 어쨌든 그들은 1차 바츠 대전쟁 당시 대부분의 전력을 잃고 오만의 탑으로 쫓겨났음에도, 끝내 전세를 역전시킨 전력이 있었던 것이다. 중립연대의 참여와 다수의 내복단으로 얻은 우세를 확고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성을 빼앗을 필요가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리니지2에서 지배 혈맹의 상징은 바로 성의 소유 유무에 있는 것이다.

 

 

24. 아덴성 공성전.

중립연대의 참전으로 인해 시작된 2차 바츠 대전쟁이 벌어진지도 한 달. 사교의 신전을 둘러싼 첫번째 전투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맛본 6혈 동맹은 이후 혈맹 단위의 필드 전쟁을 포기한 체 소극적인 자세로 전쟁에 임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크로니클 4,5를 통해 늘어난 고레벨 사냥터로 인해 6혈 동맹의 인원이 수세에 몰리면서도 각자 흩어진 체 어렵게나마 레벨업과 같은 성장 활동을 계속해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었는데, 중립연대 역시 모든 사냥터를 드나들며 6혈 동맹에 속한 혈맹원들을 공격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혈맹이 관리하는 안정적인 사냥터의 유무의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어서 6혈 동맹은 과거 완벽한 통제 속에서 안전하게 사냥에 몰두하던 것과는 달리 시시때때로 공격해 들어오는 중립연대와 다크니스 세이버. 그리고 내복단 등에 시달리게 된다.

 

6혈 동맹의 철저한 수세는 중립연대의 와해라는 계산적인 목적 속에서 이루어진 행동이었다. 6혈 동맹은 지금까지 타 혈맹과 함께 집단 활동을 해 본 경험이 전무한 중립 혈맹이 연대라는 이름으로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머지않아 동맹 결속이 와해될 거라는 계산을 세운 것이다. 실제로 중립연대가 고민한 부분도 바로 그것이었다. 초기에 훌륭한 성과를 이뤘다고는 하지만 집단 활동을 한 경험이 전부한 중립연대 소속 혈맹들의 가입과 이탈은 매우 잦은 편이었으며 연대 내부에서 생기는 사소한 분쟁으로 인해서 중립연대에 소속된 혈맹끼리 다툼을 벌이는 일까지 있었다. 과거 바츠 연합군의 내분을 기억하는 유저들과 독일산전차와 연대 수뇌부들의 강한 만류로 큰 문제로 비화되기 전에 막을 수 있었지만 이 결속력의 부재는 중립연대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그것이 바로 중립연대가 승세를 타고 있으면서도 조급하게 공성전에 나선 이유였다. 필드에서 일어나는 전쟁과는 달리 회피가 불가능한 공성전으로 끌어들여, 전쟁이 장기화되기 전에 6혈 동맹을 쓰러트려야 했던 것이다. 어쨌든 공성전은 빠르건 늦건 6혈 동맹을 바츠 서버의 지배 혈맹의 위치에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일이기도 했지만.

 

중립연대가 가장 먼저 목표로 삼은 것은 바로 아덴성이었다. 과거 1차 바츠 대전쟁 이후 줄곳 6혈 동맹의 소유였던 왕성인 아덴성을 공격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사실상 공성 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한 중립 혈맹들을 이끌고 6혈 동맹의 극심한 저항이 불 보듯 뻔한 아덴성을 공격하기보다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작은 성부터 공략하여 중립 혈맹원들의 공성 경험을 쌓아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주에 한 번만 가능한 리니지2의 공성 시스템 상 이번 기회를 넘기면 다음 아덴성 공략은 한 참 기다려야만 했다. 더군다나 중립연대뿐만 아니라 특유의 폐쇄적인 혈맹 운영 방침을 버리고 중립 혈맹과 일반 유저들을 대규모로 흡수해 과거의 세력을 상당 부분 회복한 붉은 혁명. 그리고 반왕, 이지스 혈맹 등을 새롭게 영입하여 '세인트(Saint) 동맹'이라는 연합 체제로 새롭게 거듭난 다크니스 세이버와 같은, 쇠퇴한 6혈 동맹의 성을 노리는 경쟁자들 역시 많았다. 상호불가침 및 연대라는 애매한 형태로 연결된 체 각자 독립된 지휘 체계를 가지고 있던 중립연대, 붉은 혁명, 그리고 세인트 동맹은 리니지2의 왕성이자 지배 혈맹으로서의 상징성을 부여하는 아덴성을 자신들의 수중에 넣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07년 04월 07일. 저마다의 팽팽한 계산이 깔린 아덴성 공성전의 막이 오른다. 공성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중립연대, 붉은 혁명, 세인트 동맹 뿐만이 아니라 다수의 내복단 유저들까지 참전하여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아덴성 성문 앞 전장은 시작 전부터 렉이 발생할 정도였다.

