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글

행복의 마지노선 #1



-그 무너지는 듯한 마음에, 나는 버틸 수가 없었다.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

"부탁이니까, 제발 부탁이니까, 그렇게 슬퍼하지 말아 줘. 도와줄게. 모두 도와줄게. 부탁이니까... 제발."

모든 것은,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

@

물이 흐르는 소리, 화려한 조명. 청계천, 서울의 야경이 반짝거리며 부서져 졸졸 흐르는 물길 위로 뿌려진다. 사람들은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잔뜩 웅크리고도 각자의 연인과, 친구들과, 그저 즐거운 표정으로 길을 걷는다.

그 중에 한 쌍. 길을 걷던 남녀가 그 곳을 벗어나 개천 옆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선다.
"자기야, 그 카페가 그렇게 유명해?"
연갈색 코트를 걸친 남자가 묻는다.
"그렇다니까. 분위기도 좋구 사람들 입소문도 은근 탄 모양이고, 그리고 카페 주인이 그렇게 용하다더라!"
하얀 패딩을 입은 여자가 들뜬 듯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용하다니, 무당도 아니고..."
"게다가 말이야."
"응?"
"카페 주인이 그렇게 훈남이래!"
"뭐?"
미간을 찡그린 채로 불만스럽게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 그런 남자를 향해 여자는 장난스럽게 웃어보일 뿐이다.
"그런 데 가면 막 어두침침하고 이상한 향 피우고 그렇게 해 놓은거 아니야? 나는 진짜 그런 데 왜 가는지 모르겠어."
"아니라니깐. 일단 한 번 같이 가 보자. 생각보다 훨씬 괜찮아. 그냥 재미로 가서 구경해본다고 생각해."
들뜬 듯이 남자의 손을 집아끄는 여자. 남자는 그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가 이끄는대로 따라 갈 뿐이었다.

얼마 후, 그들은 허름한 상가건물 앞에 도착했다. 허름한 건물에 내걸린 허름한 간판.
'카페 블리스'
남자의 미간에 잡힌 주름이 더욱 깊어진다.
"확실해? 우리 이러지 말고 그냥..."
"아니야. 일단 좀 들어가보자!"
남자의 손을 잡고 억지로 끌고 들어가는 여자.
문을 열고 들어간다.

문을 열자 살짝 풍기는 풋풋한 과일향. 주백색의 조명이 어두침침한 골목을 걷던 그들을 감싸듯이 비춘다. 문을 닫고 들어서자 느껴지는 포근함.
"아, 따뜻해. 밖에 추운데 안에 들어오니까 좋다, 그치?"
"응... 괜찮네."
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과 의자, 선반에 놓인 귀여운 인형, 구석에 놓여있는 턴테이블.
테이블 곳곳에 모여 앉아있는 사람들. 몇몇은 음료를 홀짝거리며 얘기를 나누고 있고, 몇몇은 점을 치는 모양인지 타로 따위의 물건들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세련되진 않았지만, 아늑한 느낌이다.
"응, 생각보다 괜찮네."
"응? 뭐라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남자는 괜히 딴청을 부린다. 여자는 그런 남자를 보며 배시시 웃어보인다.

"어서오세요."
주방에서 한 남자가 걸어나온다. 짙은 갈색으로 염색한, 살짝 곱슬거리는 머리. 서글서글한 눈매, 큼직한 뿔테한경. 하얀 셔츠에 걷어올린 가디건. 깔끔한 인상이었다.
"오~"
여자가 작은 감탄사와 함께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곁의 남자를 쳐다본다. 남자의 미간에 다시금 주름이 잡힌다.

여자와 남자는 한쪽에 놓은 테이블에 가 앉는다.
"안녕하세요. 저희 카페는 처음이신가요?"
깔끔한 인상의 남자가 메뉴판을 내려놓으며 묻는다.
"네!"
여자가 눈을 반짝이며 대답한다. 맞은편 남자의 미간에는 여전히 주름이 잡힌 채다.
"그럼 우선 설명해드릴게요. 저희 카페는.."
"아니 그 전에,"
말을 불쑥 가로채는 여자.
"네?"
"따뜻한 마실 것 좀 주실래요? 추운데 있다가 들어오니까 아직 좀 추워서요. 헤헤"
"그럼 핫초코로 괜찮으시겠어요? 아니면 따뜻한 커피? 홍차?"
"핫초코로 주세요!"
"네, 그럼 남자 분은?"
"나도 핫초코로."
미간에 주름을 잡은 채 핫초코를 주문하는 남자.
여자는 그런 남자를 의외라는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픽, 하고 웃는다.
"네, 그러면 핫초코 두 잔이요. 시현, 여기 핫초코 두 잔!"
남자가 주방의 소녀를 향해 외친다.

자리에 앉아있던 남자도 잠시 주방 쪽의 소녀를 향해 눈길을 돌린다.
은빛 머리, 보라색 눈빛.

