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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신해철씨 사건 이야기 들으면 암걸릴거 같아서 쓰는 글

난 기본적으로, 일단 경제적이나 정치적으로 사상이 왼쪽으로 기운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하는데 신해철씨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들 하는것을 보면 너무 화가나서 암이 걸릴거 같아서 여기다 글을 싸질러봐
내가 무슨소리 하는지 모르겠으면 파파이스랑 노유진을 듣고 와도 좋아

1. 이송의 의무 vs 동의하지 않은 수술
환자의 상태가 안좋으면 환자가 거부한다고 하더라도-환자의 의사에 반(대)해서라도 상급병원에 옮겨야 한다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는데
일단 의료법상 의료인의 의무에는 이송의 의무라는 것은 없다.
그래서 답답해서 그렇게 말씀하신 의료소비자연대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했더니 그건 법조항은 아니고 판례라도 하더라
어쨌든 여기서 골자는
"환자 상태가 중한 것 같으면 환자의 뜻이 어떻든 간에 '의사의 판단'하에 적절히 처치해야 한다"가 맞지?

근데 또 까이는게 왜 환자가 동의하지 않은 수술을 시행했냐고 하더라고.
사람 배를 열고 들어갔을 때 뱃속이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고 같은 치료를 해도 효과가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어
그 말은 수술 중에 무슨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거야. 생각보다/혹은 일반인보다 장유착이 심해서 장벽이 많이 얇아져 있고 짖뭉개져 있다면 그것을 떼어내다가 장벽이 찢어질 수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수술 중 그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호자를 불러서 수술상황을 설명하고 앞으로 수술이 어떻게 바뀔 것이다라고 설명하는 게 제일 좋겠지만 보호자 설명하다 환자 처치 늦어서 죽일일 있나? 급하면 설명이고 나발이고 먼저 살리고 봐야지
근데 그러한 상황에선 또 "환자 상태가 중한 것 같으면 '환자의 뜻'이 어떻든 간에 의사의 판단하에 마음대로 처치했다"고 까이지

좀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적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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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설명의 의무
그래서 수술 전에는 동의서를 받지. 이사람 상태가 이러이러해서 이러이러한 수술을 할거고 이러이러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그땐 이러이러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근데 또 동의서에 신해철씨 합병증을 미리 설명했다고 존나 까더라고;;
근데 이게 겁네 주관적인게 환자/보호자에게 발생 가능한 risk에 대해서 흔한 것부터 희귀한 것까지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주면 '실패할 것 같아 밑밥까는 거냐'부터 '이렇게 겁만 주면 치료를 받으라는 거냐'까지
반응이 다양하고
그렇다고 간략하게 안심시키는 방향으로 설명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설명 못들었다' 혹은 '그렇게 자세하게 설명 안 해주시더라' 이렇게 이야기하지
ㅆㅂ
이게 사람마다 반응도 다르고 한 사람이라도 상황마다 반응이 달라서 의사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어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지 환자/보호자 비위맞혀주는 사람은 아니잖아?
아주 간단한 처치, 예를 들어 혈관주사맞다가도 사망할 수 있어. 그렇다면 수액맞을 때마다 이거 하다 죽을 수도 있는데 정말 하시겠어요?라고 물어봐야 하나?
환자 설명의 적정선을 내 나름대로 잡아놨다고 생각했는데 방송 이야기 들어보니까 다시 존나 혼란스러워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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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좀 마이너 한 건데
위축소술 전문병원에서 왜 장협착 수술을 했냐고 뭐라고 하던데 위축소술은 기본적으로 일반외과 분야의 수술이고 장협착 수술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복부 수술의 가장 많은 합병증이 장협착인데 설마 그거를 처치 못할거라 생각하진 않겠지?
이건 마치 왜 냉면집에서 수육이 나오냐고 따지는 거랑 비슷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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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의사들 제식구 감싸기 아니야?
의사들의 기본적인 생각은 '그 환자를 직접 본 사람이 그 환자를 가장 잘 안다'는 것이야
그 환자를 직접 보지 못한 상황에서는 왜 이 상황에서 이러한 처치를 했냐/안했냐고 따지는 거는 상당히 의미없는 이야기라는 거지
또 어디서는 왜 그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장협착 수술을 시행했냐고 뭐라고 하는 의사가 있다고 하던데, 그건 반대로 이야기하면 만일 수술을 안해서 죽었으면 왜 그때 수술을 안했냐고 뭐라고 하는 의사들도 나올거야
그러니까 의사들이 가만히 있는거는 다른 꿍꿍이 보다는 환자를 직접 보지 않은 상태에서 가타부타 뭐라 할 입장이 아니어서가 대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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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의사들은 절대 잘못했다고 안하더라
의사들이 먼저 나서서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를 하면 분쟁이 좀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일단 어디부터 잘못이냐고 판단하는 게 어렵다. 만일 수술 후 상처가 잘 안아물었을 때 그것을 환자 개인차로 볼 것인지 아이고 약을 좀 빡세게 썼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라고 할건지...그렇다고 다음부터 미리 약을 빡시게 쓰면또 (유럽에 비해) 약 존나 팔아먹는 비양심적인 의사가 되버리고;;;
매우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는 거지.
그리고 소송같은거 좀 당해본 의사들은 의사들이 먼저 미안하다고 하면, 의사들이 먼저 과실을 인정했다고 더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더 뜯어내려고 하는 사람들을 자주 봐.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러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한두번 당하면 트라우마로 남아서 먼저 시인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지.