그러나 오랜 전쟁과 내분으로 과거의 위세를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곤 하지만, 여전히 6혈 동맹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공성이 시작됨과 동시에 중립연대와 붉은 혁명, 세인트 동맹은 각각 전장의 요소오쇼에 부활을 위한 진지를 설치하기 시작했으나 6혈 동맹 측에서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연합군이 외성문을 파괴하고 다리를 건너 성 안으로 진입하려 시도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6혈 동맹의 집중 공격이 시작되었다. 비록 연합군에 비해 수적으로는 열세이지만 오랜 전쟁을 통한 경험만큼은 바츠 서버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6혈 동맹은 아덴성에 대한 공격이 시작될 때부터 이미 진형을 가다듬고 적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숫적으로는 월등하게 앞서는 연합군이었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공성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라 6혈 동맹의 집중 공격에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시간 제한이 존재하며 상대적으로 경험치 하락이 적은 공성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적의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적진 안으로 뛰어들어 수비군의 진열을 흐트러뜨리고 후방 부대의 원활한 진입을 도와야만 하는데 제대로 된 지휘체계가 존재하지 않는 연합군은 적을 비집고 성 안으로 진입하려는 시도보다도 눈 앞에 보이는 6혈 동맹의 전사와 전투하다 대부분 적의 화살과 마법에 맞아 쓰러졌던 것이다. 그에 반해 6혈 동맹 측은 일사불란한 지휘 체계를 바탕으로 궁수들과 마법사들로 하여금 하나의 적에게 동시에 공격을 퍼부어 하나씩 확실하게 처리하여 연합군의 전력을 깎아나갔다. 거기다 이런 혼잡한 난전에서 내복단들이 무턱대고 전투에 가세하자 전장은 적과 아군의 구분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었다. 압도적인 병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연합군은 외성문 안으로 진입하는 다리조차 건너지 못하고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초반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연합군은 무턱대고 정문 다리로만 모든 병력을 집중시켜봐야 피해만 커질 뿐이라 판단하고 아덴성에 존재하는 파괴 가능한 성벽을 부수기 위해 일부 병력을 이동시키고 공성 골램을 소환하여 양쪽에서 공격을 개시한다. 그러나 이 또한 6혈 동맹의 재빠른 대처로 실패로 돌아간다. 6혈 동맹의 궁수들과 마법사들이 신속히 외성벽으로 올라가 공성 공램을 공격해 파괴시켜 성벽이 파괴되는 것을 막는 사이, 정문 다리를 수비하던 6혈 동맹의 혈맹원들은 연합군을 힘으로 밀어붙인 후 곧장 연합군의 진지를 파괴하기 위해 전장에서 뛰쳐나온 것이다. 병력은 많았지만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아 연합군은 이 역습에 우왕자왕하기만 할 뿐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고 이는 결국 엄청난 피해로 이어졌다. 압도적인 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성전에서 반드시 필요한 지휘체계의 부재와 연합군에 속한 혈맹원들의 공성전 경험 미숙으로 첫번째로 진행된 아덴성 공성전은 연합군의 패배로 끝나게 된다.

 

지휘체계의 부재는 다음 날 이루어진 리니지2의 또 다른 왕성인 루운성 공성전에서도 드러난다. 수비에 용이한 지형적 특징을 가진 루운성의 외성을 돌파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모한 연합군은 내성 안에서 보조 마법을 걸어가며 시간 벌기에 치중한 6혈 동맹의 수비망을 돌파하지 못한 체 공성 시간을 넘길 수 밖에 없었다. 압도적인 병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잇따라 공성에 실패함으로서 연합군에 속한 혈맹 중 일부는 비로소 확립된 지휘체계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저마다의 꿍꿍이를 가진 중립연대, 붉은 혁명, 세인트 동맹은 통일된 지휘체계의 확립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그것을 수립하는데는 소극적이었다. 6혈 동맹을 쓰러트리는 것도 중요했지만, 아슬아슬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대방보다 한 발 먼저 성을 점령하고 싶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연합군의 축을 이루고 있는 세력은 어느 한 쪽의 세력 우위를 바탕으로 한 수직적 동맹 관계가 아닌, 거의 대등한 힘을 가진 수평적 동맹 관계였기에 이들 중 어느 한 곳에서 총군주가 선출되더라도 남은 두 세력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만일 이 시기 통일된 지휘체계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다크니스 세이버의 아틀란티스77이 세인트 동맹의 수장 자리에 있었다면 연합군의 지휘체계 확립은 좀 더 빠른 시기에 이루어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이 시기에 다크니스 세이버의 일개 혈맹원의 위치에서 싸우고 있었다.

 

공성전 경험 부족. 지휘체계의 부재. 거기다 예상 외로 격렬한 6혈 동맹의 저항 등에 부딪힌 연합군은 2차 바츠 대전쟁 초기에 거세게 타오른 기세를 이어나가지 못했고 전쟁은 장기전으로 흘러갔다. 07년 04월 21일에 벌어진 두 번째 아덴성 공성전에서 연합군은 거듭되는 수성 성공으로 자신감에 찬 6혈 동맹이 과감한 공세로 나오는 것을 이용해 허를 찔러 아덴성을 일시 함락시키는데 성공했으나, 다음 시기에 있었던 수성전에서 다시 6혈 동맹에게 아덴성을 내어주고 만다. 연합군을 이루는 세 개의 세력이 저마다의 이득을 노리고 수성보다 6혈 동맹의 소유에 있는 성을 노린 체 저마다 따로 행동을 하고 있었으며, 그에 반해 6혈 동맹은 전략적 요충지인 아덴성을 탈환하기 위해 모든 전력을 집중시켜 공격해 온 것이다. 비록 일시적으로 아덴성을 함락시킨 중립연대였으나 단독으로 6혈 동맹의 공세를 막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비단 아덴성 뿐만 아니라 리니지2에 존재하는 수많은 성을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공방전은 4월을 넘어 5월까지 계속된다. 6혈 동맹은 공성전을 제외한 일체의 전투 행위를 피하며 연합군의 내분이 생기기만을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내분과 분열이 거세지는 것은 연합군이 아니라 6혈 동맹 측이었다. 과거 1차 바츠 대전쟁 당시 모든 성을 빼앗기면서도 양질의 사냥터였던 오만의 탑을 지켜내어 끝내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켰던 것과는 달리, 이 시기 6혈 동맹은 비록 연합군의 공격에 맞서 성을 지켜내는데는 성공했으나 근거지가 되는 양질의 사냥터를 모두 빼앗겼던 것이다.