"저기요."
"네?"
주문을 받고 돌아서던 남자를 불러세우는 여자.
"우리 점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잔뜩 기대 어린 표정의 여자. 남자는 흔쾌히 대답한다.
"어떤 걸로 봐드릴까요? 타로? 천궁도?"
"아무거나 오늘 느낌 좋은걸로 해주세요!"
"하하. 느낌 좋은걸로 해달라니,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남자는 이내 두꺼운 쿠션에 놓인 커다란 수정구슬을 들고 나타난다.
"우와, 수정구슬이에요?"
커다란 구슬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여자. 맞은 편에 앉은 남자도 수정구슬은 처음 보는 듯, 약간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구슬을 쳐다본다.
"원래 수정구슬은 삼천원 받는데, 두 분이 너무 잘 어울리셔서 공짜로 해 드릴게요."
"진짜요? 자기야, 이거 공짜로 해준대!"
"나도 들었어."
즐거운 듯한 여자. 호기심 어린 눈빛은 지우지 못한 채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남자.

"어디, 그럼 두 분이서 오셨으니까 앞으로 두 분 관계가 어떻게 될지 봐 드릴게요."
"네!"

~여자가 아깝네요.
~거봐!
~남자분은 큰 고민이 있으신 것 같은데.
~여자분 분명 행복하실거에요.
~남자분은 저런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 자체로 행복하시지 않겠어요?

~너무 적당히 갖다 붙이시는거 아니에요?
~너무 그래 보이나요? 하하.

한 쌍의 남녀는 그 후로, 한동안 음료를 마시며, 남자는 시종일관 뚱한 표정으로, 여자는 즐거워보이는 표정으로, 카페에 앉아있다 떠났다.

@

손님들이 모두 빠져나간 후의 카페. 뒷정리를 하고 있는 재민, 예의 깔끔한 인상의 카페 주인이다.
그런 재민의 주위를 서성이며 시종일관 빙글빙글 웃고있는 소녀, 시현.
"아까 그 커플 말이야, 얼마나 갈 것 같아?"
짧게 잘려 내려오는 은빛의 머리, 속이 비칠 듯 새하얀 피부, 금방이라도 깨져버릴 듯 가녀린 소녀. 보라색 눈빛이 집요하게 재민을 따라다닌다.
"2년 이상은 못 가."
"꽤 단호하게 얘기하네? 둘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남자가 시한부 선고 받았어. 뇌종양이야."
가게 정리를 멈추지 않으며 얘기한다.
"음, 그렇구나. 그런 것도 알 수 있는거야?"
"본인이 알고 있으니까."
시현은 가게 정리에 손을 바쁘게 놀리는 재민을 계속 졸졸 따라다닌다.

가게 정리를 끝마쳤는지, 재민이 손을 툭툭 털고는 주방의 테이블에 기대 선다.
"그보다, 아까 그 남자. 잠깐이었지만 너를 유심히 쳐다보는거 같던데, 괜찮은거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묻는 재민.
"괜찮다니까. 어차피 의식적으로 본 것도 아니고, 설령 내가 관측당한다고 해도 어차피 기억은 못 해."
자신만만한 시현.
"확실해?"
"당연하지. 괜히 그런 거창한 이름을 달고있는게 아니야."

재민은 카페의 조명을 모두 끄고, 카페를 나와 문을 잠갔다.
"그래서 언제 도와줄거야?"
시현이 재민에게 묻는다.
"난 영문도 모르는 일에 말려들 생각 없다니까?"
재민은 쌀쌀한 날씨에 한기가 느껴지는지, 가볍게 몸을 떨고는 옷깃을 여몄다.
"난 간다."

@

재민은 길을 걷는다. 언제나의 골목길. 곧 그가 사는 원룸이 나올 터였다.
-제법 춥다. 어서 집에 들어가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자고싶은 생각 뿐이다.

맞은 편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 한 인영이 다가온다. 재민은 무시하고 지나친다.
아니, 지나치려고 했다.

자그마한 인영과 소년이 스칠 때, 재민은 돌연 다리가 풀린 듯 주저 앉는다. 
"아, 아아... 으아아아아..." 
그런 재민을 지나치고, 인영은 걸음 걸이에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대로 걸어 나간다. 주저 앉아 괴로워하던 재민은 허우적거리며 그 인영을 붙잡으려하지만, 인영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걸어 갈 뿐이다. 풀린 다리로 겨우겨우 기어서, 재민은 인영을 붙잡는다. 인영은 그제서야 겨우 멈춰선다. 

소년의 눈에서는 언제부터인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으으으..." 
오열하며 올려다본, 고개를 숙이고 있던, 넋을 놓은 듯한 표정의 소녀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다. 

재민은 오열하며, 소녀를 올려다 보며, 소녀에게 말한다. 
"부탁이니까, 제발 부탁이니까, 그렇게 슬퍼하지 말아 줘. 도와줄게. 모두 도와줄게. 부탁이니까... 제발." 

초점없는 소녀의 눈동자가, 재민에게로 옮겨진다. 

"제발..." 
그렇게 흐느끼던 소년의 앞에, 소녀는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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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개드립 눈팅은 낙갤 폭파 후 계속 하다가 이제 가입했어. ㅋㅋ

며칠 전에 써본 글.
뭔가 괴발개발인 것 같아서 슬프다ㅠ
글은 익숙치 않아서 조언 부탁할게.

창판 분위기 되게 특이한 것 같아, 뭔가 존댓말 하는 사람도 왕왕 보이고. ㅋㅋ

끝에 나오는 소녀랑 시현이 구분이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임.

암튼 잘 부탁해.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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