사실은 의료보험 혹은 배상이 존나 기형적인게
교통사고가 났으면 가해자 피해자가 모두 보험회사에 연락을 해서 보험회사가 직접 먼저 배상/보상을 해주고 나중에 가입자들과 만나서 조정을 하는데
의료보험은 보험 가입자들끼리 만나서 해결하라고 하고 보험회사(정부)는 뒤에서 팔짱끼고, 심지어는 같이 의사(의사도 보험 가입자다)를 욕하고 있지. 이건 완전 의사 나쁜놈 만들기지
이건 정말 호주식으로 나라에서 먼저 환자에게 배상액을 선지급 하고 나중에 책임
비율을 따져서 의사에게 청구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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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건 좀 다른 이야긴데...
아마 환자가 의사말을 잘 안따라주면 좀 많이 곤란하다. 예를 들어 금식하라고 했는데 이것저것 몰래 먹는다던가 입원하라고 했는데 집에 가겠다고 한다던가 입원을 더 해야 하는데 집에 가겠다고 억지를 부린다던가
의사들은 그럴 때 보통 자의퇴원서 혹은 각서를 받고 집에 보내는데(환자가 의사말 안듣고 집에 가서 죽어도 전적으로 그건 환자책임입니다) 사실 그건 법적 효력은 없어ㅋ
그리고 유명한 보라매병원 판결같이 보호자가 모두 동의해서 연명치료중인 환자을 집에 보내서 돌아가셨는데, 의사들 살인죄오 판결이 났지
자꾸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의사들도 어쩔 수 없이 환자가 의사말 안들으면 절대 설득하려 하지 않고 필수적인 설명만 한 다음에 변호사랑 상의해서 어떻게 하실지 결정하시라고 할지도 몰라
왜냐하면 의사말은 똥으로 알아듣고 잘못되면 법으로 해결하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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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병원 지인한테 들은 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안알랴쥼
ㅂㅂㅇ

2개의 댓글

2014.11.23
[삭제 되었습니다]
0
2014.11.24
@azure
뭐 모든 의사가 다 그렇진 않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해열제가 필요없는 경우를 10분간 설명해 주고 20%확률로 욕먹고 다른 의사 찾아가게 하는 것보다 5초만에 해열제 처방해주는게 더 간편할 때가 있다
그리고 비의료인이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나라에서 급여삭감은 교과서대로 하고 의료사고시에는 보수적으로 하기때문에 의사들도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 많으면 ECMO 삭감에 대해서 찾아보삼
복제약 이야기는 다시 한번 해봅시다
선공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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