비록 공, 수성으로 인해 하락하는 경험치의 양이 필드 전쟁에서 잃는 경험치에 비해 적은 편이라곤 하지만 내성에서 치열한 공격을 받아가며 수십 번씩 사망과 부활을 반복하는 이상 누적되는 경험치 하락도 결코 만만찮은 것이 아니었다. 이 잃어버린 경험치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혈맹에 의해 통제되는 사냥터를 하나 이상 점거해야만 했는데, 이제 6혈 동맹에겐 사냥터를 점거하고 적과 맞서 싸우며 유지시켜나갈 힘이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6혈 동맹은 혈맹원들에게 스스로 하락한 경험치와 장비를 보충할 것을 요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어느 사냥터를 가더라도 6혈 동맹의 뒤를 노리는 연합군 소속의 혈맹원들이 진을 치고 있어 그들이 사냥을 통해 잃어버린 경험치를 보충하긴 쉽지 않았다. 그들은 과거의 악행으로 인해 일반 유저들과 파티를 맺는 것조차 쉽지 않았으며 사냥을 하다가도 언제 뒤에서 날아올지 모르는 활과 마법을 두려워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혈 동맹 측은 계속해서 혈맹원들을 무리한 공, 수성전에 몰아넣어 큰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처럼 자신들을 위한 안정적인 사냥터 하나 제공하지 못하는 수뇌부들이 무리하게 자신들을 전쟁으로 몰아넣는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고, 그로 인해 소리소문없이 게임을 그만두거나 혈맹을 탈퇴하는 인원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거기다 남은 혈맹원들조차 전투를 벌이던 도중 아군이나 총군주에 대해 욕설을 늘어놓는 등, 과거 6혈 동맹을 영광으로 이끌었던 탄탄한 결속력은 이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25. 6혈 동맹의 릴리스 레이드 참가자 학살 사건과 바츠 서버의 대단결.

2차 바츠 대전쟁이 일어난지도 2달이 넘어가는 07년 05월 중순. 6혈 동맹과 연합군은 서로를 쓰러트리기 위한 결정적인 한 수의 부재로 지루한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공성전이 열릴 때마다 양측의 시체는 성문 앞을 가득 메웠고, 양 측의 전쟁은 리니지2에서만이 아니라 NC소프트 리니지2 바츠 서버 게시판이나, 노리누리, 플레이포럼 등과 같은 팬사이트를 통한 언론전으로 비화될 정도였다. 이 시기 리니지2의 게시판은 상대방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로 가득했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입장을 바꾸는 중립 혈맹들과,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일반 유저들의 양측 모두에 대한 비난까지 겹쳐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그러나 이 격렬한 전쟁 가운데도 어느 한 쪽에 속하지 않은 체 고집스럽게 중립을 지키던 유저들이 있었다. 원래 전투가 아닌 친목을 목적으로 결성된 중립 혈맹들은 바츠 서버의 혼란한 전쟁과는 관계 없이 묵묵히 레벨업과 같은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6혈 동맹의 통제력이 점차 약해지기 시작하자 그 동안 6혈 동맹의 통제로 인해 시도할 수 없었던 각종 레이드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개인의 힘이나 작은 파티로 충분히 사냥이 가능한 일반 사냥터의 몬스터와는 달리. 혈맹 단위의 집단 공격이 아니면 쓰러트릴 수 없는 강력한 몬스터를 잡는 행위를 의미하는 레이드는 그 어려움에 걸맞게, 쓰러트렸을 때의 장비의 보상이 일반 몬스터를 사냥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그 때문에 리니지2를 즐기는 유저들에게 레이드는 모험심을 자극하는 도전 과제이자 강력한 장비를 얻기 위한 필수적인 일이었는데 바츠 서버의 모든 레이드 몬스터는 그 동안 6혈 동맹이 관리하며 자신들이나, 자신들이 묵인한 세력이 아니면 잡을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바츠 서버의 많은 유저들은 레이드 몬스터를 제대로 구경해 본 일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6혈 동맹이 연합군과의 오랜 전쟁으로 점차 위축되고, 그에 따라 레이드 몬스터에 대한 통제 또한 느슨해지자 중립 혈맹들은 이 기회에 지금까지 통제 속에 즐기지 못했던 레이드를 실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들이 목표로 삼은 레이드 몬스터는 크로니클3에 업데이트 된 '릴리스'였다. 안타라스나 발라카스 등의 초강력 몬스터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으로 치를 수 있는 레이드이자 A급 무기의 업그레이드에 반드시 필요한 축복받은 집혼석을 얻는 것과 관련이 있는 몬스터였기에 많은 유저들이 목표로 삼고 있는 몬스터였다.

그러나 중립 혈맹이 목표로 삼고 있는 릴리스가 있는 곳으로 진입하기 위한 던전인 네크로폴리스는 연합군과 6혈 동맹의 격렬한 전쟁이 치뤄지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일부에서는 아직까지 격렬한 전쟁이 치뤄지는 네크로폴리스에 진입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일부 우려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릴리스 레이드를 진행하는 유저는 '자신들은 연합군과 6혈 동맹과의 전쟁이 아니라 단순히 릴리스 레이드에 참가하기 위한 것일 뿐이며, 자신들은 앞으로도 중립을 유지할 것이다.' 는 입장을 밝히며 연합군과 6혈 동맹 양측에게 사전에 레이드에 대해 언급하고 양해를 구했다. 레이드를 시작하기 전에 서버에서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혈맹들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할 필요는 없었으나 과거 DK연합이 바츠 서버를 석권하던 시절 DK의 허락을 받지 않은 체 레이드를 시도한다는 것은 DK연합의 공격 대상에 오르는 것을 의미했다. 그로 인해 바츠 서버에는 레이드를 시작하기 전 세력이 강한 혈맹에게 양해를 구하는 관습이 있었고, 6혈 동맹의 힘이 약해진 지금도 그 관습은 여전히 내려오고 있었다. 어쨌든 중립 혈맹의 사전 레이드 공지에 연합군은 애초 자신들이 내걸었던 공약대로 '레이드는 자유 의사에 따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라는 입장을 취하며 묵인하였으나 6혈 동맹은 게시판에 올라온 진행자의 글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레이드 진행자가 6혈 동맹의 무반응을 어떤 의도로 해석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결국 릴리스 레이드는 예정대로 진행되게 된다. 그러나 07년 05월 14일. 중립 혈맹의 인원으로 이루어진 71명의 인원이 레이드 장소에 집결했을 때, 뒤늦게 6혈 동맹 소속의 혈맹원들이 릴리스 레이드를 위해 뒤늦게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6혈 동맹의 혈맹원들은 '릴리스는 6혈 동맹이 관리하는 통제 대상이며 허락 없이 릴리스를 잡는 행위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라는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며 중립 혈맹원들에게 해산을 강요한다.

그러나 사전에 릴리스 레이드를 위해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양해를 구했던 중립 혈맹원의 소속원들로서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다 뒤늦게 나타나서 퇴거를 요청하는 6혈 동맹원들의 행위에 크게 반발한다. 사전에 양해를 구한 레이드를 이제와서 취소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6혈 동맹은 중립 혈맹의 항의에 대해 극단적으로 대응한다. 릴리스 레이드를 위해 모인 중립 혈맹 71명의 인원을 모조리 살해해버린 것이다.

 

이 사건은 오랜 시간 연합군과 전쟁을 치르느라 희미해진 6혈 동맹의 횡포를 다시 한 번 바츠 서버의 유저들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릴리스 레이드를 위해 모인 중립 혈맹에 대한 공격을 지휘한 위너스 혈맹의 골드 유니콘은 '대화 없이 무단으로 레이드를 하는 것은 본 동맹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 바츠 서버의 현실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나, 이는 사태를 진정시키기는 커녕 일반 유저들의 분노에 기름을 쏟아붓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제 더 이상 바츠 서버의 일반 유저들은 6혈 동맹의 통제에 고분고분 따를만큼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금까지 중립의 위치를 고수하던 혈맹들과 다수의 일반 유저들이 연합군에 참전하게 된다. 6혈 동맹의 입장에서는 오랜 전쟁으로 인해 희미해진 서버의 지배 혈맹이라는 지위를 일반 유저들에게 재각인시키려는 것과 동시에, 전쟁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릴리스 등의 레이드의 독점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취한 행동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잖아도 불리하게 돌아가는 형세를 스스로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은 돌이킬 수 없는 자충수에 가까웠다.

 

릴리스 레이드 학살 사건으로 바츠 서버의 유저들은 만약 6혈 동맹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이와 같은 일이 또 다시 일상적으로 일어날 거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로 인해 바츠 서버의 대부분의 일반 유저들은 이해 관계를 접어두고 6혈 동맹에 대한 전쟁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잖아도 연합군의 공격만으로도 제대로 된 사냥을 할 수 없었던 6혈 동맹원들은 이제 눈에 보이는 거의 대부분의 바츠 서버의 유저들이 가하는 공격에 시달려야만 했다. 바츠 서버의 유저들의 분노에 찬 공격은 그들을 6혈 동맹과 전쟁을 벌이던 연합군마저 놀라게 만들 정도였다. 이런 필드 전쟁으로 인해 6혈 동맹의 힘은 급속도로 위축되어 캐릭터를 봉인하고 떠나는 유저들이 속출하였으며 연합군에 투항하는 인원들도 눈에 띄게 늘어난다. 이런 사태 악화의 결정적인 책임을 가진 ll준ell을 비롯한 6혈 동맹의 수뇌진은 하루가 멀다하고 필드에서 공격을 받는 6혈 동맹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가는데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수세로 일관하면서도 버텨오던 힘의 균형이, 지금까지 힘으로 찍어누르던 일반 유저의 손에 의해 결정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필드에서 완전히 밀려난 6혈 동맹을 쓰러트리기 위해, 지배의 상징인 아덴성을 점령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그러나 과거 연합군의 많은 공격에도 완강하게 저항하던 아덴성을 빼앗기 위해서는 과거처럼 숫자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몇 번에 걸친 실패로 깨닫고 있었다. 6혈 동맹의 최후의 보루인 아덴성을 함락시키기 위해 연합군의 수뇌부들은 극적인 합의를 이루게 된다. 바로 아틀란티스77이 중요성을 역설했던 지휘체계의 통일이었다.

 

26. 아덴성 함락과 제 2차 바츠 해방전쟁의 종결.

중립연대의 창설로 2차 바츠 대전쟁이 시작된지 2개월이 지난 07년 06월 02일. 후에 바츠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아덴성 공성전이 다시 한 번 시작된다. 과거 몇 차례 고배를 마셨던 공성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 동안 중립을 유지하던 많은 혈맹들과 일반 유저들까지 참전한 엄청난 규모의 공성전이었다. 6혈 동맹은 연합군의 대공세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모든 전력을 끌어모아 아덴성 수성전에 나선다. 양 측 모두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그러나 수성 측인 6혈 동맹이 단지 결사적인 각오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었음에 비해, 공성 측인 연합군에는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바로 대등한 세력을 가진 세 혈맹의 지휘체계를 하나로 통일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이었다.

앞서 몇 차례 이야기했지만 압도적인 수적 위를 바탕으로 공격하였음에도 6혈 동맹의 수비망을 돌파하지 못했던 것은 다름아닌 연합군을 이루는 중립연대, 붉은 혁명. 그리고 세인트 혈맹 간에 제대로 된 공조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덴성에 공격을 퍼붓다가도 공성 시간이 끝나갈 때쯤이면 6혈 동맹 소유의 작은 성이라도 하나 점령하고자 뿔뿔히 흩어지거나, 혹은 다른 동맹군보다 성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내성 안 각인실로 무턱대고 뛰어들다 6혈 동맹에 의해 각개 격파당하는 일이 잦았던 것이다.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한 연합군은 아덴성을 수비에 전력하는 6혈 동맹을 어느 한 세력의 힘만으로는 격파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6혈 동맹이 결사적인 방어진을 구축하고 있는 아덴성을 함락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한 세력의 힘보다 연합군의 힘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더군다나 바츠 서버의 많은 유저들이 얼마 전에 있었던 릴리스 레이드에 참여한 유저를 상대로 저지른 6혈 동맹의 학살 행위에 대한 반감이 자신들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다. 연합군의 지휘창의 통일은 이런 심사숙고 끝에 이루어진 결정이었다.

 

아덴성 앞마당은 공성 시작 시간인 8시가 되기 이전부터 연합군과 중립 혈맹. 내복단으로 이루어진 다수의 일반 유저들과 과연 이번에야말로 아덴성의 주인이 바뀔 것인지 지켜보기 위해 구경나온 유저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그에 반해 6혈 동맹은 기이할 정도의 침묵을 지키며 아덴성 내부에 주둔해 있었다. 공성이 시작되기 전 신경전을 벌이거나 유리한 자리를 점령하기 위해 6혈 동맹의 일원들이 아덴성 앞마당에 진출하여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자주 있었으나, 이번 공성전에서 6혈 동맹은 그런 종류의 이탈마저 철저히 막은 체 수비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8시가 지나고 공성이 시작되는 신호가 울리자마자 연합군의 군주진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아덴성 앞마당에 진지를 세우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공성 골램들이 정문과 좌 우측 성벽에 소환되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병력 차이를 바탕으로 세 방향에서 동시에 집중 공격을 퍼붓기로 한 것이다. 강력한 저항이 예상되는 정문은 오랜 전쟁 경험을 쌓은 붉은 혁명과 세인트 동맹이. 그리고 좌 우측 성벽의 공략은 동원 가능한 수에서 우위를 보이는 중립연대가 각각 맡아 진행하기로 합의를 본 상태였다.

공성 골램이 성벽을 부수며 공격을 가하는데도 불구하고 6혈 동맹 측에서 고용한 아덴성 수비 NPC만이 간간히 눈에 띌 뿐. 내성에 틀어박힌 6혈 동맹 측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그러나 중립연대의 공성 골램이 좌, 우측 성벽을 파괴하는 순간 미리 정렬하고 있던 6혈 동맹의 혈맹원들은 엄청난 기세로 중립연대를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세력이 많이 위축되었다고는 하지만 바츠 서버의 전통적 강자였던 6혈 동맹의 정예 혈맹원들로 구성된 수비진의 저항은 매우 격렬했다. 공성 골램은 순식간에 파괴되었고 그 기세를 이어 밀고 들어가려던 선두의 중립연대와 내복단 유저들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6혈 동맹의 공격에 순식간에 쓰러져갔다. 그 기세를 이어 6혈 동맹은 중립연대를 밀어붙이고 곧장 아덴성 앞마당을 향해 진출해 연합군이 세워놓은 진지를 파괴하려고 시도했다. 진지를 파괴할 수만 있다면 수성은 거의 절반 이상 성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청난 숫자로 이루어진 중립연대와 내복단의 저력은 강했다. 그들은 비록 내성으로 곧장 진입하는데는 실패했으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끝없이 6혈 동맹에게 압박을 가하여 6혈 동맹의 앞마당 진출을 막아냈다. 집중 공격으로 한 명의 중립연대 혈맹원을 쓰러트려도 그 자리에는 곧 내복단이나 다른 중립연대 혈맹원들로 채워졌고, 시간이 지날 수록 6혈 동맹은 초기의 기세를 잃고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성벽에서 이루어진 중립연대와 6혈 동맹의 전투는 성문 공격을 담당한 붉은 혁명과 세인트 동맹이 벌이는 전투에 비하면 귀여운 편이었다. 6혈 동맹의 NPC와 최고 레벨의 혈맹원들이 수비를 펼치는 성문 다리 지역을 돌파하기 위해 붉은 혁명과 세인트 동맹이 치른 전쟁은 섬뜩한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양측이 사용하는 마법과 정령탄 등의 효과로 인해 다리 지역은 정상적인 전투가 불가능할 지경이었으며 전면을 담당한 연합군의 전사들은 사망을 각오한 체 강제 이동을 눌러가며 내부로 진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그러나 비록 많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붉은 혁명과 세인트 동맹은 오랜 전쟁을 치른 역전의 용사답게 6혈 동맹의 수비진을 점차 안으로 밀어내는데 성공했다. 앞서 벌어졌던 아덴성 공성전에서 중립연대와 내복단은 성 내부로 진입하려는 시도보단 수적 우위를 앞세워 다리 위에서 6혈 동맹과 싸우는데만 치중했고, 사전에 정교한 진형을 구축한 6혈 동맹의 궁수와 마법사들은 그들이 다리 앞에서 우왕자왕하는 사이 손쉽게 하나씩 쓰러트릴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공성 경험을 가지고 있는 붉은 혁명과 세인트 동맹은 공격하는 쪽이 지극히 불리한 다리 지역에서 무의미한 소모전을 펼치는 것보다 희생을 감수하고 적진을 강제로 돌파해 6혈 동맹의 진형을 헝클어트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필사의 각오로 다리 지역을 통과한 연합군에 의해 6혈 동맹의 장거리 공격 진형이 헝클어지기 시작하자 수적으로 열세에 몰린 6혈 동맹의 방어진은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한다.

외성 방어벽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6혈 동맹의 지휘부는 외성에 투입된 병력을 내성 안으로 철수시켜 내성 수비에 주력하라 명령한다. 6혈 동맹이 외성에서 철수하자마자 그 자리에는 엄청난 숫자의 연합군과 중립 혈맹. 그리고 내복단들로 메워졌다. 당시 연합군의 숫자가 얼마나 많았냐면 외성을 빽빽하게 채우고도 모자라 미쳐 들어오지 못한 유저들이 외성 밖에서 진입을 기다리며 내성으로의 공격을 독촉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외성을 점령하는데 성공한 연합군은 섵불리 외성에 진입을 시도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보조 마법을 받고 체력을 회복하는 등의 정비를 바친 후 신중하게 내성 안으로 진입했다. 세 방향으로 진입을 시도했기에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전력을 펼칠 수 있었던 외성에 비해 통로가 좁고 제한되어있는 내성으로 진입하는 것은 몇 배나 어려운 일이었다. 내성까지 몰린 6혈 동맹은 각종 보조마법을 사용해가며 연합군의 진입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에 반해 연합군 측은 수많은 병력의 외성 진입으로 인해 병력 정돈에 많은 혼란이 있었고, 일부 내복단들이 내성을 공격하기 위해 연합군의 통제를 무시해가며 진입하는 바람에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무분별한 내복단의 돌출 행동을 비난하는 외치기가 곳곳에서 터져나왔고 우물쭈물하지 말고 내성으로 진입하라는 유저들의 독촉으로 일반 창은 거의 도배가 될 정도였다.

 

이런 절망적인 병력의 차이 속에서도 6혈 동맹의 거의 1시간 이상을 내성에서 버티는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장시간에 걸친 전쟁 끝에 우선 6혈 동맹의 힐러 클레스들의 마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성전에서 오버로드 등의 캐릭터들이 시전하는 보조 마법이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차이는 결정적이었다. 그에 반해 연합군은 쓰러트려도 쓰러트려도 끝없이 뒤쪽 인원이 앞자리를 채우며 공격해 들어오고 있었고, 전투가 시작된 후 제대로 된 보조 마법 한 번 걸어보지 못한 체 전력을 보존해 온 힐러들 또한 부지기수였다. 보조 마법이 사라지고 끊임없이 밀려드는 연합군의 공격에 결국 6혈 동맹은 내성 안 각인실까지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6년에 걸친 시간 동안 바츠 서버에서 지배 혈맹으로 군림해 온 6혈 동맹이 펼친 최후의 저항은 무서웠다. 최고 레벨. 그리고 현존하는 최고의 장비를 걸친 군주들과 공격수들의 저항은 각인을 시도하기 위해 달려드는 군주들의 접근을 용납하지 않았다. 좁은 각인실 내부는 각종 마법과 정령탄의 빛. 그리고 비명 소리로 가득했다. 그러나 비록 최후까지 전투 의지를 불태우며 저항에 나선 6혈 동맹의 수뇌부가 보인 의지도, 새로운 바츠 서버를 만들기 위한 유저들의 열망을 막는데는 역부족이었다. 한 명을 쓰러트리면 두 명이 들이닥쳐 공격을 퍼부었고, 두 명을 쓰러트리면 다음에는 세 명이 그 자리를 메웠다. 그에 비해 이미 부활실까지 점령당한 6혈 동맹은 사망할 경우 마을로 귀환할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은 다시는 아덴성 각인실로 돌아올 수 없었다. 마을에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내복단의 집중 공격으로 마을조차 벗어나지 못한 체 쓰러져 간 것이다.

결국 연합군은 각인대를 둘러싼 6혈 동맹의 최후의 저항을 물리치고 각인을 시도한다. 중립연대 소속 Republic of Korea혈맹의 총군주 TOTENKAUvK가 각인을 시도했고, 성공한다. 제 2차 바츠 해방전쟁의 전환점이 된 아덴성 공성전이 연합군, 아니. 바츠 서버의 모든 유저의 승리로 끝을 맺은 것이다.

 

비록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바츠 서버의 유저들이었지만 이 날 만큼은 모두 하나가 되어 아덴성 공성의 성공을 마치 자신들의 일인 것처럼 기뻐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과거 3년 전. DK연합의 공격에 맞서 아덴성을 점령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덴성 내부에서 축포를 쏘아올리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유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DK연합. 그리고 6혈 동맹과 싸워왔던 유저들에게 이 날의 승리는 오랜 숙원이 마침내 이루어진 순간이었던 것이다.

아덴성 공성전의 승리를 계기로 연합군은 이후 바츠 서버에 남은 6혈 동맹의 성을 하나씩 점령해나가기 시작한다. 다음 날 있었던 기란성 공성전을 승리로 장식한 것을 시작으로 06월 07월 01일. 6혈 동맹의 최후의 보루였던 글루디오성을 빼앗는데 성공한다. 이는 바츠 서버의 지배 구도가 기존의 6혈 동맹에서 중립연대와 붉은 혁명, 그리고 세인트 동맹으로 새롭게 재편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바츠 서버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지배 혈맹의 교체였다.

 

6혈 동맹의 성을 탈환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07년 06월 10일. 세인트 동맹의 본걸 총군주의 지휘 아래 바츠 서버의 유저들은 안타라스 레이드를 계획한다. 과거 DK혈맹이 전 서버에서 최초로 쓰러트리는데 성공한 이후, 안타라스는 철저하게 6혈 동맹의 관리 하에 자신들을 따른 혈맹에게만 개방되었던 몬스터였던 안타라스의 레이드는, 바츠 서버에서 게임을 하면서 지금까지 안타라스의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바츠 서버의 유저들에겐 레이드가 아닌 승리를 자축하는 축제에 가까웠다. 진영과 소속을 따지지 않고 '바츠 서버의 모든유저들이 참여 가능한 레이드'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유저들이 레이드를 즐겼고, 이 날 지룡 안타라스는 바츠 서버의 유저들에게 무릎을 꿇는다.

이 날의 레이드는 바츠 서버의 많은 사람들에게 바츠 서버가 6혈 동맹의 지배에서 벗어났음을 실감하게 하는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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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성을 빼앗기고 지배 혈맹의 위치에서 물러난 6혈 동맹은 재기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으나 서버에 존재하는 모든 독점 사냥터를 빼앗긴 그들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규모를 유지할 수 없었다. 아덴성이 함락된 직후 6혈 동맹은 지금까지 거듭된 전쟁으로 인해 지친 혈맹원들의 탈퇴와 서버 이전. 연합군에게 투항하는 등 세력이 날이 갈 수록 축소되고 있었다. 6혈 동맹의 일원이었던 Lion혈맹과 Light of empire혈맹은 연합군과의 전쟁을 견디지 못하고 해하게 되었으며, 이어서 DK연합 시절부터 동맹의 일원으로 활동하던 거대 혈맹 위너스마저 혈맹원들의 이탈을 견디지 못하고 해체되면서 결국 6혈 동맹은 리버스 혈맹, KK혈맹, 그리고 신의 기사단으로 대폭 축소된 3개 혈맹으로 재편된다.

그에 비해 연합군의 한 축을 담당하였으며 1, 2차 바츠 대전쟁에서 큰 활약을 펼친 붉은 혁명은 6혈 동맹의 세력이 위축되는 이 시기, 대대적인 혈맹 규모 확장을 실시하여 구 DK출신으로 이루어진 천우신조 혈맹을 시작으로 과거 내전을 일으키기도 했던 리벤지스의 후신인 반왕 혈맹이나 해적 혈맹을 흡수하여 과거 DK연합에 못지 않은 거대 혈맹으로 세를 불려 세인트 동맹과 함께 아덴성을 공유하며 바츠 서버의 새로운 지배 혈맹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배 혈맹으로의 재기는 커녕 혈맹 자체를 유지하는 것도 불투명해진 리버스 혈맹, KK혈맹, 그리고 신의 기사단 혈맹은 제각각 흩어져 연합의 일원으로 흡수되거나 탈퇴하여 새로운 혈맹으로 재편되었으며 DK혈맹의 직계인 리버스 혈맹의 총군주인 아시타카V 총군주는 마침내 2차 바츠 대전쟁이 벌어진지 1년이 지난 08년 03월 02일. 게시판을 통해 바츠 서버의 유저들에게 항복을 선언한다. 그는 과거 아키러스가 만든 통제와 같은 혈맹 운영 방침을 버리고 바츠 서버의 타 혈맹과 함께 바츠 서버의 통제를 계획하는 어떠한 혈맹과도 맞서 싸우겠다고 밝힌다. 과거 많은 유저들을 학살했던 DK혈맹의 후신인 리버스 혈맹의 항복 선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극단적인 의견도 있었으나 중립연대의 수장인 독일산전차 등이 아시타카V의 항복 선언을 받아들여 전쟁 종결을 선언하고, 6혈 동맹과 싸우기 위해 뭉친 중립연대를 공식적으로 해체한다. 이로써 약 6년에 걸친 시간 동안 바츠 서버를 지배해 온 DK연합과 6혈 동맹의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이후 바츠 서버의 역사는 새로운 혈맹. 새로운 유저들에 의해 쓰여지게 된다.

17개의 댓글

2015.01.31
우와우!!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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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31
보기좋게 편집된거 여기이뜸
나도 3분의 1쯤 읽다 눈깔빠질거같아서 전에 본거 찾아봄
http://www.vingle.net/posts/655957?shsrc=va 1편http://www.vingle.net/posts/661001?shsrc=va 2편http://www.vingle.net/posts/661309?shsrc=va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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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는데 목숨을 걸었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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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31
밤새서 읽고 일어나서 또 읽었다

쓰느라 고생했다.

무슨 대서사시도 아니고 개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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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31
@리스너챈
이거 재밌게읽었으면 바츠히스토리아라고 있는대
읽어봐라 개꿀 허니잼이다
0
2015.01.31
와 시발 게임이 뭐라고 무슨 장편소설보는줄... 누가 기록하는거냐 이런건
0
2015.01.31
이권을 독점하면 게임으로나 현실으로나 개꿀이기에...
0
2015.01.31
혹자는 그럽니다. 이건 게임일 뿐이라고. 현실과 착각하지 말라고. 그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왜 유저들이 이렇게까지 그러는 것인가에 대해서 말씀하신다면 딱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

온라인 게임은 가상현실의 세계입니다. 자신의 캐릭에 애정을 가지고, 자신이 그러한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그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이란 걸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게임이지만 게임도 하나의 가상현실이고 그곳에도 정의가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매트릭스 영화와는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매트릭스는 네오라는 영웅에 열광하는 것이지만 리니지2는 자신의 캐릭이 리니지2라는 공간에 존재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의 문제인 것입니다.

과거 저는 ‘리니지1’에서 아주 작은 혈의 군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사소한 문제로 당시 거대 혈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너무 억울했지만 저는 아무 말 없이 그 쪽 군주에게 정식 혈전을 요청했습니다. 질 건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아니 학살당할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싸워보자는 혈원들의 패기와 용기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비굴해지기 싫었습니다. 전 묵묵히, 제 장비를 긴급처분해 혈원들에게 물약을 지급했습니다. 그리고 전쟁터에 가보았지요. 일방적인 학살이었습니다. 하지만 혈원들은 단 한 명도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싸웠습니다. 오히려 저를 위로하더군요.

전 아직도 그때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립습니다. 정의를 위해 질 걸 알면서도 당당하게 싸우다 죽어간 혈원들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행동에 대해 단 한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번 바츠 해방전쟁에서도 그렇게 자랑스럽게 싸울 것입니다. 비록 저 자신 한 명은 큰 힘이 되지 못할지라도 작은 힘이 모이면 어떠한 것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습니다.

(2004. 6.17. ‘리니지2’ 게임포 게시판 호소문의 세 번째 댓글)


ㅅㅂ 눈물난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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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1
@리스너챈
와 뭐냐 이건...
쩐닼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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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31
이거 진짜 개꿀잼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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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만화나 중간중간 짤이있으면 참 좋을텐데 너무 길어서 그런거 넣을 엄두도 안나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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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1
@오오미지리것네
나도 퍼온거라 ..ㅋ
원작자분은 글만 써주셨지만 이곳저곳으로 퍼지면서 사진들이 첨부되기도 했는데 오래된거라서 엑박이 많더라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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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1
ㅋㅋㅋ 마치 현실의 역사를 몇백배속으로 빨리감기 한것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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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1
꿀잼인데 DK해체하고 난 이후부턴 흥이 조금 떨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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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1
개꿀잼ㅋㅋㅋㅋ 내복단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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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5
이거 살림지식총서에서 책으로 발간됨.
http://sallimbooks.com/?ch=book&act=book.view&list_type=total&no=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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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6
@레토
어.. 그럼 이렇게 올리는건 불법이란 말이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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